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72)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72화
쿠과광… 콰과광……!
심해가 정신없이 요동친다.
폭발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로텐다르를 두들겨대고 있었다.
로텐다르는 때로는 적들이 따라올 수 없는 고속 기동으로, 때로는 공간왜곡장을 펼쳐서 달아나면서 적들의 숫자를 줄여나가지만 갈수록 몰리고 있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압도적인 숫자의 대군을 입체적으로, 정교한 설계 위에서 운용하는 리케인의 지휘능력이 로텐다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었다.
“현재 심도는… 1,700미터.”
모르드가 중얼거렸다.
심도 1,000미터 지점에서 시작된 전투는, 진행될수록 깊은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양쪽 다 전투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광활한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로텐다르는 130미터의 거체로 초고속 기동을 하기 위해서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좁은 공간, 복잡한 해저지형에서는 그 기동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는다.
백경은 800미터의 초거체인 데다 수만에 달하는 군세까지 따르고 있으니, 그 모든 것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장을 장애물 없는 대양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었다.
둘 다 이동속도가 빠른 데다가, 급격히 심도를 높여서 수압이 변화해도 문제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금 무리해야겠군.”
로텐다르가 밀리는 상황에는 모르드가 뱃사람이 아니라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아무리 로텐다르가 뛰어난 성능을 가졌고, 모르드가 세레스의 성자로서 그 기능을 파악하고 다룰 수 있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이해도와 숙련도 문제였다.
하지만 뱃사람은 아니라 해도, 모르드에게는 뱃사람이 갖지 못한 능력이 있었다.
“간다, 달시.”
“그래.”
달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의식이 로텐다르의 시스템에서 교차했다.
-질풍의 세계!
상대시간가속이 발동하며 로텐다르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으로 가속한다.
적들이 예상한 궤적을 몇 박자 앞서 통과하며 순식간에 화망을 빠져나간다.
빠져나갔다는 사실 자체는 리케인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의 함대는 몰아넣었다 뚫리고, 다시 몰아넣었다 뚫리기를 반복하며 착실하게 로텐다르를 궁지로 몰고 있었으니까.
리케인을 흠칫하게 만든 것은 달시의 권능이었다.
“비라스의 권능까지?”
상대시간을 가속하는 권능은 매우 희귀한 권능이다.
온 세상을 모험하며 식견을 넓혀온 리케인이지만, 저 권능을 보는 순간 강물과 흐름의 신 비라스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시공간을 전부 다룬다니… 과연 페세이타의 사도로 이름날 만도 하군.”
하지만 리케인은 놀랐을지언정 주눅 들지 않았다.
“그러나 공간은 그토록 자유자재로 갖고 놀 수 없다고 해도, 시간은 우리도 어느 정도 갖고 놀 줄 안다.”
백경의 승무원으로 일하는 단죄자 중에는 비라스의 신혈도 있었기 때문이다.
-격류의 시간!
뿐만 아니다. 영혼 없는 단죄자들 일부가 그 신성을 공유받아서 사용한다.
수십 명의 단죄자가 일제히 상대시간 가속을 발하자 백경의 움직임이 3할 가까이 빨라졌다. 저 거대한 존재의 상대시간을 그만큼이나 가속시키는 것은 실로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모르드가 침음했다.
“비라스의 신혈도 있었나.”
“우리가 더 빨라!”
달시가 외쳤다.
상대시간 가속의 권능은 그녀의 것이 훨씬 더 강했다.
저쪽이 1.3배 정도로 가속하는 동안 이쪽은 2배 이상으로 가속하고 있었다.
해저에서 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단번에 화망을 빠져나간 로텐다르가 급속도로 궤도를 틀어서 적들의 위쪽을 점했다.
-소르아의 권세!
그리고 로텐다르에 비장된 무기 중 하나가 발사된다.
소용돌이의 신 소르아의 권능이 담긴 공격.
은색의 빛방울 하나가 적들 사이로 투하되었고…….
콰아아아아아!
한순간에 격렬한 소용돌이가 되어 적들을 집어삼켰다.
리케인이 경악했다.
“백경이 끌려간다고?”
그 소용돌이가 너무 강해서 백경조차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쿠구구궁……!
함내가 흔들리는 가운데, 리케인은 두 발을 굳건히 바닥에 붙이고 선 채로 지시를 내렸다.
“버텨! 끌려 들어가면 안 된다! 버티면서 마안과 숨통포로 놈들을 쳐! 어떻게든 놈들이 큰 공격을 할 여유를 줘서는 안 된다!”
지름 1킬로미터가 넘는 초대형 소용돌이 앞에서는 대형 전투함이나 바다군주도 버티지 못하고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들은 소용돌이의 막대한 압력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었지만 괴물들과 언데드들은 그 속에서 산산이 갈려 나가고 있었다.
오직 로텐다르만이 홀로 자유로웠다.
소르아의 권능이 깃든 전술무기는 다른 권능 공격이 그렇듯 광범위한 공격이면서도 아군과 적군을 구분했던 것이다.
퍼엉… 퍼어어어엉!
유유히 머리 위를 내달리는 로텐다르를 향해 백경이 공격을 퍼부었다.
해저전투용 마법이나 거품폭뢰는 따라잡지 못하지만 마안 공격은 음속에 근접한 로텐다르조차 포착한다.
로텐다르는 파르웰의 방어주문을 이용, 유연하게 그 공격을 받아넘기며 선회했지만…….
콰아아아아아!
백경의 머리 위에 달린, 고래의 분수공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잿빛의 섬광에 직격당하고 말았다.
‘수중에서 분수공으로 이런 짓을 해?’
모르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래였다면 해수면에 올라갔을 때 숨을 내쉬며 물을 분수처럼 뿜어내는 기관이다. 하지만 백경에게는 강맹한 공격을 퍼붓기 위한 포문(砲門)이었던 것이다.
그 일격이 로텐다르를 쳐서 멀찍이 튕겨내었다.
하지만 모르드는 이대로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하늘의 손아귀!
튕겨 나가던 방향에 공간왜곡장을 전개, 한순간에 백경의 앞에 나타난다.
뒤를 잡고 싶었지만 그 방향에는 소용돌이에 휩쓸린 적들이 너무 많아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시금 130미터의 뿔 달린 고래상어와 800미터의 뿔 달린 고래가 서로를 마주한다.
“…그래, 예상했다. 이 형국이면 여기로 올 수밖에 없겠지.”
리케인은 그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날카롭게 미소 지었다.
잠시뿐이겠지만 그가 쥐고 있던 압도적인 수적 우위가 사라지며 백경과 로텐다르의 일대일 결투상황이 되었다.
[마안, 장전분 전부 일제 사격!]부선장 골파가 외쳤다.
지금까지는 양쪽 눈을 번갈아 가며 한 발씩 쏘고, 재장전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마안에 비축된 에너지를 모두 연발로 갈긴다.
이렇게 되면 마안이 과열되어서 재충전 속도가 매우 느려지지만, 리케인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퍼버버버버벙……!
그 위력은 궁극주문 열 발이 동시에 작렬하는 것과 필적한다.
파르웰이 이를 악물었다.
“제엔, 장……!”
겹겹이 둘러친 방어결계가 모조리 날아가 버리고 로텐다르의 방어막이 깎여 나간다.
로텐다르가 버티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간다.
그리고 그사이 백경의 거대한 첨탑 같은 뿔이 요동치며 불길한 잿빛의 기류를 발하기 시작했다.
“여유 부리면서 쏘게 놔둘 줄 알고?”
그것을 본 케엘이 나섰다.
“솔테티!”
태양정령 솔테티가 소환되어 돌격했다.
[윌로타!]빛의 신화정령 윌로타가 솔테티에게 달라붙는다.
-정령융합!
두 신화정령이 융합되며 태양처럼 눈부신 빛이 심해의 어둠을 불태웠다.
“쳐!”
광화(光化)하여 순식간에 파고든 솔테티가 울부짖으며 백경의 뿔을 후려갈겼다.
콰아아아아앙!
빛이 폭발하며 백경의 거대한 몸이 휘청거렸다.
“썩을! 이 심해에서 이게 무슨!”
진동이 너무 심해서 리케인조차 의자를 붙잡아야 했다.
둥둥 떠 있는 게 기본인 골파 같은 언데드는 상관없었지만 단죄자 선원들은 죄다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그사이 자세를 바로잡은 로텐다르가 입을 벌렸다. 그 속에서 은색의 불길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인지한 리케인이 외쳤다.
“쏴!”
[하, 하지만 아직 23%밖에…….]“닥치고 그냥 쏘라니까! 아니, 내가 쏜다!”
부하들이 우왕좌왕하자 리케인이 정신을 집중했다. 세레스 신족의 권능은 그것만으로도 백경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발사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단죄포(斷罪砲) 발사!”
백경의 뿔에서 거대한 잿빛의 선이 뻗어 나갔다.
“해신(海神)의 진노(眞怒), 발사!”
거의 동시에 로텐다르의 입에서 강맹한 은색의 불길이 뻗어 나갔다.
세계로부터 비롯된 신성한 힘과, 세계를 오염시켜 파괴하는 저주의 힘이 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아!
폭음이 해저를 뒤흔든다. 심해의 어둠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일순간 세상이 두 가지 색상으로 나뉜 것 같았다.
신성한 은빛과 저주의 잿빛으로.
로텐다르가 반동으로 뒤로 밀려난다. 꼬리를 고정시키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로텐다르보다 월등히 큰 백경도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리케인이 욕설을 내뱉었다.
대군주 백경의 결전병기 단죄포.
그 위력은 천지를 진동시킬 정도였지만, 준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불과 23% 출력으로 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로텐다르의 결전병기, 해신의 진노는 최대출력으로 쏘아졌다.
조금씩 단죄포가 밀려났고, 그것은 크나큰 문제를 발생시켰다.
쿠구구구궁……!
로텐다르가 발생시킨 소용돌이 앞에서 버티던 백경이, 소용돌이에 밀려 들어가 버렸다는 것이다.
[단죄포가… 어긋납니다!]골파가 비명처럼 외쳤다.
소용돌이가 백경을 붙잡고 흔들어대면서 단죄포의 발사 각도가 엉뚱하게 틀어져 버렸다.
정면대결할 때도 조금씩 밀리고 있는 상황인데 각도가 틀어져 버렸다면?
콰아아아아앙!
해신의 진노가 그대로 백경을 강타했다.
다행이라면 정면으로 맞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자세가 무너진 상황이라 왼쪽 아래를 맞았다.
[좌현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아래쪽 구획… 침묵! 응답 없습니다!]“…어처구니없는 파괴력이군! 격벽을 내려서 침수구역을 폐쇄해!”
가장 강대한 성채조차 초라하게 만드는 백경의 방어막이 모조리 뚫리고, 그 단단하고 두꺼운 거죽조차 관통당했다.
구멍이 뚫린 것은 물론이고 그 궤적에 휘말린 함내 시설과 선원들이 모조리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아프겠지? 울부짖어라, 백경!”
리케인이 이를 갈며 외쳤다.
강대한 권능이 솟구치며 백경과 그를 공명시킨다.
오오, 오오오오오오……!
백경이 소용돌이 속에서 몸을 세우며 울부짖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소르아의 권세를 힘으로 찢었어?”
리온이 신음했다.
아직도 3분은 더 지속되어야 했던 해저 대소용돌이가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백경의 눈이 흉흉하게 타오른다.
“바다의 걸작, 로텐다르여!”
마안 공격은 아니었다. 과부하가 걸린 마안 발사구가 아직 진정되지 않아서 장전이 느릿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네 강함, 네 아름다움! 모두 인정하지.”
리케인과 공명하여 그의 눈빛이 백경의 눈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배는 백경이다. 증명해 주마!”
백경의 전신 여기저기가 열리더니 이윽고 잿빛 저주의 덩어리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청새치의 실루엣과 일치한다. 다만 새카만 저주의 재로 이루어져 있을 뿐.
처음에 튀어나온 것만 수백, 계속 같은 숫자가 튀어나오니 순식간에 수천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뭘까요?”
세데아가 의아해하는 순간, 수천에 달하는 저주의 덩어리들이 일제히 쏘아져 오기 시작했다.
“아니?!”
케엘이 놀랐다.
그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로텐다르의 해저 기동 속도를 능가할 정도로!
콰광… 콰과과광……!
그 정체는 초고속으로 적을 노리는 저주폭뢰였다.
빠를 뿐만 아니라 위력도 강하다. 명중당할 때마다 로텐다르의 방어막이 눈에 띄게 깎여 나갔다.
모르드는 이를 악물었다.
-하늘의 손아귀!
공간왜곡장으로 1킬로미터 정도를 뛰어넘는다.
그러나 저주폭뢰는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리지 않았다. 리케인이 로텐다르를 인지하는 순간, 방향을 바꿔서 다시 날아온다.
“지독하군.”
모르드가 중얼거렸다.
이런 무기가 있었다면 왜 이제야 꺼내 든 것일까?
‘지금까지 쓴 무기와 달리 이건 탄량이 한정되어 있거나 혹은 다른 희생을 치러야 하는 무기일 거다.’
그 추측은 옳았다.
백경 측에서, 부선장 골파가 심각한 기색으로 보고했다.
[축복 에너지 비축량, 빠르게 감소 중.]청새치형 저주폭뢰는 백경에 비축된 단죄자의 저주 그 자체를 공격형으로 빚어내어 쏘는 것이다.
만약 로텐다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가 표적이었다면, 설령 막아냈다 해도 그 폭심지로부터 퍼져 나가는 초고밀도의 저주에 오염되고 말았을 것이다.
리케인은 눈을 흉흉하게 빛내며 물었다.
“지원군 도달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3분 내로 바다군주 7체가 추가로 합류합니다.]“잘 쫓아오고 있군.”
처음 지점에 그대로 있었다면 이미 합류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장은 계속 이동하고 있었다.
“전개한 언데드 중 3할을 거두어서 축복로(祝福爐)에 투입해. 파손된 놈들 위주로.”
백경은 언데드들을 땔감 삼아 저주의 힘을 보충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만큼 언데드가 활동할 수 없게 되어 병력이 줄어들지만, 리케인은 주저 없이 결단을 내렸다.
[알겠습니다.]“그리고 침수 부위를 흡수한다. 제2형태로 이행해!”
[너무 빠르지 않습니까?]“덩치만 믿고 싸울 때가 아니야. 어차피 나중에 수복하면 그만이다.”
[알겠습니다. 대군주 백경, 제2형태 전개! 전원 위치 이동하라!]명령이 떨어지자 백경의 함내가 분주해졌다.
거대한 만큼 선원도 많은 백경이다. 그들 전원이 자신의 임무 구역을 떠나서 이동한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들인 결과는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