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86)
정마대전(政魔大戰). 시기-명조 9년. 4월. 장소-천산 흑룡성(黑龍城).』
『제국군과 무림계 연합 측. 지휘관-무림맹주 천유성, 금의위장 비설소. 좌도독 유성춘. 병력-30만. 피해-사망자 17만. 투항자 없음.』
『마교 측. 지휘관-천마 지강백. 병력-4만. 교도-1만. 피해-전멸(全滅)』
『결과-마교 측 대참패(大慘敗). 천마 지강백 전사(戰死). 마교 멸교(滅敎)』
『학자들이 평하길, 정마대전은 마교 측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되었다.
전쟁은 연합군의 기습으로 시작되었으며, 청파 진인을 비롯한 천마의 친우들이 일제히 배신을 하여 첫 전투부터 크게 타격을 입혔다. 마교 측은 중원으로 진격하자마자 보급로를 잃고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 된 것이다.
그러나 천마는 후퇴하는 도중에도 천산의 방비를 굳건히 하고, 신기에 가까운 무력과 지휘 능력으로 사방에서 진격해오는 연합군을 대부분 격퇴했다.
마지막 흑룡성 전투의 참패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쳤으나, 그 전투에서마저 천마가 이겼다면 승패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누구도 모를 것이다.
이렇듯, 마교 측의 항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황제는 격노하여 마교의 잔존 세력들을 모조리 몰살(沒殺)하는 극단적인 판단을 내렸다. 포로로 잡힌 교도들은 참수당했고, 성과 잔해는 모조리 불타 사라졌다.』
‘10년간의 대전쟁이 이렇게 짧게 기록될 줄이야.’
지강백은 씁쓸한 심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 당시의 절박했던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믿었던 친우들의 배신, 자신을 믿고 따르는 교도들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연이은 전투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 쓰러져가는 수하들을 보며 느낀 좌절감.
정마대전은 지강백에게 있어서 가장 끔찍한 기억이 아닐 수 없었다.
촤르륵-.
지강백은 본격적으로 사망자를 적은 명부(名簿)를 뒤지기 시작했다. 일개 교도부터 중인들, 츤근들까지.
단서는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전쟁 당시, 지강백의 가장 측근이었던 ‘그 사내’의 이름이 명부에 적히지 않았다.
강무영(强無影).
지강백이 직접 기른 부대인 흑사자 부대의 대장이자 지강백의 오른팔로 불린 남자였다.
흑룡성 전투 당시, 강무영은 지강백과 흩어져 각자 북문과 남문을 사수했다. 그리고 환생 후, 강무영은 문을 끝까지 사수하다 목숨을 잃은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지강백은 그가 죽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었다.
‘······홍화린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군. 허나 아직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지강백은 당시 강무영과 대치했던 인물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바로 금의위장 비설소(丕設素)를 말이다.
그때, 서고를 관리하던 학사가 지강백을 발견했다.
“엇, 제갈 가주님! 여기서 뭐 하십니까? 슬슬 문을 닫을 시간이라서요.”
지강백은 창밖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다.
***
“하하. 무림계에 명성이 자자한 제갈 가주님께서 저 같은 퇴물을 만나고 싶을 줄은 몰랐습니다.”
금의위장 비설소는 황실의 대표적인 고수이며 화경의 경지에 도달한 강자였다.
현재는 정마대전 당시 입은 피해로 인해 지금은 현직에서 물러나 있었다. 지강백은 아침부터 그를 찾아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정마대전에서 큰 활약을 하신 분 아니십니까.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지강백은 차를 홀짝이며 물었다.
“북경에 연무관을 여셨다고 들었습니다.”
“늘그막에 소일거리나 하자고 지은 무관입니다. 대부분 첫째 아들 부부가 도맡아서 하지요.”
“듣기로 황궁십팔반무예를 기반으로 장군님께서 직접 창설한 무예를 가르치신다고······.”
“많은 청년들이 무예를 익혀 제국에 헌신하도록 만들자는 것이지요. 다행히도 매해 훌륭한 인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언제 한 번 들러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허허.”
지강백이 먼저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 대화의 흐름을 이어나가자, 비설소도 한결 편해진 듯했다.
“이번 북해대전에서 큰 공을 세우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십 대에 화경의 고수가 나온 것도 놀라운데······대단하십니다.”
“과찬이십니다. 이번 북벌에서의 전공은 부풀려진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큰 공을 세웠음에도 벼슬을 거부하신 걸 보면, 정치에는 딱히 관심이 없으신 모양입니다?”
“궁의 대소신료들이 무림계 인사가 정치에 발을 들이는 걸 좋아할 것 같지도 않고······여러모로 불편합니다.”
“하하! 그것도 그렇겠군요.”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비설소는 지강백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술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강백은 그가 꽤 취한 것을 확인한 다음, 정마대전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들었다.
“장군님의 상처, 정마대전의 마지막 전투인 흑룡성 전투에서 생긴 상처라고 들었습니다.”
“아아, 맞습니다.”
“듣기로 그자가 마교의 2인자이자 천마의 오른팔이라고 불리었다는데······정말입니까?”
직후, 비설소의 입가가 살짝 씰룩거렸다.
지강백의 예리한 눈빛이 비설소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비설소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강무영이라는 사내였지요.”
됐다! 강무영의 이름이 나오자 지강백은 얼른 비설소의 잔에 독한 술을 채워넣었다.
“그 전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비설소는 그 당시를 잠시 회상하는 듯 침묵했다.
“참으로 고된 전투였습니다. 당시 연합군은 두 갈래로 나뉘어 각각 남문과 북문을 공격했는데, 두 곳 모두 최강의 장수들이 지키고 있었지요.”
비설소는 잔에 채워진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강무영······대단한 사내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 말고도 무림계 고수들, 그리고 금군 고수들도 상당 수 있었지만 쉽사리 그를 넘어설 수는 없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북문을 넘어서다 죽은 장수와 병사들의 수만 해도 삼천 명에 달한다고 하니, 그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
“허나 그도 사람인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갔지요. 저와 마지막 결투를 하면서 손에 든 사모(蛇矛)를 쥔 채 흉신악살(凶神惡殺)처럼 버티고 순간은 잊을 수 없습니다.”
“그의 시체에 많은 보상금이 걸려 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그래서 쓰러졌을 때 그의 목을 베려던 병사들을 가로막고 그를 인계하느라 고생을······.”
“인계요? 강무영은 죽은 게 아니란 말입니까?”
지강백의 눈이 덜덜 떨려왔다. 그는 최대한 표정을 숨기려 노력해야 했다.
비설소는 그제야 자신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표정을 굳혔다. 술기운이 지나치게 올라온 모양이었다.
지강백은 그의 표정을 알아차리고 다급히 말을 꺼냈다.
“마교가 멸문당하며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다. 제 말은, 시체가 훼손되지 않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오해하지 않으시기를.”
지강백은 믿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시체를 인계한 곳은 어디인지요?”
“병부(兵部)입니다.”
지강백은 탁자 밑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뒤로도 몇 번 강무영에 대해 물어보았으나, 비설소는 난감하다는 듯 주제를 피했다. 그러나 이미 지강백은 앞선 대화로 인해 단서를 잡은 상태였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
제국의 최고 실무행정기관인 육부(六部)는 장관인 상서(尙書)를 비롯해 그 밑으로 수많은 관리들을 두었다.
이들이 관리하는 건 인사, 행정, 외교, 군무, 사법 등, 다양했다. 그리고 관리들 또한, 여러 방면에서 고위 인사들과 깊게 관련이 되어 있었다.
따로 뒷돈을 받고 유리하게 힘을 실어준다거나, 뒤를 봐주는 것이 예다.
지강백은 제갈세가의 실권을 장악한 이후로부터 정계와도 긴밀히 연을 맺어왔다.
군무를 책임지는 병부 또한,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뇌물을 받아오고 있었다. 덕분에 지강백은 손쉽게 강무영 관련 정보를 넘겨받을 수 있었다.
이 정보와 관련된 사항은 극비로 처리되었고, 지금도 궁내에 이 사실에 대해 아는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강무영 외 13인은 황궁으로 이송. 이후 황실 근위대에 의해 황궁 지하 감옥으로 보내짐. 이후 행적, 불명(不明).』
지강백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중얼거렸다.
“살아있었어······. 정말 살아있었어······.”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들을 데려오고 싶었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고생했다며 따스하게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신중해야 했다. 황궁의 지하 감옥 역시 궁내의 극소수만 알고 있는 비밀의 장소로, 보통 중범죄자나 특수한 인물을 잡아다 비밀리에 심문하는 장소였다. 당연히 황군들로 하여금 엄중히 관리되고 있었다.
그러니 강무영을 꺼내올 수 있는 기회는 한 번 뿐. 실패하면 전부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귀은무명공을 사용해 뇌옥까지 침입해 무영이를 탈출시키는 것까지는 간단할 것이다. 허나 그곳을 나오려면 황실 근위대, 금의위, 동창과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그들을 피해 강무영을 안전히 피신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지강백은 옥룡대를 불러 자신이 강무영을 데리고 황궁을 빠져나오면 곧장 데리고 피신시킬 수 있도록 그들을 외성 부근에 대기시키기로 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무영아. 내가 간다.’
지강백은 이를 악물고 저 멀리 위치한 황궁을 응시했다.
***
그 시각, 황제는 내관과 호위 몇 명만을 대동한 채 황궁의 지하 감옥으로 이동했다.
어두컴컴한 지하 계단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자, 거대한 철창이 보였고, 그 앞을 두 명의 동창 고수들이 지키고 있었다.
황제는 컴컴한 철창 건너편을 응시하며 동창에게 말했다.
“살아있는 것을 언제 확인했느냐.”
“사흘 전이옵니다. 폐하.”
“끈질기군. 입도 뻥끗하지 않으면서 목숨줄은 놓지 않는다라······.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황제는 쯧, 하고 혀를 차며 철창에 다가섰다. 그러자 동창 고수들이 깜짝 놀라며 황제를 만류했다. 그러나 황제는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됐다. 어차피 간신히 목숨만 붙어있는 상태 아니냐. 그래도 대화는 할 수 있겠지?”
“예.”
동창 고수 한 명이 물바가지를 들고 철창 안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그 안에 묶여있는 죄수의 머리 위에다 부었다.
촤악-.
내관이 등불을 비추자 죄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치 해골을 연상시키는 삐쩍 마른 몸,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시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가늘게 코끝이 떨리는 것으로 보아,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듯했다.
“이레 전에도 자결을 하려는 것을 간신히 막았습니다.”
“마지막 하나남은 마교의 교도다. 죽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죄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가 황제를 응시했다.
“······누구냐.”
죄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치 동굴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외침 같았다.
“오랜만이군.”
황제는 죄수를 응시하며 말했다.
“강무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