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178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178화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리안델이라면 눈앞의 이 ‘아누비스’라는 사도의 대가리를 진즉에 깨 버렸을 것이다.
어째서일까.
가장 먼저 그런 게 떠올랐다.
“……흠?”
내 대답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아누비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절 적대하기로 하신 겁니까? 지나치게 감정적이군요. 제 시험은 꽤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뭘 하려고?”
이제 존댓말도 필요 없다.
“뭐, 진정한 ‘신앙’을 증명하고 싶은 건가? 그 누구도 감히 반발하지 못할 절대적인 신앙을?”
“잘 아시는군요.”
“네가 생각하는 신앙이 뭔데?”
“그야.”
아누비스의 눈매가 휘어졌다.
밝았지만, 동시에 어두웠다.
“굳건한 의지, 순수한 선의, 무한한 사랑…… 그런 것이지요. ‘신앙’이란 결코 가볍지 않으며, 가벼울 수 없는 것이니 그 정도는 되어야…….”
“이제 그만.”
대충 알았다. 너의 신앙.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우웅.
스태프가 내 감정에 공명하며, 주변의 마나 구조를 재배열하기 시작했다.
아누비스가 가진 심상(心象)이 위태로운 소리를 내며 부스러진다.
자신의 심상이 불길한 소리를 내자, 그가 얼굴을 찡그렸다.
“잠깐, 지금 뭘 하시는……!”
“뭘 하기는. 개소리라 마음에 안 든다니까? 이해해. 내가 원래 좀 제멋대로인 편이거든.”
그 말과 함께 준비된 마법이 놈의 눈앞에서 일제히 나타났다.
〈어우러진 신성정원〉.
〈순간 전이〉.
〈환상 고정〉.
7서클의 신성 보호 마법과 공간 이동 마법. 거기에, 8서클의 대 환상마법까지 더해졌다.
“설마, 제 심상을 깰 셈입니까?”
“아니. 그럴 리가.”
난 단호히 대답하며 준비한 마법을 발동시켰다.
내가 방금 사용한 8서클의 마법은 환상 마법을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둘 생각이야.”
“……?!”
아사르의 무덤은 여간내기가 아니다.
내가 10서클에 도달한 전례가 있을지라도, 여전히 아사르는 까마득히 위에 있는 초월적인 존재다.
당연히 공략하지 못한 무덤 자체에 내가 개입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가.
그건 또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무덤과 같은 ‘특이한 형태’의 무덤이기에 가능한 수라고 해야 할까.
내 말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아누비스는 날 비웃었다.
“이곳은 제 영역입니다. 당신 또한 알 텐데요. 무덤 자체를 고작 필멸자가 어쩔 방법은…….”
“누가 무덤 자체를 어쩐대?”
난 말했다. 가둔다고.
아누비스의 무덤은 무척이나 불안정하고 명확하지 못하며, 당연히 그렇게 불안정한 무덤을 유지하는 게 쉬울 리 없다.
그렇기에 끼어든 게 이 심상.
아누비스는 자신의 ‘심상’을 이용해 어떻게든 무덤의 통제권과 그 존재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심상 내부를 새로운 심상으로 덧칠한다면 어떨까?
화폭 위에 짙은 색의 물감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물론 그림과는 다르기에, 이 덧칠이 오래 버틸 일은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내게 필요한 건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니니까.
“잠깐, 용사 당신, 설마……?”
미친 듯이 점멸하는 마법진들.
그리고 곳곳에 덧칠되는 풍경.
직전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내 실패를 확신하고 있던 아누비스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뭘 하는 겁니까! 사도인 절 마법으로 가둔다니,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그게 가능하거든.”
이미 마법은 발동했다.
남은 것은 결속하는 것.
스태프를 매개로 하여 본래라면 이어지지 않을 마법을 하나로 결속한다.
주변에 어지럽다는 생각마저 드는 수십, 수백 종의 크고 작은 마법진들이 일대를 가득 채웠다.
뒤늦게 뭔가 잘못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누비스가 개입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8서클 상위 공간마법, 리빌드 디멘션(Rebuild dimension).
마법진들이 일제히 점멸하더니, 이내 환한 빛을 내뿜었다.
빛이 있으라.
아누비스가 뭔가 하려는 듯 보였지만 이미 늦었다.
할 거라면 내가 뭔가 하려 한 그 순간, 개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방심한 것이다.
사도인 자신이 필멸자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그리고 그 결과.
“내, 심상이……?!”
심상이, 덧칠되었다.
방금 전까지 있던 경건하며 웅장한 신전이 사라지고, 새로운 풍경이 그 자리를 채웠다.
“여기는…….”
“내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난 스태프를 어깨 위에 짊어진 채, 씨익 웃으며 그를 환영했다.
덧씌운 풍경은 별 게 없었다.
삭막한 땅바닥에,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관중석과 높은 벽.
“……콜로세움?”
“그래, 그 말대로다.”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스태프를 아래로 늘어뜨린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떠올랐다.
그것을 본 아누비스가 움찔 몸을 떨었다.
“뭐, 뭘 하려는…….”
“길게 갈 생각도 없어.”
그래, 긴 시간은 필요 없다.
이건 그냥, 화풀이니까.
세트는 말했다.
– 미하일, 걔, 싸움 못해.
싸움을 못한다.
즉, 아누비스라는 사도는 ‘무덤’과 ‘사도’로서의 능력이 없다면 대단한 힘을 내지 못한다는 것.
그런고로.
“정정당당하게 스태프로 붙자.”
난 스태프를 들었다.
세트마저 인정한 합법적으로 사도를 후려 팰 수 있는 기회.
아, 이건 못 참지.
* * *
신기루의 아누비스.
한때, 그는 마신으로부터 ‘아사르의 충견’이라는 멸칭마저 들었을 정도로 아사르를 열렬히 맹신했던 사도였다.
일련의 사건을 거친 후.
그는 자연스레 ‘신앙’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가 그토록 맹신하던 존재는 더 이상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품은 ‘신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동시에, 가장 ‘이상적인’ 믿음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더 이상, 믿을 존재가 없다면.
자신의 ‘신앙’에 답할 존재가 없다고 하면 자신은 무엇을 믿고, 또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끝도 없이 자신을 신도라 자처하는 이들에게 ‘시험’을 내렸다.
하지만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시험을 받은 신도들 대부분은 망가졌고, 급기야 제 신앙마저 불신하게 되는 경우가 수도 없이 생겨난 것이다.
‘내가 잘못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계속 자문자답을 반복하며, 그는 조금씩 망가져갔다.
하지만 가장 최악인 것은.
스스로가 망가진다는 자각조차 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는 것.
인지하지도 못한 채, 광기라는 심해로 침전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던 중…….
“아, 미친.”
그는 용사와 조우했다.
저거, 마법사 아니었어?
가장 먼저 아누비스가 생각한 것은 그것이었다.
마법사라는 인종이 어떤 존재인지 모를 그가 아니다.
당연히 그 ‘마법사’가 육체적으로 뛰어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았고.
그런데 도대체.
콰앙!
“아니, 뭡니까!”
지금 이건, 뭐란 말인가.
그는 바로 얼굴 옆을 위태롭게 스쳐 지나간 스태프를 보며 몸을 파들파들 떨고 말았다.
콰앙? 지금 저게 스태프에서 날수 있는 소리란 말인가.
이게 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용사를 쳐다보자, 용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진정한 마법사는 마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뭔 개소립니까, 그게!”
“물리와 마법을 나누는 건 촌스러운 일이지. 진정한 마법사라면, 그 둘을 함께 볼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보아라, 사도여.”
그를 가둔 이 환경은 마법으로 조성되었으며, 지금 그를 향해 스태프를 휘두르는 것은 틀림없이 물리적인 힘이었으니…….
“그냥 갖다 붙이는 거잖아!”
“아가리.”
그 말과 함께 스태프가 한 차례 허공에서 회전하더니, 그대로 아래로 내리꽂혔다.
콰앙!
그대로 땅에 내리꽂힌 스태프가 폭발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아누비스가 입을 벌렸다.
‘뭔데.’
그는 오랜 세월을 존재해 왔다.
분명 괴짜는 많았으며, 그런 존재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그건 사실인데…….
이건 아니다.
뭔데, 이거. 무서워…….
저거, 악마도 아니고 시뻘건 눈으로 도대체 뭘 하는 건데.
그리고 스태프 저건 또 뭔데.
왜 핏빛 기운이 도는 거야…….
“아니, 당신 그 스태프, 유그드라실의 일부가 아닙니까?! 신성하기로는 손에 꼽는 그녀의 기운이 도대체 왜……!”
“더욱 신성한 기운에 뒤덮인 것뿐이다!”
“뭔 개소리야, 그게!”
아누비스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땅을 굴렀다.
그러기 무섭게, 바로 옆에 스태프가 내리꽂혔다.
“으아아아!”
뭐지, 전혀 상상도 못 한 상황.
아누비스는 근 몇백 년간 거의 느끼지도 못했던 죽음의 위협을 느끼며 등을 돌렸다.
그 순간, 뒤에서 홀린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등짝, 등짝을 보자…….”
“와아아아악?!”
“세트도 궁금해 하더라고.”
냅다 뛰었다.
뭔지는 몰라도, 잡히면 진짜 끝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었다.
아누비스 역시 분명 강력한 사도지만, 그 사도로서의 힘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이 있기 마련.
지금 그 조건은 봉쇄된 상태.
그런고로 현재의 아누비스는 그냥 힘이 없는 무력한 소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니, 아니다!’
아누비스는 이를 악물었다.
‘사도’로서의 자신은 단순히 그런 존재가 아니지 않은가.
설령 능력이 봉쇄되었다 할지라도, 자신에게는 여전히 강력한 카드가 남아 있으니……!
그는 걸음을 멈추고는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용사를 노려보았다.
그가 가진 ‘소년’으로서의 모습은 일종의 의태에 불과하다.
그래, 잠시 당황했던 것뿐이다.
생각 이상으로 상대의 기세가 매서워, 진정한 자신을 보일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
“좋습니다. 당신이 그리 나온다면, 저 역시도 생각이 있지요.”
아누비스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선량하고 여린 소년의 모습이 빛에 휩싸이며 팽창한다.
나타난 것은 거대한 주둥이와 위협적인 눈.
그리고 위협적인 울음소리.
“그르르르.”
방금 전까지 움츠러들었던 소년, 아누비스는 없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사도.
그중에서도 아사르를 수호하던 맹견(猛犬)으로서의 아누비스
[저 역시, 더 이상 당신을 단순한 용사나 도전자로 보지 않겠습니다! 무덤을 침입하고, 멋대로 난리를 피우는 적!]한때, 아사르의 적을 무작위로 분쇄했던 맹견이 포효했다.
용사, 미하일이 덧씌웠을 공간이 불안정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이, 이럴 수가…….”
그것만큼은 제아무리 용사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멍하니, 아누비스를 쳐다보던 미하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개, 개라니…….”
[이제야 아시겠습니까! 무덤의 침입자에게는, 참혹한 죽음을……! 당신이 설령 지금 그만두고 싶다 해도 소용이……!]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퍼억!
기세 좋게 내뱉던 아누비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뭐, 뭐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고통 이전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용사를 쳐다보는 아누비스.
용사는 두 손에 스태프를 쥐고 있었다.
무척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안타깝군. 세상에 나쁜 개는 없는 법이라 들었거늘…….”
히죽, 핏빛을 잔뜩 머금은 미소가 입가에 지어진다.
“오늘, 내가 나쁜 개를 발견하고야 말았어.”
[뭐, 뭔……?]나쁜 개는 뭐가 약이다?
“매가 약이다.”
[……어?]당장이라도 으르렁거릴 것 같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용사.
동시에 용사가 갑자기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더니, 한순간에 그의 코앞에서 나타났다.
바로 눈앞, 스태프가 보였다.
스태프가 자신을 후려치기 전, 잠시 아누비스는 생각했다.
뭐지, 개새끼 하나가 보이는데.
동족인가.
* * *
내 인생 지론 중 하나.
[깨갱!]사람을 무는 개를 패야 한다.
더군다나, 신앙을 확인하겠답시고 죄 없는 신도들을 망가뜨린 개새끼는 한계까지 패도 모자라지 않는다.
[그, 그만……!]아누비스가 깨갱대며 어떻게든 내게서 떨어지려 했다.
분명, 놈은 위협적인 개의 모습을 한다면 날 압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다.
오히려, 더더욱 패기 좋아졌다.
그렇다면 어째서 내가 이렇게 깔끔하게 이 아누비스를 후려 팰 수 있는가.
일전에도 한번 쓴 적이 있지만.
난 어깨 너머로라도, 리안과 수왕의 검술과 무술을 익혔다.
심지어 리안의 검술은 어느 정도 구현이 가능할 정도로 머릿속에 완벽하게 있기도 하고.
난 아누비스의 다리를 후려쳐서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놈이 바닥을 뒹굴자, 그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는 죽어라 스태프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어요!”
퍼억!
“넌 개가 아니라 개새끼예요!”
퍼어억!
지금부터 내 스태프가 네 행동 교정기가 될 것이다!
[어흐흐흑!]아누비스가 두 눈에서 구슬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난 감동했다.
지금 아누비스는 자신의 과거를 참회하며, 갱생해 가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누비스가 눈물을 흘리며 내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난 그런 아누비스를 쫓았다.
환장의 추격전.
[어흑! 신물이 필요하면 절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됩니다!]“괜찮아! 사람은 원래 본능대로 사는 생물이야!”
지금 내 본능이 맹렬하게 널 패라고 하고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