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19)
142화.호사다마(好事多魔).1
마태룡은 눈앞의 사내를 마주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앞에는 낡은 장포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천유성이 서 있었다.
“이거야 원, 불쌍해서 말도 안 나오는군. 웃은 건 미안하네.”
“괜찮네.”
무슨 고생을 한 건지, 천유성은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말라 있었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마태룡조차 움찔할 정도로 형형했다.
마태룡은 제갈빈에 대한 평가를 대단히 잘못 세웠음을 깨달았다. 대체 무슨 수작을 부렸기에 천유성이 저런 꼴로 도망치게 만든 것일까?
비법이 있다면 가르침을 청하고 싶을 정도였다.
“고생했으니 오늘은 푹 쉬게. 이곳 객잔은 며칠간 통으로 빌렸네.”
“고맙네. 꼴이 이래서 값지는 못하겠구만.”
“그러니까 시퍼런 애송이한테 털리고 오질 말았어야지! 젠장.”
답답함에 술잔을 벌컥 들이킨 마태룡이 물었다.
“소식 들었네. 개방도와 하오문의 추격은 어떻게 따돌린건가?”
“놈들은 지금쯤 내가 황도(皇都)로 간 줄 알고 있을게야. 은영당에서 정보를 흘려주니 바로 물더군. 뭐 어차피 거긴 나중에 들를 생각이었지만······.”
“황도는 왜? 자네 황궁에 연줄도 이제 없잖나?”
천유성은 마태룡의 질문을 가볍게 무시하고 말했다.
“흑무림맹은 어떤가? 도지휘사가 한바탕 난리쳤다며?”
“내 발을 묶어놓기 위한 수작일 뿐이지. 금방 돌아갔어.”
도지휘사 율승목이 자신의 앞에서 깝쭉대던 것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열불이 치솟는다.
새 돈줄을 찾은 그는 더 이상 흑무림맹의 돈을 받지 않았다. 한술 더 떠서 놈은 원래부터 청렴한 관리인 것마냥 흑무림맹의 사업체를 하루가 멀다하고 들쑤시기 시작했다.
마태룡은 술잔을 쾅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대체 뭐하는 새끼야, 제갈빈은? 빌어먹을.”
“내 말 잘 듣게. 자네도 꼭 알아야 될 것이 있네.”
“뭔데? 진짜 하늘에서 내려준 용이라도 되는 건가?”
마태룡의 물음에 천유성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처라리 다행이겠군. 용이 아니라 흑룡(黑龍)이네.”
“뭐?”
천유성으로부터 제갈빈의 실체를 전해들은 마태룡은 경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쨍그랑. 그의 손에서 술잔이 떨어져 부서졌다.
마태룡은 부들거리는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그러니까······제갈빈이 환생한 지강백이라고?”
“그래. 정황상 놈이 죽은지 1년 정도 지난 것 같아.”
“헛소리! 자네 정녕 미친 게로구만! 아니면 제갈빈, 그놈과 싸우다 뒤통수라도 거하게 엊어맞은 겐가?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
천유성은 자조섞인 웃음을 흘리며 펄쩍 뛰는 마태룡을 응시했다.
“그럼, 고작 이십 대 중후반 되는 놈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란 것은 자네가 가장 잘 알 텐데?”
누구보다 천유성의 강함을 잘 아는 마태룡이다. 지강백이 아니라면 천하에 그를 이길 상대는 없었다.
그래도 환생이라니,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고? 자기가 지강백이라고?”
“그래. 어차피 날 죽일 생각이니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겠지. 내가 확인했어. 지강백이 확실해.”
“허허······. 이거야말로 악몽이군.”
마태룡은 술잔을 든 손을 응시했다. 아주 미약하지만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술잔을 내린 마태룡이 물었다.
“그래서, 지강백 그놈이 뭐라 하던가?”
“당연히 복수지. 환생한 이후 오직 복수만을 위해 달려왔다더군. 남궁천, 청파 진인, 홍화린······. 차례로 복수를 끝냈어. 이제는 우리 차례야.”
“놈의 무공은? 그래도 전성기 시절보다는······.”
“동등. 혹은 그 이상이네. 아수라파천신공과 천마신공은 익히지 못한 모양이지만 마기는 한층 더 깊어졌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지만. 나도 간신히 빠져나온 걸세.”
마태룡은 뒷목이 뻐근해졌다. 술도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처음부터 전력으로 없애버렸어야 했나······.”
화운사신을 잃고 주춤했던 때가 생각나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때 총전력으로 다시 강남에 쳐들어가 끝장을 냈어야했는데······.
“됐네. 그땐 내가 자네를 막았을거야. 지나간 일은 묻어두고,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논의해야 하네.”
“둘이서 함께 지강백을 노리자?”
“놈의 다음 목표는 자네야. 머지않았어. 놈이 움직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쳐야하네.”
지금의 지강백은 한 성의 도지휘사마저 마음대로 움직일 정도로 막대한 권력을 지닌 놈이다. 그런 놈이 작정하고 복수를 시작하면 당할 재간이 없다.
“시발. 졸지에 정사대전 한 번 치르겠구만.”
“이기면 전부 자네 것이지. 무림 전체가.”
“시끄럽고. 방법이 있으면 열른 꺼내보게.”
마태룡이 재촉하자 천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예전에 시도했던 계획, 기억나는가? 지강백의 아내와 아이를 납치하는······.”
“네놈 덕분에 그놈이 우리 앞마당까지 쳐들어왔지. 전화사신도 잃고.”
“그래. 이제 그 아이가 슬슬 밖으로 나올 시기일세.”
마태룡이 눈살을 찌푸렸다.
“몰래 빼가는 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지강백 그놈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옆을 지킬 텐데? 차라리 정면으로 덮쳐서 죽여버리는게 낫지 않겠나?”
“아니. 아이를 빼돌리는 건 우리의 역할이 아니야.”
“그럼?”
천유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역할에 걸맞는 인물이 저쪽에 있네.”
***
남궁미향은 출산일이 임박하자 화산파에서 나와 지강백이 있는 무림맹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강백은 태의원 출신의 의원들을 불러 거금을 주고 그녀를 돌보게 했으며, 홍련이 그 옆을 지켰다.
후웅! 훙!
홍련은 남궁미향이 보는 앞에서 검술 수련을 하고 있었다. 남궁미향이 화경에 오른 홍련의 경지를 눈으로 보고 싶다고 그녀에게 부탁한 것이다.
남궁미향은 홍련의 수련을 지켜보며 쓸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홍련과 비슷한 경지에서 검을 나누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어느새 그녀는 자신이 닿지 못할 높은 곳까지 올라가 버렸다.
검을 잡고 휘둘러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아니지. 이런 부정적인 생각하면 아이한테 안 좋아.’
침울한 표정을 하던 그녀는 애써 표정을 풀며 웃었다.
그 순간, 남궁미향의 표정이 굳으며 그녀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설마······.’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핏물. 곧이어 아랫배가 찌를 듯 아파왔다. 아직 예정일이 아닌데······남궁미향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련아! 련······.”
남궁미향은 끔찍한 고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아가씨!”
쓰러지는 남궁미향을 본 홍련이 검을 냅다 던져버리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하, 하혈을······의원, 의원!”
홍련의 천둥같은 목소리에 대기하던 의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들은 쓰러진 남궁미향을 보며 홍련에게 소리쳤다.
“빨리 안채로 모십시오!”
남궁미향을 들고 침상에 눕힌 홍련이 대기중이던 옥룡대원들에게 말했다.
“어서 스승님······아니, 맹주님께 소식을 전하세요!”
“네!”
옥룡대원들은 태어나 가장 빠른 속도로 맹주전을 향해 달려갔다.
***
그 시각, 지강백은 낮익은 얼굴을 대면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그래. 못 본 사이에 신수가 훤해졌구나.”
제갈세가의 둘째 공자 제갈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가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원래부터 재능을 보였던 상단일에 전념했다. 가문의 도움을 거절하고 강북으로 올라와 단신으로 상단을 세우고 인맥을 구축하며 세력을 차츰 키워나갔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하북에서 제법 잘나가는 상단으로 성장해 있었다.
“이제는 소하상단의 단주님이라고 불러야 됩니까?”
“너야말로 맹주님이라고 불러야겠구나. 그런데 갑자기 날 부른 이유가 뭐냐?”
“다름이아니라, 형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무림맹주의 부탁이라······어째 떨리는구나. 뭐냐?”
지강백은 품에서 작은 옥패를 꺼내 내밀었다.
“제갈세가의 가주패입니다.”
“갑자기 가주패는 왜? 설마······.”
“네. 형님께서 제갈세가의 가주 자리를 맡아주십시오.”
제갈탄은 깜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가주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 내가 무슨 가주직을 맡는단 말이냐. 이전처럼 네가 맡으면 될 일 아니냐.”
“그럼 형님께 부탁드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맹주 자리에 앉으니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더군요. 가문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부득이하게 저를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럼 총관도 있고······.”
“아실만한 분이 왜 이러십니까. 가주 자리를 비우면 아래 사람들만 고생합니다. 지금 직계 혈족들 중 형님 말고 가주직을 맡을 사람이 있긴 합니까?”
“제갈경 누님이 있지 않으냐. 누님, 누님께서 가문을 맡아주십시오. 저보다야 훨씬 잘 다스리실 겁니다.”
제갈탄의 간절한 시선을 받은 제갈경이 생긋 웃어보였다.
“미안하지만 우리 맹주님게서 따로 내게 부탁하신 일이 있어서.”
“네?”
“형님. 경 누님은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맹의 진법당(陳法黨)을 맡아주셔야 되거든요.”
제갈경은 이전부터 제갈세가의 진법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지금까지는 제갈세가의 지부를 총책임하는 막중한 자리를 맡아왔지만, 이제는 그 목표를 위해 다시 달릴 때였다.
“믿었던 누님마저······. 어쩔 수 없군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제갈탄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갈경은 그런 동생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걱정 마.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테니까.”
“이제야 좀 편히 빈둥거리며 살 수 있을줄 알았는데, 내자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형수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하하.”
한창 세 남매가 화목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을 때였다.
문을 벌컥 열며 거친 숨을 내쉬는 옥룡대원이 들어왔다.
“가주님! 아니, 맹주님! 부인께서 지금 출산을······.”
지강백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무슨 소리냐. 아직 예정일이 남았는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급히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다음 순간, 지강백의 신형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멍하니 서 있던 제갈탄의 옷깃을 제갈경이 잡아끌었다.
“뭘 멍하니 서 있어? 조카가 나온다잖아! 서둘러!”
***
“괜찮을까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지강백은 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쳤다. 그곳에는 홍련과 의원이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찌 된 상황입니까?”
“출산이 임박했습니다. 지금 진통중이시며 저희들이 들어가 아이를 받을 것입니다.”
“향이는, 산모는 괜찮겠습니까?”
“진통을 잘 참아주고 계십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잘 부탁합니다. 의원님들만 믿겠습니다.”
늙은 의원의 손을 잡는 지강백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의원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홍련은 지강백의 팔을 잡으며 그를 위로했다.
“스승님. 아가씨는 괜찮으실거예요. 워낙 강한 분이시잖아요.”
“그래······고맙구나.”
그때, 남궁미향이 진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지강백은 천천히 그녀가 있는 방문에 손을 뻗었다.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고통스러웠다.
‘향아······. 부디 무사해다오.’
지강백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빌고 또 빌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