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38)
제 339화
chapter 4
작센을 심부름 보내자마자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굵직한 인상에 험한 일을 한 건지 몸에 있는 여러 가지 상처가 인상적인 남자.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음.
“존 도라고 불러야 되냐, 아니면 디나스티스모라고 불러야 되냐?”
남자가 씩 웃는다.
“디나스티스모, 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가 내게 다가오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라고.
한동안 디나스티스모는 고개를 숙인 채로, 그 자리에 있었다.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는 남자였지.
“그만 고개 들어.”
“예.”
“그런데 혼자 왔어? 그때 그 용병 지부장은?”
이름이 뭐였더라.
나중에 맥주 한잔하자던 그 여자.
이름이 뭐시기 아르벨로아였는데.
“제인 말씀이십니까?”
이름이 제인이었구나.
“제인이라면, 그냥 영지에 남겨 두었습니다.”
작게 웃고 말았다.
“많이 쫄리긴 했나 보네.”
“예. 뭐 하러 거짓말하겠습니까. 솔직히 많이 쫄았습니다. 그때 제가 보았던 ‘마스터’들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누명도 다 풀렸으니, 이제는 앞길이 창창하겠네?”
디나스티스모가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아, 그 전에.
“이름이 너무 긴 거 아니냐? 좀 짧게 부르고 싶은데.”
녀석이 반색하며 곧바로 답했다.
“디모라고 불러 주십시오.”
“디모?”
“예.”
“똥 많이 쌀 거 같은 이름인데.”
“……예?”
“아니 그냥 느낌이 그렇다고, 아니면 말고.”
디모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보다, 용병단 이름이.
“땅개미 용병단이었지? 그때 먹었던 요리가 꽤 맛있던 기억이 있는데, 혼자 온 거냐?”
“땅개미가 아니고 불개미입니다. 그리고 그 용병단은, 저번 달에 해체했습니다.”
“해체? 왜?”
“음, 그때 두 명은 같이 양계장 사업을 하겠다면서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두 녀석이 동네 친구였거든요. 그리고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그 요리사는 밀로스 아카데미에 요리사로 취업했는데, 모르셨나 봅니다?”
내가 사소한 거까지 다 하나하나 알 리는 없잖아.
“그래도 다행이네. 그 친구 요리 솜씨가 괜찮았는데 그 정도 실력이면 애들한테 먹일 만하지. 그래서 이제 뭐 하려고?”
디모가 작게 웃는다.
“다시 테슬란으로 돌아가야죠. 이거 보이십니까?”
굵은 손을 펼쳐 드는데, 거기에 걸려 있는 다이아 반지가 눈에 들어온다.
“결혼했냐?”
“아직 안 했습니다. 약혼만 했죠.”
“제인 아르벨로아랑?”
“예.”
웃고 말았다.
“잘됐네. 결혼 날짜는?”
“아직 미정입니다. 하지만 조만간 날 잡아서 식 치르려 합니다.”
그대로 손을 내밀었다.
눈치 빠른 디모가 내 손을 잡았고, 우리는 악수했다.
“날짜 잡히면 나한테도 청첩장 하나 보내.”
“아. 오시려고요? 공사가 다망하실 텐데.”
슬쩍 손을 놓았다.
“상황 봐서 시간 되면 가고 안 되면 안 가고, 기대는 하지 말고.”
“예. 청첩장 꼭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그 말만 남기고 디모는 사라졌다.
[청첩장이라…… 정말 가려는 것이냐?]“별일 없으면 가 보려 합니다.”
[흥미롭구나. 저 남자가 너에게 큰 영향이라도 준 것이냐?]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처음이거든요.”
[무엇이?]“스승님이 없으셔서 모르겠지만 저, 그때 저 남자 죽이려고 했었습니다. 툴칸이랑 관련돼 있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예. 그런데 며칠 지나고 의뢰가 전부 끝나니까, 저한테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용병이 될 생각 없냐고.”
“자기 목숨을 위협했던 저한테 진심을 담아 ‘걱정’해 주는 사람을, 저는 살면서 많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결혼식 정도는 가 줄 수 있습니다. 제가 가면 자리가 많이 빛나지 않겠습니까?”
스승님이 알 듯 모를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조용히 주변을 지키던 켄도 비슷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대충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몸을 늘어트렸다.
* * *
머지않아 심부름 보냈던 작센이 돌아왔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샬롯과 베네딕트, 그리고…… 해럴드.
음. 쟤는 왜 왔지, 부르지도 않았는데.
그 세 명은 나를 보더니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화들짝, 놀랐거든.
샬롯이 내게 다가오며, 한 손으로 내 팔을 붙잡는다.
“보스…….”
“왜?”
“왜냐니요. 몸…… 괜찮으신 거예요?”
걱정이 한가득 묻어 나오는 그 말에 슬쩍 웃고 말았다.
“괜찮지. 그러고 보니 그때랑 비슷하네.”
“언제요?”
“어센블에서 드래곤 하나 썰었을 때, 그때 기억 안 나?”
샬롯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기억이 안 날 리가 없다.
내가 스승님을 만나던 그 순간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듯이.
그날, 그 순간은 샬롯의 인생을 바꾼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을 테니까.
“그럼 이번에도 보스는 누군가를 구하신 거네요?”
“글쎄.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구하긴 했지.”
끝마치지 못한.
대륙의 흑막 비스무리한 걸 잡아 죽였으니 엄밀히 말하면 구한 건 맞잖아.
샬롯은 나름대로 해석을 한 것 같았다.
잠시 해후의 순간을 마치고 말해 주었다.
타노스가 어떤 일을 했고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이미 알고 있는 이들과 몰랐다는 듯 놀라는 이들.
다양했다.
그리고 이들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를 말해 주었다.
“여기서 마차를 타고 마수의 숲을 경유할 거야.”
“아…….”
“가는 인원은 우리 스승님이랑 나, 그리고 너, 그리고 여기 있는 작센 베이스. 인사는 미리 나눴지?”
“예.”
“그리고 저기 있는 켄 보리스랑 베네딕트까지인데, 해럴드? 넌 왜 왔냐?”
“……누가 옥상으로 따라오라고 했거든요.”
그러면서 슬쩍 작센을 바라보는데, 작센은 문제없다는 듯 헤벌쭉 웃는다.
“도련님. 제가 이래 봬도 대전사입니다. 머지않아 아카데미에 ‘취업’할 텐데 그 전에 서열 정리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실실 웃는 걸 보니까, 얘는 확실히 보통 애들이랑은 달라.
또라이가 따로 없어.
“그건 나중에 알아서 하고, 그나저나 오랜만이다.”
악수를 건네자 해럴드가 두꺼운 손으로 내 손을 맞잡는다.
“그러게요. 거의 한 달이 넘었죠. 그보다 제 눈이 잘못된 게 아니면 지금 굉장히 지쳐 보이시는데, 영약이라도 보내 드릴까요?”
“그래 주면 나야 좋고. 롤랜드한테 말하려던 건데 너한테도 말해 둘게. 배랑 식량, 잘 받았다.”
해럴드가 머리를 긁적인다.
“그거야 뭐, 빚진 거 갚는다 치면 당연한 겁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슬쩍 웃고 말았다.
“녹화 수정구, 들어 봤지?”
“물론이죠. 혹시…….”
“어, 맞아. 그것도 팔아 보자. 지금 말고 한 2주 정도 후에.”
해럴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둘이 짝짜꿍을 하건 상관 안 하는데 그건 좀 나중에 해. 정신 사나워.”
“……예, 그리하겠습니다.”
잠깐 작센을 노려본 해럴드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
“그리고 베네딕트.”
“예, 공자님.”
“오랜만이다. 이스마엘에서 애들 인솔하는 데에는 문제없었고?”
“예. 문제없었습니다. 아, 사미트 국왕이 전해 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뭔데?”
“궁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여러 명 있는데, 이 학생들을 ‘교환학생’으로 밀로스 아카데미에 보내도 되겠냐고, 그 말을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궁술학부가 창설될 거라는 소문은 이미 전 대륙을 강타했다.
그리고 나는 아베이루한테 전권을 위임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녀석은 잘 안다.
이 사안에 대해서도 녀석은 내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래서 물었다.
“그 정도면 아베이루 선에서 알아서 커트된 거 아니야?”
“예. 픽스되긴 했는데 그래도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 외에 마수의 숲으로 가는 데 지장이 있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이것도 오케이.
“출발은 내일 할 거니까. 필요한 거 알아서 견적 내고 준비해 봐.”
익숙하다는 듯 베네딕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녀석만 고개를 끄덕여서, 손으로 작센과 켄을 가리키며 말을 덧붙였다.
“니네 둘도 가서 도와. 베네딕트한테만 짬시키면 그날 니네 두 놈은 개처럼…… 길게 말 안 해도 알지?”
나름 단어 선택을 했다.
샬롯도 있는데 상욕하고 그러면 안 되지.
작센과 켄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셋은 사라졌다.
“우리 밥이나 먹을까?”
“네, 보스.”
샬롯과 함께 가려는데 뒤에 있던 해럴드가 머리를 긁적인다.
“저한테는 안 물어보십니까? 저도 아직 식전인데.”
음.
“너 아직 안 갔냐?”
굉장히 섭섭해하는 해럴드였다.
* * *
어색하게 웃고 있던 해럴드였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아직 안 갔냐는 그 말의 뜻을 짐작했기에 보일 수 있는 반응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잭은 강하다.
세상의 정점.
괴물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런 남자인데, 그런 그가 해럴드가 계속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그럴 리가.
이건 단순히 그 자리에 있었냐는 물음이 아니었다.
거리감.
해럴드는 잭의 그 말에서 굉장한 거리감을 느꼈다.
깊지 않은 사무적인 관계, 그 사이에 쳐져 있는 보이지 않는 선.
솔직히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대륙전장이 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깊게 살펴보면 채무자와 채권자의 관계일 뿐이다.
잭이 하는 행동으로 대륙전장은 돈을 벌 수 있고, 대륙전장은 그 돈으로 잭에게 빚을 갚는다.
공생관계.
이 관계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해럴드는 결단을 내릴 때가 다가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저도 같이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오는 사람은 철저하게 가려 받고 가는 사람은 막지 않는 그런 잭이.
“그래, 너도 동행해.”
허락을 했다.
적어도 해럴드는 잭이 자신을 검증받은 인재로 여겨 주는 것에 감사했다.
“요람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근처에 한 명 있는데, 맛집을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히,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건 맛집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해럴드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 * *
요람 왕국의 수도는 제1항구인 사르뎀 항구와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도보상으로는 약 1시간, 말을 타면 3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
말이 사르뎀 영지의 사르뎀 항구지, 실제로는 수도의 한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래서 대륙전장은 사르뎀 영지와 요람의 수도에 단 하나의 지부를 두었다.
그 지부의 지부장 찰리는 사르뎀 항구에 위치한 ‘나 좀 썰어 줘’라는 이름의 횟집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찰리는 실제로 40대 중반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모는 30대 초반의 그것과 같았다.
상당한 동안.
굳이 더 설명하자면 대륙전장에서 5위 서열을 자랑하는 인재 중의 인재.
그가 내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