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66
466화 엿 먹이기 (4)
검은 안개의 주인, 아수라이자 가상현실 아르카디아의 최고 관리자.
김민수.
아직 어린 중학생 수준에 불과한 작은 체구 때문에 그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카페에 홀로 앉아 핫초코를 홀짝이며 바라보고 있는 그의 노트북 모니터에는 그 누구도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아르카디아의 수많은 고급 정보들이 한가득 띄워져 있었다.
“흐음……. 생각한 것 이상으로 독특하네.”
다섯 가지의 재앙 중 허무하게 시작하자마자 끝나 버린 남부 대륙의 재앙을 제외하고 남은 네 개의 재앙. 그중 중앙 대륙을 직접 공략한 재영을 보며 다른 재앙을 어떤 방식으로 공략할지 많은 기대를 하고 있던 민수였다.
그리고 그런 기대를 과할 정도로 충족하며 성공적으로 다른 대륙의 재앙을 하나하나 격파해 나가는 재영. 의도한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자그마치 32억의 개연성을 소비하며 만들어 낸 그 변화는 이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이고 최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키메라들의 경험치 변동으로 인해서 유저들의 평균 레벨과 전력이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또한, 전장에 참여한 NPC 중, 12,993,212명이 등급 상향을 이루었으며 새로운 직업의 탄생이 29,123건, 새로운 스킬의 추가가 1,932,412건 발생하였습니다.]성장 그리고 각성.
일반적인 수준과는 완전히 다른 급격한 난이도로 진행되는 이 아르카디아의 서사에 맞춰 인위적으로 유저와 NPC들의 성장을 강제하게 만드는 키메라 군단.
이들이 제공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경험치들은 수많은 죽음과 희생 속에서도 다시 살아나는 모험가들에게 고스란히 흡수되었고, 결국 전체적인 유저들의 역량을 단기간에 아주 폭발적으로 상승시키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일반 유저들에 의해서 서부 대륙의 재앙은 무너지게 되겠네. 이제는 방어선이 밀리기는커녕 도리어 밀고 들어가는 상황이니까.”
원래는 압도적인 물량과 전력으로 대륙 전체를 장악해 나가던 키메라의 군단.
하지만, 그 맹렬했던 진군 속도가 점차 정체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서서히 반대로 밀리기 시작했다. 마치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팽팽하게 밀고 밀리는 싸움을 하던 유저들과 서부의 재앙. 하지만, 그 미묘한 힘의 균형도 금방이라도 깨어질 것처럼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그렇습니다. 현재 두 세력의 전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유저들의 진영이 승리할 확률은 83.6%로 분석되었습니다.]거의 확실시되어 가는 유저들의 승리. 수천, 수만 가지가 넘어가는 변수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분석하는 엘리스의 판단이었기에 민수는 결국 이렇게 끝나 가는 서부의 재앙을 바라보며 연신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쩝……. 북부의 재앙도 그렇고 뭔가 죄다 허무하게 끝나는 것 같아서 아쉽네.”
설마 세계관 최강자인 드래곤의 수장을 구해 주고 그걸 빌미로 재앙 하나를 처리해 달라고 떠넘길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민수. 그렇기에 무언가 재영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여간 아쉬운 표정을 짓는 그였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장 효율적인 최적의 방법을 통한 공략법입니다. 관리자님께서는 아쉬움을 느끼시지만, 일반적인 유저 대다수는 현 상황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아무리 자신을 만든 창조주이자 최고 권한을 가진 관리자라고는 하지만, 엘리스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이자 목적 그 자체인 아르카디아라는 가상현실 게임의 운영에 있어서 현재 상태는 그녀가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더 상황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유저들의 만족도가 재앙 시나리오 이전보다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1%의 유저들과 99%의 유저들 사이에 벌어졌던 격차 역시 현저하게 낮아졌으며, 예상했던 것보다 80% 이상의 영역이 온전히 보존되었습니다.]본래라면 막아 내더라도 대륙 전체가 황폐화하고 유저들 대다수가 떠나가리라고 예상했던 엘리스. 하지만 재영이 만들어 낸 기적 덕분에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야! 아르카디아 오늘은 언제 들어갈 거냐?”
“음……. 내가 어제 오후 4시에 뒤졌으니까…… 한 5시쯤 어때?”
“오케이. 오늘은 어떻게…… 파티로? 아니면 솔플로?”
“음……. 어제 자살 메타로 스킬 숙련도 전부 5랭크 맞춰 뒀으니까 오늘은 안전하게 파티 사냥으로 경험치나 빨까?”
“오케이. 나야 좋지.”
바로 민수가 앉아 있는 옆 테이블에서 잔뜩 신이 나서 떠들고 있는 두 청년.
젊은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이들이 열정적으로 아르카디아에 대해 떠들며 그 가상의 세상 속 모험을 즐기는 그 순간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은 민수로서도 분명 흐뭇해야 할 상황이었다.
“뭐…… 오해하지는 마. 약간 아쉽다는 것이 전부지,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은 아니니까.”
마치 자신이 아르카디아의 멸망을 기대하고 있던 것처럼 말하는 엘리스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항변하는 민수. 그리고 그는 이내 가엘 연방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를 보며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실 지금 저 녀석이 하는 짓만 봐도 얼마나 미친 놈인지 알 수 있어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
가엘 연방 한가운데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수백 미터 크기의 거대한 배.
하지만, 그 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 모습과는 조금…… 아니, 완전히 다르게 생긴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엘리스, 그런데 저놈들이 하는 짓,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과학과 관련한 기술은 아르카디아의 세상 속에 퍼져 나갈 수 없도록 제한한 거 아니었어?”
본래라면 이미 오래전에 그녀가 개입했어야 하는 상황. 절대 이 중세 판타지 세계관인 아르카디아에서는 용인될 수 없는 최첨단 과학 문명의 병기가 새롭게 재탄생하려고 하는 이 상황을 보며 민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지만, 엘리스는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만, 여러 전후 상황을 고려한다면 제가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다.]“그래……?”
제아무리 이계의 존재라고는 하지만, 분명히 후반 위기 시나리오라는 설정 속에 존재했던 과학 문명의 결정체, 기계 의식, 게슈탈트.
그런 그의 파괴된 잔해로부터 뽑아낸 수많은 아이디어와 여러 발상을 가지고 이를 재해석하여 마법적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이들의 행위는 과학이나 기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저 고도로 발달한 마법 공학일 뿐.
그렇기에 아무런 규정을 위반한 것이 없는 이들에게 엘리스가 개입할 수 있는 자격과 권한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고도로 발달한 마법은 과학이나 다름없다…… 이 말인가?”
마법을 이용해서 초미래적인 SF의 함선을 만들려는 가엘 연방. 그런 그들의 제작 과정과 이 모든 것을 시키고 주도한 재영을 바라보던 민수는 이내 키득거리며 웃었다.
“저런 식으로 예전에 발동된 후반 위기 시나리오의 설정을 흡수한다니……. 진짜 제정신인 인간이 할 수 있는 발상이 아니라니까? 그치?”
다른 국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술력.
그것도 대륙 전체를 멸망시킬 아수라의 재앙이라는 아주 특수한 상황 때문에 마법의 종주라는 드래곤에게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으며 빠르게 진일보하는 가엘 연방의 마법 공학자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지식과 수준이 높아져 가고 있었다.
[현재 제작 중인 비행선을 대량 양산 하게 된다면, 앞으로 수많은 변수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엘 연방을 중심으로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의 패권이 움직일 수도 있으며…….]또 말이 길어지는 엘리스.
하지만 민수는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하나도 듣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핫초코를 들이마시며 지금의 이 여유로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과연,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잭과 이미연 사장의 표정이 어떨지를 상상하며.
* * *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엘 연방의 은인, 덱스.
그리고 그는 오자마자 다짜고짜 이들 모두에게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
“하늘을 나는 배 하나만 만들어 줘. 전의 그 게슈탈트 알지? 그거랑 비슷한 녀석으로.”
수천…… 아니, 수만 톤은 거뜬히 나갈 것 같은 어마어마한 무게의 거대한 아티팩트.
천문학적인 자재와 자금, 거기에 무지막지한 노동력과 시간이 들어갈 국가적인 사업을 그저 말 한마디 툭 던지면서 해 달라는 그. 그렇기에 모든 학파의 마스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강렬한 반대의 의사를 표했지만, 재영의 반응은 그야말로 시큰둥했다.
“이 세상에 불가능한 게 어딨어? 까라면 까는 거고,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들어야지.”
어떻게든 해내라며 고집을 피우는 그.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그렇게 막무가내인 것은 아니었다.
“필요한 자재가 있다면 말해라. 우리가 가진 창고에 있는 것들이라면 충분하게 제공해 주도록 하지.”
“마법 회로를 각인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거나 위험한 부분은 내가 직접 하도록 하지.”
“멍청한 인간. 여기 이거 틀렸다.”
드래곤.
그들이 개입하고, 재영이 원하는 아티팩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재와 마법 지식 그리고 노동력을 대신 충당해 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그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을 현실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이 상상 이상으로 지옥 같은 강행군이었으며 수많은 마법 공학자들이 갈려 나간 결과의 산물이었지만 말이다.
“해, 해냈다아…….”
“이럴 수가……. 진짜 믿을 수가 없어……. 이걸…… 어떻게 겨우 한 달 만에 만들었지……?”
하루도 자지 않고 드래곤들이 걸어 주는 마법으로 모든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를 풀어 가며 단 1분 1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온갖 작업과 중노동에 시달린 이들. 그렇기에 모든 것을 끝마쳤을 때, 이들은 잔뜩 피곤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거렸지만, 그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거나 짜증을 내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만들어 낸…… 이 아르카디아 역사 속에 영원히 남을 것만 같은 사상 최고의 역작이자, 다시없을 아티팩트인 함선을 멍하니 바라보며 무언가 감성에 잔뜩 젖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법 전함, 노틸러스.
마법적 처리가 잔뜩 되어 있는 특수 합금으로 되어 있는 동체, 가장 마나의 전도력이 뛰어난 미스릴로 그 거대한 함선 사방에 마나 회로를 새겨 넣은 배.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황금이 잔뜩 퍼부어진 이 함선은 제작에 참여한 드래곤조차도 탐을 낼 정도로 아주 매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여간 인간 놈들은 특이해. 우리 마법이나 따라 하는 원시적인 놈들인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독자적인 마법을 구축하다니.”
“독특하긴 하군. 나중에 나도 따로 한번 만들어 볼까…….”
“내 레어의 컬렉션으로 아주 제격일 것 같기는 한데……. 크흠…….”
마치 기회만 되면 중간에 가로챌 것 같은 기세로 빤히 노틸러스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드래곤들. 하지만, 이들은 저 멀리에서 연신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자신들의 로드를 보며 차마 그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 아티팩트로 마지막 남은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그건 절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래 보여도 이 함선을 운영할 놈들은 평생에 걸쳐 배를 몰아 온 엘리트들이거든.”
뛰어난 함선. 그리고 실력과 경험이 풍부한 선원들.
이 둘의 조합으로 그 레비아탄을 처치할 계획이 이미 세워져 있는 재영이었기에, 그는 너무나도 자신만만한 얼굴로 확신한 채 말했다.
“그래……. 그럼 믿고 기다리겠네.”
어차피 이 이상 개입할 수도 없는 노릇인 그. 이미 북쪽의 재앙을 처치한 순간부터 현재 남아 있는 동쪽의 재앙에 직접 위해를 가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골드리안은 행운을 빌어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건 걱정하지 말고, 하이머나 잘 보살펴 줘.”
노틸러스에 오르기 전, 하이머를 골드리안에게 부탁하는 재영. 그리고 그는 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저 녀석이 만들려고 하는 거…… 네가 옆에서 딱 붙어서 최대한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해 줘. 혹시라도 모자란 것 있으면, 케르베니안…… 아니, 내 레어에서 가져가고. 전부 다 탈탈 털어 가도 상관없으니까 마음껏 사용해.”
“알겠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골드리안. 그리고 그는 이내 무언가를 빼먹었다는 듯이 재영을 불러 세웠다.
“아, 그 녀석이 너에게 한 가지를 물어봐 달라고 하더군.”
“나한테? 뭘?”
“이름…… 그 아티팩트의 이름을 자네에게 지어 달라고 했네.”
하이머가 만들어 낼 새로운 역작.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은 그 거대 전투 로봇의 이름을 지어 달라는 말에, 재영은 피식 웃으며 곧장 답을 해 주었다.
“기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