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51)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51화
IN 47
OUT 9
들어가기 전에 잔디를 꾹꾹 밟아봤다.
최고의 잔디 관리사가 관리하는 만큼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잔디는 적당히 물을 먹은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 컨디션은?
아픈 곳도 없고 결리는 곳도 없고 몸이 무겁지도 않다.
최고라는 소리다.
최고의 잔디 위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뛴다?
지난 삶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내 컨디션은 언제나 최저였다.
무릎이고 발목이고 안 아픈 날이 없었으니까.
아무튼, 다시 사는 인생에 첫 번째 성인 무대.
“잘하자.”
나는 나한테 다짐하듯 말하고 필드로 나섰다.
“오마르, 가운데에서 뛰래.”
“알았어.”
오마르에게 감독의 지시사항을 전하고 내 위치로 왔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여우들이 보인다.
레스터 시티.
과거 라니에리 감독 체제에서 기적같은 우승을 했던 이 팀은 예전같이 빛나진 않지만 챔피언스 리그 진출 티켓을 노리는 팀 중에 하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티켓을 노리는 팀을 훼방놓는 게 주특기인 팀이랄까?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팀이다.
영입하는 공격수마다 죽을 쑤고 유망주 중에도 공격수가 나오지 않아 몇 시즌째 공격수 가뭄을 겪고 있는 팀이었다.
희한하게 스트라이커가 아니더라도 공격력을 기대하고 데려온 1선 자원들도 이 팀에 들어오면 공격적인 본능이 사라져 버린다.
저주 아닌 저주랄까.
다만, 그 부족한 부분을 탄탄한 수비와 점유율을 가져가는 축구로 메꾸고 있었다.
압도적인 스코어로 쉽게 이기진 못하더라도 그렇다고 쉽게 지지도 않는 팀이다.
일단은 필드 안에서 팀의 부품 중 하나가 되어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다.
틈을 쉬이 주지 않는다.
한쪽으로 진영이 쏠리더라도 공을 반대쪽으로 넘기면 신속하게 움직여 진영을 옮긴다.
수비수와 풀백이 공간을 벌리면 그 앞에는 반드시 미드필더가 자리잡아 하프 스페이스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마치 하나의 살아 숨쉬는 포메이션 덩어리 같은 느낌이다.
그 가운데 오마르의 공을 받은 레델리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려다 공간이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사이드 라인을 타고 달렸다.
오마르와 내가 그와 같은 선상에서 페널티 박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레델리는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다소 부정확한 크로스는 레스터 시티의 유난히 피지컬이 좋은 센터백에게 가로막혔다.
레스터 시티의 역습이 시작됐다.
우리 팀 1선과 2선을 넘기는 정확한 롱패스가 레스터 시티의 1선과 우리 팀 수비 라인 사이에 떨어진다.
발빠른 레스터 시티의 윙어가 그걸 잡고 우리 팀 풀백이 공격진영에서 돌아오지 않아 텅텅 비어버린 측면 공간을 파고 들어온다.
우리 팀 센터백 중 하나인 아놀드가 그걸 막고자 달렸다.
아놀드는 저게 문제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것 말이다.
아놀드가 레스터 시티의 윙어에게 붙어버리는 바람에 센터백과 센터백 사이에 공간이 넓게 벌어지고 그 공간을 비집고 부지런히 달려온 레스터 시티의 공격수가 달려간다.
윙어는 그에게 직접 패스하기보다 공격수와 윙어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달려온 미드필더에게 넘겼다.
미드필더는 공을 받자마자 공격수 앞으로 스루패스를 찔러넣었다.
디다가 그걸 막기 위해 달려갔지만, 공격수가 한발 빨랐다.
그는 그대로 골대를 향해 달려가 슈팅했다.
펑!
공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강력한 슈팅! …은 골대는커녕 저 위에 관중석으로 날아가 버렸다.
기가 막힌 공격 전개였는데, 결국, 부족한 결정력이 아쉽게 됐다.
다시 우리의 차례.
리첼라가 디다에게 공을 패스했다.
레스터 시티는 지칠 법도 한데 부지런히 우리 팀을 압박해 들어왔다.
우리 팀 수비라인이 침착하게 라인을 올리며 계속해서 이곳저곳 쑤셔본다.
공을 앞으로 전개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나는 나를 마크하는 선수의 시선을 최대한 피하며 공을 받기 위해 후방의 빈공간으로 내려왔다.
그런 나를 발견한 디다가 나에게 공을 패스했다.
나는 공을 발로 받지 않고 흘리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런 내 앞에는 나를 마크하던 풀백이 길을 막고 있었다.
주변을 살피니 공을 받을 만한 선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돌파해야지.
* * *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투입한 선수는 팀의 유망주인 태양 윤입니다. 이제 막 16세가 된 어린 선수죠?] [기록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프리미어 리그 역대 최연소 선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 어린 선수를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내보내다니,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지금, 이 순간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물론이고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전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윤태양을 향하고 있었다.
[말씀드리는 순간, 윤, 내려와서 공을 잡습니다.] [레스터의 벵상이 길을 막아섭니다. 그대로 달려갑니다!]어린 소년은 무모해 보일 정도로 저돌적으로 레스터 시티의 풀백, 벵상을 향해 달려갔다.
긴장해서 판단력이 흐려진 걸까?
[무모한데요, 아! 돌파합니다!]소년이 귀신같이 벵상을 스쳐 지나갔다.
환상적인 팬텀 드리블에 속수무책으로 소년을 보내 버린 벵상이 다급하게 뒤를 돌아봤지만, 태양은 이미 저 멀리 나아간 상황이었다.
[벵상을 제치고 뻥 뚫린 사이드라인을 질주합니다!] [윤! 빠릅니다! 레스터 시티 방심한 건가요? 대응이 느립니다!]데이터에 없던 선수가 예상치 못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자 레스터의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
부랴부랴 미드필더들이 움직여 태양이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들어올 코스를 점거하고 대기했다.
[아, 텅텅 빈 측면을 무시하고 중앙으로 공을 가지고 전진합니다!] [어린 선수들의 특징이죠. 혼자 뭔가를 해결하려 들어요! 축구는 11명이 하는 게임입니다!]계속해서 부정적으로 말하는 해설위원을 비웃기라도 하듯, 태양은 처음 마주한 미드필더를 가볍게 제치고 꾸역꾸역 안으로 파고 들어가 또 다른 미드필더마저 피해 골대를 향해 달렸다.
파괴적인 돌파에 어느새 태양의 주변에는 두 명의 미드필더와 한 명의 센터백이 달라붙은 상황.
태양은 여기서 욕심을 내지 않고 센터백과 미드필더 사이를 뚫는 패스를 했다.
공은 잔디 위를 미끌어지 듯 뻗어나가 세 명이 뭉쳐서 만들어진 빈 공간으로 향했다.
[레스터의 선수들을 끌어모으고 빈 공간으로 찔러줍니다!] [오마르 공 받았어요!]태양이 어그로를 끌어 만들어진 빈 공간으로 질주한 오마르는 자신의 앞으로 차기 좋게 들어오는 공을 그대로 슈팅했다.
이건 골이다.
오마르는 직감하고 주먹을 쥐었다…….
“왓더…!”
…가 그대로 욕을 내뱉었다.
[골키퍼 선방!!]골키퍼의 펀칭으로 튕겨 나간 루즈볼을 향해 모두의 시선이 꽂힌다.
누군가는 걷어내기 위해, 누군가는 공격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중에는 마치 슈팅이 실패할 것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진즉에 달려 나가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태양 유우우우운!]태양이었다.
태양은 떨어지는 공을 향해 슈팅했다.
[슈우우웃, 고올! 골! 골골골! 골입니다!] [환상적인 드라이브 슈팅입니다! 어린 선수가 놀라운 슈팅으로 데뷔전 득점에 성공합니다!] [후반 30분! 1대0으로 앞서가는 뉴캐슬 유나이티드!]그야말로 환상적인 감아차기 발리 슈팅이었다.
다이렉트로 때린 공이 골키퍼가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휘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런 놀라운 득점을 성공시켰음에도 태양은 그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큰둥한 얼굴로 유유히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좋았어!!”
격하게 반응한 건 오히려 벤치였다.
어거스트 롬멜은 자신이 골을 넣기라도 한 듯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환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넣은 도박수가 크게 터졌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뉴캐슬 선수들이 어린 동료를 칭찬하고 진영으로 돌아갑니다.] [경기 재개됩니다.] [레스터 시티 입장에서는 상황이 급해졌어요.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노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마찬가지로 레스터 시티도 유로파 리그 진입을 노리는 상황에서 승점이 간절한 상황이거든요?]경기의 양상이 달라지자 레스터 시티는 부랴부랴 선수를 교체했다.
최전방에 아쉬운 공격력을 보여준 스트라이커를 대신해 한 선수를 내보냈다.
[레스터 시티에서 알데히트 반더레이 선수를 투입합니다.] [부상에서 막 복귀한 반더레이를 투입할 정도로 급한 상황인 거죠.]이번 시즌 첫 라운드에서 큰 부상을 당해 몇 개월이나 회복에만 집중하다 이제 막 복귀한 알데히트 반더레이는 득점력이 아쉬운 레스터 시티에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팀의 주포였다.
큰 부상에서 이제 겨우 복귀한 상황이라 과연 그의 경기 감각이 얼마나 올라왔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믿을 건 그밖에 없단 판단이 선 모양이다.
하지만 기세는 팀의 최연소, 어쩌면 프리미어 리그의 최연소 출전 선수가 만들어낸 골로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가져간 상황이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그 기세 그대로 레스터 시티를 몰아붙여 금방 공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볼을 뒤로 돌려 디다에게 가져갑니다.] [뉴캐슬이 후방에서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합니다. 아, 아까와 비슷한 위치에서 태양 윤이 공 잡습니다!]또다시 아래로 내려와 공을 받은 태양이 아까처럼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기어이 막겠다는 의지로 쫓아와 등 뒤에 바짝 붙은 벵상을 상대로 한 번 버텨낸 태양은 벵상이 밀어내는 힘을 역이용해 그를 벗겨내곤 앞으로 전진했다.
이번엔 아까와 달리 레스터의 미드필더가 일찍이 태양이 향하려는 길목을 가로막았다.
태양은 공을 가지고 주춤주춤 하다가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왼쪽으로 튀어나갔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가속에 미드필더가 다급하게 태양의 옆에 붙더니 유니폼을 잡아끌며 매달렸다.
태양은 자신의 앞으로 억지로 팔을 들이미는 상대 선수를 어깨로 힘차게 밀어내 약간의 공간을 만들고는 좀 더 속도를 올렸다.
옆에 붙었던 미드필더가 점차 뒤로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몇 걸음이나 차이가 벌어진다.
태양은 완전히 자라며 완성된 자신의 속도를 마음껏 사용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의 발은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수위를 다툴 정도로 빨랐다.
무서운 건 태양은 공을 가지고 있어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
공이 발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또 다른 선수가 태양에게 붙어 왼발 옆에 있는 공을 향해 발을 들이밀면 공을 오른쪽으로 옮기며 피하고 오른쪽을 노리면 왼쪽으로 옮겨 발을 피한다.
절묘하게 공의 위치를 움직여 상대방의 발을 어지럽게 만들어 속도를 죽이고 제쳐 버린다.
그렇게 세 명째.
이제 남은 건 수비라인뿐.
아까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던 레스터의 라인은 태양 하나에 어그러지기 시작해 사방에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보다 못한 센터백 하나가 태양을 마중 나온다.
그 순간 태양의 시선이 센터백의 오른쪽 뒤에 있는 오마르로 향한다.
센터백은 태양의 시선을 읽었다.
그리고 태양의 발이 그쪽 방향으로 공을 보내려는 듯 움직이기 무섭게 다리를 쭉 뻗었다.
그 순간 태양의 발이 공을 스쳐 지나가 오히려 공을 안으로 끌어들이더니 상대방의 다리를 피하며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밀어넣었다.
상대방을 완전히 간파해 가지고 노는 완벽한 프리플랩이었다.
네 명째 선수를 제치고 나니 레스터 시티의 수비 진영은 텅텅 비어버렸다.
태양은 굳이 다른 선수들에게 공을 패스하지 않고 그대로 골대를 향해 달려 나갔다.
상황을 지켜보던 골키퍼가 태양을 마중 나왔다.
슈팅 각을 죽이며 태양의 선택지를 없애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태양은 이런 상황에 익숙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손꼽히는 골키퍼인 리첼라를 상대로 몇 번이고 경험한 일이었다.
비록 지금은 실전이지만, 실전도 어렵지 않다.
지난 생에서 충분히 겪었으니까.
가볍게 발등으로 공을 툭, 하고 차올린다.
[골키퍼 정면에서 칩슛!]달리던 상태에서 급하게 멈추며 허리를 쭉 펴고 공을 향해 팔을 뻗어보려 하지만, 무심한 공은 그대로 골키퍼의 머리를 넘어 골대 안으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골! 선제골 이후 불과 2분 만에 추가골을 기록하는 태양!] [저 선수 16살 맞습니까? 어마어마하군요!] [대단합니다! 어린 선수를 괜히 내보낸 게 아니었어요! 골대 앞에서 저런 침착함이라뇨!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괴물을 키우고 있었습니다!]멀티골을 만들어낸 태양은 전광판을 바라봤다.
후반 32분.
“대충 15분 정도 남았으려나?”
태양은 해트트릭을 달성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