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26
426화 마계 (7)
아르카디아의 대륙 전체를 지탱하는 뿌리이자 모든 만물과 생명의 어머니.
세계 그 자체이자 정령계와 환계를 잇는 교두보의 역할을 하는 존재.
세계수.
아르카디아의 대륙에서 유일하게 신성을 품고 있는 존재이자, 아버지의 두 번째 자식인 그녀는 분명 그 누구도 감히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강대한 힘과 신성을 그 어떤 공격적인 방향으로도 사용할 수 없는 강력한 사명에 얽매여 있는 세계수. 그렇기에 그녀는 언제나 자신을 보호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그 보호를 받고는 했다.
세계수를 위해 존재하고, 세계수를 위해 탄생한 그녀의 가장 충성스러운 자식들인 엘프(Elf).
자연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세계수가 추구하는 가치와 뜻을 가장 잘 이해하며 따르는 이들. 그렇기에 지금까지 세계수는 엘프 중에서도 가장 존귀한 혈통을 가진 하이 엘프 중에서 자신의 사도를 선택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후계자 ‘해 줘’.] [안 해 주면 해 줄 때까지 계속 보냄.] [네가 안 해 주면 어쩔 건데? 에베벱.]자신이 선물한 시험의 가지로 무식하게 똑같은 인간을 보내는 덱스의 만행(?)에 강제로 사도로 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던 세계수. 그렇게 그녀는 창조된 후 처음으로 엘프가 아닌 인간을 자신의 대리자로 선택했다.
수없이 많은 억울한 죽음을 겪으며 좌절하던 인간의 진심 어린 열망.
그 열망 덕분에 세계수의 사도, 자연의 의지(Will of Nature)가 될 수 있었던 초코파이조아.
82레벨 전사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난 그는 그 이후로 엄청나게 빠른 성장 속에서 강해졌다.
-초코파이조아, 난공불락의 던전, ‘케르베로스의 지옥’ 클리어.
-초코파이조아, 최상급 정령 전격 공개.
-초코파이조아, 레벨 280 달성.
-초코파이조아…….
정령사로서 압도적인 정점에 자리한 그. 세계수의 뜻에 따라 사명을 행하는 과정에서 그를 중심으로 어느덧 강대한 세력이 결집하게 되었다.
“만물의 어머니께서 당신의 명을 따라 이 세상에 도래할 재앙을 대비하라 하셨습니다. 저희가 가야 할 길을 알려 주십시오.”
“당신에게 언제나 푸르른 잎사귀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숲은 언제나 그대를 반길 것입니다, 자연과 정령들의 친우여.”
세계수의 축복으로 인해 고귀한 혈통을 되찾은 하이 엘프 일족.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전 대륙에서 하나둘씩 모여든 수많은 요정과 정령들.
본래 고블린과 오우거와 같은 저급하고 위험천만한 몬스터들만이 가득하던 아밀 지역은 어느새 페어리와 님프, 엔트, 드라이어드와 같은 신비로운 존재들의 터전이자 안식처로 뒤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잃어버린 신화의 시대의 왕국.
엘븐 킹덤이 부활하기 위해서 꿈틀거리고 있는 그 순간.
이곳에 수많은 어둠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에!”
“캬아아아아아아!”
“그어어어어어!”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기괴하고 흉측하게 생긴 지옥의 마수들.
작게는 성인 남성 정도부터 크게는 집채만 한 수준까지, 어마어마한 수의 마계의 군단이 아밀의 대수림을 진격해 나가고 있었다.
“구독자 여러분, 이거 보이세요? 지금 세계수 치러 가는 중인데 전 대륙에 퍼져 있던 병력이 모조리 이곳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것 같네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수가 어마어마하죠? 게다가 지금 들리는 이야기로는 상급 이상의 마족도 이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아마 이렇게 가다 보면 조만간 마왕도…….”
“캬. 형이 뭐라고 했냐? 이건 못 먹어도 고! 죽어도 일단 탑승해야 하는 대형 이벤트라고 했지? 지금 빠르게 암흑 코인에 탑승해서 기여도 달달하게 쌓은 덕분에 맞춘 이 에픽 아이템! 이것만 끼면 대미지가 이전보다 최소 40% 증가하는데, 거기에 특수 효과가…….”
“이거 잡으면 이번에는 기여도 얼마나 줄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그러면 좋아요, 구독, 알림 설정까지!”
그 마계의 군단 사이에 끼어 있는 수많은 모험가들.
악의 진영을 선택하고 마왕군에 편입한 이들이 내보내는 실시간 방송들로 인해서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 상급 마족 레벨이…… 뭐 저리 높냐?
-400……? 저 정도면 거의 마스터급 3명은 동시에 상대하는 수준 아니냐?
-교황이 500레벨대로 추정됐었으니까…… 거의 비슷하긴 하네.
-마족 말고도 마수들도 레벨들이 답도 없네. 최소 200레벨부터 시작하는 것 같은데?
이 아르카디아에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마계의 세력.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전력을 가진 것이 드러나며 모두가 놀라워했지만, 이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근데 왜 갑자기 세계수를 치고 있는 거지?
-그러게? 신성 왕국들부터 쳐야 하는 거 아닌가?
아직 세력이 남아 있는 신성 왕국들을 버려 두고 중앙에 자리한 세계수를 향해 공격을 시작한 마왕군. 그 내막을 모르는 이들은 의아하다는 듯이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저 세계수의 진영에서는 비장함이 감도는 상태로 전쟁을 기다리고 있었다.
“적들이 옵니다!”
정령들을 통해서 적의 침입을 감지한 엘프들의 외침에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한 이들. 하지만 이내 가장 선봉에 선 두 사람을 보고는 전의를 다잡으며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형제자매들이여, 숲은 언제고 끝까지 당신들을 지킬 것이니, 그대들도 이 숲을 지키기 위해 모든 최선을 다해 주세요.”
“저기 망할 어둠의 세력이 평화롭게 살아가던 우리를 모조리 죽이기 위해서 진격해 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영광스러운 자연의 수호자! 그리고 세계수의 마지막 보루다! 절대 물러서지 마라!”
하이 엘프들의 수장, 멜리사.
세계수의 사도, 초코파이조아.
세계수의 진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을 필두로 방어선을 구축한 엘프와 요정족들. 그리고 이들은 최선을 다해서 이 전투에 몸을 던졌다.
“크으윽……. 이 사악한 악의 종자들이!”
“막아라!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도록 전력을 다해라!”
“저 녀석들이 숲에 불을 지르고 있다! 당장 불을 꺼라!”
“노아스! 저 녀석들을 모조리 묻어 버려!”
끝도 없이 밀려드는 마계의 병력을 막아서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숲에 저지선을 형성한 엘프와 요정들. 정령들의 힘과 숲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대한 항전해 나가고 있었지만,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들의 저돌적인 공격에 그 방어도 분명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끄, 끄아아아아악!”
“케일!”
“크하하하하! 어디 나약한 엘프 따위가 감히 이 페르도스를 상대로 재롱을 부리느냐!”
상급 마족, 페르도스.
우아한 귀공자의 모습을 한 채로 비릿한 미소를 띠며 방금 해치운 희생자의 피를 할짝거리는 그의 온몸에서 피어오르는 강력한 마기는 그 기운만으로도 강력한 칼날이 되어 주변의 모든 것을 수백 개의 조각으로 찢어발기고 있었다.
“으으으…….”
압도적인 강함에 무력감을 느끼며 신음하고 있는 어느 한 엘프. 그런 그를 멸시하듯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던 페르도스는 말했다.
“죽어라, 버러지.”
그 말과 함께 쏟아지는 암흑의 칼날들.
하지만, 그 칼날은 본래의 목적을 다하지 못했다.
“호오……?”
최상급 정령이 만들어 낸 물의 장막.
제아무리 본신의 힘을 모조리 가지고 온 상급 마족이라고는 하지만 정령왕의 바로 밑에 자리한 최상급 정령의 방어를 뚫기에는 부족했던 공격. 방해물에 가로막혀 허무하게 사라지는 자신의 공격을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던 페르도스는 이내 자신의 공격을 막아선 존재에게 눈을 돌렸다.
“……당장 물러서지 못해?”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눈빛만큼은 살아 있는 초코파이조아.
꽤 많은 힘을 소진한 것으로 보였지만, 이곳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가진 자신에게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그 기백에 페르도스는 이내 이채를 띤 눈으로 물었다.
“네놈인가……? 위대한 어둠의 군주께서 죽이라고 명령한 놈이?”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하지만 페르도스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재미있는 장난감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요리조리 그를 살피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흥미롭군. 흥미로워. 불멸의 권능을 가진 모험가이면서 동시에 신의 신성을 품은 사도라니. 내가 지금까지 봤던 버러지 같은 모험가들하고는 완전히 다른 녀석이로군.”
정말 재밌다는 듯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그. 그리고 이내 눈을 빛내며 씩 웃어 보였다.
“죽이는 재미가 있겠어.”
“뭐……? 그게 갑자기 뭔…….”
콰앙.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날아오는 공격.
거대한 암흑의 칼날이 날아오자 본능적으로 방어막을 만들어 낸 초코파이조아.
하지만 그는 상관없다는 듯 계속해서 맹공을 퍼부어 댔다.
“크하하하하! 어디 한번 버텨 봐라! 나 위대하고 용맹한 나르갈의 일족의 힘을!”
콰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사방에서 날아드는 마기의 폭풍들.
그것을 피하고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급급해 아슬아슬하게 버텨 내던 초코파이조아. 하지만 사방을 점하며 날아드는 수백, 수천의 마기의 칼날을 막아서지 못한 그는 이내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쓰러졌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빈사 상태에 빠집니다.] [상태 이상, 출혈이 적용되었습니다.] [신속히 체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그를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상급 마족 페르도스. 세계수의 사도이자 신성을 품고 있는 초코파이조아를 단신으로 쓰러뜨렸다는 사실이 여간 자랑스러운지 그는 미친 듯이 웃어 대고 있었다.
“크흐흐흐……. 크하하하하. 정말 나약하기 짝이 없군.”
“…….”
상태 이상에 걸려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누워 있는 초코파이조아. 하지만 아직도 꺾이지 않은 그의 눈빛을 보며 페르도스는 일순간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이내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는 듯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아…… 그래. 죽음은 너희 모험가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 이거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군.”
죽어도 죽지 않는 이계의 존재이자 불사의 권능을 부여받은 축복받은 방랑자, 모험가.
자신이 방금 쓰러뜨린 대상에게 죽음이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페르도스는 사방에서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바라보다 이내 초코파이에게 속삭였다.
“그렇다면…… 네가 소중히 하는 모든 이들을 내 손으로 직접 죽여 주지.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학살해서 그 영혼조차 안식에 들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
학살의 군주, 나르갈의 일족인 상급 마족 페르도스.
다수를 향한 학살에 특화된 권능을 가지고 학살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그는 이내 생각만 해도 기대가 된다는 듯이 온몸의 기운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대수림 한복판에서 퍼져 나가는 파괴의 기운.
거대한 마기의 폭풍 속에서 모든 것이 갈가리 찢겨 나가고 해체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강력한 일격이 숲의 일족에게 향하는 그 순간.
하늘에서 강력한 광휘가 뿜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쿠웅.
“크으윽…….”
모든 악(惡)에 상극인 힘.
신성력.
상급 마족인 그로서도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하고 정순한 신성이 갑작스럽게 주변을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이게 도대체……?”
우우우웅.
한낱 인간이나 하등한 천사 따위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신성의 극치.
그야말로 초월적인 신성을 품고 있는 그 강력하고 압도적인 힘에…… 그리고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지독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불타오르며 잿더미로 변해 가는 마수들을 보며 페르도스는 경악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방금까지 버러지처럼 바닥에 쓰러져 꿈틀대던 초코파이조아.
하지만 그 강력한 광휘 속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서는 것을 보며…….
그리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강대한 힘과 손에 들려 있는 맹렬한 성화가 타오르는 검을 보며.
페르도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야.”
“……?”
아까와는 완전히 돌변해 표독스러운 얼굴로 말을 거는 초코파이조아.
그리고 그것이 그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넌 뭔데 갑자기 공격하고 지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