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7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73화
로텐다르는 해저산맥 사이를 질주했다.
콰광… 콰과과광……!
고속으로 따라붙는 저주폭뢰 중 일부가 해저산맥에 걸려 폭발한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뿐이고 대다수는 잘도 따라붙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백경에 비하면 작다고 해도 로텐다르 역시 130미터에 달하는 거체. 활용할 수 있는 지형은 매우 크고 단순한 것뿐, 복잡한 지형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한번 숨을 돌린 상태에서 대비책이 준비되었다.
물방울 포탄들이 뒤로 산개하며 쏘아져 나가서 저주폭뢰를 요격한다.
그 화망을 뚫고 날아드는 저주폭뢰는 마법과 정령술로 처리하면서, 더욱 깊은 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심도 2,000미터.’
마침내 해저산맥을 넘어, 완만한 경사를 그리며 펼쳐진 심해저평원으로 돌입한다.
그때였다.
“백경이… 작아지고 있어요.”
서둔은 자기가 말하면서도 괴이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천에 달하는 저주폭뢰와 숨바꼭질을 벌이느라 파악하는 게 늦었다.
백경의 덩치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전장 750미터 정도까지.
물론 여전히 초거체라 불릴 만한 크기였다. 그러나 원래의 덩치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작아져 있었다. 길이만 비교해도 그러한데 부피로 따지면 말할 것도 없었다.
“…이 공격은 저걸 위한 시간벌기였나.”
모르드는 그것이 정답임을 확신했다.
저주폭뢰는 숫자도, 위력도 막강했지만 어디까지나 로텐다르의 발목을 붙잡기 위한 수작에 불과했다.
‘단순한 배가 아니라 저주로 빚어낸, 살아 있는 존재.’
백경은 그런 존재였다. 그렇기에 저런 말도 안 되는 변형이 가능했다.
로텐다르의 공격으로 부서진 구획을 포함, 외부 구획을 폐쇄하고 흡수해 버림으로써 덩치를 줄인 제2형태로 변했다. 그 결과 파손 없는 상태로 거듭났으며, 제1형태일 때보다 훨씬 재빠른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백경에서 초고밀도 마력 반응!”
“이런.”
적 함대가 상하좌우로 산개하며, 그 한복판에서 백경의 뿔이 불길한 저주의 기류를 발한다. 단죄포 발사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상대 거리는 2킬로미터.
이 싸움에서는 근거리나 다름없었다.
퍼어어어엉!
그것을 증명하듯 재충전된 백경의 마안 공격이 작렬했다.
“큭……!”
“젠장, 이탈해야 해!”
케엘이 섬뜩함을 느끼며 외쳤을 때, 앞쪽에서 벼락처럼 솟구치는 것들이 있었다.
“매복?”
달시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심해저평원 바닥에 모래를 뒤집어쓴 채로 매복하고 있던 바다군주가, 함께 매복하고 있던 상어괴물들과 함께 솟구치며 로텐다르를 들이받았다.
“동선을 읽혔군요……!”
파르웰이 신음했다.
단죄자 세력은 광활한 해역에 퍼져 있었으며, 대군주 백경은 그 모든 존재의 컨트롤 센터다.
그러니 실시간 통신 기능으로 그들을 부린다면, 전투 지원을 위해 불러들인 존재를 예상 경로에 매복시켜두었다가 필요한 순간에 공격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현대전에서나 가능할 법한 재주라는 건 그렇다 치고, 지상 놈들도 못 했던 일을 이렇게 완벽하게 해내다니… 욕 나올 정도로 유능한 놈 아닌가?’
모르드는 짜증과 함께 감탄을 느꼈다. 리케인은 단죄자들이 가진 잠재력을 십분 활용해서 이 시대의 발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문제는 지금 그들의 뒤쪽에서 적들의 최강병기가 발사되기 직전이었다는 것이다.
심해에 거대한 잿빛의 선이 그어졌다.
동시에 로텐다르의 뒤쪽에서 눈부신 빛이 폭발했다.
파아아아아아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그 빛을 본 리케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또 태양정령인가?”
이미 봤던 종류의 빛이다. 케엘이 솔테티를 소환했을 때와 같았다.
“이 심해에서 그런 걸 소환하는 건 놀랍군. 놀랍긴 한데 그래 봤자지.”
그는 코웃음을 쳤다.
아까 전과는 다르다. 이번의 단죄포는 63% 출력으로 발사되었다.
해상이었다고 해도 태양정령을 단번에 박살 내고 로텐다르까지 타격할 수 있는 파괴력이다.
“음?”
하지만 빛이 다시금 밀려드는 심해의 어둠에 먹히듯이 스러지고 나자, 리케인은 예상과는 다른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로텐다르가 예상외로 멀쩡했기 때문이다.
“…방어력이 그 정도였다고?”
방어막이 약해진 건 분명해 보였지만, 뚫리지는 않았다.
“꺄아아아아아아!”
세데아가 비명을 질렀다.
급히 소환한 태양정령이 산산조각 나면서 그 여파로 강렬한 충격이 덮쳐왔다.
“아…….”
머릿속이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끔찍한 혼돈 속에서, 세데아가 의자에 앉은 채로 휘청거렸다.
왕!
옆에 앉아있던 라그나스가 재빨리 달려들어서 그녀의 턱 밑에 머리를 들이밀어 부축해 주었다.
얼굴에 와닿는 폭신폭신한 감촉을 느끼면서 세데아는 의식을 잃었다.
왕?
라그나스의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케엘이 급히 다가와서 그녀를 살피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의식을 잃었을 뿐이야.”
그 순간, 케엘은 반응하지 못했다. 로텐다르의 움직임을 보조하느라 물의 정령들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응한 것은 파르웰과 세데아였다.
파르웰이 전력으로 방어주문을 펼쳤고, 세데아는 신화정령을 소환했다.
태양정령 파르테시아.
솔테티보다 훨씬 강대한 정령이었지만, 솔테티 같은 특수성은 갖추지 못한 순수한 태양정령이었다.
심해에서는 극도로 약해질 수밖에 없는 태양정령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결과는 참혹했다.
파르테시아는 박살 나서 흩어졌고, 그 여파가 역류하면서 세데아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게다가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단죄포의 위력이 거의 죽지 않았다. 파르웰의 방어주문까지 모조리 박살 내고 로텐다르에 닿았다.
그 순간, 모르드가 공간왜곡장을 펼치지 않았다면 일격에 로텐다르가 격침됐을지도 모른다.
모르드가 말했다.
“회복실이 있다. 세데아를 그곳으로 데려가라.”
“알겠어. 금방 돌아올게!”
모르드가 시스템을 통해 회복실의 위치를 알려주자 케엘이 세데아를 업고 후다닥 달려 나갔다.
“…지독하군.”
모르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공간왜곡장을 뒤쪽에 펼쳐 단죄포가 직격하는 지점을 완벽하게 방어했다.
그럼에도 단죄포의 타격 면적이 너무 커서 방어막이 큰 폭으로 날아가 버렸다.
‘앞으로 12.8%.’
이 순간에도 방어막은 미세하게 회복되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전투가 회복보다 소모를 빠르게 하리라.
또 단죄포가 날아오면 못 막는다.
‘움직여야 한다.’
이 소동 속에서도, 로텐다르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방어막 위로 잿빛 연기를 뿜어내면서도 다시금 고속 기동을 시작했다.
그것을 본 리케인은 혀를 찼다.
“끈질기군. 좋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냥감이다. 네가 침몰할 때까지 언제까지고 이 작업을 반복해 주지.”
시간이 지날수록 단죄자 세력이 속속 도착할 것이다. 지금도 수적 열세가 너무 커서 백경에게 직접 공격을 퍼붓는 빈도가 적은 로텐다르는 점점 숨통이 죄어오는 느낌일 터.
골파가 말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면 놈들이 그냥 도망치지 않겠습니까? 싸워서 이기는 거야 가능해도 도망치면 못 잡을 것 같은데요?]냉정한 지적이었다.
“…그렇겠지.”
리케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로텐다르가 전투를 포기하고 달아나기로 작정하면 도저히 잡을 방법이 없었다.
‘저놈이 치고 빠지기로 우리를 흔들어대면, 꽤나 피곤해지겠지만… 각오하는 수밖에.’
그 경우 매우 지루하고 질척거리는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
물론 끝내 승리하는 쪽은 백경이 되리라. 이번에 거두어들인 대량의 언데드를 통해서 적들의 근거지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에 하나하나 멸해나갈 테니까.
“놈들의 의지가 굳건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군.”
“어쩔 수 없고.”
[…….]“그런 눈으로 봐도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이번에는 방법이 없어. 다음에 공들인 함정을 만들고 끌어들인다면 모를까.”
[…그렇군요.]골파도 떨떠름한 기색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봐도 로텐다르는 짜증 날 정도로 강력한 적이었으니까.
“기동력에 특화된 바다군주 변종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안 그러면 저렇게 빠른 데다 공간까지 뛰어넘는 걸 어떻게 잡아? 고귀하신 수확자님들께서 이 바다에 내려오시지 않는 한 어쩔 방법이 없어.”
[…….]투덜거리는 리케인을 보며 골파는 생각했다.
‘역시 이분이 수확자가 되셔야 하는데…….’
리케인은 이미 수확자 후보에 오른 인물이었다.
단죄자로서 수많은 공을 세운 그가 아직 수확자가 되지 못한 것은 세레스 신족이기 때문이다. 단죄자 조직 내에는 발원지인 남대륙, 그중에서도 신화 출신만이 고귀하게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는 우월주의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케인은 수확자 후보에 올라 있었다. 만약 그가 위대하신 분으로부터 무한한 권능을 내려받는다면 저 로텐다르라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 전투가 끝난 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로텐다르가 다시금 돌진해 온다.
“그래, 와라. 선장, 겁쟁이처럼 빼지 말고 그 아름다운 배의 모든 가능성을 보여달라고.”
리케인은 그 사실이 기껍다는 듯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심도 2,500미터.’
심해저평원을 따라서 계속 전장이 이동하면서, 전장의 심도가 낮아져서 마침내 그 지점에까지 도달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었다.
적의 숫자가 계속 불어난다.
리케인은 자신의 담당하는 광활한 해역에 퍼져 나간 모든 병력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로텐다르의 예상 경로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끝이 없군.’
광활한 바다를 지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병력이 필요한지 질릴 정도로 실감해 주는 군세였다.
지금까지의 전투로 언데드와 괴물들을 합쳐서 최소한 1만 이상을 해치웠을 것이다. 영혼 구하기로 구해낸 언데드의 영혼만 해도 4천에 가까울 정도니까.
그런데 적들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어난다.
로텐다르의 탐지 시스템이 파악한 병력만 8만이 넘는다.
게다가 그것은 어디까지나 숫자에 불과하다.
인간 크기의 언데드도, 고래보다 몇 배는 더 큰 괴물이나 전투함도 똑같이 1로 세서 그 숫자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 다 온 것도 아니고.’
적 전병력의 절반은 될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세데아가 이탈했으니, 로텐다르가 열세에 처하는 것은 필연이었다.
쿠르르르…….
정신없이 전투를 벌이며 계속 심해로 내려가다 보니 처음 보는 지형이 등장했다.
각각 수십 미터에 달하는 굴뚝 같은 지형들이 곳곳에 솟아 있었고 그로부터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열수분출공이다.
‘화산지대까지 왔군.’
그리고 그로부터 좀 더 나아가자 해저 화산의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드러나는, 해저에 마그마가 돌출되어 열기가 끓어오르는 지역에 도달했다.
심도 3,300미터.
‘여기다.’
모르드의 눈이 빛났다.
마침내 목표하던 지점이 가까워졌다.
콰과과과광……!
화산지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전투의 격렬함은 줄어들지 않았다.
로텐다르는 공격을 조심하고 있었다. 막강한 파괴력을 마구 투사했다가는 천재지변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단죄자들의 공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화산지대를 자극해서 천재지변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엉망이 된다고 해도 별로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육지까지 해일이 덮치는 건 우려해야 할 일이긴 하다.’
칠감이 리케인에게 경고한다.
여전히 많은 섬들이 단죄자들의 기지로 기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해저 화산 폭발의 규모에 따라서는 대륙의 해안까지도 해일이 미칠 것이다.
그러한 깨달음에 리케인은 혀를 차며 공세를 늦추었다.
그사이 로텐다르가 다시금 가속해서 화망을 빠져나간다.
서로에게 불편한 전장이었다. 그러니 로텐다르가 거리를 유지하며 달려 나가도, 전장을 옮기기 위한 암묵적인 합의로 이해될 따름이었다.
‘심도 3,600미터.’
어색할 정도로 조용한 추격전 끝에 그들은 해저 화산지대를 벗어났다.
다시금 광활한 심해저평원이 펼쳐지자 비로소 로텐다르가 속도를 높여서 선회한다.
시속 300킬로미터에 달하는 속도로 크게 원을 그리며 선회하는 그 모습은, 어느 시대의 누가 봐도 불가해한 광경이었다.
퍼퍼퍼퍼펑!
물방울 포탄이 쏘아져 나가 괴물들을 격멸한다.
그 광경을 본 리케인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지쳐가고 있군.”
사람이 아닌 배를 보며 ‘지쳤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리케인은 지금까지의 전투를 통해 로텐다르의 본질을 파악했다.
저 배는 백경 이상으로 탑승자의 능력과 상태에 따라 전투능력이 큰 폭으로 변화하는 것이 틀림없음을.
세데아가 이탈한 지금, 로텐다르의 전투능력은 명백히 저하되었다.
마법과 정령이 줄어든 것은 물론, 신성로의 출력도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였다.
“좀 슬프게 느껴지는걸. 아마 신화에는 이렇지 않았겠지? 신족을 엄청나게 많이 탑승시켰을 테니.”
[…적이 약해진 걸 보며 슬프다는 소리가 나오십니까?]“당연하지. 슬프지 않냐? 저토록 아름다운 배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
[…….]“지루한 반복작업이 되겠지. 하지만 기세를 늦출 생각은 없어.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리케인은, 문득 말을 삼키며 눈을 부릅떴다.
골파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리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해줄 시간에 번개처럼 명령을 전파해야 했기 때문이다.
쿠과광… 콰과과과광……!
그리고 아래쪽에서 솟구친 무수한 마법과 정령 공격이, 백경이 거느린 언데드와 괴물의 군세를 타격하며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당했다……!”
리케인은 의자를 내려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만한 숫자를 매복시켜놓다니, 처음부터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꼴이었단 말인가!”
심도 3,600미터의 심해저평원에 수만에 달하는 바다의 백성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