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04)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04화
제300장 고귀한 혈손
케엘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으아, 진짜 끝도 없이 밀려오네.”
가포의 하늘은 저주의 재로 오염되어 있었지만 그 오염도는 서쪽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래서 케엘은 2킬로미터 이상의 고도로 날아올라서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사방팔방에서 적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었다.
“장난이 아니군. 역시 후방을 들쑤셨을 때하고는 전혀 다른데. 병력이란 병력은 다 여길 침공하겠다고 밀어 넣고 있는 상황일 테니…….”
대륙에서 싸웠을 때와는 투입되는 병력의 머릿수와 신속함의 차원이 다르다.
모르드 일행은 가포에 공습을 가하면서 일찌감치 접안시설을 파괴하고, 정령술로 땅을 뒤집어서 배들이 접근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그럼에도 단죄자들과 괴물들을 태운 배들이 꾸역꾸역 모여든다.
다들 초인적인 능력을 갖고 있기에 짧은 거리를 날거나 뛰어서 어떻게든 상륙하고 있었다.
물론 그 속도는 접안시설이 멀쩡했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느리다.
하지만 사방의 하늘에서 주시자 군주가 병력을 실어나르고 있어서 서서히 적 병력이 늘어나고 있었다.
“슬슬 빠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자신들은 그렇다 치고 생존자 병력은 피로도가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이미 막대한 타격을 입혔으니 더 무리하지 않고 빠지는 게 나으리라.
케엘의 말을 들은 파르웰이 응답했다.
“음? 왜?”
“…알겠어. 되도록 빨리 끝내.”
“에휴.”
케엘은 한숨을 푹 쉬었다.
무수한 정령들이 날아오르며 화려하게 적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 * *
무너져 내린 관청의 지하.
모르드와 파르웰이 공간을 넘어 나타났다.
“꽤 잘 감춰놨군요. 지하 아래에 아예 비밀 입구를 만들어서 숨겨놓다니. 원래부터 있던 시설일까요, 아니면 단죄자들이 새로 만든 걸까요?”
“단죄자들이 굳이 이렇게까지 비밀리에 뭔가를 할 필요가 있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전방이다 보니 주의했을 것 같군.”
모르드가 대답했다.
지하층 아래의 비밀 지하층은 일부만을 폐쇄적인 구조로 만든 다음 강력한 마법 결계로 봉인해 둔 상태였다.
잠시 그 벽을 노려보던 모르드가 말했다.
“안쪽 좌표를 잡을 수 없군. 폐쇄성이 강력한 결계야.”
“음. 해제해 보죠.”
“시간 없는데 부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오래 안 걸릴걸요.”
파르웰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였다.
채 1분도 안 지나서 봉인의 결계가 해제되었다.
“상당히 공들여서 만들었군요.”
만약 파르웰의 평가를 들었다면, 이 시설을 공들여 만든 단죄자들은 뒷목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1분도 안 걸려서 무력화해 놓고 이런 평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파르웰은 딱히 칭찬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공들여서 무식한 쓰레기를 만들었어요. 괜히 머리 쓰겠다고 잔재주를 부리지 않아서 밖에서 안쪽을 탐색하는 건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그래서 파르웰은 쉽게 그것을 해제할 수 있었다.
사아아아…….
그리고 벽에서 저주의 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
“윽?”
파르웰이 움찔해서 뒤로 물러났다.
치직… 치지지직……!
동대륙의 서쪽에 비하면 이곳의 저주밀도는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마치 처음 이 땅에 도착했을 때처럼 농밀한 저주의 힘이 그 자리를 사로잡는다.
“뭐하러 그냥 결계도 아니고 봉인 결계를 만들었나 했더니, 저주의 재를 가둘 필요가 있었나 보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샘플을 따두는 건데… 일단 기억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나마 좀 연구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파르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문 앞에 섰다.
그런데 그때였다.
콰아앙!
문이 터져 나가며 섬광이 공간을 관통했다.
안쪽에 있던 존재가, 파르웰이 문 앞에 서기를 기다렸다는 듯 공격을 가한 것이다.
“나쁘지 않은 기습이었어요.”
하지만 파르웰은 이미 그 움직임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섬광은 방어주문에 막혔다.
퍼퍼퍼펑!
그리고 충격파가 터지며 상대의 몸이 부서져서 날아갔다.
[크악……!]상대는 용족 언데드였다.
“마침 잘됐군요. 용족 언데드를 하나쯤 봉인해서 데려가려고 했는데…….”
파르웰은 그렇게 말하며 용족 몸의 반절만 남은 채 쓰러진 용족 언데드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 안쪽에 있던 적은 하나가 아니었다.
[제기랄, 죄인 놈들, 여기까지 더러운 발을 들이다니!]“죽여!”
단죄자들과 용족 언데드들이 달려든다.
모르드는 옆에서 뛰어드는 용족 언데드의 검을 가볍게 무릎으로 쳐올리고는 눈을 부릅떴다.
쾅!
중첩된 오러 전이 공격을 정타로 맞은 용족 언데드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열 명 정도 되는 적들을 전부 처리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놈들, 생체실험을 하고 있었던 건가?”
모르드가 아연해하며 중얼거렸다.
밀봉되어 있던 공간에 가득 차 있던, 농밀한 저주의 힘이 빠져 나가고 있는 이 공간에는 인간들과 용족들이 구속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언데드가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용족들이!
그들의 몰골은 끔찍했다.
팔다리가 잘린 이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잔혹한 일을 당했다는 게 보인다. 눈 뜨고 보기 힘든 상태였다.
쿠구구구구……!
공간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파르웰이 놀라서 바라보니 모르드의 분노가 일으키는 현상이었다. 파르웰은 모르드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모르드, 이 사람들은 허약해져 있어요. 이러면 부담이 될 겁니다.”
그 말에 모르드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
“전투에서 떨어진 안전한 장소가 필요하다.”
이 도시에서 적들과 끝장을 볼 생각이라면 구호의 문을 쓰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일행은 밀려드는 적들을 피해 이탈할 계획이라서, 이들을 전부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아투스의 보물고를 써야 했다.
“아투스의 보물고를 열 수 있는 공간이면 되겠군요. 알겠어요. 지도상으로…….”
파르웰은 탐지마법으로 적절한 장소를 찾아내었다. 불타버린 구획의 지하 공간이었다.
모르드와 파르웰은 빠르게 사람들의 구속을 풀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대신 공간왜곡장을 통해 지정한 지점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 * *
항구도시 가포는 태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처참하게 박살 났다.
단죄자들은 불타오르는 도시에 꾸역꾸역 증원병력을 밀어 넣었지만, 그 끔찍한 파괴를 벌인 적들은 어느 순간 홀연히 증발해 버렸다.
모르드 일행은 공간왜곡장을 통해서 지하로 집결한 뒤 유유히 빠져나옴으로써 그들을 닭 쫓던 개 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 * *
가포에서 180킬로미터 떨어진 산속의 협곡.
“하, 정말이지… 흑마법사들이 하는 짓은 단죄자가 되나 안 되나 똑같은 건가.”
케엘이 한숨을 푹 쉬었다.
모르드와 파르웰이 구출한, 끔찍한 생체실험을 당하고 있던 피해자들은 인간과 용족을 합쳐서 총 47명.
파르웰이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꼴에 단죄자라고 단죄자 상대로는 실험을 할 수 없으니 인간이나 용족 일부를 포로로 잡아서 실험체로 쓴 것 같습니다. 그냥 죽이나 실험체로 쓰다 죽이나 결과는 같다 이거겠죠.”
인간은 단죄자가 되고, 용족은 언데드가 되는 결말이다.
어쩌면 그 끔찍한 실험장을 지키고 있던 단죄자와 용족 언데드들 중에는 원래는 실험체 신세였던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좀 이상한 점이 있었거든요.”
“이상한 점?”
케엘의 물음에 파르웰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가설이라기에도 민망할 지경이라, 피해자들이랑 이야기를 해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이야기를 할 만큼 회복되는 사람이 나오길 기다려야겠어요.”
* * *
“이런 천인공노할 놈들……!”
김운산은 이를 악물었다. 경악과 분노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만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끔찍한 상태를 본 생존자들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들을 부탁한다.”
생존자들은 모르드 일행이 내준 의약품으로 정성껏 피해자들을 돌보았다.
모르드 일행은 산속에 존재하는 지하 공동을 찾아내어 그곳을 임시 은신처로 삼았다.
술법과 마법의 결계를 쳐서 완벽하게 은폐한 뒤, 지하공동을 피해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개조했다.
침대를 놓고, 욕조도 놓고, 간이 화장실도 설치했다.
또한 모르드는 대지 여신 멜티스로부터 받은 권능 ‘생명의 대지’를 펼쳐서 그들의 회복을 도왔다.
멜티스의 영향력이 단절되어서 권능의 효과는 크게 약화되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심신을 치유하는 데 대단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을 때, 파르웰이 밖으로 나가더니 먼 곳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정보 주소로 정보정령이 접근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속도가 너무 느렸다. 사람이 걷는 정도의 속도로, 그것도 굉장히 저공비행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파르웰은 그 이유를 간파했다.
“역시 신중하군요. 마음에 들어요.”
그는 빙긋 웃었다.
* * *
용족 마법사 김 아르센은 신중하게 주변을 살피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와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을, 고작 2미터 정도 높이로 정보정령이 날고 있는 중이었다. 일부러 자기 발로 따라가면서 속도를 늦춰서 정밀하게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정령을 그냥 날려 보낼 경우 아무리 마법으로 은신시킨다 해도 적들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 일이 중대하다고 판단했기에 아예 정보정령을 안내자 삼아서 직접 가고 있는 것이다.
“김 마법사,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다섯 명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반응이 가까워지고 있군요.”
김 아르센이 그렇게 대답했을 때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 앞에 한 사람이 홀연히 나타났다.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검은 머리칼의 청년 마법사, 파르웰이었다.
“누구냐!”
살기를 뿜어낸 것은 김 아르센이 아니라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용족 전사들이었다.
에리우처럼 머리 양옆으로 뿔이 난 고위 용족, 드래코니안 전사와 총술사가 각각 검과 총통을 겨누었다.
“당신들이 찾아오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그 마법사라고?”
김 아르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파르웰이 너무 젊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용족이나 엘프였다면 모르겠는데 이 정도로 젊은, 젊다 못해 아직 애송이티가 나는 청년이 그만한 실력자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그렇습니다. 그때의 그 마법사로군요.”
그렇게 말하는 파르웰의 목소리는 옆에서 들려온다.
다들 흠칫 놀라서 옆을 돌아보니 그곳에도 파르웰이 있었다.
아니, 그쪽만이 아니다. 어느새 사방이 수십 명의 파르웰에 의해 포위된 형국이었다.
‘환영? 하지만 전혀 분간이 안 가는데?’
김 아르센은 식은땀을 흘리며 일행 중 술법사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의 의미를 알아차린 술법사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술법사인 그도 이 환영을 구분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핍박하려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 정돈 보여드려야 실력을 믿을 것 같아서요.”
파르웰이 어깨를 으쓱하는 것과 동시에 환영들이 모두 꺼지듯이 사라지고, 맨 처음 나타난 하나만 남았다.
‘저것도 환영인가? 아니면…….’
하지만 김 아르센 일행은 하나 남은 파르웰이 실체인지 환영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귀인을 몰라뵙고 실례를 저질렀군. 혹시 성함을 알 수 있겠소?”
그때 김 아르센의 뒤쪽에 있던 인물이 정중하게 물었다.
얼굴에는 복면을 쓰고, 삿갓을 쓰고 있었는데 삿갓에 구멍이 뚫려서 나뭇가지처럼 복잡하게 뻗어 나간 뿔이 솟아 있었다.
“브레디아스의 혈손, 파르웰 네이어라고 합니다.”
“학문의 신 브레디아스의 혈손인가. 과연…….”
삿갓을 쓴 용족이 탄성을 흘리더니 물었다.
“혹시 우리에게 연락을 권한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소?”
“짐작하고 계실 텐데요? 우리는 단죄자의 적입니다.”
“손을 잡자는 것이오?”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요. 뭐,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일단 따라오세요. 여긴 너무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파르웰이 뒤돌아서 걷기 시작하자 김 아르센 일행은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삿갓을 쓴 용족이었다.
“가 보도록 하지.”
“하오나 전하.”
“우리를 해칠 생각이었으면 굳이 이런 방식을 쓰지 않았을 것 같아. 이미 위험을 감수하고 여기까지 왔잖아?”
파르웰을 대하던 때와 달리 수하들에게 말할 때는 말투가 가벼웠다.
어쨌든 그가 단호하게 말하자 다른 이들은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