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30
229. 진정한 실력 >
박재우는 포토월에 선 순간 불편한 느낌을 받았었다. 평소라면 미친 듯이 환호하며 자신을 찍어 댈 촬영 기사들의 반응이 싱거웠기 때문이었다. 촬영 기사들은 김빠진 콜라처럼 맹숭맹숭한 반응이었다. 사진을 찍고는 있었지만, 어쩐지 맥이 빠진 듯 보였었다.
그런 불편한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행사장 안에 들어섰지만, 그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이 예상보다 적었다. 다른 행사장이나 연회장에 들어섰을 때 순식간에 시선이 몰리던 상황과는 전혀 달랐다. 박재우는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 쏠린 것을 알아차렸다.
알 수밖에 없었다. 행사장에 깔린 음악 소리를 한순간 지울 정도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이태주? 허! 이상한 애새끼까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는 중간에 이태주가 아이를 안고 있었다. 이태주는 아이 등이 제 가슴에 오게 돌려 안고 꿀이 떨어질 것처럼 달콤하게 웃고 있었다. 직전의 박수는 품 안의 아이가 부린 재롱에 사람들이 쳐 준 것 같았다.
자신이 정체를 파헤쳐 볼 심산으로 초청을 요청했지만, 실제로 행사장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는 꼴을 보니 배알이 꼴리는 것 같았다. 박재우는 정체를 캐기 전에 행사장에 아이까지 데려온 그에게 한소리 할 생각으로 몸을 틀었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재우 씨. xx 브랜드 대표 호승준입니다.”
“저야말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재우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마이스터 얀센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마이스터 얀센이요?”
“네. 마이스터와 함께 미스터 울프도 참석하셨습니다.”
“혹시 미스터 울프라는 분이 조향사이신 그분입니까?”
“네. 맞습니다.”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의 마이스터와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조향사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가 아무리 부자이고 유명인이라도 누군가의 소개가 아니라면 약속도 잡기 힘든 상대였다. 그런 사람들을 소개해 주겠다는 제안은 xx 브랜드 대표의 호의였다.
박재우는 이태주에게 향하려던 발걸음을 돌렸다. 이태주에게 한 소리 하는 것도 정체를 밝히는 것도 아주 급한 일은 아니었다. 잠시 미뤄 두었다가 조용한 곳에서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어지간해선 보기 힘든 장인들과 만나는 게 이태주보다 이득이었다.
태주는 몸을 들썩이는 아이 허리를 잘 감싸 안았다. 그리고 빵빵 총 쏘는 놀이 했다며 자랑하는 아이 정수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사람들은 그의 다정한 눈빛과 부드럽게 접힌 눈매의 주인이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거기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은 마치 꽃향기에 홀린 나비처럼 태주의 주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2호는 박재우가 행사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신경을 그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이레귤러인 박재우가 등장하자마자 드러나지 않게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었다. 쿠첼루스에게 들은 얘기도 있었고, 이틀 전, 호텔 정원에서 직접 본 것도 있었기 때문에 경계를 풀 수 없었다.
2호는 박재우가 행사장에 들어와 태주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던 것도 다가오려다 몸을 돌린 것도 감지하고 있었다. 태주를 향한 불편한 시선도 아이를 향한 적개심도 전혀 감추려 하지 않는 그의 태도가 2호의 경각심을 높이고 있었다.
*
론칭 쇼는 회귀 전 언젠가 본듯한 성악가의 노래로 시작되었다. 그 후엔 브랜드 대표의 인사말과 론칭하는 브랜드 소개로 이어졌다.
태주는 설명을 경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사실은 딴생각 중이었다. 그는 예의 바른 표정을 짓고 무대를 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무대가 아닌 건너편의 박재우를 살피고 있었다. 속으로는 봉인 인장을 언제 쓰면 좋을까,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박재우 주변에도 그에 못지않게 사람이 몰려 있었다. 특히 무대 인사를 마친 브랜드 대표가 매니저인 양 그의 옆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거기에 보디가드까지 여러 명 있어서, 이러다간 봉인 인장을 쓰긴커녕 근처로 다가가지도 못할 것 같았다.
“매니저님, 이곳에 휴게실이 있나요?”
“VIP 휴게실이 몇 개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행사 관계자한테 물어볼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견우는 태주의 품에 안긴 태산이를 흘깃 보더니, 휴게실 사용을 부탁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태주가 아이 때문에 휴게실을 찾는 것이라고 오해한 듯했다. 그는 견우의 그런 오해를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 나중을 위해서 오해하게 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역시. 호텔 컨벤션 홀에서 하는 행사라서 휴게실을 준비해 뒀을 것 같았어. 홀은 사람이 많아서 힘들 것 같으니, 나중에 휴게실 쪽에서 봉인 인장을 쓰는 게 낫겠다.’
태주는 견우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나중에 박재우가 휴게실로 옮기면 그쪽으로 따라가자고 생각했다. 그게 안 되면 그가 먼저 휴게실로 옮겨서 박재우를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호텔 정원에서 그의 정체를 궁금해했었으니, 홀을 벗어나는 것을 보면 다가올 게 분명했다. 아니면 조금 도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산아 빵야 해 봐.”
“빠야빠야.”
“킥. 잘하네. 산이 이따 형이 빵야 해 달라고 하면 해 줘, 알았지?”
“앙! 아라찌.”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영화제 주연상도 가져가고, 괜찮은 영화의 주연 자리도 가져간 상대였다. 게다가 무슨 방법을 쓴 건지 최고급 저택에 전용기도 가지고 있었다. 과시욕과 그에 못지않은 탐욕을 가진 사람이니 태주가 날리는 손가락 총을 참아 넘길 리 없었다.
‘내 도발이 안 먹히면 태산이한테 빵야를 해 달라고 해야지.’
박재우의 행동에 따라서 도발까지도 염두에 두었던 태주였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론칭 쇼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도중 상대가 먼저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박재우는 주변에 모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천천히 태주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 무리를 이끌고 움직이는 그는 대화에 정신이 팔린 듯했다. 손에 들린 샴페인 잔이 넘칠 듯 위태위태했지만, 그도 주변 사람들도 대화에 빠진 듯 신경 쓰지 않았다. 대화의 주제는 차기작인 것 같았다. 최대 규모 세트, 최대 인원 동원 같은 얘기가 조금씩 귀에 들어왔다.
“오! 여기서 보네. 이태주 씨.”
“안녕하세요.”
“그러고 보니 이태주 씨도 차기작 준비 중이지 않았나? 무슨 내용이야?”
“어머, 맞다! 이태주 씨도 차기작 기사 나왔었죠. 무슨 내용이에요?”
언제 봤다고 대뜸 반말인지. 태주는 인상을 쓰지 않게 조심하면서 사람들의 질문에 답했다. 답하는 와중에도 박재우의 손에 들린 샴페인 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쏟아질 것 같아서 불안했다.
“라는 일제 강점기가 배경인 영화예요.”
“일제 강점기?”
“네. 지옥의 섬, 하시마에 끌려간 친인을 찾으러 가는 내용이에요.”
“어? 그거 혹시?”
“재우 씨 영화도 일제 강점기 하시마 섬이 배경 아니야?”
태주의 대답이 끝나자 일순간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 특히 박재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의 곁에 붙어있던 사람들은 바뀐 분위기에 흥분이 식었는지 슬그머니 한 걸음 물러서기까지 했다. 자신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을 알아차렸는지 박재우가 표정을 정돈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 했지만, 이미 식어 버린 분위기를 되돌리긴 힘들었다.
‘뭐야? 제작사나 나성안 감독이랑 얘기를 안 했나? 이제영 감독님 영화 얘기를 전혀 못 들은 거야?’
태주의 차기작이 이제영 감독님의 영화라는 기사는 많았지만, 내용에 관한 기사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업계의 사람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견제까진 아니지만, 상대 영화를 신경 쓰는 중이라서 연출진과 약간의 대화만 나눠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배우들까지 사전 준비에 들어가기에는 좀 이른 시기였지만, 박재우는 영화 관련 사항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태주는 박재우가 연출진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짧은 대화를 통해서 알아차렸다. 그는 자신과 다른 작업 방식을 가진 박재우를 욕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나성안 감독의 영화가 회귀 전과 같은 실수를 할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었다.
태주는 박재우에게 회귀 전의 기억이 있으니, 이번에는 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가 바라는 대로 이뤄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아쉽네. 그 영화가 성공하면 같은 배경의 영화들도 투자를 잘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에이. 그냥 내가 잘해야겠네.’
주인공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영화가 제대로 나오길 바란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성공한 영화와 비슷한 영화들은 투자를 받기 쉬웠다. 이미 성공 사례가 있으니 투자자들이 몰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태주는 경쟁상대였지만, 가 잘 되길 바랐다. 앞으로 비슷한 배경의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그것보다 너….”
-주르륵!
-퍽!
“어머! 어떡해.”
“헉. 괜찮아요, 재우 씨?”
꽈르릉! 박재우의 머리 위에서 천둥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태주는 사과해야 할 상황인 걸 알았지만,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입술만 꾹 물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론 제 허리를 감고 다른 손으론 태산이를 받치고 있는 2호의 팔뚝을 칭찬하듯이 톡톡 두드렸다.
태주의 영화 얘기에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였던 박재우가 얕은수를 썼다. 그를 홀이 아닌 다른 장소로 보낼 생각이었는지, 실수인 척 샴페인을 태주에게 쏟으려 했다. 물론 그 의도는 성공은커녕 자신의 비싼 슈트만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박재우가 샴페인을 쏟는 순간 그를 쭉 경계하던 2호가 나섰다. 2호는 순식간에 태주의 허리를 감싸며 뒤로 물러섰다. 이동하면서 태주 품 안의 태산이 몸이 기울지 않게 손으로 받쳐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안해요, 박재우 씨.”
“…됐어.”
“우리 호가 저를 보호하느라 컵케이크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네요.”
“…됐다고.”
“휴게실이 준비되어 있다고 들었어요. 우선 그쪽으로 옮기죠.”
박재우는 분홍색과 갈색의 크림이 가득 올려져 있던 컵케이크를 가슴으로 받은 상태였다.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고급스러운 흰색의 재킷이 온통 크림 범벅이었다. 게다가 컵케이크가 떨어진 위치가 좋지 않았는지, 그의 구두도 크림으로 엉망이었다.
VIP 휴게실, 태주가 나서지 않았어도 행사 진행자가 나서서 박재우를 안내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림수가 있던 태주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직원을 부르고 휴게실 사용을 요청했다. 옷을 버린 것은 박재우였지만, 원래 그의 실수가 원인이 되어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 태주는 되레 자신의 실수인 양 미안한 표정으로 그를 배려하는 중이었다. 그런 태주를 칭찬하는 말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킥. 아이고. 산이 이 녀석아.’
태주가 박재우를 배려하는 건 노림수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약간의 진심도 섞여 있었다. 그건 모두 태산이가 저지른 컵케이크 투척 때문이었다.
태산이는 자기 손에 들어온 먹이를 절대 놓치는 법이 없었다. 특히 좋아하는 초콜릿과 치킨, 컵케이크라면 더 그랬다. 그런 녀석이 겨우 두세 걸음 물러서는 동작에 손에 쥔 컵케이크를 놓칠 리가 없었다. 박재우가 샴페인을 그에게 쏟은 것에 대한 보복이 분명했다.
*
VIP 휴게실 안에는 많은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다. 박재우 측에선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와 정원에서 봤던 경호원이 두 명 들어왔다. 스타일리스트나 다른 스태프는 대동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재우, 옷은 곧 올 거야.”
“알았어. 마크, 잠깐 다 나가 봐.”
“재우?”
“이쪽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알았어.”
박재우의 매니저는 경호원까지 모두 데리고 나가라는 지시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박재우의 지시를 어길 생각은 없었는지, 손짓으로 경호원들에게 문을 가리켰다. 그는 휴게실을 벗어나기 전에 태주 쪽을 향해 형형한 눈빛을 보내며 경고하는 걸 잊지 않았다.
물론 그의 그런 눈빛은 살기까지 띠고 있는 2호의 흉포한 눈빛에 비하면 경고의 의미도 되지 못했다. 2호는 액체일 뿐인 샴페인이었지만, 그걸 자신의 주인인 태주에게 뿌리려 했던 박재우와 그 일행을 당장에라도 무릎 꿇리고 싶었다. 태주가 바라지 않는 것 같아서 참고 있을 뿐이었다.
2호와 박재우의 매니저가 눈싸움하는 사이 태주는 견우를 달래서 내보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태산이도 같이 내보내고 싶었는데, 꼬맹이 녀석이 어느새 소파 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건 무리였다.
-탁!
“이태주! 너 정체가 뭐냐?”
견우와 본인의 매니저, 경호원들이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박재우는 본론을 꺼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던 친절한 사람의 가면은 쓸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는 으르렁대며 달려들 것처럼 태주에게 정체를 묻고 있었다.
“그게 중요한가?”
“하?”
“내가 그쪽처럼 반칙을 쓰는 지가 궁금한 거 아니야?”
“반칙?”
박재우가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겁먹을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박재우보다 더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박재우가 자신과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는 걸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서였다.
“쉽게 갈 일을 꼭 손을 쓰게 하네.”
“무슨?”
뜻 모를 소리를 뱉은 박재우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코인을 꺼내려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고 여기고 있었다. 누가 자신의 정체를 순순히 밝힌단 말인가. 자신 역시 무슨 협박을 당해도 시스템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곧 주머니에서 코인을 꺼낼 수 있었다. 어차피 슈트 주머니엔 코인 하나뿐이었다. 코인이 아깝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정체를 밝히려면 어쩔 수 없었다. 코인의 소모는 처음부터, 론칭 쇼에 초청했을 때부터 각오한 일이었다.
-핑그르르르.
“금화?”
“코인이야.”
“코인?”
“그래. 네가 정체를 순순히 안 밝혀서 쓰는 거잖아.”
테이블 위에서 돌던 코인을 손바닥으로 내리누른 박재우가 태주와 눈을 맞췄다. 이태주는 제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 줄도 모르고 코인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자신의 손 아래 감춰진 물건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추호도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박재우는 코인에 당해 바뀔 이태주를 떠올리자 유쾌해졌다. 지금까지 기술에 당한 사람 모두 쩔쩔매며 그의 눈에 들려 안간힘을 썼었다. 고고한 척하던 이태주 역시 그런 사람과 다를 바 없게 바뀐다는 사실이 기꺼웠다.
“코인 사용. 대상 지….”
“호!”
-퍽!
“커헉!”
태주는 박재우가 주머니에서 꺼낸 동전이 예사 물건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 쿠첼루스에게 여러 번 다른 능력이 남아 있을 거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가 동전을 꺼내 들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을 때부터 경계하고 있었다.
“크헉. 놔!”
“호, 잘 잡고 있어. 이참에 인장도 찍자.”
“뭐? 너 뭐야?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별것 아니야.”
태주는 태산이가 테이블 위에 놓인 동전을 챙기는 걸 확인한 뒤, 봉인 인장을 꺼내 들었다. 이미 2호가 단단하게 제압한 상태라 봉인 인장을 사용하는데 거칠 것이 없었다.
태주가 봉인 인장을 찍으려 박재우의 몸으로 손을 뻗을 때였다. 위기를 느낀 것인지, 박재우가 큰 소리로 자신의 일행을 불렀다.
“마크! 경호원!”
-벌컥!
-번쩍!
일이 꼬일 것 같은 예감에 태주의 손이 빨라졌다. 2호에게 제압당한 박재우를 보고 그의 일행이 다가오기 전에 봉인 인장을 쓰려는 생각이었다. 그의 그런 생각은 문이 열림과 동시에 퍼진 옅은 빛에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털썩! 털썩 !
“헉! 무슨?”
“태쭈, 사니가 지켜.”
“헐.”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두 쓰러졌다. 태주가 놀라운 광경에 잠시 굳어 있던 사이, 문을 향해 서 있던 태산이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당당한 목소리로 지켜 주겠다고 말을 꺼냈다.
“태주 씨, 봉인 인장을.”
“아! 맞다.”
-꾸욱!
“아악! 놔아!”
태주는 2호에게 잡혀서 테이블 위에 얼굴을 대고 있는 박재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른 방해꾼이 나타나기 전에 봉인 인장을 그의 뺨에 꾸욱 눌렀다. 범죄자에게 살짝 가져다 대기만 해도 사용된다는 설명을 들었었지만, 그는 일부러 힘을 주어서 꾸욱 눌렀다.
“됐다. 호야, 이제 놔줘.”
“네.”
태주의 놔주라는 말을 들었지만, 2호는 박재우를 바로 놓지 않았다. 태주에게서 한참 떨어진 곳에 놓인 의자까지 끌고 가서 거기에 그를 앉혔다. 한쪽 어깨를 눌러서 박재우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것은 당연했다.
“박재우 씨. 좀 전에 쓴 건 당신의 힘을 봉인하는 물건입니다.”
“뭐?”
“시스템을 악용하는 죄인에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죄인? 내가 죄인이라고? 웃기지 마!”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지금의 위치에 섰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그런 방법은 쓰지 못할 겁니다.”
“이태주!”
딱딱한 말투로 할 말을 마친 태주가 휴게실 안을 돌아봤다. 문은 열려 있고,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견우도 그 사람들과 엉켜서 쓰러져 있었다. 휴게실은 당장 수습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나마 이곳이 VIP 휴게실이라서 근처에 사람이 없는 게 다행이었다.
“박재우 씨, 앞으론 진정한 실력으로 그 위치를 지키길 바랍니다. 호야, 상처 없이 기절시킬 수 있지?”
“네.”
“부탁해.”
걱정과 달리 VIP 휴게실 정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태주가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박재우를 기절시킨 호가 움직이자, 몇 분 지나지 않아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호가 정리하는 사이 태주는 태산이가 서 있던 자리에서 버튼처럼 생긴 물건을 주워들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태산이가 이걸 써서 경호원을 막은 것 같았다. 태주는 여전히 사방을 경계하는 태산이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에 안아 들었다. 돌아갈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