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0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03화
“그럼 어디 일대일로 승부를 내볼까? 이걸 위해 살려둔 거였거든.”
두 번째 이유는, 달시의 사심이었다.
보기 드문 실력자를 만났으니 제대로 창술을 겨루어 쓰러뜨리고 싶다. 이 경험을 제대로 성장의 양분으로 삼고 싶다.
그런 욕망으로 우핌의 허점을 모르는 체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다.
평소였다면 자제했겠지만 파르웰의 요청도 있고, 적절한 타이밍에 모르드가 난입해 준 것이 좋은 핑곗거리가 되어주었다.
“그 오만에 감사하도록 하지, 늑대.”
우핌의 창끝이 느릿하게 돌았다.
순간, 들이마신 자의 폐를 태워 버릴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차갑게 식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달시와 우핌, 두 창술사가 대치하며 자아낸 극한의 긴장감이 그런 착각을 빚어내었다.
시간의 흐름조차 느려진 것 같은 그 공기 속에서 달시와 우핌의 눈이 차가운 살기로 서로를 관통했다.
움직임은 거의 동시였다.
투콱! 쾅!
창과 창이 얽히며 서로의 궤적을 가로막는다.
투파파파파파파!
현란한 창술이 공간을 너덜너덜하게 난도질한다.
“큭……!”
우핌은 이를 악물었다.
제자들과의 연계, 그리고 신족들의 권능 없이 붙어보니 조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투콱!
튕겨 나가는 창을 겨우 바로잡는다.
팍!
방어 사이를 유령처럼 통과해서 찔러온 창이 그의 옆구리에 베인 상처를 낸다.
‘피했는데?’
오러 블레이드가 뻗어 나오는 것까지 간파하고 피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맞았다.
‘간격이…….’
창만이 아니라 모든 무기를 든 자들끼리의 겨룸에서 간격을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내 공격이 닿을 것인가?
상대방의 공격이 내게 닿을 것인가?
어떻게 상대방을, 상대방의 공격이 닿지 않는 지점으로 밀어낸 다음 일방적으로 내 공격이 닿는 지점을 만들어낼 것인가?
그것이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간격을 재는 감각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곧 패배의 조짐이나 다름없다.
팟! 파파팟!
시간이 지날수록 달시의 창이 그의 몸에 내는 상처가 늘어난다.
그에 비해 그의 창은 점점 달시에게서 멀어진다. 처음에는 몸을 크게 움직여 그의 창격을 피해내던 달시가, 어느 순간부터는 어딜 찌를지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슬쩍 움직여 피하거나 거의 움직이지도 않은 채로 빗나가는 창을 보고 있다.
달시의 간격이, 그의 간격을 지배하고 있었다.
팍!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머리 가까운 곳에 맞은 것은 처음이다.
“큭……!”
우핌은 이를 악물고 발악하듯 연타를 날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대로 가면 패배의 수렁으로 굴러떨어질 뿐이다. 어떻게든 재정비를 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고른 선택지였지만…….
“아쉽네.”
그렇게 말하는 달시가, 그의 모든 공세를 뚫고 우핌에게 창을 찔러넣고 있었다.
푸확!
창끝에서 뿜어져 나온 오러 블레이드가 우핌의 심장을 관통하며 피가 흩뿌려졌다.
‘어떻게?’
그 과정은 우핌에게는 매우 기괴해 보였다.
달시가 내지른 창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오러가 뻗어 나올 것까지 계산해서 충분히 멀리 물러나면서 방어를 펼치기까지 했다.
그런데 달시는, 창을 내지른 자세 그대로 순간이동이라도 하듯이 접근해 왔다. 그리고 창에서 뻗어 나온 오러가 분명히 방어한 지점을 허상처럼 통과하며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오러는… 변형하지 않았는데?’
오러의 형태가 눈에 띄게 변화했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달시의 오러는 분명 일직선으로 뻗어왔는데, 어째서 자신의 방어를 관통한 것인가?
달시는 무릎을 꿇은 채로 자신을 노려보는 우핌의 시선에서 그런 의문을 읽었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해 주었다. 그런 친절함을 발휘한 것은 우핌과의 싸움이 그동안 부족했던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다.
“발가락이야.”
그녀가 창으로 발끝을 툭툭 치며 한 말만으로도 우핌은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일반적으로는 창을 내지른다는 동작이 끝난 상황에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 창을 회수하거나, 몸을 던지거나, 옆으로 휘두를 수는 있지만.
하지만 달시는 그런 상태에서 발가락으로 땅을 붙잡고, 그것만으로 한 번 더 가속해서 허점을 찔렀다.
“한 번 더 가속할 때 아주 약간, 정면에 있는 당신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약간만 창의 각도를 틀었지. 정확히 당신의 방어 사이를 통과하는 위치로.”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어 가며 바늘구멍조차 통과하는 정밀도를 연마해온 달시이기에 가능한 재주였다.
“그, 랬군…….”
우핌은 진심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격렬한 실전에서 그런 묘기를 부릴 수 있다니, 이런 상대라면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의식이 꺼져가는 걸 느끼며 말했다.
“대스승께서 너를 찾아갈 거다. 그분 앞에서 너는… 시험에 서게 되겠지…….”
“대스승?”
“이 눈으로, 볼 수 없어, 서 아쉽…….”
우핌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쓰러져 숨이 끊어졌다.
“…….”
앞으로 쓰러진 우핌의 몸이 저주의 재로 화해 흩어져가는 것을 보던 달시는 생각했다.
‘단죄자 중에 이만한 창술사를 키워낸 스승이 있고, 그는 제자를 쓰러뜨린 내게 복수를 하고자 나타날 거라는 뜻이겠지?’
달시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바라는 바였으니까.
쿠과과광……!
그때 대지가 진동했다.
달시는 몸이 튀어 오를 것 같은 흔들림을 가볍게 흘려 넘기고 훌쩍 뛰어올라 옆 건물 위에 올라섰다.
“아.”
2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건물들을 박살 내며 모르드와 적들이 싸우고 있었다.
‘그야말로 발버둥을 치고 있네.’
달시는 피식 웃었다.
* * *
달시를 상대하던 것은 네 명의 울투안 신족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가포에 있는 신족은 그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울투안 신족과는 볼 때마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쿠름 신족 두 명도 와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들을 따르는 반신들, 쿠름의 신혈들까지 합치면 수백 명에 달한다.
“조금이지만 그리울 정도군. 한자리에서 이만큼이나 많은 신족을 보게 되다니…….”
모르드가 중얼거렸다.
그의 발밑에서는 저주의 재가 흩어지는 한 명의 시신이 있었다. 울투안 신족이었다.
“괴물 같은 놈! 제길, 이런 놈이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쿠름 신족 남자가 이를 갈았다.
모르드가 달시의 전장에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울투안 신족 네 명 중 세 명이 죽고, 쿠름 신족 두 명 중에서도 한 명이 죽었다.
“하, 성역에서 수확자 하쿠룬을 죽였다더니… 그럴 만도 했군.”
그들에게 보호받는 아피롤 장군 또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모르드가 격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종종 그를 죽이려고 가하는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르테스의 혈손, 진짜 유능하긴 유능하다. 귀찮은데.’
모르드는 주변을 휘 둘러보며 생각했다.
아피롤은 아르테스의 신혈이 전장에서 지휘관으로서 얼마나 유능한 존재인지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호위가 모르드에게 당하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도망쳤고, 그 앞길을 달시가 가로막았지만 이미 주변의 병력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배치한 상태였다.
바닥과 벽을 뚫고 정확히 날아드는 마법과 화살 공격에 달시가 주춤하는 사이, 그는 아래층으로 몸을 던졌다.
달시는 즉시 쫓아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아피롤의 요청을 받고 집결한 아투안 신족들, 그리고 반신 우핌과 그 제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피롤은 달시를 그들에게 맡기고 도주하면서 혼란에 빠진 병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박살 나고 있는 가포 곳곳의 잔여 병력을 파악하고 모르드 일행의 공세에서 벗어난 곳으로 집결시킨 뒤에 발목을 잡으면서 반격에 나서게 한다.
그런 한편 일부 병력, 그중에서도 최정예 병력과 그들을 지원할 자신이 수족처럼 통제할 수 있는 영혼 없는 단죄자 병력을 배치했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병력들 입장에서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피롤이 지정한 곳에 가서 그가 하라는 일을 하면 모르드와 달시의 발목을 붙잡는 결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이런 능력을 가진 지휘관이 있었는데도… 결국은 단죄자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는 거군.’
모르드는 한숨을 참았다.
아피롤은 분명 생전에도 대단히 유능한 장수였을 것이다.
아르테스의 후예들이 다들 그렇긴 하겠지만, 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능력을 활용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꽈르릉… 꽈광!
그때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뇌격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천둥의 돌팔매!
그리고 붉은 뇌광을 휘감은 돌멩이가 아음속으로 날아들었다.
‘켈-타사의 신혈인가.’
예전에 싸운 쿠에사와 같은 신혈이었다. 전투적인 측면에서는 실로 무서운 권능을 가진 존재다.
게다가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용족 언데드 술법사들이 모습을 감춘 채 환술을 펼쳐서 모르드의 시야를 어그러뜨리고 있다.
‘판단이 빠르다.’
그리고 누군가 아피롤에게 달려가고 있다. 모르드는 분명 아피롤이 이 상황에서도 탈출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저 인물이 탈출을 위한 열쇠일 거라고 판단했다.
그의 몸이 빛으로 화했다.
“어?”
권능으로 날고 있던 켈-타사의 신혈이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모르드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꽈아아앙!
허를 찌른 일권이 그의 머리통을 날려 버린다.
그리고 모르드가 양손을 펼쳤다.
-천공 부수기!
평소와는 전혀 다른 동작으로 양손의 손가락을 펼친다.
-투신의 열 손가락!
대공자 알렌 베르나스가 만들어낸 고도의 기술을 자기식으로 개량하여 양손으로 펼친다.
열 줄기로 나뉜 극초음속의 섬광이 적들을 덮쳤다.
콰과과과광……!
열 줄기로 나뉜 만큼 위력은 떨어진다. 표적이 된 이들 중 죽은 이들은 한 명뿐이다.
그러나 모르드의 의도는 애당초 그들의 발목을 붙잡는 것뿐이었다.
“이 자식!”
울투안의 반신 중 하나가 모르드의 의도를 눈치채고 뒤에서 뛰어들었다. 그 순간에도 모르드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것에서 매우 뛰어난 전사임을 알 수 있었다.
모르드는 그가 뒤에서 달려들건 말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 넓은 등을 향해 창을 내지른 전사는, 곧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줌의 광야(廣野)!
갑자기 창이 닿은 공간이 어마어마하게 확장되며 모르드와 그의 거리가 수백 미터 이상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모르드는 그사이에 아피롤의 주변을 지키는 이들이 장난감 병정이라도 되는 것처럼 쳐서 날려 버리면서 다가간다.
“이런 괴물 같으니! 하지만 네 뜻대로 되진 않는다, 영혼 강탈자!”
아피롤은 오싹한 공포를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그런 그의 손을 붙잡은 단죄자가 권능을 발한다.
-내일의 여행길!
여행의 신 에르닉.
천공신 아리타의 아들로 태어난 그 신의 후예들은 드물게 공간을 다루는 권능을 타고난다. 공간왜곡장을 통해 장거리를 한순간에 이동하는 권능이 발현되었다.
“에르닉의 신혈이었나.”
모르드는 공간왜곡장이 펼쳐지는 것을 보며 손을 뻗었다.
“일단 작별이다. 잠시만 기다려라. 일대의 모든 병력을 집결시켜 네놈들을 붙잡아줄 테니!”
아피롤은 그 손이 닿기 전에 공간을 이동하게 될 거라고 확신하여 미소를 지었지만…….
-하늘의 손아귀!
모르드가 천공신의 권능을 펼쳐서 그 현상을 취소시켜 버렸다.
“어……?”
순간 아피롤의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꽈광!
그리고 바로 옆에서 폭음이 울렸다. 아피롤이 반사적으로 옆을 바라보자, 머리를 잃은 시체가 된 에르닉의 신혈 출신 단죄자가 쓰러지고 있었다.
“…….”
그리고 아피롤 앞에 모르드의 거구가 섰다.
“생전의 당신도 분명 그 유능함을 십분 발휘하여 단죄자들과 싸웠겠지. 아르테스는 분명 당신을 용서해 줄 거다. 만약 내게 해줄 만한 이야기가 떠오른다면, 아르테스에게 나와의 만남을 청하도록.”
“잠……!”
아피롤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모르드는 들어주지 않았다.
폭음이 울렸고, 아피롤의 몸이 박살 나서 날아가 버렸다.
“똑똑한 머리가 없어졌으니, 이제 좀 편하겠군.”
모르드는 흩날리는 저주의 재 속에서 단죄자들을 돌아보았다.
단죄자들은 그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영혼 강탈자… 그게 진짜였다니…….”
특히 다른 이들보다 고도로 발달한 칠감을 지닌 신족들은 공포로 몸이 떨리고 있었다.
죽은 단죄자의 영혼이 모르드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을 분명히 인지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좀 긴 잠 정도로 인식했던 자들이, 다시금 진정한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알게 되었다. 두려움으로 손발이 떨리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너희들만이라도 처리하고 가야겠군. 지금까지 신족이라고 많이 으스대면서 살았을 테니 특별 대접해 주는 게 억울하진 않겠지.”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그들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