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68)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68화
제291장 로텐다르
페세이타의 앞에서 물러날 것을 허락받는 순간, 주변 풍경이 변화했다.
여전히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이었으나 페세이타의 모습은 사라지고 조금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만이 아니라 대신관장 와르더 또한 그곳에 있었다.
[상황이 급하게 됐다.]모르드는 페세이타가 알려준 상황을 모두에게 설명해 주었다.
모두의 표정이 변했다.
[최고속도로 돌아간다.]아래쪽에 거대한 형체가 나타났다.
전장 130미터에 달하는, 통째로 진은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고래상어.
이마에 마치 유니콘처럼 크고 뾰족한 뿔이 솟아난 로텐다르였다.
“…….”
모르드는 자신의 의식이 로텐다르와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인간과 언어로 대화 가능한 지성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로텐다르는 분명히 자아를 가졌다. 그것은 로텐다르를 통제하고 그 기능을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같은 역할을 하리라.
[모두 타라.]지금의 모르드는 로텐다르와의 연결을 통해서 외부에서도 어느 정도 그 기능을 통제할 수 있었다.
로텐다르의 옆 지느러미 위로 윤곽이 나타나더니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동료들이 하나씩 오르기 시작하자 모르드가 와르더를 보며 물었다.
[대신관장께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성역에 남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저희와 함께 돌아가시겠습니까?] [물론 돌아가서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위대한 배를 타도 괜찮겠습니까?]와르더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로텐다르에 못 박혀 있었다.
페세이타의 종이며, 세레스의 신혈인 그로서는 이 배에 타는 것 자체가 지고한 영광이었다. 자신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물론입니다. 어서 타십시오.] [아, 알겠습니다!]와르더는 황송한 기색으로 로텐다르에 올랐다.
모르드는 즉시 제어실로 향했다.
본래 어둠이 내려앉아 있던 공간에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조명이 켜졌다.
지난번에 본 기억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벽면이 유선형을 그리는, 마치 고래상어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새하얀 공간이었다.
벽면을 따라서 책상으로 쓸 수 있는 공간과 의자들이 여럿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의자들 역시 전부 벽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져서 새하얬다.
공간의 중심부에는 크고 편안해 보이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으며, 그 뒤쪽에는 투명하고 커다란 기둥 형태의 신성로(神性爐)가 있었다.
동료들이 벽면을 따라 앉고, 모르드가 신성로 앞의 함장 의자에 앉았다.
‘간다.’
모르드가 정신을 집중하자 그의 신성과 로텐다르의 신성로가 공명한다.
투명한 기둥 속을 신성한 은색의 불길이 채우고 일렁거렸으며, 거대한 진은 고래상어의 심장이 힘차게 맥동하며 선체가 진동했다.
두근! 두근! 두근!
로텐다르가 울부짖으며 눈을 떴다.
우우우우우우……!
그리고 제어실의 벽이 변화한다.
매끈한 하얀 벽이 투명해지며 바깥의 풍경을 고스란히 비추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벽이 사라지고 바다가 펼쳐진 것 같은 생생한 영상이었다.
그러나 실제와는 달랐다.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은 빛이 없는 심해였으나, 벽에 비춰지는 풍경은 마치 조명이 존재하는 것처럼 짙푸르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사람 쪽팔리게 만들지 마라, 로텐다르.’
모르드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명령했다.
“로텐다르, 발진!”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로텐다르는 그 명령에 응했다.
우우우우우우……!
고래와 달리 고래상어는 울부짖지 않는다. 그러나 로텐다르는 고래상어의 모습을 본뜬 배였지 고래상어가 아니었다.
신화에 바다의 여신의 사도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던 이 배는 거대한 포효를 내지르며, 오랜 침묵을 깨고 본연의 기능을 발휘했다.
130미터의 거체가 수직으로 일어난다.
‘내부는 중력제어도 되는 건가?’
그 과정에서 모르드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수직으로 일어났음에도 내부는 땅에 고정된 것처럼 방향이 유지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로텐다르가 위를 향해 부상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와르더가 신음했다.
그는 세레스의 신혈로서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해저에서 배를 많이 다뤄봤으며, 칠감을 통해 배의 움직임을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로텐다르가 불과 몇 초 만에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가속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와르더가 아는 그 어떤 배도 해저에서 이렇게 가속할 수 없었다.
‘하, 과연 신들의 결전병기답군!’
모르드는 흥분을 금치 못했다.
21세기 지구의 원자력 잠수함들조차 우습게 느껴질 정도의 가속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원자력 잠수함의 최고 속도도 시속 35노트, 그러니까 시속 65킬로미터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지구의 그 어떤 잠수함도 이렇게 수직으로 고속 부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심지어 이런 급가속 중에도 내부에는 아무런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속하고 있었다.
채 30초도 지나기 전에 로텐다르의 속도가 시속 200킬로미터를 돌파해서 300킬로미터를 향해 나아갔다.
아무리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이라고 해도 수심 15,000미터 정도였다. 이 속도라면 해수면에 도달하기까지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으리라.
“성능 테스트는 가면서 해야겠군. 모두 집중해라. 이 배는 탑승자에 따라서 그 전투능력이 크게 바뀌는 것 같으니까.”
모르드는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로텐다르의 정보를 하나하나 파악해 나가며 날카롭게 웃었다.
대군주 백경의 선장, 단죄자 리케인은 눈을 떴다.
오싹.
전신의 솜털이 모조리 곤두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지?’
무언가 거대한 존재가 일어나는 것 같은 환영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그 존재가 바다의 여신 페세이타라는 사실을, 동쪽의 그녀와 서쪽의 그녀가 하나로 돌아가며 그 의념이 온 바다에 퍼져 나갔음을 알 수 없었다.
대신 그는 다른 것을 파악했다.
“…뭔가가 오고 있군.”
칠감이 속삭이고 있었다.
무시해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고.
부선장 골파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뭘 감지하신 겁니까?]“우리에게 위협이 될 무언가. 아마 배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칠감이 반응하진 않을 것 같군. 마치 남대륙으로 가는 항로에서 제메로의 유령선이 다가왔을 때하고 비슷한 기분이야.”
[유령선이라면, 우리 같은 겁니까?]“음?”
[언데드 선원들로 가득했을 텐데 우리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리케인은 순간 설득될 뻔했다.
“…아니, 아니지! 우리는 언데드만 있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백경은 살아 있고!”
[그럼 그 유령선이란 건 언데드만 가득한 게 맞았나 보군요.]“그랬었지.”
[언데드들만 그득그득한 배라니,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동쪽 바다의 유령선은 전설이었어. 폭풍우가 치는 날 밤에만 나타나서 산 자들의 배를 잡아먹고 선원을 보충한다는 전설이었지.”
그 배의 선장과 선원들은 오래전, 지금은 멸망한 고대 왕국의 보물을 갖고 도망쳤다가 영원히 저주받은 자들이었다고 한다.
즉 그들의 본거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대의 보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뱃사람들의 로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하는 전설이다.
[실제로는 어땠습니까?]“반은 사실이고, 반은 허황된 이야기였지.”
[그랬군요. 진실이란 언제나 맥 빠지는 법이죠.]“뭘 모르는 소리를 하는군. 절반이 사실이라는 건 아주 대단한 거야. 전설이란 건 알맹이가 아예 없는 경우가 더 많거든.”
리케인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웃었다.
유령선은 고대 왕국의 도망자들이 맞았다. 왕국의 보물을 갖고 도망치는 바람에 저주받은 자들도 맞았고.
하지만 그들의 본거지에 산더미 같은 보물 따윈 없었다.
“그들이 가진 보물은 저주받은 유령선의 핵이었지. 왕국 시조의 진은 왕관이더라고. 그곳에 있는 건 수많은 배들의 잔해와 더 오래된 존재가 남긴 유산으로 통하는 문이었는데 그건 놈들도 오랜 세월 동안 열고 싶어 했지만 열지 못했더군.”
그들은 왕국에서 도망쳐서 저주받은 게 아니라, 그 보물 때문에 저주받은 존재들이었다.
죽어서도 해방될 수 없으며, 끝없이 산 자들을 납치하여 지옥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형벌 속에서 존재하는 자들.
[호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골파는 점점 리케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갔다. 그만이 아니라 다른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리케인은 단죄자가 되기 전의 부하들과 함께 있을 때를 제외하면 옛일을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옛일을 꺼낼 때면, 그것은 모두를 두근거리게 하는 모험 가득한 이야기였다.
“정말 위험한 놈들이었지. 폭풍우 치는 밤은 놈들의 영역이었거든. 몰아치는 비바람조차 녀석들의 편이었기에, 우리 함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리케인의 함대 절반이 침몰하고, 살아남은 자들도 동쪽의 대양 한복판에 위치한 비밀의 섬에 표류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곳이 유령선의 본거지였지. 그들은 낮에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어둠이 내리깔린 지하에서만 활동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놈들과 밤과 낮에 따른 숨바꼭질을 했다.”
낮에는 탐색했고, 밤에는 숨어서 도망 다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답을 찾고 말았다.
“답은 놈들이 열고자 하는, 오래된 존재가 남긴 유산으로 통하는 문에 있었어. 그 문을 열기 위한 수수께끼를 푸는 단서는 섬 곳곳에 감춰져 있었는데 놈들은 다들 죽은 자라 그랬는지 혹은 어리석어서 그랬는지 모든 단서를 봤으면서도 그 의미를 알아내지 못했지.”
리케인 일행은 그 단서를 풀어서, 적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낮에 그 비밀의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그 문은 장대한 해저동굴로 이어져 있었으며, 고대의 신성한 존재가 남긴 축복의 힘이 감춰져 있었다.
“우리는 그 축복의 힘으로, 유령선의 저주를 풀어주었다.”
[예? 왜 적에게 그런 은혜를…….]“그게 정답이었거든. 저주를 풀어서 그들의 영혼을 해방시켜 주는 것만이 우리가 살아서 그곳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어.”
당시의 리케인 일행에게 유령선 일당과 정면으로 싸워 이길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리케인은 유령선 일당을 축복하여 그들을 오래된 형벌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저주받은 자들에게 사로잡혀 고통받던 가엾은 영혼들도 해방시켜 주었고, 그들이 쓰던 배도 얻었고, 산더미 같은 보물은 없었지만 그럭저럭 돈 될 만한 것들도 있었지.”
그리고 무엇보다 유령선의 실체를 확인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전해오던 전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리케인이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그리고 많은 뱃사람들에게 새로운 전설로 퍼져 나간 자랑스러운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길어졌군.”
리케인은 겸연쩍은 듯 턱을 쓰다듬고는 말했다.
“아무튼 경계태세를 유지하도록 해. 사방팔방에 바다군주들을 흩뿌려놨으니 위험한 게 다가오면 곧바로 알게 되겠지만…….”
그리고 채 30분도 안 지났을 때였다.
[급보입니다!]언데드 수하가 다급히 날아왔다.
리케인은 왠지 싸한 예감을 느끼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서쪽에서 갑자기 거대한 배가 나타나 아군을 학살하고 있습니다!]“거대한 배? 해상의 이야기는 아닐 테고…….”
[바다군주보다 더 크며, 고래상어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온통 영롱한 은빛 광택을 흘리고 있다고…….]“…….”
리케인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보고가 의미하는 바는…….
“…설마 통째로 진은으로 만들어지기라도 했다는 거냐? 용족 놈들의 거북이들처럼? 아, 그건 진은이 아니고 구름철이었지만 아무튼.”
[죄송합니다. 그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흠. 이놈들에게도 뭔가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는 뜻이군. 우리 중에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은 납득이 안 되긴 하지만…….”
단죄자 세력에는 지속적으로 바다의 백성들이 언데드가 되어 합류해왔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왕족이나 왕들도 있었다. 따라서 어지간한 정보는 물론, 기밀로 분류되는 정보도 상당히 파악한 상태였다.
“게다가 그런 걸 가졌으면서 왜 지난번 공세에 투입하지 않고 다 깨진 지금에서야 투입하는 거지?”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골파의 말에 리케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이유?”
[예를 들면 일정한 수가 희생된 후에야 기동할 수 있었다거나… 그런 조건이 있을 수도 있지 않았겠습니까?]“흠. 그건 일리가 있군. 확실히 왕국이나 종족이 확실한 궁지에 몰려야만 기동 가능한 신화의 병기일 수도 있겠어.”
신화적 기준으로도, 마법적 기준으로도 납득이 가는 가설이었다.
실제로는 정답과 거리가 멀었지만, 이들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이건 아직 확실하지 않은 정보이긴 합니다만…….]부하가 곧바로 보고를 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리케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일단 말해봐.”
[그게 실은…….]보고를 들은 리케인은 머리를 감싸 쥐고 말았다.
“…하필이면 그쪽이라고? 이런 제기랄, 이동한다! 구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