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07)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07화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곧 메시지 주문으로 소리 없는 대화를 이었다.
케엘이 말했다.
그런 대화를 나눈 뒤 모르드가 엑슬러의 신상 앞으로 나섰다.
엑슬러, 란슬리시아, 메크나 세 신이 신상에 임해 있는 상황이지만 가장 처음에 만나서 축복과 과업을 내려준 엑슬러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었다.
엑슬러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 란슬리시아가 이렇게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실행해 버릴 줄이야. 정말이지 너희들은 보면 볼수록 놀랍구나. 너희들 일행에 성자만 세 명이 되다니… 게다가 한 명은 두 신의 성자가 아닌가?]지목받은 파르웰이 빙긋 웃었다.
두 신의 성자라는 사실은 신들 입장에서도 꽤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 존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화에도 흔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르드가 말했다.
“구해온 영혼들을 해방시키고자 합니다.”
[알겠다.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구나. 서둔이여, 부탁한다.]“예.”
서둔이 신상 앞으로 걸어와서 무릎 꿇고 기도를 올렸다.
신관의 그릇을 빌린 엑슬러의 존재가 보다 크고 뚜렷해진다.
[나날이 그릇이 강해지고 있군.]엑슬러는 감탄했다.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서둔의 그릇이 훨씬 더 강해진 것이 느껴진다.
종언의 신성을 개방한 모르드는 서둔을 통해 영혼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었다.
모두들 흐릿한 빛의 실루엣으로 보였지만 단 한 명, 쿠에사만은 생전의 모습과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모르드, 나의 동료였던 주술사 야소비다를 조심해라. 그의 영혼이 다시 수확자의 품으로 돌아갔으니, 다시 부활하여 나보다 더 강력한 짝을 찾아서 그대를 노릴 것이다.]“충고 새겨두겠다.”
[다시 한번 감사한다. 종언의 영웅이여, 이 저주받은 세상의 새로운 새벽을 밝히는 빛이 되어라.]쿠에사는 씩 웃으며 떠나갔다.
모든 영혼이 떠나가자 엑슬러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나의 자손 또한 자유로워졌는가.]이번에 구해낸 단죄자의 영혼 중에는 엑슬러의 신혈도 한 명 있었다.
[나의 자손도.]란슬리시아의 자손은 두 명.
[나의 자손도 있었지.]메크나의 자손도 두 명.
[하, 이렇게 인연이 닿는군.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되었어.]그리고 또 하나의 신상이 빛을 발하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엾은 내 핏줄들을 구해준 것에 감사를 표하마, 종언의 신명을 추구하는 자여.]활의 신 에소우였다.
이번에 구한 영혼 중에는 그의 신혈이 세 명 있었다.
[그렇군. 나 또한 내 후예를 구해준 것에 감사한다.]뿐만 아니다. 방패의 신 크라기스의 후손도 한 명 있었다.
단죄자의 영혼을 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눈부신 업적이다.
하지만 신들에게 있어서는 자신들이 현세에 관여할 만한 명분이 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단죄자가 되어버린 신혈의 영혼을 구해낸 것은 충분한 명분이 되어주었다.
에소우가 말했다.
[무엇이든 포상을 내리고 싶군.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우리가 마음대로 주는 것보다는 그대들이 바라는 것을 주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바라는 것이 있는가?] [잠깐 기다려라.]엑슬러가 눈살을 찌푸리며 에소우의 말을 끊었다.
[아직 내가 이야기하던 중이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나의 종 서둔이 힘들어하니, 일단 내 이야기를 끝내야겠다.] [음…….]에소우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실 신으로서의 위세는 에소우가 엑슬러보다 드높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곧 그는 불쾌감을 거두었다.
[…지금까지 워낙 답답하게 지켜만 보던 시간이 길어서 실수했군, 사과하겠다.] [사과를 받아들이지.]엑슬러도 선선히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엑슬러의 위세가 등등하군.’
모르드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부분은 신이나 인간이나 다를 게 없다.
‘우리 입장에선 좋은 일이지.’
이것이 모르드 일행과 함께하는 서둔에 대한 총애와 투자로 이어진다면 그의 면을 세워준 보람이 넘칠 것이다.
엑슬러가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네게 성자가 되라고 말하고 싶고, 놀랍게도 그게 가능한 상황이지만…….]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쓴웃음을 짓는 것 같았다.
영혼 구하기는 신들이 내린 과업을 뛰어넘은 경이로운 업적이었다.
교세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엑슬러 입장에서는 모르드를 성자로 임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엑슬러 입장에서는 모르드가 성자가 되어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것보다는 너희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는 것이 더 우선일 것 같구나.]그러나 엑슬러는 그런 욕망을 억누르고 다른 선택을 했다.
“감사합니다.”
모르드는 그런 엑슬러의 선택에 감사를 표했다.
“저희는 정보를 원합니다. 일단은 이 옛 호데인 왕국령에 있는 것들에 대한…….”
모르드는 생존자와 세계 파편에 대한 정보를 원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향할 지역에 있는 신전들도.
[이만한 공을 세우고 나서 원하는 게 이런 것들이라니.] [감탄스럽군. 아니, 존경스러울 정도야.] [내가 현세에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는 못 했으리라.]모르드의 요구사항은 앞으로의 계획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지금까지 세운 공로는 시작일 뿐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만족하고 말 포상보다는 더 큰 공을 세우기 위해서, 나아가 세상을 구하기 위한 정보를 받아가겠다!’
그런 의지가 담긴 요구에 신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걸 다 알려준다 해도 줄 수 있는 게 많이 남는다. 일단은 정보를 알려주지.]신들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따라서 세상 모든 일을 다 알지는 못한다.
그들이 아는 것은 자신과 연관된 것들뿐이다.
엑슬러를 예로 들면 자신의 혈손이나 신관, 신앙을 가진 자가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
자신의 징표나 관련된 물건이 있는, 신전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
도끼를 쓰는 전사 혹은 나무꾼이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면, 도끼가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까지도.
신들이 세상을 굽어살피는 방식은, 그런 조건에 해당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세상이 이렇게 된 후로는 신들이 알 수 있는 일이 훨씬 적어졌다.
하지만 세상이 멸망해가는 지금, 그들은 과거보다 훨씬 열린 태도를 보였다.
자신이 모르는 일이라면 다른 신에게 물어봐서라도 알아낸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다섯 명의 신은 모르드가 정보를 요구할 때마다 서로가 아는 정보를 교환했고,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천상에서 연결될 수 있는 다른 신에게 부탁해서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어주었다.
그리하여 신들은 옛 호데인 왕국령에 남아 있는 생존자 그룹 세 개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세계 파편이 있을 신화의 흔적 다섯 개도 알려주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알고 있던 나머지는 단죄자 놈들의 손에 넘어갔다.]“그러고 보니 놈들은 세계 파편으로 뭘 합니까?”
[획득하는 족족 수확자에게 모으고 있다. 모두 세계를 망가뜨리는 데 쓰고 있지.]“일관성 하나는 확실한 놈들이군요.”
투덜거리는 모르드에게 엑슬러가 말했다.
[동쪽으로 가면 옛 코문 왕국령이, 북쪽으로 가면 옛 아르판 제국령이 나온다.]아르판 제국은 신화가 끝나고 현세 초기에 동대륙에서 꽤 잘나갔던 국가였다. 얼어붙은 북방에서 시작하여 대륙 중부까지를 점령하며 그 위세를 떨쳤고, 스스로 제국이라 칭했다.
하지만 세독마에서는 전성기가 끝난 지 오래된 국가였다.
땅덩이가 넓긴 하지만 서대륙의 북방처럼 사람이 살기에는 가혹한 동토라서 인구가 그리 많지 않고, 그들이 점령했던 영토도 상당수 다른 국가에게 빼앗겨 쇠락해 버린 국가.
얼마나 쇠락했느냐 하면 제국을 자처하면서도 북방의 마경과 인접한 국경을 사수하기 위해 다른 국가의 병력 지원을 받고 있을 정도였다.
“그럼 아르판으로 가야겠군요.”
[굳이 그러는 이유가 있느냐?]“신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을 곳이기 때문입니다. 아닙니까?”
[그렇긴 하다. 놈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은 것들도 많지.]서대륙의 북방과 마찬가지다.
땅덩이는 넓고, 인구 밀도는 낮으니 당연한 현실이었다.
단죄자들이 신화의 흔적을 찾아내는 과정 또한 인간 시절의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할 것인데, 아르판 제국령에 존재하는 신화의 흔적은 많은데 그것에 대해 알거나 관계된 인간은 적다.
게다가 아르판 제국의 북쪽에도 마경이 존재했었기에 더더욱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예상하겠지만, 생존자는 그만큼 적다. 땅 넓이에 비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적지.]“있긴 있다는 거군요. 그리고 아마 놈들이 찾아내지 못한 신전들도 꽤 많을 것 같습니다만.”
서대륙의 북방도 그랬다. 워낙 광활하고 척박한 땅이다 보니 생각도 못 한 곳에 신을 섬기기 위해 만들어진 제단이나 신전들이 있었다.
[네 추측이 옳다.]“북상해서 아르판으로 갈 경우, 가장 가까이 위치한 당신의 신전을 알려주십시오. 여러분이 모두 모여계신 전쟁신의 신전이면 더 좋겠습니다.”
[알겠다.]엑슬러는 모르드가 원하는 정보를 주었다.
뒤에서 듣고 있던 파르웰이 곧바로 지도에 그 위치를 표기하고 있었다.
[듣고 싶은 건 다 들은 것 같구나. 나머지는 어떻게 하겠느냐?]“축복으로 주십시오.”
[알겠다.]엑슬러가 축복을 내렸다.
메크나와 란슬리시아, 에소우와 크라기스 또한 일행에게 축복을 내렸다.
정보를 우선시해서 받았기에,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진 축복은 강력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만큼이라도 전력을 강화하는 게 절실했다.
[다음의 만남을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겠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에소우가 일행에게 은근한 기대감을 담아 물었다.
[…혹시 너희들 중에 궁사는 없느냐? 활이 주력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부무장으로 전장에서 쓰기만 하는 이라도 좋다.]일행은 살짝 당혹감을 느끼며 눈빛을 교환했다.
리온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없습니다.”
[…….]“진짜로 없어요…….”
[그래……. 알겠다.]에소우는 시무룩해져서 떠나갔다.
* * *
수확자 하쿠룬은 눈을 떴다.
잿빛 소용돌이가 그를 휘감고 있었다. 하쿠룬이 눈짓하자 마치 눈을 마주치고 뜻을 받들기라도 하듯 잿빛 소용돌이가 서서히 낮아지며 흩어져 간다.
겉으로 보기에 그의 모습은 다른 단죄자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남대륙의 흑인 출신 단죄자였기에 피부가 잿빛을 띠고 있었고, 머리는 박박 밀고 거기에 붉은 문신을 그려 넣었다. 눈동자는 황금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모르드가 그를 보았다면 놀랐을 것이다.
그가 품은 신성은, 정확히는 단죄자의 저주에 오염된 신성은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수확자 하쿠룬은 신화의 신족이었다.
남대륙의 패권을 다투던 세 개의 제국 중 하나, 쿠름 제국의 황족.
물론 그 과거는 지금의 그에게는 부끄러운 죄인의 삶이었을 뿐이다.
그는 올바른 세계의 의지에 선택받은 존재로서, 이 세계의 죄악을 수확하는 데 전념할 뿐이다.
“…그렇게 된 거였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의 앞에는 한 단죄자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만약 모르드가 천천히 고개를 드는 단죄자의 얼굴을 보았다면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단죄자는 카리안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부와 머리칼, 눈동자는 단죄자의 그것으로 변해버리긴 했지만.
“용족 놈들이 보낸 게 아니라 서쪽 땅에서 온 놈들이었나. 과연 그쪽도 만만치 않군. 신화가 끝난 지 한참 지난 시대의 잡것들 중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놈들이 있었을 줄이야.”
하쿠룬은 기가 막히다는 듯 웃었다.
카리안의 얼굴을 한 단죄자는, 본래는 팔성 아켈리와 함께 동대륙에 온 카리안 클론이었다.
단죄자들과의 전투 중 사망한 그는 단죄자로 되살아났고, 단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공급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것은 카리안도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
카리안 클론은 언데드로 되살려내거나, 저주로 잠식해서 다른 존재로 변질시키는 것에 대해 철저한 대책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단죄자로의 전생은 그런 카리안의 방비마저 무력화시키는, 상상을 초월한 변화였던 것이다.
“대충 알아야 할 것들은 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빼먹었나. 아, 별거 아닌 정보였으면 대충 뭉개고 넘어갔을 텐데 왜 이렇게 중요한 정보인 건데?”
하쿠룬은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수확자가 단죄자들에게서 정보를 알아내는 과정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받아들여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 키워드를 정해서 질문을 던지고, 상대로 하여금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 다음 통째로 공유받는 방식이었다. 그래야만 필요로 하는 정보를 명확히 골라서 공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확자끼리 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 또한 날것을 그대로 공유하는 게 아니다.
수확자의 능력으로 정보체를 만들어낸 다음 그들끼리의 정보 네트워크에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 정보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인간이 자료를 만드는 것처럼 수확자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내야 했다.
“일 좀 그만하고 싶다. 놀고 싶다…….”
하쿠룬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을 중얼거리다가 눈을 부릅떴다.
“내 업무를 늘려준 서대륙 놈들, 반드시 전생시켜서 내 밑에서 업무과다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