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78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78화
태초에 빛과 어둠이 있었다.
어둠은 그저 존재할 뿐이었다.
하나, 빛은 나아갔다.
정말 끝도 없이 나아갔으며 처음에는 작디작던 세계를 팽창시켰다.
그리고 그 팽창에서 법칙이 생겨났다.
법칙은 땅과 하늘을 만들었으며, 그 땅에서 첫 번째 싹이 움텄다.
법칙은 오랫동안 있었다.
자신으로 인해 태어난 땅과 하늘을 보살폈으며, 그것을 고향으로 삼아 만들어진 생명을 보살폈다.
그것에는 빛이 함께 했다.
법칙에는 늘 빛이 함께 했다.
훗날, 인류는 그 빛을 ‘신의 은총’이라 칭했으며.
동시에 신성력이라 불렀다.
그리고 지금.
그 은총이 발했다.
어둠을 떨치고, 세계에 빛을 되찾는 위대한 은총.
「어, 어찌…… 」
메이릴이 크게 동요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홰홰 저었다.
하지만 의미는 없었다.
준비해 뒀을 함정들이 사라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겠지.
게다가.
「도대체 어떻게 신이, 이토록 빨리 영향력을……!」
그러더니, 파들파들 떨리는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너, 너 설마…….」
“좀 부지런하게 다녔거든.”
마신의 눈을 제거한 뒤.
메이릴이 아직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할 기간마저 단축시키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녔다.
잔재를 제거하고, 헤카우가 좀 더 빠르게 교국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동시에.
“숨기기도 했지. 너, 좀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었지?”
「……!」
어느 정도, 파고들 기미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교황과 이야기를 하며 계획을 꾸미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빈틈을 만들었고.
로투스, 메이릴은 그 빈틈을 제대로 노려 파고들어 온 것이다.
그게 오히려 함정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알고 있다.
무언가 극적인 연출이 없는 이상, 교국에서 변화가 극적으로 생기는 일이 없음을.
그리고 급하게 일을 처리하면, 메이릴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는 것도.
그래서 만들었다.
뭐든 간에 연출은 중요한 법.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기 마련이니.
“이야, 고맙다.”
「너……!」
“덕분에 간만에 교국이 좀 경건해졌단 말이지. 아주 신의 사도가 따로 없어.”
난 이죽거리며 말했다.
「이, 이 빌어먹을 놈이!」
그 말과 함께 메이릴이 날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전에 폭풍이 그 공격을 차단한다.
[마신의 주구 따위가.]세트는 혐오감이 가득한 눈으로 메이릴을 노려보며 말했다.
물론 메이릴에게 그녀는 보이지 않을 테지만…….
신물의 존재는 느껴지겠지.
“이제 넌 필요 없단 말이지.”
[되게 악역 같은 말이네.]세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날 쳐다보며 말했다.
악역이라.
저 악마들에게 있어 악역이라면, 몇 번이고 되어 줄 수 있다.
난 손을 뻗었다.
“신의 영향력이 부활했고, 거기에 여기에는 신성력이 충분한 용사가 있네?”
「네, 놈……!」
“아무리 대악마라고 해도,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메이릴이 으르렁거리며 날 노려봤다.
그 눈빛이 낯설었다.
늘 우리가 봤던 건 인형처럼 사람을 가지고 놀며, 보였던 여유 가득한 눈이었으니.
그 눈이 지금은 당혹감과 적의로 잔뜩 일그러져 있다.
이보다 더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좀 더 저 똥 씹은 표정을 보고 싶다.
[미하일, 또 뭔 생각하니?]세트가 질색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악마 조지는 생각.”
[오.]그 말에 그녀 또한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낄낄대며 나와 같은 미소를 짓는 게 아닌가.
의외로 우리 둘은 굉장히 마음이 잘 맞는 콤비가 아닐까.
잠깐 그렇게 생각했다.
「이, 이……!」
그때, 바들바들 떨던 메이릴이 눈을 까뒤집으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잡것들이!!」
동시에 검은 산양의 뿔에서 날카로운 가시들이 튀어나왔다.
중급의 악마 권능.
“오, 좀 무리 하는데.”
당연히 본신도 아니고 고작 대주교에 기생해서 뿜어낸 권능이 제대로 된 것일 리 없다.
“〈디바인 실드〉.”
그대로 신성력과 마나를 엮어 튕겨 냈다.
중급이라고는 해도, 한없이 약화된 힘이다.
게다가.
“지금 여기에는 나만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크, 윽……?!」
메이릴이 침음을 흘렸다.
하지만 여전히 놈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꺾이기는커녕, 완전히 끝장을 보겠다는 듯 끝도 없이 제 힘을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허.”
이 정도면 본체의 손실을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뜻.
본래라면 이런 무리수까지 강행할 정도로 감정적인 존재가 아닐 텐데…….
‘아니, 아니지.’
회귀 전에는 모든 상황이 메이릴이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즉, 그때는 이런 식으로 자신이 상정한 계획 외의 상황이 벌어진 적이 없는 것이다.
“도망치는 게 낫지 않겠냐?”
「닥쳐라!」
그렇군.
냉정만 잃으면, 이런 식으로 망가질 줄도 아는 놈이었나.
학습했다.
놈이 무리수를 둘수록, 그에 사로잡힌 킬리언 대주교의 안색이 말라 갔다.
「전부, 전부 죽인다!」
하나, 메이릴은 출력이나 제 그릇의 상태도 신경 안 쓰고 힘을 폭주시키기 시작했다.
분명 본래라면.
적지 않은 폭발이 이 일대를 뒤흔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메이릴은 제 목적을 조금은 이뤘을지도 모르지.
하나.
“하하.”
여기가 어디인가.
교국.
신의 권위가 가장 큰 성소이며, 신을 믿는 신실함이 공기를 가득 채운 믿음의 전당.
게다가.
『호호, 저 잡것이 진짜.』
헤카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의 신도와 단절되어 있었다.
제 신도에게 목소리를 전하지 못한다는 건 분명 적지 않은 고통이었을 터.
정말 오랫동안 인내했다.
즉.
‘엄청 벼르고 있다는 소리지.’
난 피식 웃으며 스태프를 들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에서 이성을 잃은 건 메이릴의 큰 실책이다.
“도망칠 수 있을 때 쳤어야지.”
쿵!
스태프로 바닥을 쳤다.
나무와 풀의 생명력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신성력이 담긴 바람이 불었다.
「닥, 쳐!」
거대한 마기가 대주교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며, 당장이라도 터질 듯 박동했다.
하나, 내가 더 빨랐다.
“하여간.”
『그래, 정말이지.』
압도적인 빛의 기둥이 그대로 메이릴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강!
「크아악……?!」
“악마라는 것들은, 말은 진짜 더럽게도 안 들어요.”
대주교와 함께 메이릴은 순식간에 빛의 기둥에 휘말렸다.
「크아아아아!」
조금의 자비도 없이.
그저, 이 자리에서 메이릴이라는 존재를 소거하기 위한 힘.
「기억, 했다……! 네, 놈……! 반드시, 죽인다!」
“해 보든가.”
할 수 있다면 말이지.
그 말이 무색하게, 신벌이 메이릴을 휩쓸었다.
* * *
교국에 거대한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경건함과 신성함이 차오르는 광경.
교국에 있는 사제와 신도들 또한 일제히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모두가 느꼈다.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교국에 부재했던 신께서 돌아오셨음을…….
드디어 오랜 침묵을 깨고 제 아이들 앞에 존재를 보였음을.
“더 할 말은 있습니까?”
차가운 눈으로 포박당한 대주교들을 보며 하베이가 물었다.
성기사단 부단장.
그는 본래 킬리언 대주교와 함께 지크프리트를 용사로서 지지하던 자였다.
하나.
“내가 당신들의 뜻에 찬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진정 자괴감이 치밀어 오릅니다.”
“하, 하베이 부단장, 들어 주십시오! 이건 모함입니다!”
“모함?”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여기에 오기 전까지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기사로서의 업무를 정지당하고, 자신의 신앙이 진실된 것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 때.
미하일이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 신앙을 증명할 기회를 주도록 하지. 경들이 결정해.
잘못을 청산하고 일어설 기회.
만약 이전이었다면, 오히려 모욕을 당했다며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감히 자신의 신앙을 어찌 부정하는 것이냐며.
하나.
그간 수십, 수백 번을 생각하고 곱씹으며 깨달았다.
자신이 품었던 것들은 독선에 불과했으며, 사실은 신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성기사단이 움직였다.
그들은 성전에 돌입하자마자, 리안의 활약으로 잠시 멈춘 대주교들을 제압했다.
여태까지와는 다른 신의 존재감을 충실히 느끼며.
검을 들어, 대주교들에게 도사리고 있던 괴물들을 불살랐다.
그리고 지금…….
“……하하.”
문제가 마무리된 후.
지금 이 순간, 애써 보지 않았던 사실이 씁쓸할 정도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이토록 추악했던가.’
지금 포박당한 채,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는 대주교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의 자신이다.
“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역시 피해자란 말이오! 피해자! 설마하니, 키, 킬리언 대주교가 그런…….”
“아뇨, 가해자지요.”
신께서 보시고 계셨다.
아니, 처음부터 모든 것을 지켜보고 마음을 졸이셨겠지.
그는 이 모든 것들이 신께서 실망하고 단죄하셔도 어쩔 수 없을 정도의 추태였음을 뒤늦게 자각했다.
그렇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저 역시 가해자였습니다. 제멋대로 그분의 뜻을 곡해하고, 판단하려 했지요.”
신의 뜻을 받은 예언가를 박해 했다. 스스로는 그게 교국과 신을 위한 것이라 여겼지만.
결국 오만이었다.
신을 위한다는 자신에게 취해, 멋대로 행동했을 뿐.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불경이 아닌가.
“신께서 제게 벌을 내리신다면 달게 받을 것입니다. 하나, 그 전에 먼저…….”
차가운 눈이 대주교들을 하나하나 향했다.
결코 잊지 않겠다는 듯.
“갈 때는 가더라도, 성기사로서의 책무는 다해야 하는 법.”
“무, 무, 무슨……!”
“이야, 말 한번 잘 하시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 크게 활약한 리안이었다.
“리안 경.”
“미하일, 그 녀석이 했던 말이 꽤 주효했던 모양입니다.”
“……부끄럽군요.”
하베이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잠시 리안을 쳐다봤다. 그러고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경에게 무례하게 대했던 일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호오.”
리안이 흥미롭다는 듯 보았다.
“되게 사과 빠르시네.”
“용사를 보필할 동료가 아니십니까. 그 무례는 몇 번을 사죄해도 부족하지요. 게다가.”
그는 성전에 도착했을 때, 보았던 리안의 힘을 떠올렸다.
어째서 미하일이 그를 동료로 삼고자 했는지, 그 한 번에 확실하게 이해가 될 정도로.
“경은 스스로의 힘을 보여, 증명하시지 않았습니까. 만약 경이 그때 힘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쉽게 악마들을 소멸시킬 순 없었을 터.”
“흐음.”
“과연 용사께서 동료로 선택하신 분이다 싶었습니다.”
“음? 용사요? 아직 그 녀석이 용사로 확정된 건 아닙니다만.”
“하하…….”
실없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하베이가 쓴웃음을 흘렸다.
그가 시선을 돌렸다.
여신의 은총이 하늘에 가득 내리고 있었다.
이 은총이 누구로 말미암아 내려졌는지…….
또 이 상황을, 병폐로 가득 찼던 교국을 바꾼 것이 누구인지 명백한데.
“기적입니다, 리안 경.”
“예?”
“이 모든 것이, 이렇게 갑자기 바뀌는 것은 신의 기적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단 말이지요.”
그의 눈에 환한 빛이 담겼다.
“신께서 인정하셨으니,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설령 이 자리의 모든 대주교가 자격을 부정하고, 교황이 수긍한다 해도 상관없다.
신이 선택했다.
그렇다면, 그자가 용사다.
게다가.
“지금 이 상황 앞에서 그 누가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구원받았다.
구원.
그것이야말로, 용사로서 우선되는 덕목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