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84
184. 새로운 미래
“네. 네. 그렇군요.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화를 받는 진혁의 담담한 목소리에 연성훈과 영준 아빠의 얼굴에 살짝 실망이 어렸다.
하지만 진혁을 잘 아는 세린은 오히려 살짝 기대감이 어린 표정을 지었다.
딸칵.
“됐대?”
전화를 끊자마자 세린이 물었다. 진혁이 빙긋 웃었다. 세린은 자기 생각이 맞았음을 직감했다.
“됐구나!”
“맞아. 지금 시상식 참가하라는 연락 왔대.”
세린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벌떡 일어났다.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진 연성훈이 재차 물었다.
“뭐, 뭐야. 진짜 됐대?”
“네.”
“으아악!”
연성훈과 영준 아빠가 뒤늦게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질렀다.
“으와―.”
세린이 꼭 쥔 두 주먹을 흔들며 폴짝 폴짝 뛰었다.
“이야. 진짜 됐구나! 진짜 됐어! 영준 아버지 축하드립니다!”
“아휴, 다 원장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뇨. 제 덕분은요. 저야 뭐 한 게 있나요. 으하하!”
중년의 두 남자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서로 손을 맞잡았다.
“축하드립니다.”
“야, 진혁아, 이 녀석아! 고맙다! 고마워!”
“고맙다! 진혁아.”
30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투자해준 진혁이 없었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연성훈 원장이 연신 진혁의 등을 두드렸고, 영준 아빠가 젖은 눈으로 미소를 지으며 진혁의 손을 꼭 잡았다.
동생 이봉춘이 명문대 출신의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선택했을 때.
판사 출신 부모님은 결코 그 선택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 굽히지 않는 동생을 보며, 형인 영준 아빠가 동생을 응원한 것은 어찌 보면 대리만족이었을지도 몰랐다.
영준 아빠 자신은 부모님의 요구대로 법대를 진학했다. 부모님은 당연히 한국대 법대를 원했지만, 그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킬 능력이 없었던 자신이었다.
사법고시를 패스했지만, 부모님이 원하는 판사가 되지는 못했다. 변호사가 되었지만, 그건 부모님의 눈에 차는 일이 아니었다.
평생을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길을 걸었지만, 결국 그마저도 부모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삶이 되어 버린 자신.
뒤늦게서야 부모님이 원하는 일이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 그였다.
변호사 일로 모은 돈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던 사업을 시작한 것이 영준 아빠의 소심한, 그리고 뒤늦은 일탈이었다.
그리고. 동생은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랐다.
오롯이 자신의 길을 걷기를.
그 길의 끝이 비록 절망일지라도, 그 절망의 무게를 기꺼이 형이 나눠질 테니.
그렇게 물심양면 동생을 돕던 영준 아빠였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생각을 했다 해도 어느 누가 절망을 기뻐할까.
영준 아빠는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동생의 삶을 바랐다.
자신의 걸음대로 뚜벅뚜벅 걸어간 그 길의 끝에 빛나는 동생의 모습이 자리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
영준 아빠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졌다.
아직 완전히 이룬 것도 아니고, 아직 길이 끝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긴 터널의 끝이 비친 서광은 그것만으로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가슴 뭉클한 감격을 가져다 주었다.
갑작스러운 영준 아빠의 눈물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
연성훈이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오랜 무명 생활, 세린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슬럼프.
인생에서 어두운 터널의 시간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그 역시, 친동생 같은 봉춘에게 비춘 서광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고. 이거 참. 갱년기인가 봅니다. 괜히 눈물이 많아져가지고.”
“그러게요. 저도 요즘 유독 그러네요. 허허.”
한참을 울던 두 중년의 남성이 진혁과 세린 앞에서 울었다는 것이 쑥스러웠는지 서로 농담을 했다.
아직 채 그치지도 않은 눈물을 훔쳐내며.
“아휴, 내 정신 좀 보게. 영준 엄마한테도 연락해줘야 하는데요.”
영준 아빠가 재빨리 휴대폰 단축 번호를 눌렀다.
– 여보! 어떻게 됐어?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던지 높아진 영준 엄마의 목소리가 스피커 폰이 아님에도 휴대폰 밖으로 생생하게 들려왔다.
“으하하. 됐대! 여보! 됐어!”
– 꺄악! 진짜? 진짜 됐어?
“당연히 진짜지!”
– 와아, 잘 됐다! 잘 됐어!
수화기 밖으로 영준 엄마와 영준의 동생 영하까지 가세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
드뷔시 극장 “주목할 만한 시선” 시상식.
“올해의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은….”
주목할 만한 시선 상.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대상에 해당하는 상이었다.
본선 경쟁작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그 권위를 인정받는 중요한 상이었다.
발표자가 객석을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이봉춘 감독의 ‘범죄의 습관’입니다.”
“우와와!”
환호와 터져 나왔다. 감독과 배우들, 영화 관계자들이 서로를 얼싸 안았다.
“봉춘아―! 됐다! 됐어!”
송대준 사장이 만세를 불렀다.
이봉춘 감독이 어떤 결과든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는 결심과는 달리 벌써부터 울먹이는 표정으로 단상으로 향했다.
“봉수와― 메흐씨 보쿠!”
혹시라도 울음을 터트릴까 봐 최대한 씩씩하게 인사를 외치는 이봉춘 감독.
하지만 그 모습이 불어를 마치 독일어처럼 또박또박 외치는 모양새가 되었다. 객석에서 “와.”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 혹시나 하고 소감을 준비해 왔지만, 머리가 하얘져 버렸습니다.”
“와하하!”
다시 웃음이 터지는 객석.
“저한테 이런 날이 오다니요. 와우!”
이봉춘 감독의 얼굴이 흥분으로 터져나갈 것처럼 붉게 상기되었다.
“봉명이 형, 성훈이 형 고마워! 아, 영화 만들라고 돈 대준 분들입니다.”
“와하하!”
이봉춘의 엉뚱함에 계속 터지는 웃음.
“제일 고마운 건 역시 우진혁 배우입니다. 제일 돈을 많이 대줬거든요.”
“으하하!”
그렇게 드뷔시 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이봉춘 감독의 정신없는 멘트.
몇 번의 웃음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린 이봉춘 감독이 차분히 소감을 말하고 단상을 내려왔다.
이미 늦은 저녁이 된 칸에서 날아든 소식은 이제 동터오는 새벽을 맞고 있던 한국에 빠르게 전해졌다.
– 신예 이봉춘 감독의 영화 “범죄의 습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 수상!
– 실패를 딛고 일어선 이봉춘 감독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그랑프리’.
– “투자해준 우진혁 배우에게 감사한다.”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의 주인공 이봉춘 감독, 이유 있는 수상 소감.
이미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더 크로우: 죽음의 탄생” 때문에 엄청나게 떠들썩했던 언론이었다.
– “더 크로우: 죽음의 탄생” 진정한 히어로는 할리우드의 장벽을 부순 배우 우진혁
– 칸을 매료시킨 “더 크로우: 죽음의 탄생” 이제 전 세계를 겨냥하다
– “더 크로우”의 주인공 우진혁 압도적인 액션 연기로 캐스팅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다
– “더 크로우: 죽음의 탄생” 의 씬 스틸러, 배우 민서연 전격 해부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에 첫 주인공이 된 한국인에 대한 흥분으로 연일 칸 영화제 관련 기사를 쏟아내던 상황이었기에, 이봉춘 감독의 수상 소식은 더욱 불이 붙듯 타올랐다.
“더 크로우”에서 깜짝 출연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배우 민서연 주연의 작품이었기에 더욱더 관심이 쏟아졌고.
“범죄의 습관”의 제작비 대부분을 우진혁이 투자했다는 사실 역시 뉴스에 더욱 불을 붙이기에 충분한 장작이었다.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기대감이 엄청나게 고조되었다.
물론 그 반대인 사람도 있었다.
판타지필름 사무실에서 거들먹거리던 안무용 감독 같은 사람이랄지.
“젠장! 젠장! 제에엔장!”
아침 일찍부터 이봉춘의 수상 소식을 들은 안무용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질러댔다.
아직 자신이 밟아보지도 못한 칸 영화제를 이봉춘이 먼저 밟은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매우 상해 있던 그였으니.
이봉춘의 수상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다.
성공이란 게 그런 법이었다.
이처럼 시기와 질투가 일어나는가 하면,
“아….. 이게 대체…..”
귀국 기자회견을 마치고 휴대폰을 켠 이봉춘 감독이 엄청나게 쌓여 있는 문자 메시지에 혀를 내둘렀다.
투자를 해달라고 찾아갈 때는 문전박대를 하던 이들까지 너도나도 살가운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으니.
이게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그것인가.
그렇게 더할 수 없이 떠들썩한 가운데, “범죄의 습관” 팀 귀국 다음 날, 바로 영화의 국내 상영이 시작되었다.
모든 관객들이 칸 영화제에서 들려온 명성이 허명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진혁이 알던 미래가 바뀌었다.
지난 생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던 연세린의 여정도 이미 많이 달라져 있었으니,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닐까.
진혁이 알고 있던 이봉춘 감독의 첫 히트작 최종 관객 동원 수는 약 550만 명.
그런데.
“야…. 이거 천만 가겠는데?”
“범죄의 습관”이 개봉 첫 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해 버렸다. 이 추세대로라면 1,000만 관객 돌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칸 영화제 수상이야 진혁이 알고 있던 세상의 일과 같다고 해도, 바뀐 것이 너무 많았다.
주인공 민서연이 뜻밖에 “더 크로우”에 출연하게 되면서 제대로 터진 홍보 효과. 거기다가 우진혁의 대규모 투자로 일어난 화제성.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아마 주인공이 아니었을 것인 정지안과 민서연의 환상적인 콜라보. 신들린 연기.
“범죄의 습관”은 연쇄 살인마를 다룬 영화이면서도 잔인한 장면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영화였다.
그런 관계로 연쇄살인마 등장 영화가 15세 관람가를 받은 것이었고.
하지만 잔인한 장면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놀라운 영화였다.
그만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게 뒷받침되고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잔혹한 장면 대신 치밀한 미장센과 극도로 섬세한 배우의 심리 묘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상상의 공포를 선사해야 하는 것이 키포인트.
그걸 구현해 낸 것이 바로 미래의 거장 이봉춘의 천재적 재능이었지만.
그 이봉춘의 재능 위에서 영화의 꽃봉오리를 피워낸 것은 바로 정지안의 신들린 연기였다.
아마도 대상 격인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이 아니었다면 남우주연상을 받았어야 했다는 평을 들을 만큼 놀라운 연기.
그리고 그 정지안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받쳐준 것이 민서연이었고.
아무튼 그런 다양한 변수가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으아아…. 이거 손이 다 떨리네….”
이봉춘 감독이 엄살을 떨었다. 아니, 사실 반은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반은…. 날아갈 듯이 기뻤다.
“야 인마, 떨리긴 뭐가 떨리냐! 나는 그냥 좋아 죽겠다!”
판타지필름 송대준 사장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봉춘을 끌어안았다.
“봉춘아! 우리 끝까지 가는 거다!”
제작 관련 행정과 잡무, 배급사 조율에 관한 업무를 맡았던 판타지필름은 이미 아무런 리스크도 없이 수억 원대의 수익을 얻었다.
게다가 거의 확실시 되는 1,000만 관객 동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면, 판타지필름의 수익도 10억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봉춘 감독이 얻을 100억이 넘는 수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겠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 거의 공돈이 다름없이 얻은 10억의 수익은 그 어떤 꿀보다 달달했다.
“아이고. 우리 동생에게 이런 날이 다 오네. 이거 뭐 십억, 백억, 정신이 없다. 하하하.”
이봉춘 감독의 형 영준 아빠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봉춘이 봉 됐구나! 으하하.”
연성훈이 아재 개그를 작렬시키며 일단 자기가 먼저 웃어 재꼈다.
영화 제작비의 일부를 투자한 연성훈이 10억 이상의 투자 수익을, 영준 아빠가 20억 가량의 수익을 얻을 것이었다.
돈 벼락이라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
진혁이 즐거워하는 모두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당연히 이 흥행의 최대 수혜자는 최대 투자자인 진혁이었다. 예상 수익 200억 이상.
하지만 진혁이 기분 좋은 건 돈 때문은 아니었다.
200억이라는 돈이 큰돈인 건 사실이지만 이미 광고 수익만으로도 연간 100억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진혁.
마음먹고 활동을 하면 연간 200억원의 수익 정도는 크게 어려울 일이 아닌 그에겐 그렇게까지 엄청난 돈은 아니었다.
만일 “더 크로우: 죽음의 탄생” 큰 성공을 거둔다면, 이젠 할리우드에서 진혁의 몸값이 영화 한 편에 100억 이상이 될 것이었고.
이미 부족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큰 감흥은 아니었다.
진혁이 즐거운 이유는 거장의 탄생을 옆에서 지켜본다는 기쁨. 이봉춘을 통해 꿈을 꾸었던 영준 아빠와 연성훈의 기쁨을 지켜보는 기쁨. 뭐 그런 것들이었다.
그러하기에 아마도.
이젠 단순히 돈을 벌고 쓰는 일 말고, 돈으로 얻을 수 있는 더 큰 즐거움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진혁이었다.
아주 재밌을 만한 일.
그리고 지금 진혁의 머릿속에 어렴풋하게는 정리된 일, 하지만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하는 일.
‘언제쯤 가능하려나.’
생각만으로도 꽤 즐거운 일이었다. 진혁의 마음 속에서 즐거움이 솟아 나와 입가에 작게 걸렸다.
***
“범죄의 습관” 개봉 4주차. 이미 9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올해 개봉작 중 첫 1,000만 관객 달성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다시 대한민국 극장가가 들썩이고 있었다.
“더 크로우: 죽음의 탄생” 개봉 D-2.
이미 거의 모든 개봉관의 첫날 상영분이 매진된 상황.
이런 상황은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으하하! 구했다, 구했어!”
LA에 거주하는 크로우 레어 캐릭터 카드의 소유자 로버트도 가까스로 얻은 “더 크로우” 첫날 티켓에 감격하고 있었다.
칸 영화제의 대호평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전세계의 호기심이 새로운 크로우의 등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