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lent genius decided to become a tycoon RAW novel - Chapter 71
71화. 봉합 (4)
강기찬의 눈앞에 뜬 랭크업 된 캐시 상점의 상태는 이랬다.
-【플레이어 강기찬님의 캐시 상점(B랭크)】
-【퀘스트 10개 완료 시 A랭크 캐시 상점(2/10)】
-【※캐시 상점의 랭크가 오를수록 구매 가능한 아이템이 추가됩니다!/ 아이템의 등급은 플레이어 랭크에 따라 확정됩니다!】
확실히 C랭크에서 B랭크로 랭크업된 상태에다, 오늘 주르륵 완료된 퀘스트들의 달성 조건도 착실히 쌓여있었다.
‘ 시스템 확실하네. 뭐, 당연한가? ’
속으로 읊조리던 기찬의 시선이 조금 내려갔다. 캐시 상점 아이템들이 나열된 곳으로.
-【[1]보상 캐시 2배 부스터(21일)/(300만) 150만 캐시, [2]행운의 랜덤 캐시 보따리(1개)/(100만) 50만 캐시, [3]캐시 상점 전용 보물상자(희귀)/(800만) 400만 캐시, [4]퀘스트 뽑기 랜덤룰렛(희귀)/(1000만) 500만 캐시】
여전히 저번에 뽑아 적용된 반값 아이템은 유지 중이었고, 이를 확인한 기찬의 힘 빠진 두 눈에 새로 추가된 아이템이 보였다.
‘ 퀘스트 뽑기 랜덤룰렛이라- ’
대충 이름만 보고 판단하건대 무조건 퀘스트 가챠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렇다면 저 아이템을 구매했을 때, 불특정 다수의 퀘스트가 랜덤으로 뽑히겠지.
“ 음- ”
가격도 제일 비싼 데다 어떠한 조건 없이 퀘스트를 발생시키는 아이템. 지금까지 수많은 종류와 꽤 많은 사람을 거쳐, 여러 퀘스트를 수행해 온 강기찬. 그런 그에게 이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뻗쳤다.
‘ 굳이,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도 퀘스트를 발생시키는 아이템? 이건 꽤 괜찮아. ’
물론, 퀘스트를 진행하는 그 자체에 성가심이 따르지만, 어차피 기찬에게 괴랄한 시스템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돈이 차고 넘치는 백수까지 가기에, 또는 거대한 막후가 완성되기까지 적당히 이용하면 그만.
그런데 직접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앉은자리서 퀘스트를 발생시킨다?
‘ 과정 생략하는 건 딱 내 스타일인데. ’
귀차니스트 강기찬이 흡족하게 생각할 만한 아이템이었다. 물론, 랜덤이고 가격이 비싼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 뭐, 캐시가 남을 땐, 충분히 유용해. ”
거기에 유마리를 중심에 두고 만들어질, 어떠한 연예계 배후 세력 또는 집단에도 접목시킬 수 있었다.
“ 내게 적용된 아이템이라면, 랜덤이라도 연예계 관련 퀘스트일 가능성이 높겠지. ”
한 마디로 앉은자리서 퀘스트. 즉, 정보를 턱턱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판단하고 설계한 뒤 이용하면, 세력 또는 집단의 몸집을 불리기에 이보다 편한 방법이 있을까? 당연히 유마리가 하겠다는 대답은 아직 없었지만, 기찬에겐 그녀가 하게 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어쨌든 수많은 계산과 함께 대강 결론 내린 기찬이, 속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아이템을 불렀고.
‘ 퀘스트 뽑기 랜덤룰렛. ’
빠르게 정면 메시지 박스가 교체됐다. 반값에 구매하겠냐는 물음, 당연히 기찬의 대답은 ‘예’였다. 이어 그의 정면에 시스템이 일하는 문구가 보였다.
-【[4]퀘스트 뽑기 랜덤룰렛(희귀) 구매 완료!】
-【퀘스트 뽑기 랜덤룰렛(희귀)를 사용합니다!】
-【오픈 중······완료!】
동시에.
-띵!
익숙한 알림음과 함께, 강기찬의 시야에 당연하겠지만 새로운 퀘스트가 떴다.
-2/【서브퀘스트(똥 맞을 조강철 CP의 진심 어린 발광)발생!】
-【퀘스트상세: 조강철 CP에게 뿌려질 똥물을 정화시켜보자!】
-【보상(C랭크): 200만 캐시x2(보상 캐시 2배 부스터[20일 19시간])】
-【조강철 CP의 한마디: “플라리스 쪽 연락 아직 안 되냐?! 넷플렉스 1위 찍은 날에 똥물을 뿌리고 지랄이네!! 20살짜리가 음주운전?! 아오, 시발! 이 똥 누가 치우냐고!”】
퀘스트를 확인하자마자 기찬이 밋밋한 혼잣말을 뱉었다.
“ CP? 역시, 연예계 쪽 퀘스트가 떴어. ”
‘CP’하면 예능이든 드라마든, 책임 프로듀서로서 방송국 간부 중 하나였다. 프로를 책임지는 총괄 PD보다는 높고, 당연히 국장보단 낮은. 중간 계급이라도 실세는 실세.
‘ 근데 ‘플라리스’? 처음 들어보는데. ’
언뜻 봐선 무슨 그룹명 같았다. 퀘스트 정보의 늬앙스도 그랬고. 따라서 기찬은 일단, 인터넷에 ‘플라리스’와 조강철 CP를 검색했다. 하지만.
‘ 일단은 안 나오네. 뭐, 당연한가? ’
두 쪽 모두 검색결과로 나오는 것은 전무. CP도 유명한 인물이면 간혹 나오긴 하는데, 안 나 오는 걸 보니 그리 유명하진 않은 듯했다. ‘플라리스’쪽은 아직 세상에 존재 안 할 가능성이 컸고. 그렇게 잠시간 퀘스트를 멍-하니 보던 기찬이 읊조렸다.
“ 적당히 확인해본다 치고, 확실히 캐시는 차고 넘치는 편이 좋겠네. ”
결국, 돈과 캐시 모두 펑펑 써도 티가 안 날 정도로 가지는 것이 좋았다. 그래야 아주 편하게 나태해질 수 있으며 동시에, 시스템을 간편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 근데 정산한 돈을 캐시로 다시 되돌릴 순 없나? 정산이 있으면 입금이 있을 법한데. 기다려보면 나올지도. ’
바로 이때였다.
“ 기찬! ”
방금 팀장실에 나온 황덕구 팀장이 꽤 비장한 표정으로, 한 손엔 다이어리를 끼고 나타나 앉은 기찬에게 손짓했다.
“ 가자. ”
움직이자는 뜻.
덕분에 시스템 확인하던 기찬이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오후 3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회의 시간이 당도했고, 힘 빠진 한숨과 함께 자리서 느적느적 일어난 기찬이 황덕구 팀장에게 붙었다.
-스윽.
곧, 둘은 매니지 3팀 사무실을 떠나 회의실로 움직였다. 그러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천천히 누른 기찬이, 남 일인 양 별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 팀장님, 그- 방송국 CP 한 명 확인 돼요? ”
“ CP? 갑자기 그건 왜? ”
두 눈을 살짝 크게 뜬 그에게, 기찬이 대강 둘러댔다.
“ 아 뭐 좀 확인 좀 해볼라고. 큰일은 아니고. ”
다행이다 싶었는지 안도의 숨을 뱉은 황덕구 팀장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답했다.
“ 아니, 옘병. 이제 니가 뭔 말 만하면 살짝 무섭냐? 왜 이러지? ”
“ 확인돼요? ”
“ 돼. 여기 HYN 엔터야. CP 한 명 따보는 거야 쉽지. 어디, 누군데? ”
“ 아, 어- 근데 방송국은 몰라. 이름만. 조강철 CP. ”
묘연한 얼굴인 기찬의 말이 끝나자마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스르륵.
황덕구 팀장이 걱정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이름만 있으면 뭐, 며칠 안에 나와. 좀 기다려. 것보다 잠깐만, 어우. ”
어느새 대회의실 앞에 당도한 황덕구 팀장이, 튀어나온 뱃살을 쓸며 심호흡했다. 퍽 긴장되는 듯. 낮으면서도 은은한 남자 음성이 끼어든 건 이때였다.
“ 둘이 거기 서서 뭐해? ”
비서들과 본부장을 대동한, 풀정장에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쑤신 임한길 대표였다. 그런 그가 다가와선 황덕구 팀장에게 잔잔히 말했다.
“ 들어가지, 황덕구 1팀장. ”
이후.
회의실로 들어선 황덕구 팀장은 안에 있던 모두에게 시선 집중이었다. 당연했다. 안 그래도 최근 3팀에서 뜬금 1팀 팀장으로 파격 행보를 보였는데, 지금은 또 임한길 대표와 나란히 입장했으니까.
“ 확실히 대표님이 황팀장 키우려나 보네. ”
“ 근데 좀 뜬금없지 않아요? ”
“ 최근 기업 이미지 건 플러스해서 뭔가가 있었겠지. ”
“ 그래도 김창기 팀장 썰리자마자 너무 갑자기······하, 나도 뭐 빠지게 뛰어야겠네. ”
덕분에 회의실에 미리 모였던 팀장급 간부들은, 임한길 대표에게 깊숙한 인사를 하면서도 황덕구 팀장을 보며 수군댔다.
물론, 제일 뒤로 들어온 강기찬을 보면서도.
“ 강기찬 저건 또 뭐여? ”
“ 그러게 쟨 왜 자꾸 팀장급 회의에 기어들어 오냐? ”
“ 이해가 안 되네, 실장급이면 그렇다 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게 자꾸. ”
“ 그냥 놀고 있는 애라, 수발시키려고 데려온 거 아녀? ”
“ 그래도 팀장급 회읜데? ”
그러거나 말거나 임한길 대표는 대회의실 안 커다란 ㄷ형 책상 상석에 앉았고, 황덕구 팀장과 강기찬 역시 마찬가지. 물론, 긴장감에 헷갈렸는지 황덕구 팀장이 예전에 앉던 제일 끝쪽 3팀 자리에 앉을 뻔하긴 했지만.
“ 황팀장, 거기 아니잖아? ”
임한길 대표의 정정으로 인해 황덕구 팀장이 제자리를 찾았다. 앉은 임한길 대표의 바로 왼쪽 첫 번째 자리였다. 단숨에 몇 계단을 건너뛴 거지? 막상 눈앞에서 이 광경을 보곤 다른 매니지 팀들이 전전긍긍한 눈빛을 쏠 때쯤.
“ 박본, 시작해. ”
오른쪽에 앉은 본부장을 향해, 임한길 대표가 지시했다.
“ 예, 대표님. ”
시작된 회의는 대체로 본부장이 핸들링하는 분위기였다. 대회의실 안에는 기찬이 아는 바와는 달리, 매니지 팀들만 있던 것이 아닌 HYN 엔터의 주요 부서 팀장들도 자리한 상태였고.
“ 가장 먼저 매니지먼트 팀 관련으로 확정사항인데, 1팀에 황덕구 팀장을 시작으로. ”
1팀을 제외한 나머지 매니지 팀들은 질투와 시샘의 눈초리를, 타 팀들은 의문과 호기심의 시선을 던져댔다. 와중에 홍보팀의 파마머리 윤고은 팀장만 픽픽 웃으며, 썩은 동태눈의 강기찬과 가끔 마주치면 윙크를 했다.
어쨌든.
“ 매니지먼트 팀은 이렇게 정리될 거고, 세세한 부분은 각 팀에서 따로 공유는 물론 사내 공지도 나갈 거야. ”
회의는 앞으로 HYN 엔터테인먼트의 변화될 모습과 확정된 사안을 공유하는 느낌.
물론.
“ 자, 그럼 황덕구 1팀장부터 인사할까? ”
명찰이 바뀐 팀장들의 인사도 있었다. 뒤로 새로 이동될 핵심 아티스트와 유지할 아티스트들을 적당히 훑은 뒤, 매니지먼트 팀 관련 순서는 끝났다.
오늘로써 확실히 각 팀에 눈도장을 찍은 셈.
이는 HYN 엔터의 파격적인 지각변동에 적응하는 한편, 타 부서들의 힘 균형이 리셋되는 효과도 있었다. 그간 고여있던 회사 내 인맥이 명백히 갈가리 찢긴 것과 같았으니까.
와중에.
“ 그리고 A&R팀 말인데. ”
본부장의 입에서 A&R팀 관련해서도 나왔다. 이 자리에 장미르 프로듀서는 없지만, 프로듀싱이 아닌 A&R팀을 관리하는 팀장은 있으니까.
“ 한동안은 박성용 프로듀서가 맡던 큰 건은 대부분 장미르 프로듀서가 겸하면서, 차차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
뭐가 됐든 핵심은 이거였다.
A&R팀의 실세는 장미르 프로듀서가 맡게 됐다는 것. 더불어.
“ 특히 이번 걸그룹 ‘밤비디’는 장프로가 전담 마크할 거야. 당연히 프로듀서 영입에 더 힘쓸 거지만, A&R팀 전체가 더 의사소통했으면 좋겠고. 또- ”
걸그룹 ‘밤비디’는 이제 박성용이 아닌, 장미르 프로듀서의 손에 떨어졌다는 것. 부수적으로 ‘엑스샤이’나 덩치 큰 뮤지선은 모두 그가 잡은 셈.
그렇게 몇십 분 뒤.
“ 다들 힘 좀 써줘, 박본. 여기까지 하지. ”
“ 예, 대표님. ”
임한길 대표의 끝말로 참여한 수십 직원들이 일어나며, 회의가 끝날 쯤.
“ 아, 강기찬. ”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임한길 대표가.
“ 너는 좀 남아. 특별팀 관련 얘기 좀 하게. ”
콕 찝어 강기찬을 은은히 콜 했다. 동시에 직원들 모두 입으로 뱉진 않았지만, 흐리멍텅하게 앉은 기찬을 보며 같은 눈빛을 쐈다.
‘ 특별팀??! ’
한편, 종각역 부근 넷플렉스 코리아.
입구서부터 빨간색 ‘N’가 세워진, 그 ‘N’ 모형이 사무실 여기저기 박힌 넷플렉스 코리아 안.
넷플렉스 코리아는 각 잡힌 느낌보단 층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로 비치된 팀별 자리하며, 여기저기 보이는 영화 속 캐릭터나 드라마 등의 컨텐츠 관련 소품이 즐비했다. 물론, 근무하는 직원들 복장부터 흐르는 공기 역시 자유도가 높았다.
그중.
-팔락.
제작한 컨텐츠 포스터가 벽에 덕지덕지 붙은 한 미팅 룸 안엔, 기획단계를 책임지는 크리에이티브팀 수십이 모여 종이뭉치를 보거나 노트북을 확인하고 있었다.
-팔락, 팔락.
-딸깍, 딸깍!
수십 명이 앉은 책상을 가득 메운 어마어마한 양의 종이뭉치들, 그 사이사이 놓인 노트북과 마우스 클릭 소리들. 그리고 활자 보는 것에 집중하는 크리에이티브팀 직원들.
다들 집중도는 매우 높았고, 열정도 넘쳤다.
그런 이들이 모인 미팅룸의 유리문엔 커다란 포스터 한 장이 당당히 붙어 있었고.
-‘넷플렉스’
-오리지널 시리즈(단편) 영화·드라마 공모전.
활자 읽는 것에 집중하던 직원 중, 안경 쓴 남자가 보던 종이뭉치를 흔들며.
“ 팀장님! ”
한 손을 올렸다. 그러자 모인 직원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위로 깐 앞머리를 핀으로 고정한 여자가 그와 시선을 맞췄다.
“ 어어, 기태씨. ”
책상 중 제일 앞쪽에 앉은 그녀에게 안경 쓴 남자가, 오른손에 든 약간 얇은 종이뭉치를 넘겼다.
“ 이것도 괜찮은데요? 초반 저희가 미팅에서 얘기하던 거 다 들어가 있어요. ”
“ 정말? ”
“ 네네, 그냥 우리 얘기 듣고 쓴 것 같은 정도? ”
“ 오호- ”
얼굴에 약간 피곤함 서린 여자가 받은 종이뭉치를 펼쳤고, 동시에 안경 쓴 남자가 설명을 덧붙였다.
“ 로맨스 없이 스릴러만 때려 박았고, 단막답게 전개도 훅훅 빨라요. 좀 잔인한 게 있는데, 충분히 써도 될 정도구요. ”
“ ······이거 소재가. ”
“ 좋죠? 딱 요즘 트렌드에도 맞아요. ”
“ 확실히 여태 본 것 중엔 제일 볼만한데? 지금까진 죄다 개판이었는데. ”
동의한다는 듯 계속해서 종이뭉치를 읽던 여자가 말을 이었고.
“ 근데 이거 글 뽑은 퀄이 좀 깔끔한데? 구성도 괜찮고······기성인가? ”
안경 쓴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 신인 같은데요? ”
이어 같이 접수된 한 장짜리 종이를 보며 답했다.
“ 에- 작가 이름이 도은봉? 네 도은봉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