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38
138. 비밀이 많은 배우
“오, 사격 좋지!”
스티브 제럴드 감독이 코를 씰룩거렸다.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요?”
토미 로빈슨도 제법 의욕적이었다.
“저도 같이 가고 싶은데요.”
“엘리 너도?”
두 사람과 같이 있던 엘리아나도 사격장에 함께 가길 원했다.
그렇게 세 사람이 함께하게 되면서 진혁과 무술 감독까지 5명이 사격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차로 10분쯤 거리에 있는 사격장.
“훈련을 위한 사격장인가요?”
“하하. 스턴트맨들이 사격 훈련을 할 일은 크게 없지. 사격광이었던 AU스튜디오 창업자가 만든 사격장인데, 직원 복지 차원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또 VIP들이 방문해서 사격을 즐기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꽤 큰 규모의 오피스가 자리하고 있었음에도 주변과 건물 내부가 한산했다.
차량이 건물 입구에 도착하자, 두 명의 직원이 일행을 맞았다. 발렛 파킹을 위한 직원 한명, 그리고 일행을 안내할 직원 한명이었다.
직원 따라 도착한 곳은 VIP를 위한 고급라운지.
라운지에 도착하자, 곧바로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었다.
“총은 어떤 종류로 하시겠습니까?”
직원의 물음에 무술 감독이 일행에게 되물었다.
“다들 특별히 원하시는 총기가 있으신가요? 진은 권총 사격을 한번 해봐야 할 것 같지만, 다른 분들은 뭐든 원하시는 거로 주문하시죠.”
다들 유일한 여성인 엘리아나에게 먼저 시선이 옮겨졌다.
“아, 저도 권총. 가벼운 거로 할게요. 글록17gen4.”
진혁의 눈썹이 살짝 들썩했다.
글록17. 오스트리아에서 개발된 플라스틱 자동권총의 대명사.
총몸과 탄창이 강화합성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매우 가볍고 사용하기 편리한 총이었다.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권총이니만큼 진혁도 자주 사용했었지만, 진혁보다는 성미령이 좋아했던 총이었다.
무게도 무게였고, 격발할 때 부드럽게 간질여 주는 느낌이 좋다나 어쨌다나.
간질여 준다고? 진혁은 무딤 탓인지 그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진혁은 격발 감각을 섬세하게 음미하는 편은 아니었으니.
“자고로 권총은 리볼버지만, 오늘은 진혁 때문에 왔으니, 자동권총으로 하지. 진혁과 같은 거로.”
역시 어린 시절 모두의 로망, 서부 영화 건맨의 리볼버를 사랑하는 스티브 제럴드 감독이었다.
제작자 토미 로빈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거로요.”
“그러면 베레타92FS로 저까지 네 정.”
현시점에서 자동 권총의 대명사와 같은 베레타92FS였다. 미군에서는 M9이라는 명칭으로 사용되는 공식화기.
자동권총 하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M1911, 그러니까 콜트 45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권총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 바로 베레타92였다.
범용성과 편리성에 반해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지적되긴 했으나, 본래 권총이라는 것이 엄청난 공격력을 기대할 만한 물건은 아니었으니.
어쨌든 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이라, 진혁도 꽤 오랫동안 사용했던 권총이었다.
“그리고 데저트 이글도 한정 가져다주세요. .44 매그넘으로.”
진혁의 눈이 번쩍 띄었다.
데저트 이글이라면 강력한 권총의 대명사. 물론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무게를 가지고 있는 터라 휴대성은 꽝이었다.
권총의 미덕인 휴대성을 포기한 총이다 보니, 당연히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가 없었고.
게다가 사용하는 화약량이 많다 보니 이물질 발생도 많고, 정비에 들여야 하는 시간도 많았다. 잔고장도 그렇고.
그러니 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정말 꽝.
하지만 그럼에도 용병들 중에는 데저트 이글을 사랑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파괴력, 그리고 작살나는 간지.
이것이 남자의 무기다라고 외치는 녀석들이 똥폼을 잡을 때마다, 진혁은 뒤통수를 후려주곤 했었다.
목숨부터 챙기라고.
하지만 진혁 역시 속으로는 데저트 이글을 좋아했다. 민망하게도 이유는 그들과 같았다.
“데저트 이글이라고 들어 봤어?”
무술 감독의 질문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할 지 잠시 고민하던 찰나. 감독이 별 상관없다는 듯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설명했다.
“이게 무거워서 휴대성은 꽝인데 들고 있으면 제대로 폼은 나거든. 그래서 ‘크로우’의 권총이 데저트 이글을 살짝 변형한 형태야. 그래서 한번 맛보라고.”
진혁은 맛보라는 말이 경험해보라는 말이 아니라, 왠지 권총의 매운맛을 한번 보라는 의미로 들렸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데저트 이글 탄 중에서도 강력한 탄환인 .44매그넘 탄을 주문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진혁의 생각은 정확했다.
‘흐흐. 깜짝 놀라겠지?’
무술 감독이 진혁을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준비한 총이었다.
파괴력만큼이나 반동이 큰 총이었다.
일반 권총에서 맛볼 수 없는 손맛을 느낄 수 있을 터였고, 그 손맛은 초보자를 놀라게 해주기에도 충분할 것이었다.
“그러면 다 같이 사대로 이동하실까요?”
다섯 사람이 함께 사대로 이동을 했다. 일행이 사대에 도착했을 때, 주문한 총이 이미 사대 한편에 세팅 되어 있었다.
사대의 전방에는 사격 시합에서 사용하는 표적지 대신, 마치 놀이동산 사격장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표적이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이라 일반 표적지보다는 여기가 재밌을 것 같아서. 이렇게 다양한 자동 표적은 일반 사격장에는 없다고.”
무술 감독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설명을 했다.
“자, 이렇게 총알을 집어넣고. 탁. 쉽지. 장전은 이렇게 잡아당기기만 하면 돼. 아주 간단하다고.”
감독이 진혁에게 아주 친절하게 기본적인 총기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총기 앞에 서니 승부욕이 치솟는 진혁.
감독의 말을 멈추고, 베레타92FS 한 손 분해 조립을 시전해 주고 싶은 욕구를 가까스로 참았다.
“자, 그럼 우리 몸풀기 사격을 해볼까요?”
다들 준비가 끝나자, 무술 감독이 말했다.
“엘리아나부터 해서, 일단 5발씩 연습 사격 하는 거로 하죠. 표적은 제일 하단에 있는 5개로.”
중단 위로는 다양한 모양의 표적이 세팅되어 있었지만, 가장 하단 표적은 단순한 동그라미 형태였다.
우측으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지는 5개의 과녁.
그야말로 몸풀기용으로 준비된 과녁인듯싶었다.
“좋아요. 준비됐어요.”
엘리아나가 예쁘장한 글록17을 두 손으로 잡고 섰다.
사격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꽤 그럴듯한 자세였다.
뒤로 묶은 반짝이는 금발 머리, 더욱 반짝이는 사파이어색 눈동자.
몸매로는 현역 배우 중 적수가 없다는 그녀인 만큼,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그림이 되었다.
이대로 찍으면 바로 영화의 한 씬이 될 만한.
그녀의 미간이 지그시 좁혀지는가 싶더니.
탕!
가장 큰 크기의 자동 표적이 총소리와 조금의 간격을 두고 천천히 뒤로 넘어갔다.
탕!
그다음 크기의 표적도 쉽게 넘어가고.
탕!
세 번째 표적 역시 잘 넘어갔다.
문제는 급격히 크기가 작아지는 네 번째 표적. 엘리아나의 눈매가 더욱더 매서워졌다.
그리고. 천천히 고르는 호흡과 함께 부드럽게 당겨지는 방아쇠.
탕!
넘어가지 않는 네 번째 표적.
그녀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 격발.
탕!
결국 네 번째 표적은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가 아쉬운 듯 고개를 저었지만, 신사들은 다들 힘껏 박수를 보냈다.
“잘했어요. 엘리아나. 역시 멋져!”
“뭐. 아직 몸풀기니까요. 시합 때는 다들 긴장하셔야 될 거예요.”
“워워. 엘리아나 우리 오늘 시합하러 온 거 아니에요. 진혁은 사격이 처음이라고.”
엘리아나가 진혁을 쳐다보고는 빙긋 웃었다. 역시, 말도 안 되게 예쁜 미소였다.
“진. 걱정 말아요. 내가 볼 땐 금방 잘 쏠 거 같은데. 워낙 운동 신경이 좋아서.”
어디서부터 무얼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진혁은 그저 빙긋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다음 차례는 스티브 제럴드 감독.
“아이쿠야”
액션을 사랑하는 천재 감독이었지만, 사격에는 천재가 아니었다. 제럴드 감독도 4번째 표적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돌아섰다.
“아오! 아깝다!”
놀랍게도 토미 로빈슨이 4번째 표적을 쓰러뜨리고, 5번째 표적에 도전했으나 실패. 모두 아쉬운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토미는 나름 만족한 듯 돌아섰다. 이제 무술 감독의 차례.
탕!
탕!
탕!
탕!
“와!”
4번째 표적이 넘어갔다.
꽤 뜸을 들이긴 했지만, 결국 적중시킨 감독. 이제 그의 총구가 마지막 5번째 표적을 겨냥하고 있었다.
“하.”
감독이 표적을 겨냥하던 손을 내리고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탕!
5번째 표적이 천천히 뒤로 넘어갔다.
“와우!”
모두 놀라는 표정. 표적지를 바라보는 감독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부라보!”
박수와 함께 환호하는 스티브 제럴드 감독에게 무술 감독이 손을 저었다.
“뭘요. 이 정도는 기본이죠.”
말과는 달리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자, 진혁! 이리로. 내가 자세를 가르쳐 줄 테니까.”
무술 감독이 진혁에게 권총을 잡는 법부터, 조준하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진혁이 말했다.
“한 손으로 쏘면 안 될까요?”
“한 손으로?”
“카툰에서 크로우는 한 손으로 쏘던데요.”
“아, 그거야. 만화니까 그렇고. 만화나 영화처럼 쉽게 생각하면 안 돼. 두 손 사격부터 제대로 해보고….”
스티브 제럴드 감독이 무술 감독에게 웃으며 말했다.
“어이. 윌슨! 초보자인데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해. 사격 훈련이 아니잖나. 그냥 경험이라고 경험. 으하하.”
“맞아요. 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두 손으로 해보면 되죠.”
엘리아나도 웃으며 말을 거들자, 무술 감독 윌슨 메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 진. 해 보고 싶은 대로 일단 해 봐.”
진혁이 한 손으로 총을 들고는 천천히 조준점을 맞췄다.
“와우!”
엘리아나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권총을 겨누는 진혁의 모습은…. 그녀의 눈에 너무도 섹시해 보였다.
“오, 폼은 정말 그럴듯한데.”
하지만 격발을 하지 않는 진혁.
“헤이. 진.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진혁이 긴장해서 방아쇠를 못 당기고 있다고 생각한 무술 감독이 다독이듯 말했다.
하지만 진혁은 총을 쏠 생각을 하지 않고, 다섯 개의 표적을 하나씩 조준만 해보고는 총구를 내렸다.
“왜? 못 쏘겠어?”
“아뇨.”
예전 같으면 예비 조준 같은 건 필요 없었을 진혁이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해보는 실사격 연속사였다.
때문에 진혁은 일단 조준선을 가늠해 보았다.
이제 총을 들면 텀을 두지 않고 연속해서 다섯 개의 과녁을 쏘는 속사를 시도할 계획이었다.
“천천히 해 천천히. 하하.”
다들 여유로운 표정으로 진혁을 응시했다.
그 때였다.
“이제 쏘겠습니다.”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진혁의 팔이 총을 들어 올리는가 싶더니.
탕! 탕! 탕! 탕! 탕!
그냥 갈기듯 5발의 총성이 연속해서 울렸다.
덜컹.
그리고 거의 동시에 넘어가는 5개의 표적.
“!!!!!”
시간 차이가 거의 없이 총알이 명중했다는 뜻이었다.
“우와왁!”
“이, 이게 뭐야!”
눈이 휘둥그레진 네 사람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진혁을 바라보았다.
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미리 조준선을 볼 필요는 없었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용병단 최고의 권총 속사를 자랑하던 진혁의 본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아니, 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런 건 우연일 수가 없는데?!”
무술 감독 윌슨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진혁이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저, 감독님 그 ‘데저트 이글’ 한번 쏴봐도 될까요?”
“응? 어어….”
무술 감독이 뭐에 홀린 듯, 데저트 이글을 건넸다.
찰칵.
타앙!
진혁이 이렇다 할 조준도 없이 바로 총을 격발했다.
지잉.
베레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묵직한 울림이 진혁의 팔에 전해져 왔다.
짜릿한 손맛에 진혁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
네 사람의 입이 떡 벌어졌다.
초보자가 데저트 이글 .44매그넘 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손으로 쏘는 것도 놀랄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장 작은 표적이 다시 한번 벌러덩, ‘에라 모르겠다.’하고 드러누웠다.
“으아악!”
네 사람이 경악했고, 그 비명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날 네 사람은 사격의 신세계를 맛보았다.
***
‘크로우’ 등장 씬 촬영 당일.
철저한 보안 속에 거대한 실내 촬영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진혁, 오늘 컨디션은 어때?”
“좋습니다.”
스티브 제럴드 감독의 인사에 진혁이 미소로 답했다. 다가온 무술 감독이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감독님. 오늘 아침 훈련 때 아주 날아다녔으니까요.”
그때였다.
“하이, 엉큼한 남자. 잘 지냈어요?”
엘리아나 캠벨이 금발을 찰랑거리며 다가왔다.
“엉큼한 남자라뇨. 조금 오해될 말 같은데.”
“엉큼하죠. 국가 대표 사격 선수가 아마추어들을 놀렸잖아요.”
“분명 감독님께 공기총 얘길 했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진혁의 말에 무술 감독 윌슨이 장난스럽게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진. 그냥 쏴 봤다고 했지. 국가대표라고는 안 했잖아.”
“전 한국인이잖아요.”
진혁이 머쓱하게 웃었다.
자기 자랑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메리칸 스타일과는 달리, 잘하는 게 있어도 드러내지 않는 게 미덕인 한국 문화에 대한 얘기였다.
하지만 진혁의 승부욕 때문에 사격장에서는 고스란히 실력을 드러내 버리고 말았으니, 조금 궁색한 변명이 되긴 했지만.
어쨌든 상관없었다. 이들의 투정은 진짜 불평은 아니었으니.
무술 감독의 눈에 어린 경외감.
엘리아나 캠벨의 눈에 어린….
뭔지 알 수 없는 눈빛. 하지만 본능적으로 살짝 부담스러운.
“뭐, 상관없어요. 전 엉큼한 남자 괜찮아요.”
“……”
확실한 건 불평하는 눈빛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뭔가 비밀이 많다는 건 꽤 흥미롭기도 하고.”
엘리아나 캠벨의 눈빛이 반짝였다.
사격장의 용사 다섯이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하이, 에단! 잘 지냈나?”
“그럼. 잘 지냈지. 오늘 컨디션은?”
“최고야.”
“오, 굿!”
“와일드 솔저”의 주역 ‘캡틴 라이언’ 에단 스미스.
그가 스턴트맨들과 인사를 나누며 진혁 일행을 향해 걸어왔다.
다부진 체격. 잘 생겼지만, 터프한 인상.
가라데 전미 챔피언 출신다운 강인함이 물씬 드러나는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어이, 에단! 어서 오게.”
세 사람의 환대를 받으며 다가온 에단 스미스가 진혁의 앞에 섰다.
“그쪽이 크로우군요.”
강렬한 에단의 눈빛이 진혁에게로 와서 부딪쳤다.
그 눈빛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친 진혁이 여유 있게 웃었다.
“반갑습니다. 에단. 우진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