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07)
“그게 무슨······.”
지강백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흑룡성 전투에서도 자신의 부대는 전멸당했고, 남은 건 일부 교인들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환생 후 찾아봤을 땐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들었다.
“끝까지 내게 거짓부렁을 할 생각이냐, 홍화린!”
“사실이다.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홍화린은 긴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황실의 서고를 찾아라. 그곳에서 정마대전 당시의 기록을 확인해보면······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
“그럼, 행운을 빈다. 친우여.”
홍화린은 그 말을 끝으로 품 안의 단도를 꺼내 스스로 자신의 목을 베었다. 한때 빙궁의 지배자였던만큼, 마지막은 스스로 결정하고 싶은 이유였다.
쓰러진 홍화린의 목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나와 지붕을 적셨다. 지강백은 멍한 얼굴로 그녀의 시신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를 응시했다.
“이겼다-!”
“빙후가 죽었다!”
뒤늦게 천공루로 입성한 황군들이 홍화린의 시신을 발견하고 함성을 질렀다. 북해대전의 마지막을 알리는 함성이었다.
***
홍화린이 죽자 빙궁의 남은 부족들은 황제에게 항복했다.
황제는 그렇게 북방의 위험을 안정시키고 남은 부족은 앞으로 황실에 절대적인 충성을 약속하며 신하의 맹세를 맺었다.
그렇게 북해대전이 끝을 맺고 난 뒤, 황군은 승전보를 울리며 중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강백과 천유성, 그 외 무림인들을 불러 성대하게 연회를 벌이고 전공을 치하했다.
“혹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보라.”
대부분은 벼슬이나 권력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었기에 굳이 요구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일부 낭인들이 재물과 땅을 원했고, 황제는 흔쾌히 들어주었다.
모두가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잔을 들 때, 홀로 기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지강백이었다.
그는 돌아오는 도중 계속해서 홍화린의 말을 떠올렸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강백은 결코 지나칠 수 없었다.
환생하고 많은 사람들을 거느렸지만, 지강백은 항상 외로웠다. 장택산이 있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동료였을 뿐, 지강백은 항상 마교를 그리워했다.
그런데 살아남은 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강백은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곁에 앉아있던 남궁미향이 걱정스레 물었다.
“아니다. 아무것도.”
그때, 황제의 측근인 태감이 조용히 다가왔다.
“폐하께서 공을 부르십니다.”
지강백은 태감을 따라 시끌벅적한 연회장을 벗어나 한적한 장소로 이동했다. 달빛이 내려앉은 정자 위에는 황제가 뒷짐을 진 채 기다리고 있었다.
“오, 왔는가?”
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지강백을 맞이했다.
“오호도독부의 도독들에게서 그대의 공적은 전해들었다. 적장을 베는 공을 세웠음에도 바라는 것이 없는가? 그대가 원한다면 육부나 군부의 요직에 앉힐 수도 있다.”
남몰래 따로 불러내기에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고작 이 말을 하려고 부른 것인가? 지강백은 천천히 답했다.
“송구합니다. 소인은 관직에 딱히 관심이 없사옵니다.”
“뭐, 종1품 직도 제가 싫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더러운 정치에 발을 들이느니 명문가의 대부호로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고.”
황제는 딱히 더 권하지 않았다. 하긴, 무림의 인사를 관직에 앉히는 것도 황제로서 탐탁치 않을 터였다. 지강백은 고개를 더욱 숙였다.
“송구합니다.”
“송구는 무슨. 탓하려고 한 말이 아니니라.”
나직이 웃음을 흘린 황제가 본론을 꺼냈다.
“짐이 그대를 부른 것은, 한 가지 제안할 것이 있어서다.”
황제의 제안은 곧 명령이다. 지강백은 그가 무슨 명령을 할 것인지 궁금해졌다.
“태감. 군주를 데려오너라.”
“예, 폐하.”
황제의 명을 받고 어디론가 향한 태감은 곧 누군가와 함께 돌아왔다. 수수한 장신구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척 보기에도 고급스런 재질의 비단옷을 걸친 젊은 아가씨였다.
“황상. 부르셨습니까?”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에 황제가 흐뭇하게 웃었다.
“짐의 손녀인 경엄(瓊奄)이다.”
경엄 군주. 황제가 노년에 얻은 손녀로 총명하고 아리따워 황제가 총애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황실의 여인이었다. 오죽하면 황제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이 밤중에 군주를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황제가 말했다.
“인사하거라. 이쪽은 북해대전에서 큰 공을 세운 강남의 명문세가인 제갈가의 젊은 가주 제갈빈 공이다.”
지강백은 자리에서 일어나 경엄 군주에게 예를 올렸다.
“군주께 예를 올립니다. 소인, 제갈빈이라고 합니다.”
경엄 군주는 꽤나 놀란 눈치였다. 그녀는 대답도 못하고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황제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경엄이 얼어붙었군. 이해하라. 이 아이가 그대를 꽤나 존경하거든.”
경엄 군주는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대꾸했다.
“황상. 그렇지 않습니다.”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황제는 또 한 번 웃었다.
“뭣하느냐? 제갈 공이 예를 갖췄으니 마땅히 답해야지. 황실의 예법을 잊었느냐?”
“아, 참.”
경엄 군주는 그제야 지강백에게 예를 갖추었다.
“용서하십시오. 워낙 놀란 터라······. 전쟁에서 세우신 공은 익히 전해들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황제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짐은 그대가 보여준 충심과 용맹을 높이 샀다. 또한 자네는 무림에 몸을 담은 사람이지. 해서, 그대가 맡았으면 하는 일이 있다.”
“하명하십시오.”
“짐의 손녀인 경엄의 스승이 되어라.”
황제는 덧붙여 말했다.
“경엄은 특히나 무림에 관심이 많은 아이다. 또한 무공에도 재능이 있지. 짐은 무림에 몸담은 자로 하여금 경엄의 식견을 넓혀주고 싶다. 그대가 그 일을 맡아서 할 수 있겠는가?”
지강백은 황제의 말을 듣는 순간,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바로 홍화린이 말한 황실의 서고였다. 그녀는 분명 그곳에 단서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허나 황실의 서고는 학사들과 궁인들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다. 그곳에 자연스레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명분히 필요했다.
경엄 군주의 스승이 되어서 황궁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면, 쉽게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신 건가.’
어쨌거나, 둘도 없는 기회였다. 지강백은 예를 갖춰 대답했다.
“폐하께서 맡기신 자리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허허. 대답이 마음에 든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고, 경엄 군주는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녀는 지강백을 힐끔 쳐다보며 눈을 빛냈다.
“좋다. 그럼 군주를 잘 부탁하마. 경엄, 너도 제갈 가주의 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도록 하여라.”
***
그렇게 지강백은 당분간 북경에 머무르게 되었다. 북경의 대저택을 사들이고 그곳을 관리할 사람들을 고용했다.
북해대전을 위해 각지에서 모여든 고수들 중, 지강백을 따르게 된 이들은 지강백의 관리 하에 적절한 곳에 배치되었다. 대부분은 호야와 함께 운남 흑무림맹과 대치하는 중인 강남으로 보내졌다. 요 근래 흑무림맹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유희연의 서신을 받아서였다.
남궁미향은 북경의 대저택에 남아있기로 했다. 황제의 명이니만큼 경엄 군주의 스승직을 거절하지 못한 지강백을 이해하는 듯 했지만, 기분은 그닥 좋아보이지 않았다. 홍련은 남궁미향의 호위 겸 말동무로서 남기로 했다.
“어? 그런데 머리 색깔이 다시 돌아왔네?”
잠자리에 들기 전, 남궁미향은 지강백의 머리를 확인하고 물었다. 그의 머리색은 원래의 흑발로 돌아와 있었다. 지강백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특수한 약품을 썼다. 모쪼록 궁내에서 튀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으음······. 그게 아니라도 충분히 튈 거 같은데.”
남궁미향의 우려는 충분히 근거가 있었다.
다음 날, 지강백은 예정대로 입궁을 준비하기 위해 관복을 입고 머리를 단정히 올린 다음, 관을 썼다.
그러자 그의 미모가 훤히 드러났다. 반듯한 이마와 날카로운 눈매. 오똑한 코와 입술까지.
이전의 그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면 지금은 귀족처럼 고고한 기품이 느껴졌다.
‘이러다 군주가 빈에게 반하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남궁미향은 이런 남편이 흐뭇하면서도 걱정스러웠다.
제발 군주의 사람보는 눈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
지강백은 임시로 군주의 스승직에 임명되었고, 직패도 받았다. 덕분에 관리들도 곧바로 들여보내주었다.
연무장에 도착하자 경엄 군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로 보았을 때는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진중함과 차분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강백을 향해 정중히 예를 갖췄다.
“그날은 황상도 계신 데다가 갑작스레 부름을 받고 나온지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경엄 군주는 특히나 무림의 관계나 세력, 무공의 경지에 대해 흥미를 보였다.
처음에는 황실의 여인이 심심풀이로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단순히 그 정도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여자, 생각보다 더 음험한 구석이 있었다.
“그럼, 스승님께서는 무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딱히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본디 무림이란, 자신의 무(武)를 추구하고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 곳이니까요.”
“허나 그곳도 사람 사는 곳 아니겠습니까? 무리를 짓고, 세력을 형성하고, 강한 자를 따르는 것도 말입니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경엄 군주는 눈을 빛내며 지강백을 응시했다.
“저는 학문에 흥미가 있지도, 그렇다고 예술에도 그닥 관심이 없습니다.”
“그럼 군주께서는 무엇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천외천(天外天). 무림에서도 하늘 위에 있는 이들을 그리 부르더군요. 물론 황상께서는 그 호칭을 좋아하지 않으십니다만······저는 그들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계를, 제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경엄 군주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꽉 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지강백에게 물었다.
“스승님께서는 그 세계를 보고 있으시지요?”
“······군주께서는 무림에 속하고 싶으신 겁니까?”
“후후, 글쎄요. 몸 쓰는 건 딱 질색이라.”
경엄 군주는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지강백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지강백은 꺼름칙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신기한 동물 보듯 자신을 바라본다고 해야 할까. 더러웠다.
“스승님께서 들려주시는 얘기는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무림이라는 세계는 정말 매력적이로군요.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지요.”
경엄 군주는 그날 해가 저물도록 지강백에게 무림에 관한 얘기를 물어보았고, 지강백은 최대한 정중히 대답해주었다.
***
열흘 뒤, 처음으로 궁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시간이 주어졌다. 지강백은 곧장 황실 서고로 향했다.
지강백은 마교 내 교인들의 이름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정마대전 당시 사망한 자들을 적은 목록에 이름이 없다면 그게 살아남은 교인을 찾는 첫 단서가 될 것이다.
황실의 서고는 매우 크고 넓었다. 서고를 관리하는 관리의 도움이 없었다면 애를 먹었을지도 몰랐다.
관리의 도움을 받은 지강백은 본격적으로 정마대전 당시의 기록을 찾기 시작했다.
“계미(癸未)······명조 9년······.”
책장에 빼곡이 쌓인 서록을 넘기던 지강백은 멈칫했다. 정마대전의 마지막 전투가 있을 당시의 기록이 담긴 서록이었다.
“찾았다.”
지강백은 조심스레 낡은 서록을 펼쳐보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