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35
435화 깽판의 제왕 (5)
아르카디아의 대륙을 지배하는 헤게모니의 전환을 알리는 거대한 전쟁.
성마대전.
빛과 어둠. 그리고 선과 악.
절대 공존하거나 융화될 수 없는 양극단에 선 이 두 가지의 가치를 두고 갈라져 전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이들.
그 어떤 중립도 허용치 않는 이 비참하고 끔찍한 전장 속에서, 이들은 갑자기 등장한 한 존재를 보며 모두가 넋을 놓고 하염없이 그 모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펄럭.
그 무엇보다도 고결하고 순수한 새하얀 날개와 기괴하게 뒤틀린 피막으로 둘러싸인 짐승의 날개를 하고 있는 존재.
덱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신성력과 동시에 지독한 마기를 동시에 느끼고 있는 고위 마족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돼…….”
천계의 일족을 상징하는 순수의 날개.
마계의 일족을 상징하는 타락의 날개.
각 계의 존재임을 상징하는 그 날개가 등에 둘 다 돋아나 있는 것을 보며, 그리고 그 날개의 개수를 보며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침음성을 내뱉었다.
“나, 날개가 8개라고……?”
“불가능해. 8개의 날개를 가질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이들이 가진 힘의 권위와 존재의 격을 상징하는 날개.
날개의 개수를 가지고 상대의 힘과 지위를 파악하는 이들은 4쌍의 날개가 돋아나 있는 덱스를 보며 경악했다.
쿠구구구궁.
“이, 이 힘은 설마……?”
“끄으으……. 어떻게 일개 인간 따위가!”
“불가능해……. 저 성력은…… 그리고 저 마력은…… 도대체…….”
마계의 지배자. 모든 마족의 왕이자 위대한 어둠의 군주.
사탄.
그의 강대한 신성을 본능적으로 느낀 모든 어둠의 존재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순식간에 모든 전투가 중단되고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
그리고 그 광경을 방송으로 지켜보던 스트리머들의 채팅방은 그야말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임?
-천사랑 악마의 혼종임……? 저게 도대체 뭐냐?
-덱스! 덱스! 덱스! 덱스! 덱스! 덱스! 덱스!
-아니, 이거 진짜 뭔데. 왜 악마들이 쟤한테 고개 숙이고 있냐?
-정신 나갈 것 같애! 정신 나갈 것 같애! 정신 나갈 것 같애!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아무런 예고도, 사전 설명도 없이 갑자기 홀연히 등장한 덱스의 존재. 그것도 그의 머리 위에 반짝이는 의미심장한 칭호가 유저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성마왕 덱스]절대 양립할 수 없는 선과 악.
하지만 그 둘이 정확히 반반 섞인 것같이 반은 천사의 모습을, 그리고 반은 악마의 모습을 한 재영을 보며 모두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건 정령왕들조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건……?] [정말이지…… 신기한 인간이군요.]자신을 소환한 계약자의 이변을 흥미롭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이프리트와 미네르바. 그리고 그 둘은 이채를 띤 눈으로 유심히 재영을 바라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타락의 신성과 멸악의 신성을 동시에 품는다……. 그게 가능한 일이었나요?] [그럴 리가. 그건 이 세상의 법칙에 완전히 어긋나는 짓이다.] [그럼 저 인간은 어떻게 상반된 신성을 가질 수 있는 거죠?] [아버지께서 이런 일을 허락할 리가 없을 텐데…….]절대 양립할 수 없는 신성이자 언제나 갈등과 투쟁 속에서 반목해야만 하는 천계와 마계.
그것도 두 계를 대표하는 신격인 마왕과 대천사의 힘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재영을 바라보며 이 세계의 절대적인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모순된 상황에 두 정령왕은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환상의 세계 아르카디아.
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절대적인 법칙이자 설정인 세계관을 완전히 거스르는 이적.
선과 악의 융합과 공존을 보여 준 재영의 존재를 모두가 경악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때, 이 모든 것의 주인공인 재영은 미친 듯이 떠오르는 수많은 메시지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신화적인 업적! 선과 악의 공존을 최초로 증명하였습니다.] [천상의 모든 존재가 당신의 행보에 경악합니다.] [지옥의 모든 악마가 당신의 존재를 보며 신음합니다.] [자연의 정령들이 세계의 모순에 혼란스러워합니다.] [환상 속 신수들이 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출몰에 번뇌에 빠집니다.].
.
.
천계와 마계의 모든 이들을 비롯해 정령계와 환계, 나아가 아르카디아의 수호자인 드래곤들조차도 하나같이 충격에 빠진 상황. 그리고 그건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세계의 모순점 발생. 이 세상을 지탱하는 법칙이 뒤흔들립니다.]절대적인 이 세상의 법칙이자 설정을 막대한 양의 개연성으로 뒤틀어 버리고 불가능한 기적을 구현하며 거대한 모순을 만들어 버린 재영.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며 그 모순을 세상에 각인시킨 이상, 모순된 상황 속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버린 엘리스는 그에 따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우웅.
아르카디아 전체에 퍼져 나가는 거대한 공명음.
그리고 초월적인 신성을 가진 존재들은 하나같이 지금껏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인과의 폭풍을 목도할 수 있었다.
창세부터 존재했고, 단 한 번도 변하거나 바뀐 적이 없는 이 세상의 설정이자 절대적인 법칙과도 같은 세계관이 뒤바뀌는 그 순간을.
[새로운 종족, 성마족이 탄생하였습니다.] [‘성마력’이 탄생합니다.] [신성력과 마력의 속성이 일부 변경됩니다.] [천계와 마계의 세력 구도가 일부 변경됩니다.].
.
.
“이게 뭔…….”
천사들과 악마들의 원천이자 힘인 신성력과 마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존재.
성마족.
천사와 마족을 반반 합친 것 같은 기괴한 혼종이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면서 재영은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무언가 예상외의 거창한 무언가가 벌어진 것 같은 상황.
모두가 경악한 얼굴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의 뻘쭘함을 느끼던 재영은 본능적으로 지금 상태가 얼마나 많은 개연성을 빨아먹고 있는지를 직감했다.
탄과 엘을 동시에 강신시키며 나아가 두 계의 신기까지 뽑아 든 상황.
최대한 빠르게 속전속결로 이 상황을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에 재영은 자신만을 바라보며 얼어붙어 있는 모든 이들을 뒤로한 채 콧김을 크게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이동.”
팟.
그 순간 흔적도 없이 자리에서 증발한 재영.
하지만 그 이후에도 아밀의 대수림 남부에서는 어떤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다.
엘프도, 마족도…… 그리고 인간과 정령들조차도 그저 황망한 표정으로 멍하니 재영이 있었던 자리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아밀의 대수림 북부 지역.
그곳에서는 그 어디보다도 치열한 결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죽여라! 전부 집중 공격! 저 천상의 사도만 처치하면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아! 걸리적거리지 말고 다 꺼져! 이 망할 새끼들아!”
콰아아앙. 퍼어어어엉.
콰콰콰콰콰콰쾅.
서로를 찾으며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와중에 마주하게 된 어둠의흑염룡과 초코파이조아.
이 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둘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서 맞부딪쳤다.
“신의 심판!”
“망자들의 축제!”
“성령의 폭풍!”
“소환! 기간틱 어보미네이션!”
수천, 수만이 넘어가는 강력한 언데드 군단을 총동원하며 물량으로 초코파이조아를 찍어 누르려는 죽음의 군주, 어둠의흑염룡.
그리고 그에 맞서서 천상의 신기, 무스펠하임을 휘두르며 신성한 화염으로 그 죽음의 군단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교황, 초코파이조아.
그야말로 자강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강자들의 전장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면서도 또 화려했다.
-와……. 진짜 개간지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싸울 수 있을까……?
-ㅋㅋㅋ 니가? 꿈 깨셈. 저기는 아예 규격 외의 존재들임.
-도대체 게임을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되는 걸까?
-ㄹㅇ ㅋㅋ
압도적인 강함.
가히 유저들 중 최강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둘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이들의 응원 속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던 두 사람이었지만, 신기를 들고 있는 초코파이조아의 거침없는 돌진에 어둠의흑염룡은 결국 그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콰콰쾅.
“크윽……. 본 아머!”
무한대로 밀려드는 언데드 군단을 무시한 채 본체나 다름없는 어둠의흑염룡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 초코파이조아. 가까스로 뼈의 갑옷을 온몸에 두르며 치명적인 일격을 피한 어둠의흑염룡은 다급한 얼굴로 주변의 언데들을 불러 모으며 소리쳤다.
“나를 보호하라! 데스나이트들이여!”
쿠쿠궁.
투캉.
최소 200레벨 이상의…… 최고위 언데드인 데스나이트들이 수십, 수백 기가 달려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끈질기게 어둠의흑염룡을 추격하는 초코파이조아. 겉으로 보기에는 압도적으로 초코파이조아가 우세해 보였지만, 그의 마음은 계속해서 타들어 가고 있었다.
[남은 시간: 5분 21초]‘이런 제기랄……. 당장 끝장을 봐야 하는데……’
요리조리 도망 다니며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려고 버티고 있는 어둠의흑염룡.
하지만, 자신에게 허락된 이 절대적인 무력을 발휘할 시간이 이제 곧 끝나 간다는 사실에, 초코파이조아는 이를 악물고 그를 죽이기 위해 모든 힘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모든 것을 불태우는 성스러운 불꽃의 폭풍.
주변을 완전히 집어삼키는 그 거대하고 강력한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며 어둠의흑염룡의 심장을 향해 달려드는 초코파이조아.
“죽어라아아아아아!”
그는 당혹한 기색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어둠의흑염룡을 보며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검으로 그를 찌르며 소리쳤다.
하지만…….
투캉.
그 마지막 순간 갑자기 등장한 한 사람에 의해서 그의 일격은 허사로 돌아갔다.
“이게 무슨……?”
황망한 표정을 한 채로 검을 붙잡고 있는 초코파이조아. 한 손으로 무스펠하임을 쥐고 있는 상대를 보며 온 힘을 다해 검을 회수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둘 다 오랜만이네.”
“……?”
일면식도 없는 덱스가 갑자기 나타나서 오랜만이라고 말하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의아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난입에 황당한 표정을 짓는 초코파이조아와 어둠의흑염룡이었지만, 이어지는 재영의 말에 이 둘은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계수의 사도 노릇이나 열심히 하라니까 왜 치킨 새끼의 사도가 되어서 이러고 있냐?”
“그게 무슨 소리……. 서, 설마?”
세계수의 사도, 자연의 의지.
자신이 가진 히든 클래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던 초코파이조아는 덱스의 말에 그의 정채를 눈치채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사칭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사칭한 채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다니던 사칭범.
그 사칭범이 덱스라는 것을 깨달은 초코파이조아가 입을 벌리고 경악한 채로 얼어붙어 있을 때, 재영은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주저앉아 있는 어둠의흑염룡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너는 또 왜 분수에 맞지도 않는 힘을 가지고 날뛰고 있어? 배 터져 죽으니까 적당히 하라고 저번에도 경고했었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네놈……?! 설마 그때 그……?”
과거, 마녀사냥에서 영문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을 죽였던 의문의 존재. 그게 누구였는지를 깨달은 어둠의흑염룡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을 잇지 못하며 충격에 빠진 그 순간.
재영은 자신이 가진 두 신성의 힘을 폭발시키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제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릴 시간이야.”
“너희 둘 모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