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69)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69화
파르웰은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케엘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 역시 한계에 가까워져 있었다.
파르웰이 대마법사 오베이언과 싸우는 동안 그 외의 모든 것을 상대했고, 그러면서 계속 아군이 도망치도록 돕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파르웰은 이를 악물었다.
오베이언과 마법전을 벌이는 동안 파르웰은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적어도 해저 전투에 있어서는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성장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강해지는 것은 파르웰만이 아니었다.
오베이언도 강해지고 있었다.
파르웰만큼 괴물 같은 학습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더라도, 그 역시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자.
부족했던 대마법사와의 마법전 경험이 누적되면서, 급격하게 최적화가 진행되었다. 파르웰의 주문 운용을 훔쳐내고, 그의 학습 경향을 파악한 뒤 카운터를 준비한다.
시간이 갈수록 파르웰은 점점 질식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남은 패가 하나는 있으니 다행이군.’
힘을 아낄 여유는 전혀 없었다.
마법사로서의 능력만으로는 부족해서 에테르 스톤을 물 쓰듯이 쓰고, 물약을 배가 불러서 다 못 마실 정도로 마셔대고, 아티팩트와 마법 아이템의 능력도 펑펑 써버렸다.
거기에 성자로서 부여받은 권능까지 써버렸음에도 완전히 막다른 길에 몰려 버렸다. 잠수정은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잠수정을 조종하는 세레스의 신혈과 인어족들은 눈을 까뒤집고 혼절해 있었다.
배의 운용에 도움을 받기는커녕, 배와 승무원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파르웰에게는 비장의 패가 딱 하나 남은 상황이었다.
‘…여기까지 아껴둔 게 바보짓이 아니어서 다행이었군.’
세계 파편의 힘이었다.
최후까지 아껴두고 있던, 그 폭발적인 힘을 끌어내어 포위망을 돌파한다.
파르웰이 그렇게 결심했을 때였다.
[음?]오베이언이 의아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뭐가 이렇게 빠르게……?]처음에는 속임수인가 싶었지만, 파르웰은 그가 진심으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뭐지?’
그리고 그 역시 너덜너덜한 잠수함 너머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펑……!
먼 곳에서 폭음이 울렸다.
퍼퍼퍼퍼퍼펑……!
연속적으로 울려 퍼지는 폭음이 해저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통신기를 통해서, 너무나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르드의 목소리였다.
빛이 닿을 때마다 영롱한 광택을 흩뿌리는 진은의 거체가 바닷속을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다.
130미터에 달하는 로텐다르의 거체가 어둠으로 가득한 심해를 시속 3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광경은 그 자체로 불가해한 경이였다.
뿐만 아니었다.
[말도 안 돼!]오베이언은 경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로텐다르가 5킬로미터 거리까지 접근해 온 시점에서, 오베이언은 바다군주들을 돌격시켜 저지하고자 시도했다.
바다군주들은 바닷속에서 비상식적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100미터에 이르는 거체이면서도 그보다 훨씬 작은 고래보다 몇 배는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것이다.
특수한 해저 기동 능력을 가진 바다의 백성이 아니고서는 그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바다군주보다 더 거대한 로텐다르가, 마치 훨씬 작고 재빠른 존재처럼 움직였다.
상대 거리가 100미터에 도달하는 순간, 그 거체가 옆으로 살짝 뒤틀리는 것 같더니 거의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튀어 올랐다.
그리고 바다군주가 미처 몸을 돌리기도 전에 그 뒤를 잡고 입을 벌렸다.
어둠 속에서 폭음이 울렸다.
기포가 끓어오르는 가운데, 초고압 수류 공격이 바다군주의 몸을 양쪽에서 붙잡고 걸레 짜듯 비틀었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임이 봉쇄된 바다군주에게 돌격한 로텐다르가 그 몸을 들이받는다.
로텐다르가 안에 누군가를 태운 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로텐다르의 몸에서 은색의 섬광이 일어난다.
뿔로부터 뻗어 나간 빛이 거대한 칼날의 형상을 취하며 적에게 충돌했다.
콰아아앙!
그 일격으로 바다군주의 거체를 두 동강 내며 지나갔다.
잠수함끼리의 일전으로 치면, 수압과 관성을 무시하는 비현실적인 기동으로 뒤를 잡더니 돌격해서 상대방을 두 동강 내버리고 지나간 격이다.
그렇다면 부딪친 쪽도 무사할 리가 없어야 했지만…….
우우우우우!
로텐다르는 멀쩡하게 포효하며 다시금 궤도를 틀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바다군주가 속수무책으로 두 동강 나버렸다.
[저, 저런 괴물이 어디서?]오베이언 입장에서는 머릿속이 새하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인어족 대마법사로서 200년을 살아오면서 온갖 해저의 비밀을 알아온 그였다.
누구보다도 해저의 신비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이해했기에 오히려 로텐다르의 존재를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쿠르르르……!
그리고 로텐다르의 주변에서 기포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오베이언은 순간 거품폭뢰인가 생각했다. 거품폭뢰는 대군주 백경의 전용 무기가 아니라 해저에서는 꽤 일반적인 공격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것은 무수한 물의 정령들이었으며…….
-정령 융합!
바람의 정령과 융합한 모습이기도 하였다.
세데아가 소환한 두 정령들이 융합하였고…….
-주문융합! 폭풍정령의 군단!
거기에 8서클 주문 ‘폭풍정령의 군단’이 융합되자 기포의 형태를 띤 정령들이, 거품폭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속으로 날아들었다.
퍼퍼퍼퍼퍼펑……!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단죄자들의 언데드들과 괴물들이 일제히 쓸려 나갔다.
오베이언 또한 그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파르웰을 몰아넣느라 심력과 마력을 크게 소모한 그는, 로텐다르가 발하는 무시무시한 화력 앞에서 그저 방어하며 버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사이 로텐다르가 파르웰이 있는 잠수정으로 위로 다가갔다.
로텐다르의 배가 열리며 잠수정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케엘도 그 틈을 타서 함께 로텐다르 안으로 들어왔다.
“푸아, 진짜 뒈지는 줄 알았네.”
정령화를 해제한 그가 물 위로 고개를 내밀며 투덜거렸다.
촤아아아아…….
그리고 물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케엘과 잠수정을 수납하면서 함께 밀려 들어온 바닷물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겨우 살았군요.”
비행주문으로 잠수정에서 나온 파르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지난번에 한 추측이 맞는 것 같습니다. 공간왜곡장이 적용되어 있군요. 아무래도 여기가 통째로 아공간 창고 취급인 모양이에요.”
기본적으로 배라는 것은 공간이 넉넉할 수가 없다. 잠수함이면 그런 제약이 몇 배로 심했다.
그런데 로텐다르는 내부 공간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넉넉했다.
이 격납고만 해도 그렇다. 온통 금속으로 만들어진 데다 물이 차오르면 빼낼 수 있는, 이 세계의 기술력과는 동떨어진 구조였으며 구획 너머에는 또 다른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파르웰이 대충 가늠해 보니 격납고의 모든 구획을 합치면 로텐다르의 선체보다도 몇 배는 더 클 것 같았다.
‘하긴 이쯤은 해줘야 신화에 태초의 삼신격의 사도로 오해될 정도의 결전병기답긴 하지.’
고개를 끄덕이는 그에게 케엘이 뭔가를 던져주었다.
회복 물약이었다.
“일단 마셔. 뇌가 퍼석퍼석해진 기분일 거 아냐.”
케엘은 이미 회복 물약과 마력 회복 물약을 한 병씩 원샷한 후였다.
“그렇네요.”
파르웰도 회복 물약을 단번에 들이켜고는 입을 슥 닦을 때였다.
격납고의 한쪽 문이 열리며 달시가 나타났다.
“둘 다 멀쩡하네. 다행이야.”
“페세이타를 배알한 겁니까?”
“성공했지. 그건 이야기가 엄청 길어질 테니 나중에 모르드한테 들어. 들을 이야기가 아주 많을 거야.”
달시는 씩 웃고는 손짓했다.
“얼른 가자. 둘 다 할 일이 많아.”
“…아니, 우린 당장 쓰러져서 잠부터 자고 싶은데?”
“그리고 잠수정에 인어족 여러분들이 세 분 계십니다. 셋 다 혼절해 있어요.”
파르웰의 말에 달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걱정하지 마. 이분이 돌봐주실 거야.”
달시의 뒤쪽에는 신관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물방울에 하반신을 담근 와르더가 있었다.
“가자. 지친 건 아는데 받을 건 받고 나서 자든가 해.”
로텐다르의 내부는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격납고와 이어진 통로를 조금 걷다 보니 위쪽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모르드가 엘리베이터라고 인식했을 뿐, 실제로는 마법의 원반을 형성해서 탑승자를 위로 올려주는 원통형 시설이었지만.
그렇게 3층으로 올라오자 파르웰과 케엘도 기억하고 있는 통로가 나왔다.
곧 그들은 제어실에 도착했고…….
“세데아, 좌측을 몰아쳐라.”
“네!”
벽이 생생하게 해저의 풍경을 비추는 가운데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동료들을 발견했다.
“과연.”
파르웰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로텐다르는 이런 식으로 제어되는 것이었군요.”
그는 한눈에 제어실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함장석에 앉은 모르드의 신성과 신성로가 공명하며 로텐다르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제어실에 승무원으로서 앉은 이들 전부가 로텐다르에 힘을 더하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모두가 로텐다르의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었다.
‘근데 라그나스까지 의자에 저러고 앉아 있으니 좀 귀여운데.’
라그나스도 승무원석에 앉아서 은색의 불길이 넘실거리는 수정구 같은 조종 장치에 앞발을 얹고 있었다. 집중한 표정이 매우 근엄하고 진지해서 오히려 더 귀여웠다.
“에리우!”
모르드가 외친다.
동시에 에리우의 눈에 새파란 빛이 스쳐 갔다.
-백룡노호!
용신통이 발동하며, 로텐다르 위로 거대한 백룡의 환영이 일어나 울부짖는다.
파아아아아아!
극초음속의 냉기 파동이 심해를 휩쓸었다.
적들이 퍼부은 마법과 이능, 권능의 공세가 모조리 얼음덩어리로 화한다.
심해에 형성된 거대한 빙괴 속에서, 로텐다르가 그 모든 것이 허상에 불과하기라도 한 것처럼 뛰쳐나갔다.
콰광……!
그리고 로텐다르의 뿔로부터 뻗어 나간 빛의 칼날이 또 하나의 바다군주를 꿰뚫어서 박살 냈다.
“바다군주는 전부 침묵한 것 같습니다! 반경 10킬로미터 안에는 또 다른 개체가 없습니다.”
정령으로 주변을 살핀 니스카가 말했다.
그것을 본 파르웰이 기가 막히다는 듯 웃었다.
“마법과 정령술까지 이 배의 기능으로 공유되는 건가?”
“왔군, 파르웰, 케엘.”
그때 완전히 로텐다르의 시스템에 몰입했던 모르드가 약간 그 연결을 느슨하게 하며 파르웰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이걸 받아둬.”
모르드는 에리우가 받아온 돌로 된 묵직한 병을 두 사람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그 병에는 각각 파르웰과 케엘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케엘이 물었다.
“이건 뭐야?”
“페세이타께서 주신 축복이다. 에리우가 너희들이 못 왔다면서 자기가 받을 몫을 대신해서 받아왔지.”
케엘과 파르웰은 놀라서 에리우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을 느낀 에리우는 그들을 돌아보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뭔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을 척 세워 보였다.
“풋.”
케엘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에리우가 이런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대충 모르드 흉내를 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고마워.”
케엘은 에리우에게 돌병을 들어 보이며 인사하고는 밀봉된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단번에 들이켰다.
파아아아아아아!
눈부신 빛이 일었다.
‘와, 이거…….’
다른 신들이 축복을 딸려 보냈을 때와는 다르다.
이것은 넥타르다.
그러나 그들이 마셔온 넥타르와는 달랐다. 서둔이 성역에서 마신 것처럼, 심해의 축복이 듬뿍 담긴 넥타르였다.
그 안에 농축된 힘은 지금의 케엘과 파르웰에게도 크나큰 힘이 되었다.
“…아, 젠장. 조금 전까지 너무 고생해서 너희들 싸우는 동안 발 뻗고 씻으려고 했더니 그럴 수도 없게 됐잖아?”
케엘이 머리를 긁적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페세이타의 넥타르를 마심으로써 강화된 것은 물론이고, 당장 쓰러져 자고 싶었던 컨디션이 최상으로 회복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서 뜨고 있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이래서야 침대에 눕는다 한들 잠들 수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바다의 백성들처럼 물속에서 숨 쉬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까지 생겼네.’
페세이타는 다른 동료들이 시련을 통과하면서 얻은 능력도 잊지 않고 추가해 주었던 것이다.
파르웰이 피식 웃으며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전 처음부터 놀 생각이 없었는데요. 이런 멋진 경험을 다른 사람만 하게 두고 저는 가서 잔다니, 어떻게 그럽니까?”
“배신자. 자기만 성실한 척하다니.”
“전 늘 성실하다고요.”
“퍽이나… 라고 하면 안 되겠군. 그렇긴 하지.”
파르웰을 흘겨보던 케엘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저 말을 농담으로 넘기기에는 파르웰이 지나치게 성실했던 것이다. 저렇게 심각한 일 중독자로 살게 내버려 둬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케엘은 입을 다물고 파르웰의 옆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의 정신이 로텐다르와 연결되면서, 그들은 새삼 놀라고 말았다.
‘각자의 신성과 마력이 로텐다르와 연동되는 것은 물론이고 권능과 마법, 정령술까지도 로텐다르의 기능으로 발휘할 수 있다.’
로텐다르는 단순한 병기라는 기준으로 보면 낙제점을 받을 물건일지도 몰랐다.
탑승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그리고 승무원의 구성이 어떠냐에 따라서 전투능력이 큰 폭으로 달라졌으니까.
물론 누가 타더라도 기본적인 기능은 발휘되며, 로텐다르 자체적인 전투기능들도 다수 존재한다. 심지어 그 전투기능에는 마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만약 파르웰과 케엘, 두 사람만 모르드와 함께 탄다고 하더라도 그 기본 기능만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격차가 나타나리라.
‘과연 신화의 결전병기군. 아마 지고병기 푸른 거북 호도 비슷하겠지.’
파르웰은 그리 생각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로텐다르의 무지막지한 화력이 적들을 개미 떼를 커다란 빗자루로 쓸어버리듯이 손쉽게 풍비박산 내고 있는 사이, 그는 그 사이에 모습을 감춘 한 명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의 그는 심신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복된 데다가 로텐다르에 의해 색적 능력과 마력이 크게 증폭되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손쉽게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거기 있었군요.”
파르웰이 날카롭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