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46)
제 447화
내 말에 론과 종운성의 표정이 환해졌다.
“사실 이 집이 그렇게 맛이 좋은 집이 아니야. 내 솜씨 좋은 요리사들을 꽤 아는데 그들이 만든 음식을 매일 대접하겠네. 일단 우리 집으로 가겠는가.”
말이 되게 빨라진 것 같다. 이상한 하오체도 갑자기 안 쓰는 거 보니까 원래 말투가 이랬나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게 론이 말했다.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도련님이 무리하는 거 볼 때마다 제 가슴이 얼마나 저렸는지 아십니까. 사실 발렌타인 님이랑도 지금 사이가 조금 냉랭해진 것도 사실이잖습니까.”
“왜 갑자기 주제가 그쪽으로 가?”
기습적으로 너무 아픈 곳을 찔러서 조금 당황했다.
“원래 이런 건 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거든요. 제가 도련님보다 많이 살았으니까 이런 건 또 빠삭합니다. 저 믿으십시오.”
어깨를 으쓱했다. 론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조용히 나와 론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종운성이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왜 아까부터 저자는 그대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이오?”
고개를 돌렸다. 다시 말투가 이상해졌네.
“그냥 편한 대로 말해. 하오체 그거 많이 어색해 보이는데.”
“……그럼 그리하지. 마저 말하면 그대가 가진 힘을 보면 절대 어린 것 같지는 않은데, 그 정도면 도련님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지 않…… 아, 이게 또 개인 사정이라면 내 미안하네. 내가 오지랖이 넓어서.”
고개를 저었다.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내가 올해로 15살이거든.”
“……농담하지 말게.”
“농담 아닌데, 신체 나이는 15살이 맞고, 회귀를 해 가지고 원래는 34살이라 이게 뭐라고 하기 어렵네. 편할 대로 생각해.”
론이 옆에서 경악한다.
여기서까지 그러실 겁니까, 그런 표정이다.
“……표정 보니까 참말인 것 같은데 회귀? 역천을 했다는 이야긴가? 아니 그런데 그걸 이렇게 알려 줘도 되는가?”
“안 될 것도 없지.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잠시 침묵이 자리했다.
종운성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넓군.”
내가 지금 머리를 좀 올리고 있어서 이마가 훤히 드러난다. 설마.
“이마가 넓다고?”
“……그릇이.”
다행이네. 이마가 넓다고 했으면 조금 화날 뻔했는데.
* * *
태극검제는 붓을 들었다. 무언가를 빠르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
서대륙, 이건 굉장한 정보다.
잭 밀로스가 왔다고 말하는 그 방향은 태극검제도 익히 알고 있는 곳이었다.
바로 금지禁地, 사시사철 번개의 폭풍우가 몰아치고 눈과 비가 함께 내리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곳.
그곳을 넘어간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이건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곳을 넘으면 무조건 죽는다, 그러니 가지 마라.
가 봤자 득 될 게 하나도 없다. 왜냐면 금지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 이야기가 정설이었다. 의심은 생각도 안 했다. 굳이 갈 필요도 없었으니까. 아무리 무인들 중에 미친놈들이 많다지만 그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금지에 땅이 있었다고 한다.
새로운 땅.
무공을 배우고 일정 경지에 오르고 한계에 부딪치면 대부분의 무인은 두 가지 길을 걷는다.
포기하지 않고 한계를 깨부수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자리에서 만족하며 아래에 있는 이들을 통치하는 것.
태극검제는 대기만성형의 남자였다.
젊지 않은 나이에 초절정이 되었으며 화경이 되었고 현경이 되었다.
계속,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태극검제는 그 누구보다 자신을 안다. 그래서 빠르게 깨달았다.
스스로가 올라올 수 있는 최대한의 경지는 현경이 끝이라는 거.
종도의 성주가 되고 정천맹에 줄을 댔고 신화경의 고수이자 현 ‘천하제이인’. 화천대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붓질을 끝낸 태극검제 종운성은 천천히 자신이 써 내려간 내용을 훑었다.
전부 잭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중 마지막 내용.
‘나이가 어리지만 어린 나이답지 않게 강하오. 그를 정천맹으로 끌어들여 보겠소이다. 혹은.’
그다음 내용이 태극검제의 눈에 또렷하게 박혀들었다.
‘나이가 어리니, 잘 구슬려서 이용해 보겠소이다.’
* * *
태극검제가 거주하는 종도는 굉장히 거대했다. 땅 크기로 따지면 대충 어센블 영지, 그쯤 된다고 해야 할까.
인구수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종도에 적을 두고 사는 이들은 총 22만이라고 한다. 보통 타지에서 오는 무인들의 수가 많아서 매번 사람이 바뀌기도 한다는데, 여하튼 태극검제는 성주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50명의 친위대가 있었는데 걔네를 보자마자 놀랬다.
나름 표정관리를 하긴 했는데, 놀라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아까 그 아저씨가 론을 보고 ‘병사’라고 했잖아?”
“……그랬죠.”
“그게 이해가 가더라.”
“……그러게 말입니다.”
왜냐면, 태극검제의 친위대 50명은 전부 마스터였다.
놀라운 건 그중 40명은 초급, 10명은 중급이었다는 거.
들어 보니까 다 어디서 한가락씩 하던 이들이라고 하던데, 이걸 보고 어떻게 안 놀래.
“정천맹이라고 했지?”
“예. 태극검제가 속해 있는 단체는 정천맹, 그에 반대되는 단체는 사천맹, 그리고 중립을 유지하지만 그 두 개의 단체를 혼자서 상대할 정도의 힘을 가진 마교.”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키메라도 문제였고 라그나로크인지 뭔지 하는 그 수천 년 전의 괴물도 문제였는데. 이것도 어떻게 생각해 보면 문제다.
만약 이 전력들이 하나로 뭉쳐서 서대륙을 침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키메라들이 쳐들어오는 것과 흡사한, 아니지. 어쩌면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툴칸을 지울 때는 솔직히 마스터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정말 많아 봐야 110명? 그보다 조금 더 되는 것 같은데 그 정도의 전력의 절반이 지금 태극검제의 집에 머물고 있는 거다.
그런데 그런 태극검제가 이 무림이라는 곳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위에서 약 11번째. 딱 그 정도라고 한다.
“도련님.”
“왜?”
“이게 제 착각일지도 모르는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가 쪽 탁자에 앉아 턱을 짚고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론과 눈을 맞췄다.
“뭐가 이상한데?”
“이게, 도련님은 전체를 보시면서 생각하셔서 느끼지 못하신 거 같은데 저는 이쪽 대륙이 마치 강자를 길러내기 위한 장소처럼 느껴집니다. 이 종도라는 도시가 어센블과 흡사한 땅덩어리지만 인구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질이 좋지.”
“예. 질이 좋습니다. 일반 마나 유저도 아니고 마스터급에 달하는 이가 무려 오십 명이나 됩니다.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이 정도 전력이 서대륙으로 넘어가면 난리가 날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것도 문제인데 더 문제인 건.
“이쪽 동대륙은 8살이 되면 ‘무조건’ 무공을 배운답니다. 무공에 재능이 없어도 호신술로 죽을 때까지 꾸준히 무술을 배운다는데, 쉽게 말하면 이 동대륙 전체가 일종의 병력인 겁니다. 태극검제가 데리고 있는 세력보다 큰 세력이 최소 열 개가 넘는다는데, 이 동대륙의 그런 성향이 정말 우연으로 만들어진 걸까요?”
론이 말한 강자를 양성하는 곳.
이 동대륙은 수련과 경쟁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강자존.
강자가 모든 것을 먹는다. 원초적인 힘을 가지기 위해 동대륙의 모든 이들은 수련을 한다.
단체의 수장이어도 힘이 없다면 탄핵당하고 죽임을 당한다. 정치? 강자가 하는 행동이 정치다. 강자가 하는 행동이 법이고 강자가 하는 행동이 질서다.
그런 세상이다, 이쪽 동대륙은.
“라그나로크라는 놈이 서대륙을 가만히 둔 이유가 그거잖습니까.”
“자기 흥미를 덜어 줄 만한 ‘강자’를 기다리는 거?”
“예. 그런데 그게 꼭 서대륙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동대륙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요?”
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서대륙의 정점에 선 나와 재능이 출중한 이스칸다르는 놈의 흥미를 끌었고, 그렇기에 동대륙으로 ‘초대’했다?”
웃고 말았다.
“그러니까 동대륙에서 한 번 더 경쟁해라?”
“……도련님 기분이 많이 안 좋으신 거 압니다. 하지만 도련님은 이런 생각 못 하셨을 겁니다. 강자니까.”
“…….”
“도련님보다 약한 저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가능한 거죠. 저는 이게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어쩌면?”
“……지금 이 동대륙에는 도련님에 비견될 만한 강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실종되었다던 검존과 광존이라는 남자와 천마라는 그 남자. 그리고.”
론이 잠깐 창밖을 살핀다.
“전대 고수들 중에서도 ‘실종’되었다는 이들이 더러 있다고 했잖습니까?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등선’이라는 걸 했다는데, 그 등선, 도련님이 초월자가 된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듣고 보니까 꽤 흥미로웠다.
“저희는 마나로 서클을 만들고 그 서클로 신체를 강화시킵니다. 이쪽은 마나로 단전이라는 걸 사용한다는데 근본적으로 보면 우리와 비슷합니다. 만류귀종이라고 결국 끝은 하나라는데 등선을 하는 것과 초월자가 같은 경지라면 그들이 실종된 것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초월자가 된 나나 스승님은 신선이 되어 죽거나 그러질 않았으니까?”
“그렇죠. 거기다가 이쪽에서는 적색 마스터를 ‘현경’이라 부르는데 도련님도 아시잖습니까. 적색 마스터 다음 단계는 초월자라는 것을. 그 초월자를 이곳에서는 세분화했다고 봐도 등선을 해서 세상을 하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즉.”
“즉?”
“조직을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조직이라…….
“등선자들의 조직, 그런 거요.”
대충 정리하면.
“이곳 무림은 강자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질서가 있는데 그 질서를 만든 게 그 초월자들이다?”
“예.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거기다 라그나로크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아수라라는 이름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누군가 라그나로크라는 이름을 지운 거죠.”
웃으며 론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니까 우리 론이 되게 똑똑한 거 같아.”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게 하나 더 있는데 눈치 못 챘나 봐?”
론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뭡니까, 그렇게 물으려는 것 같은데 그냥 내가 먼저 말했다.
“태극검제 그 아저씨 나이가 70대라고 하더라. 그런데 중급 마스터가 된 게 60대고 마스터가 된 게 50대래. 자기 스스로를 대기만성형이라고 하던데, 여기서 중요한 건.”
“중요한 건?”
“50대에도 마스터가 되었다는 거지. 론이 올해로 몇이었지?”
“만으로 44입니다.”
그럼.
“이쪽의 ‘무공’을 배우면 마스터가 될 수도 있겠는데?”
론의 눈이 크게 떠졌다.
놀랍긴 한가 보다. 아니 그보다.
“아까부터 그 우산은 왜 들고 있는 건데?”
“아, 이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