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05)
전투가 시작되고 성을 뚫으려는 황군과 이를 제지하려는 빙궁군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물러서지 마라! 사다리를 놓아라!”
“적들이 올라온다-! 화살을 쏴라!”
“궁병! 뭐하고 있느냐! 병사들을 엄호해라!”
“끓는 물과 불화살을 퍼부어라! 남쪽! 정신 차려!”
홍화린은 친히 쌍창을 들고 선봉에 서서 적들을 쓰러뜨렸다. 심지어 군사들을 이끌고 직접 성문 밖으로 나가서 수 차례 적들을 패퇴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천유성과 지강백이 귀신처럼 나타나 달려들어 큰 수확을 내지는 못했다.
“허억.허억.”
홍화린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오면 소용과 철노소가 군사들을 지휘했다. 그들이 최대한 시간을 버는 사이, 홍화린은 지친 몸을 쉬게 했다. 그러다 괜찮아지면 다시 나가서 싸우는 식이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군.”
거대한 성벽을 응시하던 천유성이 중얼거렸다.
최강의 무인인 그도, 이런 대규모의 전쟁에서는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릇, 전쟁에서는 개개인의 능력 뿐 아니라 지휘와 연계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무림인들도 나름 분전하고 있었으나, 마찬가지로 이런 경우의 전투는 처음인지라 다들 전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정마대전에서 활약한 몇몇 노고수들은 나았다.
‘홍화린만 제대로 잡으면 바로 끝날 싸움이건만······.’
홍화린이 전투에 나섰을 때, 몇 번은 그녀를 붙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군사들이 교묘히 자신을 방해했다.
아무래도 빙궁에 상당히 실력이 좋은 지휘관이 있는 듯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겠구나.’
천유성은 한숨을 쉬며 개미떼처럼 바글거리는 적군과 아군의 모습을 응시했다.
그렇게 전투는 해가 지는 순간까지 계속되고, 그 뒤로도 며칠 동안 힘든 전투가 이어졌다.
***
타닥. 타닥.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횃불이 주변을 밝혔다.
홍화린은 남은 장수들과 함께 대책을 의논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역전시킬 방안이 없겠는가?”
그러자 철노소가 대책을 내놓았다.
“빙후께서는 소용 할멈과 함께 빙궁을 지키고 계십시오. 제가 휘하 제장들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가 적들의 보급로를 끊어놓겠습니다.”
홍화린이 들으니 확실히 괜찮은 수 같았다. 보급로가 끊기면 적들은 먹을 것이 없으니 돌아갈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러나 홍화린의 곁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휘영은 불안해졌다.
만에 하나라도 기습이 성공해 적들이 돌아간다면 자신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결국 그는 아군이 기습을 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저······적들이 저렇게 강한데 무턱대고 기습을 거는 건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적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급로를 기습하도록 놔뒀을리도 없고요. 그보다는 곧 여름철이기도 하고 하니, 적들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 요동 쪽 세력이나 남만 쪽에도 구원 요청을 보내고 농성하며 기다리는 것이······.”
철노소가 휘영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제아무리 빙후의 총애를 받는 애첩이라지만 낄 데와 끼지 말아야 할 데가 있는 법이다.
철노소의 날카로운 눈빛에 휘영이 잔뜩 겁먹고 입을 닫았다.
그때, 홍화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민에 잠겼다.
“휘영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천유성, 그 작자가 가만히 두고 볼 리도 없을뿐더러, 기습이 실패하면 오히려 낭패를 당할 우려가 있어.”
“빙후님! 지금 농성을 선택하는 것은 최악의 수입니다!”
철노소가 펄쩍 뛰었고, 소용도 다급히 말을 꺼냈다.
“철노소 장군의 말이 맞습니다. 남만이나 요동에 구원을 요청하는 것은 너무 늦고, 그들이 도움을 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대로면 고립된 채 말라죽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티면서 적들이 지치기를 기다려보자는 말이다. 휘영의 말대로 조금만 있으면 여름철이니 역병이 돌 수도 있고.”
이미 마음을 정한 듯 보이는 홍화린의 말에, 소용과 철노소는 암담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반면, 휘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였다.
휘영에게는 재주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상대의 얼굴을 보고 속마음을 눈치채는 재주였다.
감정 기복이 심한 홍화린을 상대하느라 어쩔 수 없이 기른 눈치였는데, 그 덕분에 휘영은 이곳에 있는 장수들의 속마음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빙후님께 반기를 들 만한, 적어도 현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불만이 가장 큰 자들.’
찾아보니 역시나, 몇몇 장수들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미묘하게 그런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휘영은 그들의 면면을 기억해둔 다음, 은밀히 접근했다.
“빙후님께서 저한테 지나가듯 말씀하셨는데······아무래도 장군님들을 의심하고 있는 듯합니다.”
“뭐, 뭐라고? 갑자기 빙후께서 우릴 왜 의심하신단 말인가?”
장수는 깜짝 놀라면서도 휘영의 말을 가벼이 흘리지 못했다. 휘영은 홍화린의 침소에도 같이 드나드는 사이고, 침대 위에서는 어떤 속내든 쉽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수가 자신의 말을 믿는다는 걸 알아차린 휘영은 이때다 싶어 말을 이었다.
“그야 이전 전투도 그렇고 장군님들께서 변변찮은 활약을 하지 못하셨잖습니까? 그리고 회의 중에도 표정이 눈에 거슬린다고 계속 말씀하시더군요. 혹시 딴 마음을 품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
안 그래도 성격이 불 같고 눈에 거슬리는 건 참지 못하는 홍화린이다. 이전에도 회의 중에 조심스레 불만을 제시했다가 목이 떨어진 장수가 있었다. 단지 홍화린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 하나였다.
그런 그녀가 애첩에게 대놓고 말할 정도라면······장수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리고 장수의 표정을 살피던 휘영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됐다. 대충 의심을 키우는 정도면 충분해.’
휘영은 계획대로 다른 장수들에게 비슷한 말을 하며 그들의 의심에 싹을 피웠다. 그리고 의심이 커진 장수들이 반란을 꾀하기를 기다렸다.
***
휘영의 예상대로 장수들은 곧 뜻을 같이하는 자들을 불러모았다. 가장 먼저 나선 인물은 휘영이 처음 찾아갔던 후경(厚敬)이라는 이름의 장수였다.
“이대로 있다간 다 죽은 목숨이네. 전세도 이미 저쪽에 기울었고, 빙후님과 철노소 장군, 소용 할멈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시고 계시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라도 살 방도를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허나 이곳에는 우리 가족들이 있네. 우리 한 목숨 살리자고 가족들과 부족들을 전부 사지에 몰아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에게 협조하고 선처를 구하면 될 일일세. 그리고 막말로, 어차피 다 죽을 목숨, 하나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빙후께서도 우릴 이제 더 이상 신뢰하고 있지 않은 듯한데.”
“으음······.”
장수들은 결국 항복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그들은 야음을 틈타 군사들과 말을 이끌고 황제에게 투항했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그들의 가족과 친지들의 안전을 보장했다.
“됐다. 이제 성문을 넘어 오랑캐들을 무너뜨리리라!”
황군은 곧장 성문을 넘어 빙궁으로 진격했다.
우와아아아-!
엄중히 경계를 서고 있던 철노소와 소용이 그 광경을 목격했지만 이미 막기에는 늦었다. 그들은 다급히 군사들을 이끌고 방어에 나섰다.
챙챙! 채채챙!
창검 부딪히는 소리와 비명 소리에 깜짝 놀란 홍화린이 침소를 박차고 일어났다.
“무슨 일이냐!”
홍화린의 호위무사들이 다급히 말했다.
“큰일났습니다! 지금 적군이 성문을 넘어서 진격을······!”
“대체 누가 성문을 열어줬냔 말이다!”
홍화린은 다급히 쌍창을 챙겨들고 전장으로 나섰다. 그러나 이미 황군들이 물밀 듯 빙궁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패색은 완연했다.
“빌어먹을!”
홍화린은 욕설을 내뱉으며 달려드는 적군들을 찌르고 베어넘겼다. 그때, 저 멀리서 천유성의 기운이 느껴졌다.
“빙후님! 어서 요새로 이동하십시오!”
피투성이가 된 소용이 그녀의 옷깃을 붙잡으며 다급히 외쳤다. 홍화린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으나 결국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빙궁의 마지막 요새인 천공루(天空樓)로 이동했다.
천공루는 빙궁의 뒤쪽 협곡에 위치해 있고, 아슬아슬한 절벽길을 타고 올라가야 했기 때문에, 적들이 올라오는 족족 화살을 쏴 떨어뜨릴 수 있었다.
“어서 문을 열어라!”
천공루의 병사들이 엄호하는 사이, 홍화린은 소용과 함께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천공루에 있는 식량은 기껏해야 보름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홍화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철노소 장군은?”
“제가 마지막으로 본 건 천유성과 맞서 싸우던 모습이었습니다.”
소용이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홍화린은 나직이 탄식하며 무릎을 꿇었다.
“결국 내가 졌구나. 예언대로 빙궁은 멸망했고.”
소용은 무너진 주군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때, 어디선가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무너지면 안 되지. 화린. 그건 내 몫인데.”
“누구냐!”
화들짝 놀란 소용이 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어둠 건너편에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홍화린이 눈을 번뜩였다.
“제, 제갈빈!”
그는 바로 지강백이었다. 그는 어째서인지 빙궁 병사들의 옷을 걸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여길······!”
당황한 홍화린에게 미소를 지으며 지강백이 말했다.
“아, 몰래 들어오느라 애 좀 먹었다. 귀은무명공을 펼치려면 어쩔 수 없이 알몸으로 들어오는 수밖에 없었거든. 덕분에 무기도 놔두고 왔지. 게다가 북해의 추위를 알몸으로 버티는 건 솔직히 좀 힘들더군. 그래서 오자마자 병사 한 명을 죽이고 옷을 좀 빌려입었다.”
“그러니까! 대체 천공루를 어떻게 알았냐는 말이다!”
홍화린이 버럭 고함을 치자 지강백은 오히려 의아하다는 얼굴을 해보였다.
“이전에 빙궁에 한 번 왔을 때 네가 알려주지 않았나. 천공루는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말이야.”
“무슨 개소리냐! 난 너에게 천공루에 대해 가르쳐 준 적이 없어!”
“내가 말한 건 일 년 전이 아니다. 거의 수십 년 전의 일이지. 기억나지 않나? 천마 지강백이 빙궁에 왔을 때, 네가 직접 알려주지 않았느냐.”
“······뭐?”
홍화린은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지강백은 큭큭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요새 가장 재미를 느끼는 것이 뭔지 아나 화린? 바로 내 정체를 알려줬을 때 배신자들이 보이는 반응을 감상하는 거야.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네 반응도 제법 볼 만 하군.”
멍한 홍화린의 얼굴을 응시하던 지강백이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오랜만이야 화린. 나 지강백이다. 내가 죽기 전 말하지 않았나.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환생했다. 남궁천과 청파를 죽였고, 이제 네 차례다.”
홍화린의 표정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지강백은 희열에 찬 얼굴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