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9)
“호흡을 좀 더 길고 가늘게.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면서.”
“팔굽혀펴기가 끝나면 돌을 지고 연무장 오십 바퀴다!”
“무공 동작과 호흡을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 집중해!”
“폐가 끊어지기 직전까지 움직여라. 한 번 훈련이 끝나면 발 운기조식에 들어간다.”
처음은 호흡법을 유지한 채로 목검으로 목각인형을 치는 연습이었다. 연습이 끝나면 곧바로 체력과 근력훈련에 들어갔다. 지강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사들을 살폈다.
“이번에는 호흡법을 유지하면서 움직이는 훈련으로 넘어간다. 주어진 시간 동안 호흡법을 유지하면서 나를 잡아라. 손끝이라도 닿으면 이 훈련은 끝이다.”
당연하지만 호흡법을 유지하면서 계속 움직인다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과 체력을 소모시킨다. 심지어 그 상대가 지강백이니, 무사들은 손끝 하나 대지 못하고 버틸대로 버티다 바닥에 엎어졌다.
“허억허억!”
“나 더 이상은 못해! 못한다고!”
“이런 젠장······토가 나오려고 해······우욱!”
제갈세가 무사들은 물론, 남궁미향과 호야까지 녹초가 되었을 때 훈련은 끝이 났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가 저물고 저녁이 찾아왔다.
지강백은 진무당주와 함께 제갈세가 장원 내에 마련된 지하실로 내려왔다.
화륵.
화접공으로 지하를 밝히자 한 무리의 사내들이 웃퉁을 벗은 채 열심히 벽과 천장, 바닥에 뭔가를 설치하고 있었다.
이들은 방계의 사람들로, 기관진식과 함정 설계에 일가견이 있는 자들이었다.
제갈세가의 또 다른 장기인 기관진식.
지강백은 이 장기를 새로운 훈련법에 써먹어보기로 했다.
그때, 지강백의 곁으로 나이 든 사내 한 명이 다가왔다.
“아이고, 공자님 오셨습니까!”
“그래.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가?”
“예. 말씀하신대로 훈련에 필요한 기관들은 대부분 내일까지 설치가 끝날 예정입니다. 필요한 물품이야 황금성에서 전부 지원해준 덕분에 저희야 수월했지요. 하하.”
“수고했네.”
지강백은 흐뭇하게 지하 수련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제갈세가는 빠르게 강해질 일만 남았다.
***
“모용세가의 장녀와 내일 만나기로 했다.”
“빠르군요. 서찰을 보낸지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래. 피차 목적이 분명하니 간 볼 필요도 없지. 혼약은 빠르게 정리하고 경합 준비에만 몰두하자.”
제갈권은 묵묵히 순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힘을 빌려준다는 약속은 받은 거겠지요?”
“모용세가는 세력 크기만 따지면 오대세가에서도 가장 강하지만, 강북에서도 변방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세가다. 강남 진출을 걸었으니 온 힘을 다해 도와줄 게다.”
“후우······알겠습니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아라. 어차피 서로 마음 있어서 하는 혼인이 아니니까.”
“저 애 아닙니다. 그 정도야 감수해야지요. 그런데 아버지께서도 이 사실을 아십니까?”
“알게 되더라도 눈감아주실 거다.”
“모르고 계시는군요.”
제갈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아무리 상황이 이렇다지만 평생을 함께할 부인을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채 정하고 아버지한테도 숨기는 처지라니. 그저 지금 신세를 돌이켜보면 한탄만 나올 뿐이었다.
“내부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오대 당주라거나······.”
“전부 등을 돌렸다. 둘째가 빈이 녀석에게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방계의 지지도 빈이에게로 쏠렸고, 오대 당주는 이미 녀석의 밑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본가의 고수들이 녀석에게 충성을 맹세하자 아예 놈을 가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믿을 놈 하나 없군요. 예전에는 절 가주처럼 대하더니.”
“이놈이나 저놈이나 전부 권력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에 불과하다. 네가 가주가 되면 자연스레 다시 돌아올 놈들이지. 너무 마음에 두지 마라.”
제갈권은 그 말이 옳다 생각했다. 가문에서 가주는 왕과 같고, 신하들은 어디까지나 왕의 명령에 복종하는 자들이었다. 가주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돌아선 지지를 얻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여겼다.
“이번 소가주 경합에서 패배하면 우리 둘 모두 가문에 발도 붙이지 못하고 쫒겨날 것이다. 목숨 걸고 이겨라.”
“막내가 제갈가를 먹으면 아내가 남궁가 여식이니 강남이 전부 놈의 손에 들어가겠군요.”
“반대로 네가 본가를 먹으면 모용가와 힘을 합쳐 남궁가를 밀어낼 수도 있겠지. 일단은 소가주 경합에만 집중하거라.”
“알겠습니다.”
제갈권은 그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든 힘을 모으려 아등바등거리고 있을 때, 제갈빈은 이미 가문의 부흥에 힘을 쏟고 있음을. 가문의 무사, 문사 할 것 없이 제갈빈을 존경하고 그를 의지하고 있음을.
이미 제갈빈은 제갈세가의 기둥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제갈권은 여유가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
***
다음 날, 제갈권은 혼인 상대를 만나기 위해 무한의 유명한 찻집으로 향했다.
모용가에서 나온 여식을 본 순간, 제갈권은 육성으로 욕이 터져나올뻔 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안녕하세요. 모용세가의 장녀 모용초연이라고 합니다. 제갈권 공자님이시죠? 듣던대로 미남이시네요.”
“······과찬이십니다.”
그제야 제갈권은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으라고 당부했던 진휘란의 말이 이해가 갔다.
어지간하면 참아보려 했지만, 이건 도저히 눈뜨고 봐줄 외모가 아니었다.
명문가의 규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한 외모에 여성스러운 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추녀.
이제야 제갈권은 모용세가의 장녀가 이제껏 용봉지회나 다른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동안 수많은 미인들을 만나며 교류를 이어온 제갈권에게는 이 자리가 마치 고문과도 다름없었다.
당장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자리를 지켰다.
참아야 한다. 지금 이자들의 힘을 빌려야 소가주 경합에서 이길 수 있다.
제갈권은 차 대신 냉수를 들이키며 최대한 친절하게 말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오시는 길이 불편하진 않으셨나요?”
“전혀요. 남쪽이 조금 습하긴 하지만 화려한 멋이 있어 오는 내내 눈이 즐거웠답니다. 호호.”
모용초연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고상하게 웃었지만, 제갈권의 귀에는 돼지 울음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후우······.’
제갈권은 갑갑한 옷깃을 풀어헤치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온갖 입에 발린 칭찬을 해대며 모용초연의 기를 한껏 살려주었다.
“······그러니 경합에서 물적 자원과 모용세가의 장점인 풍부한 인력을 언제든지 지원 가능하게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제갈권의 말에 모용초연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딴말을 했다.
“그런 건 아버지한테 말씀하세요. 저는 신혼방을 어떻게 꾸밀지, 그거나 상의하고 싶다구요.”
순간, 제갈권은 진심으로 탁자를 쪼개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물론 그것도 상의해야지요. 하지만 먼저 소가주 경합에 대해 먼저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는데······.”
“듣자하니 공자님 동생이 신혼여행으로 엄청 예쁜 별장에 갔다면서요? 저희도 그런 곳으로 여행가요. 항주는 어떤가요? 소주도 괜찮은데.”
“걱정마세요. 최고급으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경합 일정과 맞춰 파견될 병력의 인원 수와 정보를······.”
“개인적으로 마당에 꽃밭을 심고 싶은데, 혹시 신혼방 앞 마당에 가능할까요?”
제갈권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이년아. 제발 개소리 좀 그만하라고!’
결국 제갈권은 원하던 내용을 듣지도 못한 채 하루 종일 혼약자의 비위나 맞춰주며 정신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덕분에 인내심이 한계치를 초과한 지 오래인 그는, 모용초연이 방을 나가고 나자 탁자를 뒤엎으며 미친 사람처럼 괴성을 질렀다.
“이 내가 왜 이런 개 같은 일을 겪어야 하는 거냐. 대체 왜!”
제갈권은 바닥에 엎어진 채 술병을 들고 병째로 입에 들이붓기 시작했다.
***
그렇게 제갈권은 대략 한 시진 정도를 병나발을 불다가 호위들에게 이끌려 강제로 가문에 돌아가게 되었다.
짐짝 옮기듯 마차에 실려 가문에 도착한 제갈권은 한껏 꾸민 비단옷을 질질 끌며 장원으로 들어왔다.
“빌어먹을 것들이······내가 누군지 알아? 아느냔 말이다······.”
제갈권의 뒤에서 그를 호위하던 무사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그의 모습에서는 이전과 같은 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연무장 내에서 큰 기합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오는 것이 들렸다.
제갈권은 일그러진 얼굴로 귀를 막으며 호위에게 물었다.
“이 시간에 웬 수련이냐?”
호위가 움찔하며 대답하지 않자, 제갈권이 재차 물었다.
“이봐, 대답 안 해?”
“아, 그것이······막내 공자님께서 세가 내 무사들을 훈련시키는 소리입니다.”
“막내가? 그 자식, 지금쯤 경합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무슨 여유가 생겨서 무사들 훈련을 시킨다는 말이냐?”
제갈권이 의아해하며 묻자, 호위는 마지못해 답했다.
“막내 공자님은 경합 날짜가 정해진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무사들의 훈련을 총괄하셨습니다. 지금 공자님께서 새로운 심법을 도입시켜 모두들 감탄하고 있지요. 단시간에 무사들의 무공 실력이 엄청난 수준으로 뛰었다면서 말입니다.”
“하, 하하하!”
제갈권은 실성한 사람처럼 고개를 젖히고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빌어먹을 모용세가 장녀를 상대하느라 진을 빼며 경합에서 이기려 발버둥치고 있는 그때, 놈은 여유롭게 훈련이나 시키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단 말인가?
놈에게 자신은 상대로 보이지조차 않는다는 말인가?
이 내가? 천하의 제갈권이?
“이놈이 이제는 나를 무시하는구나!”
제갈권은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연무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지강백은 단상에 선 채 무사들의 검술 교정을 맡아보고 있었다.
무사들은 웃퉁을 벗고, 여무사들은 가벼운 경장 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휘두르고 베었다.
지강백은 날카로운 눈으로 한 명 한 명의 동작을 상세히 짚으며 훈련을 이어나갔다.
빠르게 호흡법도 안정되고 검술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었다.
시간이 된다면 제갈세가의 무공서적들도 독파하고 새롭게 고안해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그때, 연무장 안으로 제갈권이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린 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제갈권이 지강백의 앞으로 다가왔다.
“사범.”
“옙!”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다들 돌아가도록.”
“알겠습니다.”
눈치빠른 사범들이 재빨리 무사들을 인솔해 연무장에서 나갔다. 그러자 텅 빈 연무장에는 오직 지강백과 제갈권.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동생 수련하는 모습 구경이나 하러 왔지. 왜, 나는 보면 안 되나?”
“술 많이 마셨습니까?”
“그래. 개같은 일도 좀 있고 해서 조금 마셨다.”
“시녀에게 해장할 만한 탕을 끓이라고 일러두겠습니다.”
지강백은 몸을 돌리며 제갈권에게 말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요.”
***
아직 복구가 안 된 별채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시녀들이 분주하게 탕과 간단한 요리를 내왔다.
“먹어. 속 쓰릴 텐데.”
“이젠 대놓고 반말하네. 음흉한 새끼.”
제갈권은 수저를 들며 물었다.
“제수씨는 뭐하고 있냐?”
“형님이 알아서 뭐하게.”
“날 세우지 마라. 그냥 물어본 거니까.”
“시녀들이랑 경극 보러 나갔어. 오늘은 안 들어올 거야.”
“팔자 좋네. 하긴, 제수씨 입장에서는 져도 상관없을 테니까. 남편은 황금성의 주인에 뛰어난 외모, 무공실력을 지닌 사랑받는 막내공자. 본인은 남궁가의 여식이니까 평생 돈, 명예 그딴 거 걱정하면서 살 일은 없겠다. 그렇지?”
“잡설이 길다. 집어치우고 할 얘기 있으면 해.”
제갈권은 이를 부득 갈며 지강백은 노려보더니, 이내 탕을 후룩 떠마셨다.
그릇을 대부분 비우고 배가 좀 차자 시녀들이 과일과 차를 내왔다.
제갈권은 꿀에 절인 과일 하나를 입에 물고 말했다.
“경합 준비는 잘 하고 있냐?”
“물론.”
“웃기고 있네. 준비를 한다는 놈이 무술 수련이나 도와주면서 여유를 부려?”
“준비하고 있는 거 맞아. 곧 소가주가 될 텐데 슬슬 가문을 키울 준비도 해야지.”
“하! 그러니까······너한테는 경합 따위, 이미 안중에도 없다 이거네?”
“당연한 거 아니야? 길가에 멋모르는 꼬마 한 명 데려다가 물어봐도 당연한 결과일 텐데.”
제갈권은 억지로 표정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입술을 꽉 깨문 그가 얼굴을 붉혔다.
“이제보니 하나 좋은 점은 있다. 넌 지금 방심하고 있어. 아마 죽을 때까지 후회할 거다.”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지강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모용세가를 끌어들이니까 자신감이 막, 생겨?”
“너······어떻게 알았냐?”
“숨길거면 제대로 숨기던가. 설마 숨겨질 거라고 생각했어? 무려 오대세가 사람들 간의 혼인 얘기인데?”
지강백은 한심하다는 듯 쯧쯧 혀를 찼다.
“딱 보니까 오늘 본 혼약자가 마음에 안 든 모양이네. 왜 그래요? 얼굴이 못생기기라도 했어?”
“이 새끼가······그 입, 안 닥쳐?”
제갈권의 부들거리는 눈을 본 지강백은 자신이 예상치 못하게 정곡을 찔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진짜야? 하하하! 이거 어떡하나······원치 않는 혼인이면 그래도 미인이 나을 텐데, 형님도 참 복 없지. 이렇게 보면 참 큰어머니도 잔인하신 면이 있으시다니까. 안 그래요?”
“제발 좀 닥쳐라. 어차피 가주 자리만 먹으면 다시 변방으로 쫒아버리고 적당한 구실 잡아서 혼약 파기해버리면 그만이야. 솔직히 장단 맞춰주느라 고역이긴 했지만 이걸로 나도 네놈과 마찬가지로 대등한 전력을 갖췄다고. 긴장해.”
“아니지. 형님과 나는 큰 차이가 있잖아.”
지강백은 장난삼아 내력을 방출했다.
그것만으로 제갈권은 온 몸이 무거운 바위에 눌린 듯 고통을 겪었다.
아직 절정의 벽을 넘지 못한 그가 버티기에는 한없이 무거운 기파였다.
“한 가지 충고할게. 앞으로 몸 성히 살고 싶으면 경합 때 무리하게 나서지 마. 경합에서 내가 형님을 아무도 몰래 죽여버리면 누가 나를 탓하겠어? 그냥 적당히 하는 척만 하다가 포기해. 그럼 형이나 큰어머니도 최소 지금같은 생활은 영위할 수 있도록 해줄 테니까.”
제갈권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조금 안쓰럽기까지 해서 지강백은 내력을 갈무리했다.
“이제 경합 당일까지 얼마 안 남았다. 내 충고 잘 새겨들어.”
지강백은 단조로운 어투로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홀로 남은 제갈권은 이를 부득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하면 더 오기가 생기지 않냐. 동생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