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변화하는 세상 (5)
(주)아르카디아의 연구&개발 팀과 김태훈 교수와의 전격적인 합의. 그 과정에서 살짝 비윤리적인 거래가 오가긴 했지만, 덕분에 뉴스에서 서민 대학교는 뜨거운 화젯거리로 급부상했다.
[긴급 속보입니다. 서민 대학교와 (주)아르카디아가 산학 협력단을 창설하기로 하고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서민 대학교는 기존의 컴퓨터 공학부를 가상현실 공학부로 학과명을 변경하고 관련 커리큘럼 개혁에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주)아르카디아의 대변인은 이러한 서민 대학교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가상현실 산업을 선도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에…….]까탈스럽기 그지없는 (주)아르카디아.
물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가상현실 기술의 상용화 기업이었기에 그럴 만은 했다. 거기에 이 회사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다름 아닌 세계경제와 산업 전반의 거대한 한 축을 담당하는 초거대 기업들이었으니 그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회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는 소식은 서민 대학교의 위상을 하루아침에 완전히 뒤바꾸어 놨다.
[저기요. 편입 관련해서 혹시 가상현실 공학부에 지원이 가능한지 문의드리고 싶은데요…….] [안녕하세요. 고3 학부모인데요. 이번 해 입시 정원 계획에 대해서 확인하고 싶어서요.] [서울대학교 교류 협력과입니다. 서민 대학교와 교류 협력을 맺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혹시 담당자와 잠깐 통화가 가능할까요?] [Hello. This is…….]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한 서민 대학교의 전화기들. 특히 가상현실 공학과의 전화기는 그야말로 고장이 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쉴 새 없이 울려 대기 시작했다.
“과, 과장님…… 이거 문의 전화가 감당이 안 돼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몇 안 되는 행정실 직원들이 두 손에 전화기를 붙들고 진땀을 빼고 있는 상황. 언론의 취재 문의 전화를 제외하고도, 입시 시험을 준비하는 고3 학부모들의 문의부터 편입이나 전과 가능 여부를 물어보는 재학생들, 거기에 한국의 내로라하는 상위 대학들과 심지어 외국의 명문 대학교에서까지 교류 협력을 하고 싶다는 공식적인 제안까지. 그야말로 한순간에 서민 대학교의 위상 자체가 급부상해 버렸다.
하루아침에 서민 대학교의 이름을 전 세계에 떨치게 만든 화제의 주인공, 김태훈 교수. 그는 평온한 얼굴로 총장실에 앉아, 그의 눈치를 보고 있는 총장 앞에서 너무나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자네…… 정말 엄청난 일을 벌여 놨군.”
가상현실 공학부. 기존의 컴퓨터 공학부를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커리큘럼 자체를 완전히 변혁해 놓겠다는 그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만들어진 신생 학부.
하지만 예산 문제와 이미 전년도에 획정한 사업들 때문에 사실 간판만 바뀐 것이지 내용물이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김태훈 교수의 강의에 한해 개인의 노력으로 강의 내용만 조금 개선된 것이 다일 뿐. 내년부터 조금씩 바꾸어 나갈 상황이긴 하지만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총장과 이사회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김태훈 교수가 물어 온 이 엄청난 소식은 재단 전체와 이사회를 뒤집어 놓았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요.”
“허허허……. 그래. 자네같이 열정적인 교수를 또 찾아보기 힘들긴 하지.”
김태훈 교수가 담담한 어조로 말하자 총장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 신이 나서 물어보지도 않은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교육부 장관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네. 선도적인 세계 기업과 교류 협력을 맺게 된 것에 대해서 축하하고 앞으로 관련 학부와 대학교 전체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이네. 앞으로 국가 단위의 연구 사업에도 활발한 참여를 기대한다고 하더군.”
국공립 대학교도 아닌 사립 대학교에 교육부 장관이 직접 전화하며 축하를 보내는 이례적인 상황. 거기에 주변에 산재한 여러 대학교에서 보여 주는 움직임들 역시 심상치 않았다.
“SKY만이 아니라 하버드, MIT, 옥스퍼드, 도쿄대…… 농담이 아니라 전 세계 대학교 1위부터 100위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식적으로 문의를 한 것 같더군. 교수 교환 강의나 교환학생 프로그램, 하다못해 공동 연구라도 하나 추진하자고 말이야.”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 공학부. 사실 여러 대학에서 관련 학부의 신설을 논의하고 준비하고는 있었지만, 서민 대학교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만들 수는 없었기에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마치 경쟁하듯이 서민 대학교에 제안을 넣었다. 어떻게든 서민 대학교…… 아니, 가상현실 공학부와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한 사람이 이루어 냈다기에는 정말 거대한 업적. 가상현실의 유일무이한 상용화 기업인 (주)아르카디아와의 적극적인 교류 협력을 끌어냈다는 사실에 총장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도대체 비결이 뭔가?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주)아르카디아를 구워삶을 수 있었나?”
(주)아르카디아가 서민 대학교…… 아니, 김태훈 교수와 손을 잡은 이유. 그것은 바로 서민 대학교의 1학년으로 재학 중인 재영의 존재 덕분이었지만, 그는 그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저를 사람들에게 노출하지 않는다는 조건만 지켜 준다면 연구에 참여해 줄게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의 싱크로율을 보유한 재영. 아마 이와 관련한 사실이 공개되면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될 것이 분명했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철저한 비밀 보장을 요구했다.
“A 학점이나 전액 장학금도 좋긴 하지만, 귀찮아지는 건 질색이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학점 관련해서는 공개되면 조금 문제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완전한 A 학점을 약속한 김태훈 교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믿었기에 처음으로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의 신념을 저버리며 내놓은 제안. 그렇다고 그게 잘못된 일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에 재영의 제안은 사실 김태훈 교수로서는 반길 만한 조건이었다. 그렇기에 총장의 질문에 김태훈 교수는 에둘러 답했다.
“거기에 우리 학교 출신인 연구원도 있고, 선제적으로 가상현실 공학부를 신설한 것을 아르카디아에서 좋게 봤죠. 최근에 기술 문의를 하다가 어떻게 연이 닿아서 맺게 된 거죠.”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관련 연구에 매진하는 김태훈 교수. 그런 그였기에 총장은 김태훈 교수의 설명에 단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는 듯 만족스러운 얼굴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허허! 역시! 자네는 우리 학교의 자랑이네! 학교가 자네한테 정말 큰 빚을 졌어.”
김태훈 교수의 업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업적이기도 한 이번 아르카디아와의 교류 협력. 그렇기에 김태훈 교수를 바라보는 총장의 눈빛에는 호의가 가득했다.
“혹시 뭐 바라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게. 내 힘이 닿는 한 자네가 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주지!”
그 말에 김태훈 교수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정말인가요?”
“그렇고말고. 왜, 혹시 부탁하고 싶은 거라도 있나?”
총장의 말에 눈을 빛내는 김태훈 교수. 그는 총장을 바라보며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 저희 학과의 지원이나 좀 늘려 주시죠.”
그렇게 김태훈 교수가 만들어 낸 기적과도 같은 업적을 통해 가상현실 학과에서 재학 중인 모두는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최저 성적 기준을 만족한 학생 전원에게는 등록금 전액 장학금 지급이라는 희소식을 말이다.
* * *
갑자기 언론을 비롯한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가상현실 학과의 학생들. 그들은 갑작스럽게 자신들이 다니고 있던 학과의 위상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승천해 버린 탓에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었다.
“진짜 대박이지 않냐? 엄마한테 전화 왔는데 주변에서 엄청 난리라더라”
“아까 조교한테 얼핏 들었는데, 우리 잘하면 다음 학기부터는 전액 장학금 준다고 하던데?”
“진짜로? 와…… 진짜 학교에서도 대놓고 밀어주려고 하나 보네.”
“그게 다가 아님. (주)아르카디아에서 우리 학과 졸업생 대상으로 특별 취업 기회를 준다잖아!”
“뭐……? 진짜로?”
“그것 때문에 지금 4학년 선배들 진짜 진지하게 준비 중이라더라. 이거 들어가기만 하면 그냥 인생 역전이라고!”
컴퓨터 공학과에서 가상현실 공학부라고 이름은 물론 한순간에 모든 게 뒤바뀌어 버린 상황. 이 때문에 기존의 재학생들, 특히 졸업이 이제 곧인 4학년들의 반발은 장난이 아니었다.
“아니, 지금까지 컴퓨터 공학과라고 했는데 졸업장에 가상현실 공학과로 나온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교수님, 저희는 이런 개편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만약 억지로 강행하시면 학생회에 정식으로 제기해서 행동으로 움직이겠습니다.”
수업 거부를 비롯해 농성까지 각오하며 정면충돌을 예고했던 4학년들. 삭발식까지 강행하는 것은 물론 두 손을 들고 반대하며 이러한 개혁의 주범인 김태훈 교수를 욕해 왔다. 하지만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김태훈 교수를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찬양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러나 이러한 우디르도 울고 갈 태세 변환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저기…… (주)아르카디아는 어떻게 취업하나요? 홈페이지 들어가 봐도 채용과 관련한 내용이 아예 없네요?
-거기 채용 자체를 따로 안 해요. 공채나 이런 건 없고, 아예 그냥 이직자들만 데리고 경력직 채용을 비공개 스카우트 형식으로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 그럼 취준생이나 대학교 졸업 예정자들은 아예 취업 기회가 없어요?
-아마 그럴 거예요. 한번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보시든가요.
취준생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지만 공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주)아르카디아.
인력 부족에 매일같이 허덕이며 직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관련 업계에서 최고의 인재들만 뽑겠다는 신념을 가진 회사 때문에 채용 인원 전원이 다른 기업에서 스카우트한 이직자들이며 경력직 직원들이었다. 그렇기에 관련 학과의 대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등용문 자체가 완전히 막혀 있는 상황.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던 꿈의 직장이 그 막혀 있던 문을 살짝 열어 주었다는 사실은 이들에게 그야말로 천금 같은 기회였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교수님은 저희의 영원한 은인이자 은사님이십니다.”
“저희의 무지함을 꾸짖어 주십시오. 교수님의 그 원대한 꿈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데꿀멍 하겠습니다!”
말 그대로 정말 석고대죄를 넘어 데꿀멍을 하며 김태훈 교수를 찬양하는 4학년 학생들. 그리고 그 밑의 3학년과 2학년 재학생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와, 대박. 맨날 서민 대학교가 어디 있는 학교냐고 비웃던 사촌 동생이 우리 학과 수능 등급 어느 정도면 갈 수 있는지 물어보더라.”
“우리 엄마도 주변에서 하도 부러워해서 입이 귀에 걸렸더라. 나보다 어째 더 좋아해.”
순식간에 선망의 대상이자 부러움의 대상이 된 그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름 없는 대학의 미래가 암울한 공대생이었던 그들이 SKY도 부럽지 않은 앞길이 창창한 미래 인재로 탈바꿈되었으니, 이러한 변화가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이들이었다.
“재영아! 그거 알아? 나 이번에 채연이한테서 연락 왔는데…….”
“아, 좀! 자꾸 그렇게 할 거면 그냥 고백하라니까?”
이러한 엄청난 변화에 환희에 차 떠들고 있는 그들 중 누구도 몰랐다. 동기의 짝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답답해하는 미천한 1학년 학부생 하나가.
바로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실질적인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