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8)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98화
-백룡노호!
적진 한복판에서 극초음속의 냉기 파동이 폭발했다.
크게 기울어지는 주시자 군주 위에서 미끄러지던 적들이 그대로 얼음덩어리로 화한다.
그중에는 신통봉쇄자도 네 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막아!”
-신통 봉쇄!
그리고 다시금 신통봉쇄가 란팔로제의 용신통을 옭아맨다.
그새 단죄자들이 추가적으로 신통봉쇄자를 투입, 무려 40명에 달하는 신통봉쇄자들이 란팔로제에게 능력을 집중한 것이다.
이쯤 되자 지금의 란팔로제조차도 용신통이 봉쇄되어 버리는 걸 느꼈다.
‘하, 꽤나 결단력이 뛰어나군. 한 번에 신통봉쇄자를 이 정도로 많이 추가 투입해 버리다니?’
하지만 신통봉쇄자를 늘리는 것은 단죄자들도 대가를 치러야 하는 선택이다.
신통봉쇄자가 된 아군, 정확히는 자아가 흐릿한 단죄자들은 그것 말고는 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신통봉쇄자가 늘어나는 만큼 그전까지 마법을 쓰던 인원이 빠져나가는 것이니 화력과 대응력이 줄어든다.
“자! 그 잘난 용신통도 이제 좀 쓰기 빡빡해진 모양인데 어쩔 텐가!”
단죄자들이 으스대며 날아들었다.
투아앙!
주시자를 타고 날아드는 그들은 공중을 자유롭게 비행하며 란팔로제를 덮쳤다.
퍼퍼퍼퍼퍼펑!
때로는 강습해서 공격을 가하고, 때로는 마법으로 일제사격을 가한다.
용신통이 봉쇄된 란팔로제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음……!”
용신통이 아닌 이능과 오러를 써서 막아내지만, 그 이상을 할 수가 없다. 그녀가 있는 곳은 적진 한복판이었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이리 튕기고 저리 튕기며 궁지에 몰린다.
하지만 란팔로제도 혼자가 아니다.
-천불총통(銃筒) 일제사격!
-파산총통(破山銃筒) 발사!
-처형의 빛 4중주!
해상의 전함에 탑승해 있는 총술사들, 그리고 마법사들이 하늘을 향해 공격을 퍼부어 란팔로제를 지원했다.
-광갑무장(光甲武將) 초래(招來)!
술법사들이 비장의 부적을 불태워 강력한 환요를 불러냈다.
빛으로 이루어진 갑옷을 입고 육중한 창을 휘두르는 귀신과 거대하고 특이한 색깔을 자랑하는 짐승의 형상을 한 요괴들이 날아올라 적들을 덮친다.
그 혼란을 틈타 란팔로제는 적들을 뚫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긴 것처럼 으스대는 꼬락서니가 우습지도 않구나.”
“흥! 허세를 떨어 봤자다!”
“허세라.”
추격해오는 단죄자들 앞에서, 란팔로제의 손이 푸른 빛을 발한다.
-춤추는 겨울!
갑자기 강렬한 설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부적을 믿고 있었던 거냐?”
단죄자들을 태운 주시자는 날짐승이다. 당연히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면 비행 능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죄자들은 전원이 마법을 쓴다.
바람을 제어하는 마법으로 란팔로제가 일으킨 설풍에 대응했다.
[아니, 아니다. 저건 설마……!]용족 언데드들의 반응은 달랐다.
그들은 단죄자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직접 술법을 쓰다니!]다른 술법사가 만든 부적으로 술법을 발동시킨 게 아니다.
부적을 매개로 삼아서 란팔로제 자신이 직접 술법을 썼다!
[신성을 거기까지 회복했단 말인가?]단죄자의 군세에서 그 의미를 아는 것은 용족 언데드, 그중에서도 술법사로서 과거의 지식을 공부해온 자들뿐이었다.
* * *
인류의 신성 완성자, 신족.
그리고 고대 엘프를 비롯한 정령 신화 세계관의 신성 완성자들.
이들에게 있어서 마법은 그 지식을 접하기만 하면 익힐 수 있는,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의 무기였다.
하지만 용족은 그런 권리를 누릴 수 없다.
용족 중에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는, 어디까지나 본래 마법사였던 존재가 용족화 시술을 통해 용족이 되었을 경우로 한정되었다.
대신 용족에게는 술법이 있었다.
인간에게도, 엘프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용족만의 힘!
용족의 신성 완성자들은 ‘표준 술법’이라 불리는, 마법으로 치면 레퍼런스 주문에 해당하는 술법들을 쉽게 습득할 수 있었다.
그것은 신족의 레퍼런스 주문 습득과 마찬가지로 구조적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세계 파편으로 본질을 일정 수준 이상까지 복원한 란팔로제는, 어지간한 술법사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고등한 술법조차 쓸 수 있었다.
-빙룡출동(氷龍出動)!
몸길이가 30미터도 넘는 거대한 얼음의 용 다섯 마리가 나타나서 적들에게 날아들었다.
사아아아아!
그들이 입을 벌리자 한기파동이 쏟아져 나온다.
[부적도 없이 이만한 술법을 연발하다니!]용족 언데드들이 경악했다.
즉석에서 구현할 수 있는 화력과 규모 면에서 술법은 마법보다 현저히 뒤떨어진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적이 필요했다.
하지만 란팔로제는 부적을 쓰지 않았다. 맞춤 제작된 부적은커녕 범용 부적조차 없이 막강한 위력의 술법을 구현한다.
‘성미에 맞는 짓은 아니지만.’
란팔로제는 내심 혀를 찼다.
그녀는 술법 사용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자신의 본질에 가까운 빙설계 술법의 경우는 부적 없이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그랬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력한 용신통 놔두고 굳이 술법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단죄자들 상대로는 대단히 유용한 대응 수단이었다.
“이 무능한 술법사 놈들! 뭘 하는 거냐!”
[제기랄! 네놈들이야말로 마법 놔두고 뭐 하는 거냐! 화력전이라면 네놈들 전문이 아닌가!]단죄자들은 상정한 것을 훨씬 능가하는 란팔로제의 활약에 흔들렸다.
그리고 용족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됐다.’
란팔로제의 공세와 맞물린 용족의 지원 사격이, 그녀에게 필요한 전술목표를 달성했다.
신통봉쇄자의 숫자가 30명 미만으로 떨어지는 순간, 그녀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부적을 꺼내 들었다.
그녀가 만든 부적이 아니라 뛰어난 술법사가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한 부적이었다.
술법을 발동시키자 부적이 화르륵 불타올라 재로 화한다.
-신통합일(神通合一)!
그리고 란팔로제가 용신통과 술법을 하나로 융합시켰다.
-겨울의 용군단!
그녀의 용신통과 융합된 대술법이 펼쳐졌다.
콰아아아아아!
폭음이 울리며 거센 광풍이 그 자리를 휩쓸었다.
[저, 저거저거……!]용족 언데드들이 경악해서 하늘 위를 손가락질했다.
거대한 얼음의 용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가 아니었다.
수백에 달하는 얼음의 용들이, 군단을 이루어 단죄자들의 함대 위로 떨어져 내린다.
콰아아아아아!
선두의 얼음용이 바다 위에 떨어지는 것이 시작이었다.
연달아 냉기 파동이 폭발하고, 무수한 얼음 조각이 흩날리면서 단죄자들의 배를 덮쳤다.
콰광! 콰과과과광……!
용들이 해상에 도달할 때마다 커다란 얼음 파편들이 아음속으로 흩날리며 단죄자들의 배를 부순다. 단죄자들을, 언데드들을 때린다.
막는다 해도 소용없다.
그 위로 더욱 자잘한 얼음 파편들이 날아와 달라붙고, 강렬한 한기 파동이 날아들면서 그들을 얼음기둥으로 바꿔 버렸으니까.
콰콰콰콰콰콰콰……!
해상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영역을 얼려 버리는 그 장관을 굽어보며 란팔로제가 허공을 박찼다.
아군의 화력 지원이 가해지는 동안 다시 적진을 이탈해서 육지로 되돌아간다.
“란팔로제에에에에에!”
그런 그녀에게 몸이 반쯤 얼어붙은 단죄자 남자 하나가 격노해서 날아들었다.
강대한 잿빛 권능의 기류를 휘감고 창을 든 그 남자는, 신혈 개방 4단계에 도달한 란슬리시아의 신혈이었다.
란팔로제가 실소했다.
“아아, 이제는 네 이름을 기억하느니라. 단죄자 후온이여, 오랜만에 보는구나. 내 손에 죽은 후로도 한 번 더 죽었다고 들었으니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면 세 번째겠구나.”
그리고 그녀의 손에 죽은 지 채 한 달도 안 된 상대이기도 했다.
“그냥 보내주진 않겠다!”
이탈하는 란팔로제를, 무시무시한 기세로 추격한 그가 창을 뻗는다.
초진동 오러를 휘감은 창이 초음속으로 란팔로제를 찔러 갔지만…….
-백룡의(白龍衣) 풀어내기!
그것이 란팔로제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그녀를 휘감고 있던 극한의 기류가 풀려나오며 그를 막아섰으니까.
그리고 일순간 멈춰 버린 그에게 란팔로제가 허공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이대로 박살 내버리고 싶지만… 그럼 또 보게 되겠지.”
투쾅!
그녀는 신룡아를 휘둘러 후온의 다리를 후려쳤다.
“크, 윽……!”
후온도 호락호락한 전사가 아니었다.
얼어붙은 다리가 터져 나가는 것을 감수하며 창을 내질렀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내지른 카운터!
실로 눈부신 기술이라 란팔로제도 피할 길이 없었다.
파아아아!
그러나 창끝에서 타오르는 오러가 란팔로제의 어깨를 꿰뚫기 직전, 한줄기 검광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아니?!’
경악하는 후온 앞에 누군가가 홀연히 나타났다.
‘축지? 아니, 아니다. 이건 설마……!’
검은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 그리고 검푸른 두 개의 뿔을 가진 서글서글한 인상의 아름다운 여자.
등 뒤로 작은 두 장의 날개가 나 있고 꼬리가 달린 그녀는 용족의 최상위 계급인 드래코니안이었다.
‘무신경의 기예! 하르그티온 예림인가? 북쪽의 결계 영역에 있어야 할 이 빌어먹을 죄인이 어째서 여기에……!’
후온의 생각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투앙!
드래코니안 여전사, 하르그티온 예림이 오른손에 든 화려한 색감으로 도깨비가 그려진 둥근 방패로 후온의 얼굴을 후려갈겼기 때문이다.
“란팔로제 님의 존체를 해하려 한 죄, 천 번 죽여 마땅하나…….”
하르그티온 예림의 왼손에 들린 푸른 고리자루큰칼이 질주했다.
파학! 팍!
한순간에 후온의 양팔이 잘려 나간다.
“…네 죄를 용서하마, 영혼마저 능욕당한 가련한 자여.”
얼어붙은 채로 피를 흩뿌리며 추락하는 후온을 보며 란팔로제가 말했다.
“후온이여, 영광으로 여겨라.”
그녀가 또 다른 부적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작은 부적이 아니다. 두루마리를 펼치니 란팔로제보다도 훨씬 커다란 종이에 빼곡히 글자와 그림이 채워져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앞서 쓴 부적과 달리 그녀의 술법을 보조하기 위한 부적이 아니다.
그 자체로 고차원적인 술법이 비장된, 사용자인 란팔로제는 어디까지나 마력을 공급하고 신통을 합일시키는 역할만을 하도록 제작된 부적들이었다.
“황명(皇命)에 의해 너는 봉인 대상으로 지정되었으니.”
-신통합일!
란팔로제의 용신통이 부적의 술법과 융합되었다.
-영원의 얼음뇌옥!
대술법사가 란팔로제 전용으로 제작한 봉인술법이 펼쳐졌다.
빛을 머금은 무수한 얼음 조각이 모여들어 후온에게 달라붙었다.
“……!”
후온은 공포에 질려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그의 몸은 뼛속까지 얼어붙었고, 양팔은 잘려 나갔으며, 다리는 부서졌다.
푹!
무엇보다 그 자리에는 하르그티온 예림이 있었다.
후온이 마투술로 뭔가를 시도하려는 순간, 그녀의 공격이 그를 꿰뚫어 저항의 여지를 분쇄해 버렸다.
‘안 돼……!’
결국 후온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봉인 술법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퉁……!
한 변이 5미터에 달하는 얼음상자가 해상으로 떨어졌다.
바다도 하얗게 얼어붙은 상태였기에 한 번 튀어 올랐다가 구르는 것을 하르그티온 예림이 날아들어서 염동력으로 붙잡는다.
그녀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봉인 관리자들이 비명을 지르겠군요.”
“기쁨의 비명이었으면 좋겠구나.”
란팔로제가 농담으로 응수했다.
온누리 제국은 이미 강력한 단죄자들이 죽여도 부활해서 다시 투입되는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책을 준비했다.
죽일 수 없는 상대를 봉인해 버리는 것은 신화부터 애용되어온 수법이다.
물론 그것은 만능의 해결책이 아니었다.
적을 봉인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그 봉인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으니까.
일단 적들에게 공격받아서 탈취당하면 안 되니 그 위치가 비밀스럽고, 설령 공격받더라도 지켜낼 수 있는 전략시설에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계속 관리해야 한다.
즉 단죄자의 부활을 막기 위해 봉인하는 방법에는 그만한 인력과 비용이 소모되는 것이다.
온누리 제국 입장에서는 아무나 봉인해서 그 부담을 늘릴 수가 없다. 강적으로 인정받은 존재에 한해서만 황명으로 봉인 허락이 떨어진다.
하르그티온 예림이 공손하게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놈들의 추가 병력이 올 때까지 좀 쉬십시오. 봉인은 제가 처리해 두겠습니다.”
“그래야겠구나. 맡기겠다.”
란팔로제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눈이라도 한바탕 쏟아져 주면 좋겠군.”
계절은 여름이었다. 그녀가 하얗게 얼린 바다 또한 오늘이 지나가기 전에 녹아버릴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단죄자들의 군세가 밀려와, 똑같은 일이 반복되리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왔듯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되리라.
저 지긋지긋한 파도 소리가 멈추지 않는 것처럼.
“후우.”
란팔로제는 슬프고 두려운 현실이 가져다주는 피로감에 얼굴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