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88
388화 똥망겜 (8)
“크에에에에에!”
“끼아아아아아!”
파켈 왕국에서 가장 위험천만한 영역이자 명소로 알려진 울부짖는 협곡.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는 그리폰과 와이번, 그 이외에도 수많은 비행형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는 이곳은 언제나 이들의 울부짖는 소리로 시끄러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정말 나약하기 짝이 없는 생물체들이로군…….]온몸이 초록색의 화염으로 불타고 있는 거대한 골렘.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이 울부짖는 협곡의 모든 둥지와 생명체들을 모조리 불태우고 짓뭉개며 그는 학살을 자행하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에…….”
죽음의 공포와 터전을 잃은 분노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협곡. 하지만 그 골렘은 너무나도 거침없이 자신이 하던 행동을 계속해서 이어 갈 뿐이었다.
[너희의 약함이 죄악일지니. 절망 속에서 죽어라.]화르르르르.
협곡에 피어오르는 거대한 초록빛 화염의 폭풍.
모든 것을 한 줌의 재로 화해 버리는 어마어마한 초고열의 화염이 협곡을 맴돌며 날아다니는 이들을 휩쓸자 수백, 수천 마리가 가득 메우고 있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적막만이 맴돌았다.
“이, 이럴 수가…….”
갑자기 자행된 이 학살의 주범인 스텔라.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홀로 저 어마어마한 수의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있는 존재를 보며 경악에 어린 얼굴로 입을 벌렸다.
[소환수가 사냥을 통해 막대한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획득한 경험치 일부가 차원 에너지로 치환됩니다.] [차원 에너지 수치가 6,920 증가하였습니다.]레벨이 이제 230 정도였던 스텔라.
하지만, 지금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은 이 짧은 사냥을 통해서 그녀는 단숨에 레벨을 6이나 올릴 수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칭호, 와이번 학살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그리폰 학살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날개 달린 자들의 공포를 획득하였습니다.].
.
.
최소 1,000마리의 동일 개체를 죽여야만 얻을 수 있는 학살자 칭호 이외에도 특수 칭호까지 여러 개 얻은 스텔라. 그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이득이었지만, 그것보다도 더한 이득은 따로 있었다.
쿠웅.
10m 정도는 되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크기. 감히 접근조차 어려울 정도로 맹렬하게 타오르는 초록색의 화염. 거기에 그 무엇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단단한 맷집에 자아까지 가지고 있어 의사소통까지 가능한 소환수.
[냉혹한 멸시자(蔑視者).]그를 바라보며 스텔라는 당황했지만,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그, 그래. 잘했어.”
그냥 전투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아무 생각 없이 내린 지시. 하지만, 너무나도 완벽하게 울부짖는 협곡을 정리해 버린 그의 무력에 스텔라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절로 흘러내렸다.
[또 다른 명령이 있는가?]“아, 아니야. 이제 됐으니까 일단 돌아가.”
그의 말이 ‘또 어디 학살할 곳 없나?’라는 의미로 들리는 스텔라. 그녀는 옆에서 흥분한 얼굴로 눈을 반짝이고 있는 메이브를 의식하고는 일단 그를 돌려보냈다.
[알겠다. 또 다른 임무가 생긴다면 불러라.]돌아가라는 말에 일말의 아쉬움이나 주저 없이 차원의 균열 속으로 되돌아가는 골렘. 그렇게 그가 사라지고 난 후, 메이브는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와! 이거 진짜 뭐야? 저런 게 정말로 소환수라고? 나 이런 건 진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너 도대체 무슨 직업을 얻은 거야?”
경악한 얼굴로 온갖 질문을 속사포처럼 쏟아 내는 메이브. 그도 그럴 것이 스텔라의 소환은 일반적인 소환사들과는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하고 있었다.
소환사(Summoner).
신수를 비롯해 수많은 몬스터와 동물이 살아가는 환계와의 연결과 감응을 통해서 일시적으로나마 이들의 힘을 빌리는 직업.
하지만, 일반적인 마법사와 다르게 다른 차원의 생명체를 소환하고 다루는 것으로 인해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은 까다로운 직업으로 악명 높았다.
-카리스마 낮다고 소환수가 나 깔보는데 열받아 죽겠네.
-아……. 나는 언제쯤 신수랑 계약해서 다 쓸어버리고 다니냐…….
-하. 엄청 강해 보여서 계약했는데 알고 보니 생긴 것만 무서운 거였어.
-F급이랑 계약했는데, 이거 해지하려면 진짜 3일 제한 걸려요? 다른 방법 없나요?
-이 망할 똥망겜은 왜 능력치를 안 알려 주는 거야. 엿 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나?
가장 처음 소환수를 맞이하고 계약을 맺을 때, 소환된 대상의 외형 말고는 그 어떤 능력치나 특성도 확인할 수 없는 아르카디아의 시스템.
그렇기에 유저들은 언제나 자신이 소환한 대상이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 먹어야만 그게 똥인지 아닌지를 분간할 수 있었다. 게다가 똥임을 뒤늦게 판별하고 난 이후에 계약을 해지하면, 그 페널티로 3일 동안은 추가적인 계약이 불가능했기에, 유저들은 어지간한 똥만 아니면 그냥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키우고는 했다.
“이런 식으로 아무 제한 없이 소환을 반복할 수 있다고? 아니, 그보다 한번 죽으면 다시는 소환할 수 없다니? 그래도 되는 건가?”
사냥을 하던 소환수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사망해도 하루가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되살아나는 일반적인 소환사와 다르게 한번 죽으면 다시는 같은 대상을 소환할 수 없는 스텔라. 그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보다 더한 사실은 따로 있었다.
“게다가…… 아까 그거…… 왜 너의 말을 그렇게 고분고분 듣는 거지……?”
소환수가 가장 까다롭고 또 극한 직업이라고 불리는 진정한 이유.
그것은 바로 소환수들의 어마어마한 갑질 때문이었다.
-아……. 운 좋게 만티코어랑 계약 성공했는데. 기존에 제가 다루던 바질리스크랑 사이가 안 좋네요. 둘 같이 소환하면 사냥은커녕 자기들끼리 죽어라 싸우는데 이거 어쩌죠?
-만티코어를 파양하셔야죠. 지금 설마 힘든 시절을 함께하던 바질리스크를 버리려는 건가요?
-님, 혹시 만티코어 분양 가능? 그거 얻기 되게 힘든데 운 좋네요.
-이 X발 X 같은 소환수 새끼. 더워 죽겠다고 자기 멋대로 싸우다 되돌아가서 뒤졌다. 사막이 덥지 그럼 춥겠냐, 이 망할 콜라곰 새끼야!!!!!!!!
-ㅋㅋㅋ 소환수가 소환수 했네.
대체로 상명하복 따위는 개나 줘 버린 소환수들. 조금만 수틀려도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태업과 파업을 일삼고, 또 심하면 도리어 소환사를 공격하기까지 하는 온갖 피해 사례들을 아르팬디아에서 찾아볼 수 있기에 일반적으로 소환사들의 스탠스는 을이었다.
‘저기…… 공격 좀…… 해 주실래요?’
‘음……. 싸우면 너는 나한테 뭐 해 줄 건데?’
어르고 달래며 어떻게든 친밀도를 올리며 소환수를 관리하기에 정신이 없는 소환사들.
하지만, 스텔라의 경우는 이러한 일반적인 상황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죽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명령 한 마디에 사지를 향해 달려가던 수백, 수천 마리의 소환수들. 이렇게까지 맹목적으로 따르는 소환수들을 본 적이 없었기에 메이브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거 대박인데……? 강한 것도 강한 거지만, 이런 컨셉이라면…….’
비록 소환수들의 악랄한 갑질에 소환사라는 직업이 비주류로 밀려난 지 오래였지만, 그런데도 꽤 많은 수요층이 있는 상황.
시그너스 길드의 마스터로서 휘하 길드원들의 아르팬디아 채널까지 관리하는 그로서는 앞으로의 수익 창출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괜찮네.”
“뭐가요?”
“그 차원의 문지기인지 뭔지 하는 직업 말이야. 이전과는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달라져서 사람들이 괴리감을 느끼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채널을 이탈할 정도까지는 아니야. 오히려, 새로운 신규 유입들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겠는데?”
지금껏 아무도 안 찍어 본 기상천외하고 자극적인 주제만 해도 수십 가지가 떠오르는 메이브. 그는 생각만 해도 재밌겠다는 듯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소환사들의 우상과 같은 이미지로 가는 거야. 어때? ‘죽으라면 죽겠습니다!’ 이런 느낌으로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소환수들로 영상을 찍으면 소환사들에게 어마어마한 대리 만족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저 어마어마한 무위를 보여 준 강력한 골렘과 함께 나아갈 돈방석의 미래를 엿본 메이브.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스텔라는 잠깐 고민하다 이내 진한 미소와 함께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흐음……. 그것도 좋지만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조금 다르네요.”
“그래? 넌 뭘 생각했는데……?”
“아까 보셔서 알겠지만…… 제가 소환하는 대상이 죽으면, 완전히 사라지고 다른 소환수가 무작위로 소환돼요.”
“그렇지……. 그래서?”
“이거…… 다른 소환사들이랑 엄청 비슷하지 않아요?”
스텔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메이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뭐가 비슷하다는 거야?”
“소환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더 강한 소환수를, 나아가 신수와 같은 초월적인 존재를 부리고 싶다는 열망과 기대 속에서 바보같이 소환만을 반복하는 사람들. 그게 소환사잖아요.”
반복적으로 좋은 소환수를 뽑기 위해서 공허하게 시간만을 낭비하며 허상 속의 꿈만을 좇아 다니는 존재들, 소환사.
소위 리세마라 혹은 소환작이라는 짓을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스텔라는 똑똑히 보여 줄 생각이었다.
“그들을 노리는 거예요. 계속해서 다른 소환수를 소환하고 또 점점 강력해지는 소환수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이들에게 일종의 대리 만족을 주는 거죠.”
나는 너희들과 다르게 즉각적으로 오로지 명령에 충실한 노예를 소환하고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건 분명, 메이브가 느끼기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그거 진짜 괜찮은데……? 안 그래도 소환수들 때문에 골머리 썩이는 소환사가 대부분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거라면 진짜 엄청난 사이다가 될 수 있는 요소야.”
하지만 문득 메이브의 머릿속에 한 가지 문제점이 떠올랐다.
“그런데, 소환수가 죽지 않으면 똑같은 녀석만 소환되잖아. 그건 어쩌게?”
그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던 골렘이 죽기 전까지는 다른 녀석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스텔라는 너무나도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로 가는 거예요. 그 누구도 클리어 하지 못한, 난공불락의 던전과 사냥터. 전 대륙에서 소위 ‘금지’라고 악명 높은 곳들만을 일부러 찾아가면서 사냥을 하는 거죠. 그 불가능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죽어 가는 소환수와 그에 따라 점점 더 강해지는 소환수. 과연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또 다양한 소환수가 수많은 극악의 사냥터에서 전투를 벌이는 모습은 꽤 사람들을 열광시킬 수 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꽤 많은 것들이 발견되고 또 클리어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며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지역들이 가득한 아르카디아의 세상.
그런 곳들만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박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이야기였기에 메이브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얼어붙었다.
“와……. 다시 보니, 스텔라 너를 영입한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호호호. 이제 아셨어요?”
그 말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스텔라는 기대된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 일단 강력한 몬스터들이 가득한 지역들부터 좀 찾아보도록 하죠. 어디서, 어떻게 영상을 찍으면 좋을지 세부적으로 구상을 좀 해 보긴 해야죠.”
그렇게 이 둘은 환한 빛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울부짖는 협곡…… 아니, 이제는 모든 생명이 자취를 감추며 완전히 고요한 황무지로 변해 버린, 폐허를 뒤로한 채 말이다.
인간의 탐욕은 무한하다.
만족을 모르고 언제나 그 이상의 것을 탐하고 모든 것을 손에 쥐기 위해서 과욕을 부리는 인간들. 그리고 그들로 인해서 결국 큰 재앙이 닥쳐 오며 패가망신하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교훈을 주며 경고하고 있었지만, 범인들은 보통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그리고 분명, 스텔라와 메이브는 세상에 대가 없는 힘은 존재치 않다는 진리를 모르는 우둔하고 아둔한…… 그저 과욕에 눈이 멀어 버린 범인(凡人)이었다.
자신들의 손으로 가져올 거대한 재앙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