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248
“아니, 이미 뒈진 놈들 집 좀 뒤져가며 약탈 좀 할 수 있지! 그게 무엇이 문제라고!”
그리고 야피의 네거티브 전략은 분명 사실이긴 했다는 것이다.
평양을 점령하면서 북한의 모든 부가 쌓여있던 평양을 약탈하는 건 기사들과 맨앳암즈들의 자연스러운 특권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약탈의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불카누스와 불타는 검 기사단이 적극적으로 당 간부들의 집을 털며 재산을 축적한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레온까지 ‘젊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한몫씩 챙기도록 적당히 해먹게.’라며 자제를 요구했겠는가.
그 뒤론 당 간부 자택을 한 채씩만 차지하며 약탈을 자제하긴 했지만, 야피는 이러한 사건들을 강조하며 불카누스의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내리깎고 있었다.
“으음··· 생각보다 동조하는 이들이 많군요. 특히 나주 기사단은 제법 불만이 있는 모양입니다.”
커뮤니티 내에선 익명성이 보장됐지만, 부활한 신생종족들은 아직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다.
대부분은 기사단과 맨앳암즈들이 댓글을 달며 이에 호응하고 있었다.
“끄응! 그래서 내 약탈의 정석도 전수하고 숨겨진 재산 뒤지는 법까지 알려주었거늘!”
“뭐··· 멀쩡한 시민국가 출신에게 약탈은 좀 낯선 행위긴 하죠.”
구대성 본인도 약탈행위에는 그리 적극적이진 않았다.
“용들 문제도··· 없는 사실은 아니군요. 불카누스 경보다는 좀 덜 공격하고 있지만, 이건 경쟁자로 보지 않기 때문인 것 같고······.”
“흥! 그 오만한 도마뱀들이 자기들끼리 말고 어디 지지나 받아보겠나?”
불카누스의 분통을 터뜨리는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날 약탈자라고 비난하는 건 좋아. 사실이니까. 하지만···!”
불카누스는 구대성을 데리고 한창 선거유세 중인 야피의 천막 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선──
“헤헷, 야피 경. 동생하구 후배들 데려왔어요!”
-끼룩! 끼끼룩! 끼루끼룩!
(한하리 경. 투표 갯수 20표. 투표독려 찬스 한수호 및 기사 다섯 명. 35표. 총 55표 확인.)
하리가 데려온 기사들을 보며 무언가를 끄적이는 끼끼룩족 선거지원단.
그는 선거천막에 가득 쌓인 상자를 꺼내더니 하리에게 안겨주었다.
“와아~ 구X백! 루이X통 지갑! 상품권도 있네요? 별철무구 커스텀 추가장비 주문권? 이게 진짜 대박인데요?!”
-끼룩끼룩!
(우리 야피 후보님 잘 부탁드린다)
“그럼요~”
생글생글 웃으며 선물들을 가져가던 하리는 불카누스와 구대성과 눈이 마주쳤다.
“앗, 불카누스 경··· 구대성 경······.”
멈춰버린 소녀는 이마에서 주르륵 흐르는 식은땀을 훔치며 잽싸게 등을 돌렸다.
“······.”
“······.”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선거가 태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평양시장 선거(3)
야피의 폭거에 가까운 네거티브 전략과 뇌물 전략은 민주시민인 구대성으로선 충격적이었다.
“봤는가! 저렇게 대놓고 뇌물을 뿌리고 다니는데 내 어찌 분노하지 않겠나!”
“어, 음··· 폐하께는 말씀을──”
“폐하께선 그 또한 제힘이라시면서 개입을 거부하셨네!”
레온은 딱히 공정한 선거 따윈 바라지 않았다.
애초에 공평한 선거를 생각했다면 신분에 차등을 두어 투표권을 부여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네거티브 전략까진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없는 말을 지어낸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뇌물공세라니······.
“끼룩! 뭐임?”
그때였다. 더러운 술수가 자행되고 있는 선거유세 천막에 웬 회색머리 미소녀가 입장한 것은.
“야, 야피 경···!”
“구대성. 불카누스.”
“아니, 바깥에 있는 야피 경은······.”
“홀로그램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구대성은 야피가 숨기고 있는 기술이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어째서··· 소녀의 몸으로 선거유세를 하시는 겁니까?”
아름다운 소녀의 외관에 메이크업까지 받았는지, 그 미모가 눈부시기 짝이 없다. 평소 유기체의 몸을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야피가 잘 꺼내지도 않던 유기체 몸으로 활동하다니?
구대성의 순수한 의문에 야피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유기체. 아름다운 것에 약함. 유기체들의 미적 기준에서 못 생긴 것보다 예쁘고 귀여운 외향에 더 많은 호의를 품음.”
“아······.”
너무나 정석적인 대답이라 할 말을 잃었다.
“야크트 스피너 경!”
불카누스는 성큼성큼 야피를 향해 다가섰다. 설마 한 대 치나 싶어 기겁했던 구대성이었지만, 그의 큼직한 손바닥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오!”
“뭐임?”
“약탈 좀 한 것 가지고 나를 파렴치한 놈으로 묘사하다니!”
“사실이잖음. 그리고 공감하는 댓글이 많음.”
“전쟁에서 진 놈들 재산 약탈해다가 집안에 보태는 거 국론 통일하고 사기 올리려면 다들 하는 거 아니요!”
“······아닌 것 같음.”
불카누스의 파격적인 중세 발언에 야피는 눈을 껌벅이며 부정했다.
“모든 재산은 만신전에 귀속하여 정당한 배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봄.”
“폐하께서도 허하신 일일세!”
불카누스는 마땅히 할 만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항변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야피는 네거티브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
이쪽의 논리가 묵살당하자 불카누스는 다른 방향으로 공격해 들어왔다.
“스피너 경. 이 뇌물들은 대체 무엇인가!”
“뇌물 아님.”
‘뻔뻔해!’
구대성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거짓말을 하는 야피. 저 철면피는 유기체의 몸을 얻고서도 변하지 않는 것인가!
“본기는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복지 지원차 선행을 베푸는 것. 감사를 받아도 모자랄 일임.”
“이봐, 스피너 경! 당신! 맨앳암즈들한테도 똑같이 준다고 약속할 수 있어!”
“끕 낮은 애들은 복지대상이 아님. 끼룩!”
얄밉다. 얄밉지만 효과적이라는 건 거부할 수 없다!
야피는 선금으로 명품과 상품권을 뿌리며 투표를 약속받고 투표가 끝나면 별철무구 제작권으로 딴맘을 먹을 여지를 없애버렸다.
민주주의 투표의 원칙인 비밀투표와 대가성 제공 금지 따위 없는 원시적인 투표가 일으킨 참극이었다.
“이것은 정도가 아니올시다, 스피너 경! 경은 실패할 것이외다!”
불카누스의 호령에도 야피는 담담하고 냉정하게 대답을 이었다.
“유기체들은 본기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됨. 본기에 의한 유토피아를 맞이하면 그만인 것을.”
-끼룩! 끼끼룩!
-끼룩! 끼룩!
수백의 끼끼룩족들의 보필을 받으며 야피는 자신만만하게 천막을 나섰다.
* * * *
싸움에 룰을 정하는 것은 룰로 정해지지 않은 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들 한다.
마냥 틀린 말은 아니지만, 룰 자체가 없는 싸움이라면 어떨까?
백 년이 넘는 세월 형식과 룰을 쌓아가고, 부정을 최대한 없애가며 시스템을 보조해온 현대의 민주주의와 달리 날 것 그대로 출마자의 역량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라이온하트식 선거는 순식간에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야만적이고 욕심 많은 깡통 깡패들에게 도시를 맡기지 마셈!
-기호번호 1번 불카누스는 페토스한테 막말했대요. 무엄한 놈임.
“명예가 전부다! 인간은 오직 인간의 통치를 받아야 함이야!”
“저 음침한 놈, 자기 욕하는 계정은 바로 운영자 밴 때리고 있소! 저런 독재자한테 굴복하지 마시오!”
-투표하셈!
“투표하시오!”
-바른 정치를 위해!
“올바른 지도자를 위해!”
-끼룩! 끼룩! 끼룩!
“불카누스! 불카누스! 불카누스!”
원색적인 네거티브와 추종자들을 동원한 진흙투성이 선거전이었다.
평양 시내를 양분하며 대치하는 두 후보들이 박빙의 승부를 하며 서로를 끌어내리려 애쓰는 가운데, 이 선거에서 예상외의 주요인물이 된 이들이 둘 있었다.
첫째는 성배기사 구대성.
그 자신도 무려 백 표짜리 의결권자이기도 하지만, 그에게 호감을 보이며 전적으로 따르는 이들이 많다는 것에 있다.
이는 평양 특별시의 자유민들. 세계수로부터 태어난 엘프와 난쟁이 그리고 트리맨들.
구대성이 무한한 생명력을 쥐어 짜내며 그들의 부활에 공헌했음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기에 이번 선거에서 누굴 찍을지 구대성에게 상담하러 오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구대성은 난처해하며 스스로 믿을 만한 후보를 뽑으라 돌려보냈지만, 투표권을 가진 자유민들은 여전히 구대성의 의견에 주의를 기울였고, 이는 야피와 불카누스 모두가 그를 포섭하려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구대성만큼은 아니어도 의외의 키 카드가 된 인물이 있었으니──
“합당하지!”
[······.]불카누스가 찾은 기호번호 3번 흑룡의 선거유세 천막.
아홉 용들의 선거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그들에게 불카누스가 찾아왔다.
[합당··· 말이더냐.]불카누스와 그 뒤를 따르는 라이하르, 갈라탄 등의 불타는 검 기사단원들을 앞에 두고 용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용들은 분개했으나 이성적으로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 보았다.
형세는 기호 1번과 2번의 일방적인 양파전이다. 그에 반해 흑룡의 지지자들은 용족 뿐이었고.
다른 자유민들이나 기사들은 사납고 타종족을 배척하는 용족들에게 쉽사리 모여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두 후보 중 한 명의 밑으로 들어가 선거의 일등 공신이라도 노려 권력을 분할하는 안을 제안할 수밖에.
그마저도 구대성만큼 결정적인 킹 메이커 역할을 하긴 힘들지만 말이다.
[우리들 표 전부 합쳐 이백 표. 그걸 노리는 거냐.]“흠! 이백 표면 의미가 있지만,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지! 지금은 잠들어 있는 장외표라던가.”
불카누스의 말에 흑룡은 그가 생각하는 장외표가 무엇인지 짐작했다.
[카리나. 용신 님의 성배기사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만?]“글쎄. 막상 그때 가면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나.”
단신으로 백표. 이렇게 되면 흑룡과 합당하면서 생기는 표가 최대 삼백표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레온이나 베아트리체야 왕족의 자존심 때문이라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지만, 카리나는 앞선 두 사람보다는 생각이 열린 타입이니까.
“합당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시 의원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너희 용족들을 우선 등용하겠다.”
[······.]불카누스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적어도 지금 그들의 열세를 생각하면 합당은 필수불가결이었다.
-끼룩! 합당 제안하겠음.
야피 또한 같은 제안을 했고, 흑룡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어쩔 수 없구나. 내 첫 번째 자손아. 이번은 패배의 쓴맛을 곱씹더라도 이 경험을 타산지석 삼는 게 좋을 것 같다.]드라고니아조차도 흑룡에게 합당을 권유했다.
하지만.
하지만···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걸까?
“고민이 많은 모양이군.”
그런 흑룡의 심정변화를 알아차렸는지 카리나가 피식 웃고 있었다. 그녀는 흑룡의 선거 유세단에 가끔 얼굴을 기웃거리며 일의 추이를 구경하곤 했다.
그것이 불카누스로부터 이번 선거에 카리나가 개입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을 심게 했지만.
“아니, 이대로 둘 중 한 명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라서 말이지.”
[나를 모욕하는 거냐!]“작금의 상황에선 그게 현실적이지 않나.”
-크르···!
흑룡은 사나운 숨소리로 카리나를 위협했지만, 고작 어린 용의 이 갉는 소리에 물러날 여걸이 아니었다.
“뭐, 이래봬도 용신의 성배기사 되는 몸이다. 나름의 조언을 해줄 수 있어.”
[네가 감히?]“하아~”
카리나는 이 태생부터 오만한 종족들을 다루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긴, 이쯤 되는 비대한 자아를 지녔으니 신들과도 싸울 생각을 한 거겠지.
“본작은 한 제국을 다스린 황제였지. 하지만 좋은 정치인은 되지 못했다.”
카리나 드라고니아 황제. 그녀는 그저 압도적인 힘으로 군림하는 존재였을 뿐이다.
관료와 귀족들은 두려움 속에서 그녀에게 복종했고, 그녀는 그저 턱짓으로 명령하면 되었다.
“본작이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정치인은 따로 있어. 네가 원한다면 그분의 조언을 듣게 해주지.”
[설마······.]카리나가 소개한 정치인은 말할 필요도 없었.
“그래, 가르침을 원하느냐?”
레온. 그는 반년 동안 가르친 제자 아닌 제자를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흑룡은 불카누스와 야피의 선거전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서로를 물고 뜯고 내리깎는 이 선거판에서 자신의 역할이라곤 한쪽의 우세를 점하게 해주는 합당카드 외엔 없다는 것에.
[저들의 지지세력은 공고하고, 인정하기 싫지만··· 나보다 정치적이다. 솔직히 내가 한쪽의 권유를 받아들인다 해도··· 뒤집지 못할 정도의 표도 아니고.]“······.”
레온은 솔직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고하는 흑룡을 보며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무작정 자존심만을 내세우며 오만했던 용은 어디에 가고 지금은 패배감에 젖은 실패한 정치 초보가 있을 뿐이다.
“이거 참 예기치 못한 유흥을 즐기게 해주는구나.”
[나는··· 진지하다.]“드라고니아의 첫 번째 자손이여. 너는 어째서 정치를, 시장직을 차지하겠다고 생각했느냐?”
[용의 영광과 시조 드라고니아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서다.]“단순히 명예를 위해 직함이 필요했다는 뜻이로군.”
[잘못됐다는 건가?]“그래, 잘못되었다.”
[무엇이?]“그대가 정치의 본질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레온은 이 어린 용이 그 고고한 프라이드와 달리 미숙한 정신을 가진 존재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용은 용.
평범한 인간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그 지성은 작은 가르침만으로 열을 알 수 있는 우수한 학생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이냐?”
[투표를 통해 선출직을 뽑는 것 아닌가?]“그래, 이 행성에서 가장 성공적인 정치제도지.”
드라고니아는 레온의 솔직한 감상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눈앞의 사자심왕이야말로 용조차 뛰어넘은 고고한 프라이드의 소유자. 스스로가 신이 선택하고 신을 대리하는 존재라 자처하는 초인이 아닌가.
왕권신수설의 살아있는 표본인 그가 민주주의란 제도에 의외로 호의적인 시선을 보낸다는 건 흑룡으로서도 의외일 수밖에.
“범인들이 범인들끼리 표를 모아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다. 그 대표도 결국은 범용한 자이나 사람이란 능력이 다 비슷비슷해서 누굴 데려다 놔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