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85
185. 더 크로우, 전 세계 동시 개봉
국내 최대 상영관인 용산 아이맥스.
600석이 넘는 좌석은 진즉 매진되었고, 복층으로 되어 있는 넓은 영화관 로비와 복도에도 인파가 가득했다.
“더 크로우: 죽음의 탄생” 전 세계 동시 개봉의 첫 상영.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도 무대 인사차 방문하는 진혁과 서연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 표 구합니다. 제발 한 장만요.
– 표 1장만 주시면 평생 복 받으실 거예요.
– 표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아직도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는 팬들의 애교 섞인 피켓도 여기저기 보였다.
“으으…. 엄청 기대된다.”
“한국 배우가 이런 블록버스터 주연을 다 맡네. 대박이다 진짜.”
“우진혁이 우진혁 한 거지.”
티켓을 구한 팬들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흥분을 누르며 아직 꽤 남은 관람 시간을 기다리던 그때.
“꺅!”
“꺄악!”
“와아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비명.
영화관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누가 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소리였다.
말끔하게 검은색 수트를 차려입은 진혁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서연과 함께 등장했다.
“어떡해. 어떡해. 미쳤어. 미쳤어.”
“으아. 나 죽을 거 같아.”
두 사람이 차단 봉 안쪽 레드카펫에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래층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를 거쳐 위층에 이르기까지 비명과 환호, 그리고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가 파도처럼 밀려 올라갔다.
진혁과 서연이 마지막 포토존에서 팬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는 대기실로 향했고.
“아….”
팬들이 아쉬움에 탄식했다.
***
“훗. 둘이 그러고 있으니까. 꼭 신랑 신부 같네?”
서연의 엄마 윤성희가 진혁과 서연을 보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검은 수트와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두 사람의 조합은 흡사 예식장의 그것을 떠올리게 했다.
“아, 엄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서연이 곱게 화장을 한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영화에서 반전을 보여주겠다는 듯, 영화의 등장 모습과는 정 반대의 컨셉으로 스타일링을 한 서연이었다.
순백의 드레스, 풍성한 웨이브로 흘러내리는 머리, 청순한 컨셉의 고운 화장.
“보기 좋다는 말이야. 둘 다.”
윤성희가 흐뭇한 미소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안녕하십니까. 이사장님. 이야 우리 서연이 너무 눈부시다.”
진혁 아빠 우봉수가 활짝 웃으며 대기실로 들어왔다. 아내 김선화도 인사를 건네며 윤성희와 손을 꼭 잡았다.
이어 사람들이 몰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연성훈과 연세린이 들어왔고.
“우와! 서연아! 너무 예쁘다!”
세린이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서연에게 달려들었다.
“민영아. 어서 와. 오랜만이다. 민영 엄마, 아빠도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김민영과 민영의 부모님들이 반겨주는 대기실 안 사람들에게 밝게 마주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그리고.
“충성!”
대기실에 경례 구호가 울려 퍼졌다.
“민우야! 영준아!”
세린이 두 사람을 보고 활짝 웃었다. 우봉수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후, 야, 우리 민우하고 영준이는 이제 진짜 군인 다 됐구나.”
“하하. 아버지. 저희 이제 전역이 몇 달 안 남았지 말입니다. 다음 달에 병장 진급입니다.”
우봉수가 눈을 키웠다.
“이야. 벌써 그렇게 시간이 갔어? 하여튼 시간 빠르다. 빨라.”
물론 군대 밖에서만 빨리 가는 시간이었다.
민우와 영준을 따라 들어온 두 사람의 부모가 모두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셨습니까.”
“아휴,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왁자지껄한 잔치 분위기를 내고 있을 때였다.
“안녕하십니까!”
우렁찬 인사에 모두의 시선이 대기실 입구로 향했다. 이봉춘 감독이었다.
그가 평소 같지 않게 아주 말끔하게 단장을 하고 나타났다. 마치 자신이 무대 인사를 할 요량인 양.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천만 감독님 아니십니까!”
민우 아빠의 너스레에 이봉춘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 아이고 민우 아버님도 참. 아직 900만입니다. 물론 곧 천만이기는 합니다마는. 으하하!”
이봉춘이 가세한 대기실이 더욱더 시끌벅적해졌다.
“야, 네가 얘기해. 그걸 뭘 나한테 부탁하냐.”
“아씨. 오빠가 좀 얘기해 줘.”
이영준이 동생 영하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진혁이 처음 만났을 때, 아빠 뒤에 숨어서 호기심 어린 큰 눈을 껌벅이던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6학년.
어린 시절 그렇게 귀엽던 꼬마 아가씨가 이제는 제법 소녀 소녀한 미모를 뽐내는 예쁜 청소년이 되어있었고.
오랜만에 보는 영하가 반가웠던 진혁이 얘길 하려고 다가갔다.
“영하야. 오랜만이야.”
“아, 아….. 안녕하세요!”
영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영준이 영하의 옆구리를 툭 치고는 말했다.
“야, 야, 얘기해.”
“아, 오빠!”
진혁이 그런 둘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왜 뭔데?”
“아니, 얘가 진혁이 너하고 사진 찍고 싶다고. 근데 자꾸 그걸 나보고 얘기하라잖아. 아니, 어릴 때는 맨날 지가 먼저 쪼르르 달려가서 덥석 손잡아놓고는…. 얘 사춘긴가 봐.”
“아, 오빠!”
영하가 영준에게 버럭 했다. 그래놓고는 아차 싶었던지 빨개진 얼굴로 진혁에게 더듬더듬 말했다.
“아니, 오빠…. 내가 친구들한테 오빠가 우리 오빠 친구라고…. 나하고도 친하…. 아니 안다고, 집에도 놀러왔다고 하니까 안 믿잖아요….”
그러니까 친구들에게 보여줄 인증샷이 필요하다는 그런 얘기였다. 이미 사춘기에 접어든 영하는 진혁에게 말을 거는 게 왠지 예전 같지 않게 부끄러웠던 거고.
“그래?”
진혁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영하가 거짓말쟁이가 되면 안 되지. 이리 와 같이 사진 찍자.”
진혁의 말에 활짝 미소가 걸인 영하가 재빨리 진혁의 옆에 붙었다.
“오빠, 뭐해. 사진 좀 찍어줘.”
“내가?”
“그럼 누가 찍어.”
“나 참. 알았다. 알았어.”
영준이 투덜대면서도 투철한 직업 정신이 담긴 사진을 찍어냈다. 군대 공인 사진사 공보정훈병의 명예를 건 촬영이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다 똑은 사진이 아닌 것이었다.
“우와―!”
사진에 만족한 영하가 감탄했다. 영준이 뭐 그까짓 걸 가지고 하는 표정으로 가슴 폈다.
진혁이 영하에게 말했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영상 통화해도 돼. 그럼 확실히 믿을 거 아냐.”
“진짜요?”
“그럼.”
“꺅!”
친구들의 기를 죽여 놓을 회심의 카드를 얻은 영하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렇게 진혁의 할리우드 첫 주연작을 축하하는 아주 작고 짧은, 하지만 따뜻한 파티가 끝이 났다.
***
“후하― 후하― 아씨, 떨려, 떨려.”
“야, 너 때문에 나까지 심장이 쫄깃해지잖아. 아, 심장아 나대지 마라.”
진혁의 무대 인사를 앞두고 정말 치열했던 티켓팅에 승리를 거둔 앞자리의 관객들.
상당수는 바로 진혁의 팬클럽인 “컨스”의 회원들이었다.
“아… 서연아….”
“서연이 빨리 나와라.”
그 중 일부는 서연의 팬클럽 회원들이었고.
다들 조마조마한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그때.
“꺅!”
“우와와!”
객석의 비명과 함께 진혁과 서연이 등장을 했다.
“으허엉―.”
진혁의 팬들 중 몇몇은 울음을 터트려 버렸고.
“서연이 예쁘다….”
하얀 드레스를 차려입은 서연의 청순한 모습에 서연의 팬들이 입을 떡 벌렸다.
“안녕하세요. 배우 우진혁입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인사드리네요….”
진혁이 마이크를 들고 먼저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어진 서연의 인사.
관객들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어렸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비주얼이라는 게 있었다.
그렇게 짧은 행복의 시간이 지나고, 진혁이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럼 모쪼록 영화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곧 어두워진 극장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 고요하지만, 가장 심장의 박동이 커지는 시간이었다.
따라라라
익숙한 음악과 함께 AU스튜디오의 로고가 화면에 등장하고.
테러리스트들에게 고문을 당한 미국 장교 조나단(진혁)의 복면이 벗겨지는 그 순간.
“와―!”
객석에서 묵직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아마도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함성일 것이었다.
거대 제작사 AU스튜디오의 로고가 선명히 박힌 바로 그 블록버스터에서 한국인 주연 배우의 얼굴이 처음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 순간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기 시작한 관객들.
하지만 시작은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초인화 된 크로우가 테러리스트들의 본거지와 자신을 저버린 조국의 작전 본부를 초토화하는 숨 막히는 액션을 선보이면서, 관객들은 영화의 미친듯한 몰입감에 전율했다.
“미쳤다. 미쳤어.”
“신이시여. 이것이 진정 한국 배우의 작품입니까?”
“오, 신이시여! 이 영화를 정말 제가 만들었습니까?”라고 했다던 불후의 명작 ‘벤허’ 감독의 독백. 그 독백이 관객들의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영화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미 두 번의 대액션만으로도 혼미해진 한국의 관객들 앞에 등장한 것은.
크로우의 검은 날개를 목도하게 되는 마지막 액션.
스티브 제럴드가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어 만들었다는 바로 그 장면.
“크아아….”
“으어어….”
“컥….”
앞서 보여준 엄청난 액션 씬과도 격을 달리하는, 초인들의 대결.
완벽한 CG가 가미된 폭풍 같은 액션에 관객들이 지려오는 하체를 가까스로 부여잡고 있던 그때.
기어코 팬티를 적셔버리고야 말겠다는 듯.
붉은 눈의 서연이 전장에 등장했다.
“끄아아!”
더 이상의 전율은 없을 것 같던, 이미 충분히 충격에 충격을 거듭했던 영화.
하지만 관객들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더 큰 전율을 맞이해야 했다.
***
“우와와―!”
화장실이 시급한 것은 한국의 관객들만이 아니었다.
북미 전역의 관객들이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아니, 카툰을 능가하는 비현실적인 액션에 경탄하고 있었다.
북미의 관객들은 대부분은 어린 시절 ‘와일드 솔저’ 카툰을 보았고, 어린 시절 만화에서 느낀 감동은 닳고 닳은 어른이 된 지금과는 다른 것이었다.
슈퍼 히어로의 등장과 활약을 카툰으로 처음 목격한 어린아이의 가슴 떨림.
그때의 전율을 다시 경험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한 어른이 되어버렸으니.
하지만 관객들은 지금, 그 어린 시절의 가슴 떨림을 다시 체험하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정말 엄청나네.”
“와우! 와우!”
연신 감탄을 터트리며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관객들 사이.
한 노신사가 눈물을 훌쩍이고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질 액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라니. 누가 봤다면 정말 이상하게 여길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노신사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사람은 어쩌면, 그 눈물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몰랐다.
WP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승수 사장.
한국 연예기획사의 역사를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였다.
그리고 그가 연예계 매니저로 발을 딛은 80년대 초반. 할리우드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나무였다.
어린 시절부터 동네 영화관의 개구멍을 제집 드나들듯 하던 개구쟁이.
그만큼이나 영화가 미치도록 좋았던 그는, 할리우드 영화에 열광하며 자란 할리우드 키드였다.
‘으아아. 엄청나구나야.’
‘역시 미국 영화는 다르다 달라.’
한국 영화와는 감히 비교도 되지 않는 스케일, 기가 막히게 멋진 배우들.
광활한 대지를, 깊은 밀림을, 그리고 드넓은 우주를 자유롭게 넘나들던 할리우드의 영화들은 그야말로 어린 이승수의 꿈이요, 희망이었다.
언젠가 나도 저런 영화의 주인공이 되리라.
그 꿈 때문에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을 정도로 커다란 열망.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할리우드는커녕 한국 영화계에서도 변변한 배역 하나를 얻지 못했던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길은 매니저였다.
처음에는 그저 배우 생활을 위한 일시 간의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배우 생활을 포기하면서, 매니저 일은 그가 영화계와 연을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끈이 되었다.
그렇게 그의 꿈이 바뀌었다. 언젠가 대한민국 최고, 아니, 대한민국을 넘어 할리우드 영화의 주연으로 우뚝 설 배우를 길러 내고야 말리라.
하지만.
그렇게 악착같이 대한민국 최고의 연예기획사를 일구어내고, 대한민국 최고라는 배우들을 즐비하게 배출하기도 했지만, 은퇴를 앞둔 지금까지 여전히 밟지 못한 미지의 영역.
바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
한국 연예산업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커진 지금에도 누구도 이루지 못한 꿈이었다.
‘사장님 어렵겠습니다.’
‘배역이나 조건이 너무 터무니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버리지 못했던 할리우드 키드 이승수의 마지막 꿈이었고.
이승수의 눈이 스크린을 향했다.
“남김없이 죽여주마!”
바로 그 소망을 현실로 만든 믿을 수 없는 배우가 적들을 향해 포효하고 있었다.
이승수 사장은 진혁의 그 포효가 마치 할리우드 정복에 대한 선전 포고처럼 느껴졌다.
주르륵 흐르는 이승수의 눈물과 함께 그의 매니저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민수야! 너는 내가 반드시 할리우드에 세운다.’
‘정아야! 할리우드 가는 거다!’
‘강철아! 할리우드 도전해 보자!’
그토록 악착같이 오르려 했으나 그 등반을 허락지 않던 할리우드라는 벽.
하지만 우진혁이라는 이 규격 외의 천재는
빠각!
퍼억!
벽을 오르는 대신 박살을 내고 있었다.
이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이승수는 지금 미국까지 날아와 영화를 보고 있었다.
할리우드에서 할리우드의 관객들 앞에 우뚝 선 그의 배우를 보기 위해.
“멋지구만! 멋져!”
이승수 사장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
“자자, 개봉 첫날 흥행 수익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구.”
영화의 흥행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북미 상영 첫날 흥행 수익. 스티브 제럴드 감독이 흥미로운 눈으로 보고서를 넘겼다.
제럴드 감독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그 순간.
“으아아….”
할리우드 외곽에 거주하는 크로우 레어 카드의 소지자 로버트가 경매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크로우 카드의 가격을 확인하고 있었다.
딸칵.
마우스 버튼을 누른 그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