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13
113. 생각지도 못한 일
“이거 다 계획이냐?”
이광수 실장의 말에 진혁이 무슨 말이냐는 시선을 보냈다.
“아니, 그렇잖아. 홍길동전 전에는 ‘다 함께 보실까요’ 짤로 발칵 뒤집어 놓는 바람에 초반 시청률 완전히 가져갔지.”
이광수 실장의 눈이 더욱더 가늘어졌다.
“입시 공백 때는 또 어땠어? ‘도전, 고교퀴즈왕’과 성적 공개로 전 국민의 입시를 만들어서 오히려 공백이 아니라 엄청난 관심과 기대가 됐지.”
“……”
“‘재벌 검사’는 케이블 드라마라 좀 불안했는데, 잘 출연도 안 하던 예능을, 그것도 군대로 가서 발칵 뒤집어 놨잖아.”
뭐가 어영부영 맞아떨어지는 것도 같던 순간.
“그리고 이번엔 새 드라마 전에 사격 대회로 또 이슈를 터트렸잖아.”
탁!
이광수 실장이 확신에 찬 결론을 내렸다.
“확실하지! 이건, 계획이야. 진혁이 네가 연기 활동 하면서 한국대를 성적으로 입학하는 녀석인데….. 이 천재 녀석! 이슈를 이렇게 정확한 타이밍에 터트려 버리는 넌 마케팅에도 천재였던 거냐?”
뭔가 대단히 큰 오해를 하고 있는 이광수 실장이었다. 그리고 한번 엉킨 오해는 더욱 깊어져 가는 법.
“와, 소름. 그래서 경영학부 전공했구나.”
로스쿨 때문에 법학과가 없어져서, 현재 최고로 점수가 높은 학과에 간 것뿐…. 이라고 말할 겨를도 없이.
“진혁아! 너 딱 걸렸다. 이젠 솔직히 말하고, 마케팅 같이하자. 기획사가 하는 게 마케팅이야. 왜 공유를 안 하는 거야.”
이 오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진지한 이광수 실장의 얼굴을 보며, 진혁이 생각에 잠겼다.
***
케이블 드라마 흥행의 새 역사를 쓴 “재벌 검사”가 시청률 17.1%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고 12화의 여정을 마무리한 즈음.
이제 대중들의 관심은 새로 촬영에 들어간 우진혁과 윤세희의 드라마 “30%면 연인입니다”로 쏠리고 있었다.
– 꺅! 우진혁♡윤세희! 꿀 조합! 완전 기대!!
– 진혁이 첫 로코이니만큼 시청률 대박 기대합니다!
└ 당연히 대박이죠!
방송 관계자들과 연예 전문 기자들도 만나기만 하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설마 17.1%를 넘기는 건 아니겠지?”
“아휴, 아무리 우진혁이라도 매번 그렇게 기록을 쓸 수야 있겠나. 현실적으로 10%만 넘기면 성공이라고 봐야지.”
“그래도 윤세희하고 같이 하는데?”
“에이. 윤세희도 작년에 평타치고 넘어갔잖아. 그리고 말이 10%지 그것도 ‘재벌 검사’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청률이었어.”
그렇게.
만남만으로도 시끌벅적한 화제를 낳고 있는 시대의 두 아이콘.
우진혁과 윤세희의 첫 만남이 대본리딩 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른 출연자들, 그리고 그들의 매니저들, 제작진들이 전부 두 사람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크…. 뭔가 비현실적인 조합이다.”
“그냥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명작 아냐?”
“내가 매니저 하면서 제일 흥분 된 순간인 것 같아. 왠지 우리 배우한테 미안하네. 크.”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는 두 사람은 정작.
“……”
“……”
서로 잠깐 인사를 나누고는 나란히 앉아 그저 대본만 바라보고 있었다.
곧 잔뜩 흥분한 표정의 유한승 PD와 정이현 작가가 회의실에 들어왔다.
‘뜨아….’
입봉작에 우진혁과 윤세희라는 믿을 수 없는 조합을 받아든 정이현 작가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동료 작가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바뀐 이유.
그저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히야. 이게 꿈이냐. 생시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건 유한승 PD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기대가 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흥분에 가득찬 두 사람의 인사와 함께 대망의 대본 리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기대해 마지않는 우진혁, 윤세희 두 사람의 첫 대사 호흡. 대본리딩 장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우진혁이었다.
“저기 내가 생각해 봤는데.”
“……”
“나 너 좋아하는 것 같다.”
시크한 표정, 그리고 무심한 말투. 하지만 호흡 안에 숨겨진 작은 떨림이 오롯이 느껴지는 대사였다.
‘크흑!’
현장에 있던 여성들이 전부 입을 틀어막았다.
우진혁은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단 한 번도 사랑 고백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그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두 번의 생을 합한 결과 여전히 모태 솔로인 우진혁의 첫 사랑 고백이었다.
무심한 말투였지만, 중저음의 목소리는 달콤했고, 그 숨겨진 작은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현장의 여성들은 마치 자신들이 사랑 고백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좋아하는 것 같아? 같다는 건 좋아한다는 거야, 아님 아직 잘 모르겠다는 거야?”
평소의 행동은 우아한 쪽에 가까웠지만, 극본상의 캐릭터에 걸맞게 사랑스럽고 상큼한 톤의 대사 뱉어내는 윤세희.
“……”
“……”
모두의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잠시간의 침묵 후에 진혁이 입을 열었다.
“좋아해.”
언뜻 보면 무심한 듯 툭,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묘한 대사였다.
“꺄….”
자기도 모르게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뱉고 만 매니저 하나가 후다닥 입을 막았다.
다행히 소리가 크게 울리진 않았는지, 쳐다보는 이는 없었….
그게 아니었다. 모두가 입을 틀어막고 진혁의 대사에 집중하느라 듣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
윤세희가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한번 확인하듯 자기 입안에서 대사를 굴렸다.
모두의 감정이 긴장의 정점에 이른 찰나, 떨어진 짧은 대답.
“나도.”
현장에 “꺄.”하는 작은 비명이 곳곳에서 터졌다.
뭔데, 뭐가 이렇게 서로 달달한데.
솜사탕의 실타래가 온 대본리딩 장을 그물 치듯 휘감고 있는 것 만 같은, 가만히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달달함.
‘끄악….’
그 반응은 남자 스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몇몇의 눈에는 윤세희를 향한 하트가 그려져 있었으니.
그리고.
이 상황에 가장 전율하고 있는 건, 역시 극본을 쓴 정이현 작가.
자기가 쓴 활자가 이렇게 펄떡펄떡 뛰어 움직이는 캐릭터가 되어 현실 세계로 나와 있는 걸 보는 감동이란.
몇 마디 안 되는 대사였음에도, 이미 두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는 자신이 그려낸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감동으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흠…. 흠….”
정이현 작가가 조용한 헛기침으로 눈물을 말려냈다. 여기서 울었다간 정말 이상한 그림이 될 테니.
윤세희가 “나도.”라고 대답한 그 순간, 고백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우진혁의 표정에 미소가 숨겨졌다.
자기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혹은 드러내지 못 하는 캐릭터였다. 남자주인공은.
분명 보여야 하지만, 또한 숨겨져야 하는 그 미소. 진혁의 그 묘한 표정 변화를 캐치한 중견 배우들이 ‘아!’하고 감탄을 했다.
“그럼, 우리 사귀자. 지금부터.”
“아. 그건 안 돼.”
“……”
다시 진혁의 표정에 복잡한 감정이 담기더니, 툭 하고 물었다.
“왜? 왜 안 되는데?”
“음…. 일단 너는 너무 잘 생겼고. 그리고 너무 부자야.”
아니, 그건 사귀는 이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거절의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라는 마음.
그리고 도대체 무슨 말이야 라는 의아함이 진혁의 표정에 서렸다.
“그래도 내가 널 좋아하니까. 나도 사귀고는 싶은데….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어떻게?”
“그러니까….”
엉뚱한 여주인공의 엉뚱한 제안.
그렇게 빠져드는 미궁 같은 둘의 관계.
대본리딩 장의 모두가 마치 대본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진혁과 윤세희 캐릭터에 혀를 내둘렀다.
“대박 나겠는데?”
“역시 괜히 우진혁, 윤세희가 아니지.”
대본리딩을 마친 직후, 이미 몇몇 경험 많은 중견 배우들이 드라마의 대박을 점치고 있었다.
“너 진짜 신기한 애구나.”
느닷없이 윤세희가 진혁에게 반말로 말을 걸었다.
지금까지 진혁과 윤세희가 대사 외에 나눈 대화라고는 처음 만났을 때 나눈 말, 그러니까 “안녕하세요.”가 전부였던 터였다.
그것도 아주 정중하게.
“어머?”
윤세희가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아. 미안해요. 나 또 이러네. 그냥 우리 대사하던 감정이 남아서 그랬어요. 갑자기 놀랐죠?”
“아뇨. 괜찮습니다. 선배님이신데. 그냥 말 놓으셔도 돼요.”
“…. 그럼…. 그럴까?”
윤세희가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오늘 정말 좋았어. 앞으로 잘해 보자.”
진혁이 손을 맞잡자, 윤세희의 웃음이 더욱더 환해졌다.
‘뭐야?’
윤세희의 매니저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윤세희는 후배들하고도 쉽게 말을 놓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윤세희가 말을 놓았다는 뜻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저런 환한 웃음의 의미라는 건….
알 수 없었다. 전에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연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
“내일쯤이면, 1위 가겠지?”
“아마도.”
남자 아이돌 그룹 ‘녹스’의 멤버들이 음원 차트를 살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올봄을 점령한 연세린의 정규 앨범이 각종 음원 차트를 쓸고 지나간 후, 그 바통을 이어받은 건, 같은 NTN엔터 소속의 B.O.B였다.
수년간 보이그룹의 왕좌에 군림하고 있는 B.O.B의 신곡들이 차트를 점령한 지도 벌써 3주가 지났고.
이제 신성 보이그룹 “녹스”가 힘을 잃어가는 B.O.B의 다음 차례를 엿보고 있었다.
아직은 끝물이 남아 있는 B.O.B의 타이틀곡이 1위에 올라있지만, 이미 2위까지 치고 올라간 “녹스”의 곡이 곧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봐야 했다.
‘녹스’ 멤버들은 기대감에 들떠있었다.
B.O.B가 내려가고 나면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빈집 시즌인지라, 꽤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으니까.
“흠~ 흠~.”
한 멤버의 흥얼거리는 소리에, 옆에 있던 멤버가 흥얼거리는 멤버 귀에 꽂힌 한쪽 이어폰을 뽑았다.
“야야. 너 그러다가 고막 다 나간다. 무슨 볼륨을 이렇게 크게 틀어.”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 연세린의 노래가 옆 멤버에게까지 선명하게 들려올 정도였다.
“아. 히히. 나는 이렇게 크게 안 들으면 확실히 곡의 느낌이 좀 떨어지더라고.”
“참 나. 연세린 선배 노래가 그렇게 좋냐?”
“응.”
헤벌쭉 웃는 멤버를 보며 혀를 차는 듯하던 멤버가 세린의 뮤비 영상을 흘깃 쳐다보았다. 금세 입꼬리가 올라가는 멤버.
“나도 좋아. 으히히.”
또래 가수들이 보고 싶은 가수,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가수 1위 연세린이었다.
“크크.”
노래를 듣던 멤버가 같은 멤버의 장난에 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연세린의 노래 목록을 이리저리 굴렸다.
“응? 이건 뭐지? 처음 보는데?”
멤버가 고개를 갸웃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그를 인도한 곳은 연세린이 피처링한 어떤 곡.
“야, 이거 봐라. 연세린 선배가 피처링한 곡이 있다?”
“뭐? 그럴 리가. 연세린 선배가 누구 노래를 피처링해. 처음 듣는 얘긴데.”
멤버가 대답을 하지 않고, 영상을 클릭했다. 멤버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졌다.
“헐! 대박!”
“왜? 뭔데?”
멤버가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는, 재빨리 핸드폰을 스피커에 연결했다.
“야, 야, 이것 좀 들어 봐라.”
옆에 있던 멤버뿐 아니라, 아직 상황을 모르고 거실에 널브러져 있던 멤버들도 전부 소리친 멤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울리는 노래.
“응? 이거 뭐야?”
“헐. 대박 좋네? 근데 처음 듣는 노랜데?”
“이야. 보컬이 장난 아닌데, 왜 이런 보컬을 처음 듣지?”
멤버들의 말에 쇼파 쪽에 기대고 있던 멤버 하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어?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 같기도 한데?”
분명 들었는데. 어디서 들었더라….
그 순간, 울리는 연세린의 피처링 파트.
“우와와! 연세린 선배네?”
“연세린 선배가 피처링한 거야? 언제?”
낯선 노래, 지금까지 피처링한 적이 없다고 알고 있었던 연세린의 피처링.
“이게 누구 노랜데?”
멤버들의 물음에 노래를 들려주었던 멤버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우진혁.”
“뭐? 우진혁은 배우 아니야?”
“동명이인인가?”
“아니. 배우 우진혁이 싱글앨범을 냈어.”
멤버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 엄청난 곡과 환상적인 보컬이 배우 우진혁의 것이고, 그 곡에 연세린이 피처링을 했다?
“이상하네. 이런 노래가 있었으면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이거 언제 나온 거야?”
“그러니까….”
노래를 들려줬던 멤버가 말을 이었다.
“3시간 전에.”
“뭐?”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기에 많은 이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우진혁의 음원 발매.
그리고 공식 뮤직비디오 대신 걸린 것은 녹음실 영상.
그 영상엔 우진혁이 있었고,
그리고 연세린이 있었으니.
그 결과.
조회 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