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44)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44화
단숨에 동점을 만든 바이에른 뮌헨은 기세를 살려 대한민국을 몰아붙였다.
이들의 압박 수준은 전에 붙은 세 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타이트했다.
원활한 패스 자체가 되지 않아 하프라인을 넘는 것조차 어려웠다.
큰마음 먹고 후방을 노리는 롱패스를 하려고 해도 롱패스를 할 공간조차 주지 않았다.
운 좋게 롱패스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뮌헨의 두 센터백이 롱패스를 보고 복귀하는 속도도 빨랐고, 한국의 공격진은 상대의 견제 때문에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전반이 끝나고 후반으로 접어들어도 상황은 똑같았다.
한국은 어떻게든 뚫어보려고 했지만, 뮌헨은 한국을 질식사시킬 듯 숨통을 조여왔다.
가장 무서운 건 최후방에 있다가 절묘한 상황에 맞춰서 1선이나 1.5선까지 올라오는 바이스티거였다.
그 큰 키로 무섭게 달려와 때리는 바이스티거의 중거리슛은 그야말로 캐논 슈팅이었다.
잘못 막으면 손가락 하나 부러져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강력했는데, 그 슈팅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의 골키퍼는 점점 더 위축되고 있었다.
“쉽지 않네. 쉽지 않아.”
이정후는 상황을 지켜보며 혀를 끌끌 찼다.
이럴 때 윤태양이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윤태양이 공을 잡으면 뮌헨은 반칙도 불사했기 때문이다.
근데 또 절묘한 게 카드까지는 가지 않는다.
심판이 관대한 면도 있었지만, 센터백들이, 특히 바이스티거의 반칙 기술이 어지간한 베테랑 못지않게 노련했다.
“기가 차네, 기가 차.”
이정후는 한 번 더 혀를 차고서는 윤태양을 바라봤다.
그런데 희한한 건 윤태양이다.
저 정도면 어린 나이에 멘탈이 깨질 법도 한데 말이지.
그저 시큰둥했다.
이따금 실실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저 자식 실성했나?”
아니면 다른 뭔가가 있는 건가?
흘끔 시간을 바라봤다.
후반 14분.
경기가 끝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앞으로 한참이나 두들겨 맞아야 한다는 소리인가?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 한 골이라도 더 먹으면 기세가 완전히 기울어 크게 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이다.
“하, 이거…….”
이대로는 안 된다. 상황을 바꿔봐야지.
선수교체라도 해볼까? 김효준을 빼고 류준서를 넣어볼까?
그리 마음먹고 있을 때였다.
“응?”
어느 순간부터 윤태양의 위치가 바뀌었다.
오른쪽 윙포워드에 있어야할 아이가 앞에 김효준과 이성호를 두고서 1.5선 위치에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위치.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할까?
하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뉴캐슬 유스 감독인 마르시아노 디아즈와 달리 이정후는 윤태양이 하고 싶은 대로 놔뒀다.
기대됐기 때문이다.
뭐든 타고난 듯 잘하는 저 미친 재능이 무엇을 보여줄지 말이다.
그리고 윤태양은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최전선에서 살짝 아래로 내려온 윤태양은 1선과 2선, 그리고 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빈 공간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뮌헨의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한국이 약팀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조사하고 연구한 티를 내며 한국을 공략했던 만큼, 떠오르는 유망주인 윤태양이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뮌헨 아니겠는가.
결코, 윤태양을 자유롭게 둘 수가 없었다.
누군가 하나는 윤태양을 마크해야 했고, 윤태양은 아주 적절하게 이걸 이용해 상대 선수를 끌어오며 공간을 만들어 한국 선수들의 활로를 제공했다.
활로를 찾아 움직이는 한국 선수들에게 뮌헨 선수가 반응하면 또다시 공간이 나오고, 태양이 그 공간을 찾아가는 긍정적인 상황이 연출되면서 바짝 올라왔던 바이에른 뮌헨의 진영이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상대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라인을 내리면 공간이 더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
상대방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압박에 치여 기를 못 펴던 최지우가 공을 잡았다.
“크큭… 어디냐, 누가 골을 노리느냐? 크크! 거기구나!”
기괴한 웃음과 함께 최지우의 발에서 공이 떠나갔다.
빠르게 뻗어나간 공은 바이스티거와 풀백 사이에 하프 스페이스로 파고들었고, 그것에 반응한 건 바로 이성호.
비록 윤태양만큼은 아니지만, 도르트문트에서 주전 경쟁을 하며 준수한 득점력을 자랑하는 그를 가만히 둘 수는 없는 노릇.
풀백과 바이스티거가 공간을 좁히며 프레스 기계 찍듯 이성호를 압박해 온다.
이성호는 무리해서 개인기로 돌파하기보다 풀백의 뒤로 파고드는 김효준에게 공을 보냈다.
김효준이 사이드라인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자 풀백이 그 뒤를 따랐고, 이성호와 바이스티거도 각자 동료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달렸다.
김효준은 공을 이리저리 돌리며 풀백을 돌파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고개를 들어 이성호를 바라봤다.
“쯧……!”
자신도 모르게 절로 혀가 차진다.
이성호보다 그 옆에 바짝 붙은 바이스티거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바이스티거의 눈빛은 마치 패스하기만 해봐라, 바로 가로챌 거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김효준은 바이스티거 너머 작은 인영 하나를 발견했다.
손을 번쩍 들고 흔들다가 눈이 마주치자 앞을 가리키는 아이, 윤태양이었다.
바이스티거와 풀백이 자신과 이성호 때문에 사이드에 몰려있는 틈에 넓어진 공간으로 파고드는 태양을 바라보며 김효준은 눈을 빛냈다.
‘그래, 너만 믿는다.’
타이밍을 보다가 전력을 다해 얼리 크로스를 시도했다.
풀백을 지나 바이스티거도 스쳐지나가며 뻗어간 공.
그 공을 향해 윤태양이 빛살처럼 달려 나갔다.
“아, 좀 길었나.”
그대로 잠시 멈춰섰던 김효준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생각보다 패스가 길었다.
이대로 가면 골키퍼와 볼경합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이건 김효준 본인을 기준으로 한 생각일 뿐이었다.
윤태양은 달랐다.
골키퍼보다 두 걸음 더 빨리 공에게 다가간 윤태양은 발등으로 김효준이 힘껏 보낸 크로스를 가볍게 띄워 공과 함께 골키퍼를 피하고 떨어지는 공을 가볍게 슈팅해 빈 골대로 공을 집어넣었다.
“와아아아아아!”
“태양으아으아아아악!”
대한민국 선수들이 우르르 태양에게 달려들었다.
태양은 귀찮다는 듯 동료들을 쳐내면서 유유히 하프라인으로 걸어갔다.
한없이 도도한 저 모습에 이정후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와… 내가 데리고 있는 애지만…….”
뭔가 싸가지 없어 보이면서도…….
“ㅤㅈㅝㄴ나 멋있네.”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 * *
디오스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았듯이, 바이스티거도 아직 성장하지 않은 선수였다.
물론, 신체능력은 이미 완성형에 가깝고 기술적인 부분도 디오스와 비교하면 전성기 시절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지난 삶에서 챔피언스 리그에서 보여줬던 그 압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디오스와 다른 약점이 있었다.
디오스는 혼자 힘으로 골을 넣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선수인 반면, 이 괴물은 결국 수비수에 불과하다는 거다.
물론, 자기 팀 레전드 중에 레전드인 베켄바우어라도 빙의한 듯 공격에 나서고 골까지 넣기도 하지만, 그거 매 경기마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팀이 상대적으로 만만하니까 몇 번이고 올라올 수 있는 것일 뿐.
물론, 그렇다고 상황이 끝나는 건 아니다.
바이스티거가 아니더라도 뮌헨은 강력하니까.
이걸 막고 골을 넣는 게 쉽지 않지.
그래도 지금 우리 팀은 굉장히 잘해주고 있었다.
상대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오늘 마지막 경기여서 그런 건지, 분데스리가 최강팀을 상대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우리 팀은 오늘 무서운 집중력과 경기력을 보여주며 잘 막아내고 있었다.
후반이 되도록 고작 한 골밖에 안 먹히지 않았는가?
지금 뮌헨의 유스는 우리가 졌던 도르트문트를 상대로도 오 대 빵을 만들 정도로 리가의 공룡이 되어버린 팀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골이다.
여기서 바이스티거의 또 하나의 약점이 나온다.
그 자체는 분명 이미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수비수지만, 그의 수비조율 능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거다.
감독의 플랜대로 수비를 할 뿐, 그는 아직 지휘할 줄 모른다.
이 부분은 솔직히 배상현이 더 뛰어날 정도다.
그렇다면 상대하기 어려운 이놈을 피해서 다른 곳에서 골을 넣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1선 아래로 내려와 플레이 메이커이자 쉐도우 스트라이커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 건데, 이게 먹히네.
“역시 태양이밖에 없누!!”
내가 골을 넣자 김효준이 달려와 엄지를 치켜든다.
“1승 1무 1패니 한 번 더 이겨서 유종애미를 기쁘게 해보자, 태양!!”
아니, 이성호 이 자식은 유종의 미라니까 계속 유종애미라고 하네.
“유종‘의’ 미라니까.”
“…….”
게다가 이 자식 고집도 세서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안 믿으려 든다.
에이, 무식한 놈!
“자, 한 골 더 가자. 오늘 분데스리가 공룡 한 번 사냥해 보자고.”
“시바, 얘네 잡으면 렙업하나?”
“보스몹 잡았으니 아이템을 줄 수도 있지.”
“아이템은 몰라도 렙업은 하겠지. 아니, 저번에 비기고 진 것도 렙업은 했어. 그래서 지금 이렇게 싸우는 거지.”
급조된 팀은 경기를 할수록 단단해지는 법이고, 성장하는 아이들은 강팀과 싸울수록 성장하는 법이지.
“큭큭… 무슨 소리지? 레벨업이라니? 그건 내가 한 거 같은데? 내 환상적인 패스를 봤나? 뮌헨의 목줄기를 노리는 비수 같은 패스 말이다.”
…개소리는 무시해 주고, 다시 하프라인에 선다.
앞서 가는 상황에서 시작된 경기.
예상치 못하게 지고 있는 상황이 또다시 나와서 그런지 뮌헨 애들의 표정은 험상궂어진다.
압박은 더욱더 거세졌고, 심지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몸으로 밀어붙이는 압박에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밀리는 우리 입장에서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냥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거칠다는 건 결국, 흥분했다는 이야기니까.
게다가 나를 향한 집중도가 더욱더 올라가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 거센 압박 때문에 무의미하게 아까보다 더 넓은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우리 미드필더는 이런 공간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아이들이다.
김효준이 공격으로 나와 미드필더로 내려온 류준서나, 미친놈 같은 최지우나 우리보다 한 살 많은 박진우나 모두 다 말이다.
여기에 공세환이 비집고 들어온다.
원래부터 기술은 부족해도 경기를 보는 눈이 좋았던 공세환은 독일이 공을 차지하면 압박해서 뺏어오고 공격할 상황에서는 빈 공간으로 꾸역꾸역 패스한다.
놀라운 발전이다.
현질의 올바른 예가 저거 아닐까?
감탄하는 그 순간 공세환이 수비라인 뒤로 빠지는 공을 찔러넣었다.
패스도 괄목상대할 정도로 늘었네.
나를 포함해 우리 팀 공격진과 뮌헨의 수비진이 공을 향해 달려간다.
바이스티거가 내 옆에 붙으며 말했다.
“언제까지 날 피해 다닐 거냐? 내가 그렇게 무섭나?”
“우리나라 말에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이 있지.”
“흥.”
바이스티거는 콧방귀를 뀌더니 나와 이성호를 양팔로 밀어내며 발을 내밀었다.
그는 압도적인 피지컬로 공세환이 찌른 공을 낚아챌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표정이 떠오른다.
마치 이 공을 차지해 자신이 이겼다는 듯한 표정이다.
녀석은 간과한 게 있었다.
끝낼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공을 소유했다 하더라도 우리의 공격이 끝났다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이성호가 악착같이 달려들어 바이스티거의 발아래 있는 공을 어떻게든 빼앗으려 든다.
바이스티거는 이성호를 등진 상태로 공을 지켜내고 라인 밖으로 공을 걷어내려 했다.
지금이다.
바이스티거의 시야 밖에서 놈에게 은밀하게 다가가 잽싸게 놈이 걷어내려는 공에 발을 들이밀었다.
“……!!”
바이스티거는 놀란 듯했지만, 거기까지.
내가 가로챈 공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은 채 침착하게 다시 공을 가져가려고 다리를 내밀었다.
발바닥으로 공을 뒤로 끌어당겨 그 발을 피하며 나는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몸을 들이밀었다.
나는 최대한 몸을 낮추며 녀석을 막아낸다.
“흥, 그 몸으로?”
놈이 날 비웃는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놈이 미는 대로 그대로 공을 가지고 밀려나다가 오히려 밀려나는 방향으로 속도를 높여 달려 나간다.
바이스티거가 내 뒤를 쫓는다.
두, 세 걸음 정도 거리가 벌어졌다 생각했을 때 나는 발등으로 공을 높이 띄워 올려 공을 내 머리 위로 넘기고 멈춰섰다.
묵직하게 바이스티거의 몸이 내 등에 기대는 게 느껴지는 가운데, 바이스티거를 축으로 몸을 빙글 돌린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바이스티거가 다급하게 몸을 비틀며 떨어지는 공을 어떻게든 쳐내려고 하지만, 내 발이 더 빨랐다.
프리플랩을 응용해 바이스티거의 발을 피하면서 사타구니 사이로 공을 흘려보냈다.
바이스티거는 안간힘을 쓰며 나를 잡으려 했지만,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 바이스티거를 뒤로하고 앞을 막아서는 센터백을 상대로 라 크로케타를 선보인 나는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를 두고 왼발로 슈팅했다.
골키퍼는 낮고 빠르게 스쳐 지나간 공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고, 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넘으며 팀의 세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남은 시간을 보면 사실상 경기를 승리로 확정 짓는 쐐기 골이었다.
환호하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프라인으로 걸어가며 망연하게 선 바이스티거에게 말했다.
“말했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라고.”
바이스티거야, 아직 멀었다.
열심히 운동해서 더 잘해져서 돌아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