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62
61화.
L그룹과 S그룹.
이수진은 이건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수진은 성현우를 적대적인 경쟁자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면세점 건은 성현우의 계획에 자신이 따라가는 경우였다.
단, 면세 한도 조정은 총대를 멨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용산점 오픈을 이뤄내면서 샤롯 을지로점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샤롯 을지로점과 잠실점은 매장 규모 대비 상품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조금만 고객이 몰려도 번잡했고 대규모 단체관광객이 몰려들 때는 시장터를 연상시켰다.
그래서 샤롯 면세점은 상품은 다양하지만 쇼핑하기에는 불편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용산점은 백화점보다 더 넓은 면적에 각 매장별 직원 배치도 더 많았다.
관광버스가 10대 넘게 들이닥쳐도 끄떡없을 정도로 매장 규모 또한 컸다.
다만 지금은 급히 개장하느라 한 개 층만 개장한 상태였다.
시간이 흘러 전 매장을 다 개장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아시아 최대 면세점이 될 수 있다.
이수진이 그 생각을 하며 슬쩍 미소를 머금을 때 이건호는 이수진이 미혼 상태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재벌가 자제에 호텔을 이끌고 있는 것도 같은데다 성현우 또한 이수진 못지않은 야망을 가졌다.
비록 미래그룹이 30위권으로 한참 밑에 있지만 미래그룹과 겹치는 분야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럼 사돈가로 충분히 밀어줄 수 있다.
이수진이 나이가 더 많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건호가 아쉬운 표정을 한 채 자기도 모르게 속내를 내비쳤다.
“그 아이를 진즉 알았다면…….”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아! 아니다. 그럼 앞으로 성현우와 만날 일은 없는 거냐?”
“호텔이나 면세점 때문에 볼일은 있겠죠.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혹시 우원호 회장님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지금 L그룹이 심상치 않아.”
“혹시 성현우가 아이디어를 냈던 휴대폰을……?”
이수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건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생산 설비 준비가 어느 정도 된 모양이야. 그럼 출시가 얼마 안 남았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애니큐보다 싸이언이 앞서 나가게 돼.”
“우리는 디스플레이 기술 때문에 안 되는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지. 그쪽에서 휘는 모니터도 예상보다 일찍 내놓을 것 같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말을 들은 이수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S전자는 이미 글로벌 기업에 합류한 상태다.
그중 휴대폰은 반도체와 함께 S그룹을 이끌 가장 중요한 먹거리다.
그래서 S그룹의 투자 대부분도 애니큐와 반도체로 향하고 있었다.
이수진이 이건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벤 쇼번이 L그룹으로 간 게 성현우 때문이라 생각하시는 거죠?”
“벤 쇼번이 어떻게 미래호텔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벤 쇼번을 붙잡고 L전자로 넘긴 건 성현우가 맞을 거다. 수진아, 문제는 우리에게는 그런 인물이 없다는 거야.”
“아버지, 벤 쇼번을 알아볼 사람이 우리 국민 중에 얼마나 있겠어요?”
“그러니까 더 문제라는 거지. 앞으로 10년 후면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거야. 그 준비를 우리가 해야 하는데 그것부터 놓쳤어.”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회장실에 들어온 비서실장이 TV를 켰다.
“회장님, 기다리셨던 애니큐 새 광고입니다.”
광고에는 요즘 핫한 연예인들이 다수 출연했고 누가 봐도 휴대폰을 갖고 싶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광고만 요란할 뿐 새로운 건 없었다.
이건호는 TV를 끄라는 손짓을 했다.
이후 비서실장까지 나간 후 이수진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성현우의 아이디어가 우리에게 왔다면 벌써 출시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휴대폰은 선점이다. 우리는 L그룹처럼 저렇게 느려 터지지는 않아!”
“그래도 지금은 방법이 없어요. L그룹이 성현우에게 거액을 지불했다는 말이 나오니까요.”
“흠!”
“아버지, 그런데 성현우가 결정하지 않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뭐지?”
“길거리 응원 때 응원단이 입었던 옷 말이에요. 성현우가 기획하고 유통까지 맡은 것 같아요.”
“그 생산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거냐?”
“S패션에서 그걸 했으면 하는데 제가 다리를 놔볼까요?”
이수진의 말에 이건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그다음 계획이 자리하고 있었다.
* * *
바로 그 시각, 성현우는 우지현과 통화 중이었다.
“상무님이 그렇게까지 준비하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성 GM 얘기를 들은 후 바로 기획안을 짰는데 그게 이제 실행되는 거예요. 지금 시작해도 늦지는 않겠죠?]“L패션 생산라인 일부를 빼놓으셨다면서요? 디자이너와 협의만 잘 되면 바로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응원복 소재도 여러 버젼으로 준비했다고 하니까 디자인 협의만 끝나면 바로 제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판매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대리점처럼 응원복을 구입할 곳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우지현은 그 말을 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아마 L패션 대리점에서 공식 응원복을 팔고 싶은 것 같았다.
성현우는 바로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정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로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지현 질문에 대한 대답은 건너뛴 채 준비하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판매처를 어떻게 할지는 디자인 컨펌 이후 정하기로 하죠. 시간을 말해주시면 우리 쪽 기획자가 L패션으로 넘어갈 겁니다. 그런데 L패션은 생산비를 어떻게 책정하실 생각인가요? 그걸 알아야 판매가도 결정할 것 같은데요.”
[할아버지께서 좋은 일에 쓰는 거니까 최소한의 비용만 받으라고 하셨어요.]“그래도 될까요?”
[수익금 중 일부는 축구 꿈나무들에게 쓴다면서요? 공식 응원단에게도 무료로 나눠주고요. 그런 것에 이익을 보기는 좀 그렇죠. 그럼 판매처는 디자이너 미팅 후 결정하기로 하죠. 일단 L패션 대리점에 자리를 마련해놓으라고 할게요.]우지현은 미리 준비한 듯, 빠르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성현우는 우지현의 의도에 미소를 머금었다.
L패션에서 제작하는 것을 L패션 대리점에 푸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우지현의 목소리에는 판매처를 다른 곳으로 정하면 안 된다는 요청이 들어있었다.
그럼 L그룹도 길거리 응원이 크게 성공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성현우는 휴대폰을 들었다.
지원팀장 김상원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응원복 유통에 대해 생각해둔 곳이 있나요?”
[저희가 알아본 곳은 인터넷 쪽입니다.]“우리 호텔과 붉은악마 홈페이지를 말하나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L패션에서 제작을 맡는다고 해서 기존에 알아보던 제작처를 취소했습니다.]“김 부장이 알아보던 곳은 중소기업인가요?”
[네.]“그곳에는 머리띠나 머플러 같은 것을 넘기세요. 협의하던 곳에 아무것도 맡기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죠.”
“디자인 컨셉은 잡았나요?”
[앞에는 Be the Reds를 크게 넣고 우리 호텔 로고는 팔 쪽에 넣을까 합니다.]“우리 호텔 로고에 이름은 빼세요.”
[……!]“로고만 등이나 팔 쪽에 아주 작게 넣으세요. 아! 목 아래에 넣으면 뒤에 있는 사람이 로고를 보겠네요. 그건 L패션 디자이너와 상의하세요.”
이후 성현우는 호텔과 면세점, 쇼핑몰 등에 빈 공간을 알아보았다.
미래호텔은 길거리 응원 시 화장실을 개방할 예정이다.
그때 월드컵 존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우지현은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현우가 L패션 대리점에서 응원복을 판매하는 것에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지현은 몇 번 망설인 채 휴대폰을 들었다.
상대는 홍용재 비서실장이다.
“실장님, 성현우 GM에게 우리 말고 접근한 기업이 있나요?”
[그건 왜 물어보시나요?]“응원복 판매에 대해 시원하게 말하지 않는 게 좀 찜찜해서요.”
[요즘 S호텔 이수진 상무와 자주 만나는 것 같습니다.]“면세점 때문에 만나는 것으로 아는데 혹시 다른 얘기도 하는 것 같나요?”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만 S패션 쪽 실적이 주춤하기는 합니다. 자세히 알아볼까요?]“아니에요.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후 우지현은 우원호에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고했다.
우원호는 응원복 생산을 원가 이하로 맞추라는 말만 했다.
그리고 이수진이 나선다고 해서 L그룹과 성현우의 관계가 바뀔 일은 없다는 말을 했다.
우지현은 안심하는 투로 말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찜찜함이 남아있었다.
* * *
그날 저녁 우원호와 이건호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마주했다.
우원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회장님, 얼굴이 좀 까칠해지셨습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우원호의 말에 주위 분위기가 싸해졌다.
두 사람이 모인 곳은 정계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다.
그래서 장관 이상급과 10대그룹 오너들만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건호와 우원호의 입지는 절대적이고 그들의 말 한마디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리곤 했다.
특히 우원호는 이건호를 비롯하여 다른 회장들에게 듣기 안 좋은 말은 안 하는 편이었다.
그런 그가 얼굴이 까칠하다는 말을 대놓고 한 것이다.
장관과 회장들 모두 숨을 죽일 때 이건호가 허허!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이번에 스키를 제대로 못 탔지 않았습니까. 체력이 떨어지니까 얼굴도 까칠해진 모양이지요. 그런데 우 회장님은 목소리가 갈라지신 것 같은데 요즘 잠을 통 못 주무십니까? 아니면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가요?”
그 말에 우원호는 더 큰 웃음소리를 냈다.
“하하하! 역시 이 회장님이시네요. 요즘 우리 계열사들이 좀 바쁘게 돌아가야죠. 다들 월드컵 때 선보일 신제품 때문에 바쁘실 테지만 저희도 만만치 않네요.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그 말을 들은 이건호의 얼굴에 썩소가 스쳤다.
순간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고 이 자리를 만든 총리는 헛기침을 하며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리가 끝날 때까지 이건호와 우원호 눈치를 보았다.
L그룹에서 새로운 휴대폰을 준비하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휴대폰 1위 자리는 S전자 차지였다.
S전자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순위 1위 자리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월드컵 기간 동안 그 자리가 바뀐다면?
글로벌 기업 1위에 L전자가 오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 세계 휴대폰 판매대수를 5억대로 예상하고 있다.
S전자는 노키아, 모토로라에 이어 3위를 예상하고 있고 L전자는 소니와 함께 5위권 형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 총판매금액도 S전자는 100억 달러, L전자는 그의 절반 수준인 50억~7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그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거다. 바로 성현우의 아이디어 때문에.
그 생각을 한 회장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반면 우원호는 여유 만만한 표정으로 총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었다.
회장들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게임이 이미 끝났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회장들과 장관들이 알아채지 못한 게 있었다.
오늘 이 자리는 월드컵 후원사가 결정되면서 각 후원사의 구체적인 협조를 전달하는 자리다.
그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축구협회장이 함께 해야 한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자리에 없었다.
* * *
그 시각, 장관과 축구협회장 정홍준은 미래호텔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성현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홍준은 성현우를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성 GM, 내일 8명에서 15명 정도 인원이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단, 조건이 있어요. 회의가 열리는 것을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고객은 물론이고 호텔 직원까지도요.”
“혹시 제프 블라터 회장께서 들어오시나요?”
“역시 눈치가 빠르군요. 맞아요. 긴급회의 때문에 들어오는데 그 사실을 일본도 몰라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비밀을 지켜줄 만한 곳이 이곳뿐이네요. 성 GM, 가능할까요?”
“내일 몇 시에 준비하면 될까요?”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예요.”
“알겠습니다. 두 분은 여기서 대기하시지요.”
“우리는 공항에…….”
“두 분이 공항에 나타나면 일본부터 알게 될 것 같은데요? 공항에는 호텔 직원들을 내보내겠습니다.”
이후 성현우는 감사팀 직원이었던 박진성과 황선호를 불렀다.
황선호는 707 출신이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선호 씨, 공항에서 제프 블라터 회장님을 모셔 와야 할 것 같아. 그분이 누구신지는 알고 있겠지?”
순간 황선호의 눈이 빛났다.
그때 박진성도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SDT 출신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