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60
59화.
면세점 사업. (3)
프랑스에 도착한 성현우는 루이비통 브랜드가 속해있는 모에 헤네시 그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직접 성현우를 맞이했다.
“미스터 성, 어서 오세요!”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르노 회장은 성현우의 유창한 불어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성은영도 놀란 눈을 했다.
성현우는 그런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은 후 자신의 양복을 매만졌다.
“아르노 회장님을 뵙기 위해 새 양복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드십니까?”
잠시 후, 아르노 회장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성현우가 입고 있는 양복은 당연히 루이비통 옷이었다.
얼마 전, 그가 프랑스 대통령과 면담 때 입었던 양복과 같은 디자인과 재질이었기 때문이다.
남자들 양복을 얼핏 보면 그게 그것 같은, 별다른 차이점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패션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안다.
재질과 양복 깃, 몸을 감싸는 핏이 미세하게 다르다는 것을.
지금 성현우는 아르노 회장이 입었던 것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아르노가 신기한 듯 물었다.
“이 옷이 한국에도 수출되었나요?”
“프랑스에 도착해서 구입한 겁니다. 한국에서 바로 수입할 수 있도록 회장님께서 도와주시죠.”
“성 GM에게 이렇게 잘 어울릴 줄 알았으면 진즉 수출할 걸 그랬군요. 내가 한국을 너무 몰라봤어요. 하하하!”
아르노 회장은 평소 그답지 않게 처음 본 사람 앞에서 큰 웃음소리를 냈다.
그것을 본 성은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아르노 회장과 단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불어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옆에는 꽤 능력 있는 통역도 붙어있다.
다른 걸 떠나 다른 유럽인들이 그렇듯, 아르노 회장도 공과 사가 분명한 편이다.
특히 다른 나라에 브랜드를 진출시키는 건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예민했다.
그리고 동양인에 대한 편견도 다른 기업보다 센 편이었다.
아르노 회장이 성현우를 만나고자 한 것도 중국 갑부들의 쇼핑 현황과 한국의 패션과 쇼핑, 관광산업이 어느 정도까지 활성화될지, 한국 면세점 매출 추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차를 마주한 후, 아르노 회장의 첫마디는 예상외였다.
“길거리 응원이 미스터 성 아이디어였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그 말에 성현우는 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프 블라터 회장께서 전화하셨습니까?”
“내 친구가 성 GM에 대해 얼마나 많이 얘기하는지 귀가 따가울 정도였어요. 미스터 성, 내가 한국에 가도 그렇게 해줄 건가요?”
“다른 때는 다 되는데 월드컵 때는 피해 주세요. 그때 제프 블라터 회장님 곁에 딱 붙어있어야 하거든요.”
“제프가 한국 동대문을 들렀다고 하던데 그곳이 그렇게 대단하다면서요?”
“한국인들이 원래 쇼핑을 좋아합니다.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도 쇼핑을 위해 한국에 오는 경우가 많고요. 아르노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죠. 저를 봐도 그게 느껴지시지 않나요?”
성현우의 말에 아르노 회장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이후 두 사람은 제프 블라터 회장과 통화까지 하며 친근함을 과시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성은영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두 사람의 불어는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몇 개 단어 정도는 알아듣는다.
월드컵과 동대문, 제프 블라터, 패션 등등.
그런데 뭐가 어떻게 되었든 성현우는 아르노 회장을 오랜만에 만난 친구 대하듯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FIFA 회장인 제프 블라터가 있었다.
성은영은 인맥의 중요성을 느끼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원래 각 기업 대표들은 오고 가는 농담 속에 자신들의 주장을 조율한다.
또 그 조율이 끝날 시점에 만찬장으로 이동한다.
만약 조율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만찬장이 아니라 현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다음에 또 보자는 말뿐인 인사말과 함께.
30여 분 후, 성현우는 아르노 회장 안내로 회장만 사용하는 레스토랑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으로 가기 전 성현우가 성은영을 보았다.
완벽한 오너의 자세였다.
“내가 지시한 대로 계약서가 작성될 거예요. 한국에 보내서 바로 준비하게 하세요.”
성은영도 아랫사람 입장에서 대답했다.
“그렇게 하죠.”
“아르노 회장이 따로 식사 자리를 마련한다고 했으니까 성 부사장님도 저분들과 함께 식사하세요. 그럼 호텔에서 뵙죠.”
이후 성현우는 아르노 회장과 함께 사라졌고 성은영도 루이비통 임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한참 식사를 하는데 루이비통 임원 중 한 명이 질문을 해왔다.
“미래호텔이 한국에서 가장 큰 호텔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음……, 그렇지는 않아요. 대신 객단가가 가장 높은 호텔이에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죠?”
성은영은 옆에 있는 통역을 통해 물었다.
그러자 질문했던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FIFA는 그 나라에서 가장 비싸고 훌륭한 호텔만 메인 호텔로 선정하거든요. 제프 블라터 회장은 한 번 정해진 메인 호텔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으로 정해진 메인 호텔을 미래호텔로 옮겼다고 들었어요.”
“제프 블라터 회장이 안목이 높은 거겠죠.”
성은영은 맞장구를 치며 월드컵 메인 호텔 선정이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때 상대가 결정적인 말을 했다.
“내 생각에는 우리 회장님도 제프 블라터 회장님의 판단을 믿으신 것 같아요. 솔직히 FIFA에 일본 영향력이 대단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서 아르노 회장도 루이비통 첫 아시아 진출을 한국이 아니라 일본으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남자는 부드러운 불어로 아주 친절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의 눈빛에는 과연 너희들이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무시가 담겨있었다.
그러나 성은영도 가만있지 않았다.
“아르노 회장님은 오늘 일을 두고두고 고마워하실 거예요. 한국은 이미 아시아 패션 중심지에요. 월드컵 후에는 세계 패션 중심지가 될 거고요. 그때는 루이비통이 먼저 우리 측에 입점 요청을 해올걸요?”
성은영의 자신만만한 말과 표정에 루이비통 임원들이 헛기침을 했다.
아마 웃음을 참기 위한 기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성은영은 한 번 더 다짐했다.
이런 비웃음을 지우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이다.
* * *
한국에 돌아온 후 미래호텔은 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유치했다는 발표를 했다.
아직 미래호텔의 공항 면세점 허가가 발표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래서 관세청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런데 그때 언론들이 움직였다.
사기업에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먼저 앞서나갈 때 관세청은 규제방안만 고민할 뿐 뭣하고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한 언론에서 중국 관광객 인터뷰 기사를 올렸다.
그의 양손에는 한국 곳곳에서 쇼핑한 쇼핑백이 한가득 들려있었다.
그런데 그는 공항 면세점이 조금 아쉽다며 다음에 올 때는 공항 면세점에 명품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쇼핑하고 싶은 명품으로 에르메스, 샤넬, 롤렉스, 루이비통을 꼽았다.
전부 미래호텔 면세점이 확보한 브랜드였다.
다음 날에는 방송사 메인 뉴스에서 면세점 내용을 다뤘다.
기자는 중국 부호들의 관광과 쇼핑 실태를 심층 취재했는데 기자의 마지막 멘트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기자가 본 중국 관광객들의 평균 쇼핑 금액은 3천만 원 이상이었습니다. 그중 한국 제품이 절반, 명품 쇼핑이 절반을 차지했는데요. 제가 취재한 이 중국인은 중국행 비행기가 아니라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국에서 구입할 수 없는 명품 쇼핑을 위해서였습니다.’
이후 다른 뉴스도 비슷한 내용을 다뤘다.
그것을 쭉 본 성현우가 휴대폰을 들었다.
“대니, 어떻게 이렇게까지 준비한 거야?”
[현우, 주식은 미래가치를 담는 거야. 그래서 주가에 신경 쓰는 기업은 홍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그럼 그동안 홍보를 이용해서 주가조작을 했었다는 거야?”
성현우의 농담에 대니 리는 정색하며 말했다.
[현우, 업계 비밀을 그렇게 가볍게 말하면 안 돼. 하하하! 설마 내 말을 진심으로 들은 건 아니겠지?]“농담 반 진담 반인 건 알지? 그런데 언제부터 홍보전을 준비한 거야?”
[현우가 인력은 내 맘대로 뽑으라며? 그래서 내가 필요한 인력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한 것뿐이야.]“S그룹에서도 가만있지는 않았을 텐데?”
[그들도 가만있지는 않았어. 그런데 너무 구시대적인 홍보 전략을 쓰는 것 같아.]“구시대적 방식?”
[그거 있잖아? 기자들에게 술과 봉투 돌리고 보도자료 돌리는 것. 나도 그 방법을 아예 안 쓴 건 아니었는데 대신 아주 그럴싸한 인터뷰 기사를 먼저 넘겼지.]“그럼 뉴스에서 나온 인터뷰 기사 대니가 준비한 거야?”
[그럼 그런 갑부가 뭣 하러 우리 입에 딱 맞는 인터뷰를 했겠어? 현우, 이번 일에 돈 좀 썼으니까 사인할 때 잔소리하면 안 돼. 그럼 바이바이!]대니 리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성현우가 휴대폰을 보며 웃는데 문자가 도착했다.
대니 리였다.
-현우, 내일쯤 명품이 과소비를 유발한다는 기사가 나올 거야. 그것은 현우가 대응하도록 해.
그것을 본 성현우는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대니, 그렇지 않아도 이미 대책을 생각해둔 참이거든.”
이후 성현우는 S호텔 이수진에게 전화했다.
이수진은 예전처럼 경쾌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 이수진의 상황은 좋지 않다.
이건호에게 야단을 맞은 후 호텔 내에서는 물론이고 그룹 내 입지도 좁아진 상태다.
성현우는 그런 상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상무님도 루이비통과 미래호텔 면세점 기사 보셨을 겁니다.”
[봤어요. 그것도 성 GM이 주도한 거라면서요? 정말 능력이 출중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신상품 위주로 입점한다는 게 사실인가요?]“그렇게 되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시내 면세점으로 한곳을 더 추천할까 하는데 S면세점 용산점을 추천해도 될까요?”
“……!”
성현우의 말에 이수진은 잠깐 그대로 있었다.
사업은 냉혹하다.
철저히 약육강식의 생태계를 따르고 있는 만큼 누구도 믿으면 안 되는 게 바로 비즈니스 세계다.
그런데 성현우는 자신이 따온 것을 나눠주려고 하고 있다.
물론 미래호텔 시내 면세점은 강남 한 곳밖에 없다.
하지만 루이비통이 한곳을 더 원한다고 해서 다른 곳을 추천할 이유는 없다.
차라리 다른 곳을 선택하지 않게 방해하는 게 미래호텔 입장에서 더 좋은 거다.
이수진이 이런저런 생각으로 대답하지 못할 때 성현우가 입을 열었다.
“제 제안이 당황스러우신 것 같은데요. 상무님, 이번 일을 쉽게 생각하시는 게 어떨까요?”
[어떻게 쉽게 생각해야 하나요?]“상무님과 저는 호텔 경영자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다른 업계는 서로 무한 경쟁에 내몰려야 하지만 호텔은 서로 협조해야 할 때도 있죠. 때에 따라서 경쟁 관계에 놓일 때도 있겠지만 굳이 서로를 적대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죠.]“그럼 우리 서로 도울 수 있는 건 돕기로 하죠. 저는 상무님이 추진하고 계시는 공항 면세점 허가가 빨리 결정되길 기다리죠. 그동안 저도 면세점 수익을 높일 방안을 진행할까 합니다.”
[면세점 수익을 높일 방안이 뭐죠?]“두고 보시면 알 겁니다.”
* * *
잠시 후 성현우는 하나로투어 차진원 대표와 라운드 약속을 잡았다.
얼마 전, 중국 부호들을 상대로 한 럭셔리 투어를 기획했을 때 미래호텔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불할 송객 수수료를 5%로 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면세점에서 여행사로 지급하는 수수료는 매출의 11%에 달했다.
전 삶 2015년, 신규로 등록한 면세점의 경우에는 송객 수수료가 26~31%까지 달했다.
당시 면세점이 급하게 증가하며 제 살 깎아 먹기 마케팅을 벌인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유커 등 해외 관광객이 증가하기 직전이다.
더이상 면세점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제 살을 깎아 먹는 경쟁은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여행사는 단체관광에서 본 적자를 쇼핑 수수료로 대체하는, 마이너스 투어를 기획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된다.
전 삶, 해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제주도 여행보다 동남아 여행이 더 싸다는 인식이 있었다.
당시 패키지 가격을 보면 편도 비행깃값보다 저렴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전부 적자를 미리 감수하고 관광객을 받는 마이너스 투어였다.
그래서 저렴하게 떠나는 패키지여행일수록 관광 내내 쇼핑만 다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해외 관광객이 증가한 만큼 면세점 매출은 늘었지만 오히려 순수익은 감소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발생했었다.
며칠 후, 성현우는 차진원과의 라운드 후 본론을 꺼냈다.
일단 하나로투어가 여행사 단체를 대표한다는 가정하에 말했다.
“면세점에서 여행사로 지급하는 수수료를 7% 이내로 제한했으면 하는데 업계 반응은 어떨까요?”
“지금보다 4%나 낮추자는 말인가요?”
“대신 면세점 상품이 더 다양해질 거고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면세점에서 지출하는 금액도 더 커질 겁니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단 1%만으로도 예민하게 반응할 거예요. 성 GM, 나는 여행사 대표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습니다.”
차진원은 정색하며 말했다.
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면세점과 여행사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된다.
또 우리나라에는 마이너스 투어로 들어온 관광객들 때문에 쇼핑만 강요하는 나라로 인식될 수 있다.
관광객이 쇼핑을 많이 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양보다 질이 중요한 부분도 있는데 그게 바로 관광 분야다.
성현우는 미소를 지우며 말을 이었다.
“우리 면세점에는 외국 면세점에서 볼 수 없는 상품들이 즐비할 겁니다. 차 대표님도 루이비통 신상이 우리 면세점에 들어오는 것 아시죠?”
“하지만 다른 브랜드는…….”
“지금 에르메스와 샤넬이 면세점 입점 라인을 재검토하고 있어요. 조만간 답이 올 겁니다.”
“아!”
“우리 면세점은 수수료 7%에 사인하지 않는 여행사는 받지 않을 거예요. 면세점이 문을 닫게 되는 일이 있어도 이 방침은 유지할 겁니다. 차 대표님, 이 기회에 업계를 변화시켜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우리도 5%가 7%로 적용하면…….”
차진원은 말을 하다가 멈췄다.
그렇게 되면 미래호텔과 연계한 럭셔리 투어부터 물 건너갈 것이다.
또 미래면세점 명품 신상 코너를 아예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그의 몸을 감쌌다.
잠시 후, 차진원은 비서에게 여행업계 회의를 앞당기라는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