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16)
16화
아케르 요새.
마누스 왕국의 북부 저지선이라 불리는 그곳에서는, 요새의 수뇌부가 모인 회의장에서 열띤 토론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미하일도 ‘백작의 삼남’이자 ‘보충대 부대장’이라는 자격으로 앉아 있었다.
‘지금 내가 뭘 하는 건지.’
미하일은 지금 이 상황이 우스꽝스러운 하나의 연극이 아닐까 생각했다.
“제7소초에 몬스터 웨이브가 온다고 하는데 정말 이걸로 끝입니까? 그곳에 있는 병사들이 위험하지 않습니까?”
심기가 불편했기 때문일까, 미하일은 저도 모르게 앉아 있는 수뇌부들에게 물었다.
“하하, 미하일님. 굳이 전선을 지키는 소초 하나에 신경을 쓸 필요 없습니다.”
군수품을 담당하는 헨슨이었다.
두툼한 살집을 가진 그는 웃을 때마다 볼살이 출렁였다.
그 모습에 미하일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헨슨은 그런 미하일의 표정에 신경 안 쓰는 듯 말을 이었다.
“페르딤의 소수 병력이 산맥을 넘어온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항복하기 전 발악 아니겠습니까? 몬스터 웨이브라고 해봐야 몇십 마리 안 될 겁니다.”
‘웃기는군. 네 놈이 해먹은 물품만 온전했어도 이미 이겼을 거다.’
본래 상인길드 출신인 놈의 두꺼운 몸은 흘러넘치는 욕심이 변한 게 아닌가 싶은 정도로 욕심이 넘쳤다.
징집된 이들에게 가야 할 필수적인 보급품마저 빼돌린 정황이 있었고, 신병들은 갑옷도 없이 나가 싸워야만 했다.
이 자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굳이 승기가 잡힌 시점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하수지요. 백작님? 이 기회를 노려 공적을 쌓으셔야 합니다.”
돌격대 대장 루이스.
‘이겨야 했을 전선에서 난데없이 후퇴 명령을 내렸었지.’
미하일은 루이스가 페르딤 쪽과 내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물증이 없어서 확증할 수는 없었지만······.
헨슨과 루이스.
이 둘은 미하일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미하일은 지금의 처지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특히 저 가운데에 앉아 있는 이가 있는 이상 말이다.
“7소초에는 지원군을 보내지 않겠다.”
미하일과 똑같은 금발의 사내.
빛이 조금 바래고 주름이 졌지만 쉽게 건들 수 없는 권력이 있는 솔레른 그란디스 백작이었다.
흑사자 기사단을 이끌며 전장을 지배했던 남자.
‘그것도 다 옛말이지만.’
미하일은 노쇠해진 자신의 친부를 바라보았다.
그란디스 백작은 무언가 고심하고 있었다.
“소초에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기고 전부 출정을 준비해라. 전선에 합류하겠다.”
뿌득
미하일은 백작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이곳에서 아케르 요새를 지키는 건 국왕 전하의 명령이자 백작님의 의무 아닙니까? 수비가 약해진 틈을 타서 놈들이 공격해오기라도 하면 그대로 무너질 겁니다.”
미하일이 완곡하게 충언했으나······.
“그렇기에 최소한의 병력은 남기지 않았느냐? 그리고 몬스터 웨이브가 오는 거라면 전쟁이 끝난 이후 기사단을 보내 토벌하면 그만이야.”
“그건······.”
그란디스 백작은 의견을 소홀히 듣지 않는다.
그 주장이 합당하다면 수용해 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반대로 제대로 된 근거가 없다면 들어주지 않았다.
“······없는 건가? 그렇다면 상관없겠군.”
백작의 시선이 미하일에게서 흥미를 잃었고, 주제는 다른 안으로 넘어갔다.
‘그렇게도 전공을 세워야 하겠다는 건가? 저 모습의 어디가 철사자 기사단장이란 말인가.’
회색 숲 전선에서 들려오는 승전보에, 아케르 요새에서 수비를 맡고 있던 그란디스 백작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이 전쟁이 끝나면 공을 따져서 줄이 세워질 것이다. 수비에 전념한 그란디스 백작의 공은 당연히 낮게 책정될 테고.
그는 지금 그게 불안한 것이었다. 앞으로의 정국에서 뒷전이 될까 봐.
하지만 애초에 아케르 요새를 맡게 된 것만으로도 왕실의 눈 밖에 났다고 볼 수 있건만, 애써 부정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기에 요새를 벗어나서 전선에 합류하려는 것일 테고.
‘공을 얻으려고 자신의 부하를 버리는 게 어디가 명예로운가.’
그가 보기엔 아케르 요새는 너무나도 위태로웠다.
제 배를 채우려는 상인과 공을 세우기에 급급한 대장, 무엇보다 총기를 잃은 요새의 사령관까지.
미하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왔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쿵!
회의실의 문을 닫은 미하일은 문득 그 병사가 떠올랐다.
‘제이드. 그자는 괜찮은지 모르겠군.’
그때였다.
“저 미하일 부관, 아 아니 미하일 보충대 부대장님.”
“자네는?”
분명 좀 전 회의실에서 보고했던 수색병이었다.
“고생했네. 첩자와 페르딤 병사들을 잡은 자네의 공은 내가 반드시 치하하도록 하지.”
“아, 그것이 아닙니다. 전해드릴 물건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곤 수색병은 품속에서 조심히 무언가를 꺼냈다.
“편지? 누가 보낸 거지?”
“병사 제이드입니다.”
“제이드라고?”
몬스터 웨이브에 대비하고 있어야 할 그 병사가 왜 여기서 언급된단 말인가?
미하일은 이름을 듣자마자 편지를 빠르게 건네받았다.
편지는 땀에 젖었는지 축축한 상태였지만 펼치는 데엔 문제가 없었다.
부욱
끝을 자르고 펼쳐 빠르게 읽었다.
그 내용을 다 읽었을 때 미하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 이것 봐라?”
그 내용에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자네 이름이 뭐지?”
“예? 수, 수색병 모건입니다.”
“모건. 자네는 지금부터 나를 따라오게.”
모건은 당황한 눈치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미하일은 요새의 내성을 서둘러 나와 한 길목으로 향했다.
나름 청결했던 요새의 내성과 달리 이 골목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악취가 올라왔다.
그 악취에 모건은 이미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저······ 수색대장님? 이곳은?”
“대장장이들이 모여있는 곳, 장이 골목이다.”
모건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왜 여기로 가는지, 그걸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모건은 침묵하기로 했다.
이 차가운 남자에게는 연달아 질문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골목 양 끝에 자리 잡은 대장장이들을 지나 골목 끝에 다다랐을 때 한 어린아이가 망치를 붙잡고 있는 게 보였다.
그의 뒤에는 깔끔하게 차려입은 꼬마 둘이 앉아 있었다.
“네가 마리온인가?”
“네, 나으리! 제가 대장장이 마리온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미하일은 편지의 내용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제이드가 맡긴 물건은 완성되었나.”
* * *
달빛에 반사된 마운틴 놀들의 눈동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로빈. 불을 밝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로빈이 활을 쏘았다.
끄트머리에 기름을 먹인 불화살이었다.
화르르륵!
곳곳에 설치했던 짚과 장작이 한순간에 타오르며 협곡의 어둠을 밝혔다.
한순간 밝아진 협곡 가운데, 노란 터럭이 반짝이며 마운틴 놀들의 무리가 드러났다.
크르르르.
이빨을 드러내는 놀들의 모습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백, 아니 백오십쯤 되려나.’
소초 하나 점령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반면 아군의 숫자는 서른다섯이었다.
그 군세에 병사들과 사냥꾼들이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미친.”
“······별거 없네, 시발!”
“겁먹지 마, 그냥 똥개 무리잖아!”
[아군의 사기가 감소합니다.] [상태이상 ‘공포’에 걸립니다.] [연설의 효과로 일부 상쇄시킵니다.]연설이라도 해서 다행이군.
그 덕에 겁먹고 도망치는 녀석은 없었다.
마운틴 놀들도 타오르는 불길에 당황한 건지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컹! 컹! 컹!
기습이 소용없어졌기에 놀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놈들의 목표는 목책이었다.
“함정을 가동해!”
내 말에 활시위를 당기고 있던 사냥꾼들이 협곡 좌우, 절벽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절벽에 끈으로 묶여있던 돌과 통나무가 끊어지며 낙하했다.
쿵!
콰직!
떨어진 통나무와 돌들이 놀들을 깔아뭉갰고, 바닥에 깔아둔 덫이 녀석들의 다리를 물었다.
케에엑!
키잉!
함정에 죽은 놀은 열댓 마리.
그래봤자 십분의 일 줄었다.
‘아직 한참 멀었어. 그나마 좁은 협곡이라서 다행이지만.’
수많은 군세에 비해 녀석들이 한 번에 달려올 수 있는 수는 스무 마리가 최대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오는 놈들은, 흡사 출렁이는 검은 강물 같았다.
놀들은 죽은 동족은 상관없다는 듯이, 시체를 타고 넘으며 목책을 향해 달려들었다.
“시발.”
목책의 높이는 3미터.
녀석들의 탄력과 날카로운 발톱이면 쉽게 오를 것이다.
‘그다음 목표는 우리겠지.’
목책의 난간에 일렬로 서서 활로 저격하는 병사들.
그들이 뚫리면 소초 안의 사람들도 위험하다.
“전원 조준!”
[공격 명령을 내립니다.] [일시적으로 공격력이 6% 상승합니다.]내 외침에 난간에 서 있던 사냥꾼들과 로빈, 나를 포함한 활을 다룰 수 있는 다른 병사들까지 일시에 시위를 당겼다.
어찌나 팽팽하게 당겼는지 팔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발사!”
푹! 푸부북!
서른 개의 화살이 일제히 전방을 향해 쏘아졌고 달려오던 선두의 무리가 고꾸라졌다.
“정확히 조준해라! 화살을 아껴야 한다!”
로빈이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방금의 일격으로 화살의 십분의 일이 날아갔다.
로버트에게 부탁해 급히 만든 화살이 있었지만, 그것도 넉넉하지 않았다.
“조준!”
내 외침에 다시 한번 시위가 당겨졌다.
“발사!”
다시 한번 선두의 놀들이 고꾸라졌다.
하지만 몇 마리가 죽지 않았는지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마, 막아!”
병사 한 명이 다급하게 검을 꺼내려 했다.
그때 내 시야에 무언가 반짝이는 게 보였다.
‘창이다.’
뒤편의 놀들이 창을 던지려 하고 있었다.
“숙여! 모두 목책에 몸을 숨겨!”
후웅!
내 말과 동시에 병사들이 자세를 낮췄고, 놀의 창들이 쏘아졌다.
쿵!
창이 부딪히며 목책이 크게 흔들렸다.
“으아아아!”
미처 피하지 못한 한 사냥꾼의 어깨가 꿰뚫렸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모두 그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뒤져!”
“떨어트려!”
어느새 가까이 붙은 놀들이 목책에 발톱을 박으려 했고, 데릭과 돼지코 롭 등 힘센 이들이 돌들을 아래로 던졌다.
케엥!
기어 올라오던 마운틴 놀 한 마리가 돌에 머리가 박살 나며 떨어졌다.
‘벌써 이렇게 붙다니.’
아래를 내려보자 마운틴 놀들이 목책에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목책을 향해 몸을 날리고 올라오려는 것이 꼭 좀비 같았다.
‘좀비는 지성이라도 없지.’
나는 이를 악물며 다시 한번 시위를 당겨 저 멀리 창을 던지던 녀석을 맞혔다.
푹!
쏘아진 화살은 정확히 녀석의 눈을 꿰뚫었고, 녀석은 창을 떨어트리며 쓰러졌다.
즉사였다.
‘아직 실력 안 죽었네.’
전생에 수련했던 활 솜씨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때, 내 앞으로 놀 한 마리가 목책을 넘어오고 있었다.
크릉!
놈이 오른손으로 목책을 붙잡은 채로 기어 올라오며, 왼손으로 조잡한 검을 꺼내더니 나에게 휘둘렀다.
나는 공격을 쳐낸 뒤 놈의 몸이 기우뚱하는 순간 목에 칼을 찔러 넣었다.
푹!
[경험치가 상승합니다.]나는 떠오르는 메시지를 무시하며 목책 난간에 서 있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방어해! 어떻게든 막아!”
하지만 내 말이 무색하게 저 멀리서 한 마리가 목책을 넘어왔다.
놀은 병사의 창을 피하려다가 목책 난간에서 미끄러지며, 소초 안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런데 몸을 일으킨 놀이 달려든 곳은······.
‘저 방향은······!’
여자와 아이들이 있는 곳이었다.
내가 재빨리 다리를 움직이려는 순간.
펑!
돌덩이 하나가 빠르게 쏘아졌고 달려들던 놀 한 마리의 몸통을 맞혔다.
케엥!
뒤이어 얼음이 날아와 녀석의 다리를 얼렸고, 다시 한번 쏘아진 돌덩이에 머리가 터져 죽었다.
마법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도로시!”
도로시가 어디선가 가져온 지팡이를 치켜든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나는 그 모습에 과거의, 아니 1회차의 도로시가 떠올랐다.
우연히 만났던 그녀는 내가 보기에 정말 호구 같을 정도로 정의롭고 선했다.
남을 위해서 마법을 배우고, 사용하는 여인.
전쟁의 피난민들을 구하기 위해서, 강물을 들어올리고 산을 움직이던 마법사.
그래서 트라우마를 겪었던 어린 시절일지라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마법을 사용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는 맞춘 것 같네.
“도로시, 사람들을 보호해줘! 저들에게는 네가 필요해!”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시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5)]내가 부탁한 건데도 호감도가 오를 정도.
‘아무리 생각해도 호구야.’
나는 저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며 옆을 돌아보았다.
“으아아아! 도와줘!”
내 옆의 병사가 올라온 마운틴 놀에 덮쳐지고 있었다.
다행히 내 바로 옆이었기에, 나는 놈의 목을 베어 죽였다.
어느새 목책 위로 놀들이 한두 마리씩 올라와 있었다.
“으, 제이드······ 고마워.”
얼떨떨해하는 병사를 일으켜주고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곳곳에서 놀들이 목책을 타 넘고 있었다.
“이 똥에 튀겨버릴 개새끼들아 여긴 사람 사는 데다! 개들은 꺼져!”
데릭이 소리치며 놀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발로 걷어찼다.
“제이드! 화살이 다 떨어져 간다!”
역시 부족한 화살이 문제였다.
화망이 깨지자, 놀들이 안심하고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목책을 넘어오려는 녀석들부터 노려! 화살은 최대한 아끼고!”
나는 로빈에게 소리치며 목책 아래의 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시발! 시발! 시발!”
“무슨 마운틴 놀이 여기까지 오냐고!”
화살이 다 떨어진 사냥꾼들은 각자 창과 검을 휘두르며 놀들을 상대했다.
“제이드! 이대로면 놈들이 금방 넘어올 것이네.”
소초장 폴 또한 방패와 검으로 놀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아군이 수세에 몰렸다.
이처럼 전투의 판도는 찰나에 달라진다.
[아군의 사기가 감소합니다.]“모두 이 악물고 버텨!”
어느새 목책의 난간 위, 병사와 놀들의 숫자가 비슷해지고 있었다.
점차 넘어오는 놀들에 위급해진 상황.
그때 순간 녀석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뭐, 뭐야?”
순간 당황한 병사들이 주변을 살폈다.
크르르르
이를 드러낸 놀들은 귀를 쫑긋거리며 하늘을 향해 경계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몇 마리의 놀들은 뒷걸음질 치다가 목책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그 순간.
삐이이이─!
날카로운 소리가 협곡을 울렸다.
“이건······?”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소리에 병사들이 고개를 들었고,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올 것이 왔군.”
고개를 돌리자 떠오른 달 아래 커다란 새의 형상이 보였다.
아니, 새가 아니었다.
사자 같은 맹수의 거체, 거대한 날개와 매를 닮은 얼굴을 가진 동물.
“그리핀이다!”
아케르 요새에서 보았던 커다란 그리핀 두 마리가 라이더들을 태운 채 날아오고 있었다.
워낙 키우기 어렵기에 마누스 왕국에서 관리하며 수송, 보급 등 특수작전의 투입으로만 볼 수 있는 그리핀.
그 그리핀들이 협곡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콰지지직!
녀석들은 급하강하며 목책에 달라붙어 있던 놀들을 발톱으로 찢어발기곤 연병장에 착륙했다.
쿵!
그리핀 위에 타고 있던 그리핀 라이더가 고글을 올리며 소리쳤다.
“제이드! 이곳에 제이드가 있나!”
“제가 제이드입니다!”
내가 소리치자 그리핀 라이더가 씩 웃으며 안장 양쪽에 달린 보따리의 줄을 끊었다.
“미하일 수색대장이 보내서 왔다.”
쿵!
말려있던 두 보따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충격에 보따리를 묶은 줄이 풀렸고 그 속이 드러났다.
수 없이 쌓인 화살 더미.
모두가 요원하고 필요했던 화살들이 보따리에서 나타난 것이다.
“요청한 화살 천 발이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그에 사냥꾼과 병사들의 눈이 커졌고, 나는 씩 웃어 보였다.
“제때 도착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