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25)
제 326화
chapter 9
잭이 다섯 왕국의 대표가 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딴지를 거는 이가 없었다.
솔직히 있는 게 이상했다.
잭 발란티에라는 이름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지 고작 3개월 남짓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3개월 동안 그가 한 일은 수도 없이 많다.
툴칸 제국의 드래곤 실험실을 폭파.
테슬란 왕국의 귀족들 중 절반 이상을 죽이고 국왕을 별채로 쫓아 버렸으며, 테슬란 아카데미를 정리했고 이름을 밀로스 아카데미로 개정했다.
또 대륙에서 활동하는 이름 있는 용병단 중 무려 마스터를 데리고 있는 용병단을, 그것도 3개가 넘는 용병단을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 버렸으며, 마수의 숲을 토벌하다 내분을 일으킨 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죽이는, 그야말로 악마 그 자체의 행동을 일삼았지만, 신기하게도 그를 찬양하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멀리 갈 것도 없었다.
이스마엘 왕국의 국왕이.
대륙 최강의 전사라 불리던 템-사미트 이스마엘이 무려 4명의 마스터와 함께 잭 발란티에에게 충성을 맹세한 일화는 소설책으로 쓰일 정도였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 챌 수밖에 없었다.
지금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고금에 등장하지도 않았던 악마가 되나 혹은 영웅이 되는.
그런 역사를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 딴지를 건다?
현재 분위기 상 딴지를 거는 이의 최후는 하나밖에 없었다.
‘악역’의 역사에 한 줄 쭉 그어지는 최후.
그걸 감수하고 싶은 이들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떨고 있는 이들은 툴칸 제국의 이들이 아닌 위원회에 속한 이들이었다.
툴칸의 황태자에게 줄을 댔던 이들.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눈치가 있으면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잭 발란티에는 테슬란 왕국과 이스마엘 왕국을 발아래에 놓았다.
그 두 왕국에 있는 ‘위원회’ 출신의 귀족들 중 살아남은 이들은 테슬란의 롬멜 어센블 말고는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이게 과연 우연일까.
길게 말할 것도 없었다.
대책 마련이.
매우 시급했다.
그중에는 왕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도 떨고 있었다.
정확히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에게 어떤 약점이 있을까.’
최대한 그 약점을 공략해서 빌붙으려는 이들도 있었고.
‘무릎이라도 꿇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 주면, 그러니까 투항을 한다면 살려 주지 않을까.’
살고 싶은 이들도 있었으며.
‘내가 위원회에 가담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들의 입만 막으면 누구도 모르겠지.’
회피하고 싶은 이들도 있었다.
이 중 세 번째 부류에 속한 이는 바로 마티아스의 국왕, 간다쉬 마티아스였다.
당초 ‘왕’ 중에 위원회에 속했다고 알려진 이들은 총 3명이었다.
마자르 테슬란, 데이다미아 요람, 이하즈야 가나안.
마티아스는 왕국에서 가장 신임하는 공작을 ‘대리인’으로 세웠고 직접적인 마찰을 피했다.
그 대리인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간다쉬가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런 간다쉬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을 벌였다.
‘짐은 마티아스의 국왕, 간다쉬 마티아스라고 하오. 위원회라는 곳에 속해 있던 짐을 포함해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들까지 모두 생각이 많을 거로 아는데, 내게 상황을 완벽하게 뒤집을 수 있는 비책이 있으니 시간을 내어 수도 오스만으로 와 주었으면 좋겠소.’
그 편지는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과 다름이 없었다.
모두가 잭 발란티에에 대해 고민을 하고, 대책을 생각하던 상황이다.
막막한 그런 상황에서 한 나라의 국왕이 비책이 있다고 하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너도나도 마티아스의 수도 오스만으로 이동했다.
12월 5일, 툴칸을 제외한 나머지 왕국에서의 귀족들이 마티아스로 모인 이날을 여러 신문에서는 ‘약속의 날’이라며 부르기 시작했다.
좌우가 뻥 뚫린 야외 회의장.
흡사 공연장같이 보이는 그곳에서 수도 없이 많은 귀족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남녀노소, 머리에 피가 막 마를법한 그런 아이들도 있었고 노인도 있었으며 성별 불문, 위원회와 연관된 귀족이 같이 일을 벌였던 자식들까지 전부 데리고 와서 지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천히, 무대 뒤편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왕관을 쓰고, 왕이 걸치는 용포를 입은 상당히 거대한 덩치의 남자.
마티아스의 국왕, 간다쉬 마티아스였다.
그가 상석에 앉으며 말했다.
“유례없는 일입니다.”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원래 마티아스의 왕은 굉장히 오만한 남자로 알려져 있는데, 왜 저렇게 예의를 차리는 걸까.
신기할 정도였다.
편지에서도 느끼긴 했지만, 확실히 저 남자도 위기감을 느끼긴 했구나.
대리인을 내세워 위원회에 속해있었다는 걸 갑작스럽게 오픈할 정도였으니 확실한 비책을 가지고 있겠지.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
“편지를 보셨듯, 제가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이렇게 불러 모은 이유는 하나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마티아스에게 집중된다.
“답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좌중이 조용해진다.
“우리는 뭉쳐야 합니다. 연합 내부의 조직. 또 다른 세력의 한 축이 되는 것이죠.”
자연스러운 의문이 뒤따랐다.
그게 가능이나 한 건지.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그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마티아스가 모두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여유롭게 말을 잇는다.
“예, 가능합니다. 제가 여러분을 모은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답을, 찾았습니다.”
그러더니 슬쩍 손짓한다.
이어서 각 문이 열리고, 수많은 시녀들이 각 귀족들에게 잔을 한 잔씩 나눠 주었다.
찰랑거리는 붉은빛의 와인.
“그 전에, 가볍게 목이라도 축이시지요. 분위기가 너무 침울한 거 아닙니까.”
마티아스의 웃음은 자연스러웠다.
포근해질 정도의 웃음.
그가 자연스럽게 시녀들에게 잔을 하나 받고는 그걸 들어 올리자, 좌중에 있던 각 귀족들도 지휘 여하를 막론하고 잔을 들었다.
이어서 마티아스가 말했다.
“미래를 위하여.”
처음 듣는 구호였지만,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눈앞의 저 남자는, 분명 마티아스의 국왕이 맞았으니까.
손짓, 발짓.
작은 제스처까지.
말투가 조금 달라진 것을 제외하면 간다쉬 마티아스가 분명했다.
그의 구호에 모두가 화답했다.
“미래를 위하여.”
야외 회의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
귀족들은 최소 200명이 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으리라.
그렇게 좌중에 있던 이들 중, 시녀와 집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잔에 담긴 술을 쭉 들이켰다.
맛이 괜찮았는지 입 안에 완전히 털어 넣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간다쉬 마티아스는 조용히 잔을 내려놓았다.
유일하게 잔을 들고 있으면서도 마시지 않은.
그런 마티아스를 의문스럽게 바라보는 이들은 없었다.
마티아스가 말했다.
“당신들은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어떤 연설의 시작처럼, 또다시 좌중이 조용해진다.
“귀족이라는 자리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런 사람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불로불사라는 헛된 야망을 위해 다른 국가에 돈을 바쳤고 연구의 결과를 보기 위해 실험실로 달려가신 분들, 이 자리에 몇 분 있을 겁니다.”
마티아스가, 슬며시 탁자를 쓸어내렸다.
그건 혼자만의 행동.
마치, 버릇 같아 보였다.
“종족은 달라도, 성장 속도가 달라도, 고작 10살 남짓한 꼬마애가 썰리고 신체가 들리고, 피부가 찢기고 눈이 뽑히는, 심지어 혀도 잘리고 힘줄도 잘라 내는 그런 실험을 직접 눈으로 보시고 어떤 기분이셨습니까.”
이상했다.
심상치 않다고 해야 할까.
마티아스의 말은 정말 이상했다.
덩달아 분위기도 요상해졌다.
“지금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그때였다.
쿨럭-
몇몇 귀족이 작게 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는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곳곳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테이블이 쓰러지고, 사람들이 뒤엉켜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곳을 한 목소리가 조용히 관통했다.
“왜, 잭 발란티에에게 사과를 해야 합니까.”
“쿨럭-!”
“여러분이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쪽은 잭 발란티에가 아닙니다.”
간다쉬 마티우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러분은 실수를 하셨습니다.”
마티아스가 천천히, 머리를 쓸어 올린다.
늙고 추레해 보였던 그 얼굴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곳에 자리한 것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의 얼굴이었다.
굉장히 아름다운.
어릴 때의 외모만으로도 미래의 얼굴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신비한 외모의 그 아이는.
은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셀.
그녀가 말했다.
-나한테, 사과를 했었어야지.
쿨럭-!!
케헥-!!
-너희의 돈으로, 너희의 지원으로, 너희의 아집으로, 너희의 욕심으로 희생양이 되어 지옥에 떨어졌던 나에게 사죄를 했어야지.
모두가 자리에서 쓰러져, 셀을 올려다본다.
셀의 머리에는 이미 두 개의 뿔이 솟아나 있었는데, 그거면 충분했다.
굳이 드래곤으로 변하지 않아도.
이마에 난 그 뿔은 셀이 드래곤 형체로 변했을 때의 그 뿔과 똑같았으니까.
“쿨럭…… 뿔…… 드래곤…… 설마 그때의…….”
“설마…… 쿨럭-!!”
모두가 피를 토해 낸다.
독극물을 마신 이들처럼, 모두가 시한부가 된 것처럼, 그렇게 피를 토해 내며 셀을 올려다보았다.
셀은 들고 있던 잔을 그대로 뒤집었다.
촤르륵 하고, 바닥이 적셔진다.
그 적셔진 바닥처럼 셀의 마음도 적셔지고 있었다.
핏물로.
-그러지 않았으니 너희가 죽는 거야.
‘해도 죽었겠지만’이라는 말은, 그냥 하지 않았다.
이거면 충분했으니까.
셀은 차가운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이어서, 중간중간 자리에 위치해 있던 시녀들과 집사들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드득- 우득-!
정확히 7명.
그들의 몸은 점점 커져 갔다.
인간의 보통 체격을 아득히 뛰어넘는 크기.
몸통은 굵어졌고 팔과 다리도 굵어졌다.
입고 있는 옷이 터져 나가고, 양팔로 앞을 짚은 그들의 몸에서.
화아아악-!!
엄청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빛이 사라진다.
그 자리에 7명의 인간은 없었다.
약 20m 크기의 드래곤이 7마리, 있었을 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정확히는, 술을 마시지 않고 살아남은 시종과 시녀들.
그들이 자리에 주저앉는다.
좌중은 조용했다.
숨 넘어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200여 명의 귀족.
그 수많은 귀족들이 일시에 죽었고 그 자리에 7마리의 드래곤이 나타났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천천히, 셀이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마티아스 왕의 거대한 용포가 땅에 질질 끌렸고, 피 웅덩이를 스쳤다.
숨을 죽이고 있던 다른 ‘인간들’.
약 20여 명에 달하는 시녀들과 다른 집사들이 덜덜덜 떨며 셀을 바라본다.
그 시선에 셀이 잠시 자리에서 멈춰 서고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면 이렇게 전해.
셀은 웃지 않았다.
마치 철혈의 심장을 가진 군주처럼.
표정이 없었다.
-용의 분노를 맞은 거라고.
셀의 몸이 천천히 떠오른다.
그녀의 몸이 착지한 곳은 가장 앞에서 대기하던 그린 드래곤의 머리였다.
그 머리에 두 다리를 딛고 서게 된 셀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저 지은 죄에 합당한 벌을 받았을 뿐이라고.
모든 드래곤이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떠오른다.
엄청난 참상이 남겨진 자리.
그 자리에 셀의 마지막 말이 남겨진다.
-그렇게 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