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95)
제 496화
유례없는 일이다.
개방을 건드린 이들은 있었다. 수라도제 유제하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일화, 바로 서천성의 금각권제와 개방의 싸움이 바로 그것이다.
그때 서천성으로 달려갔던 개방의 무인들의 숫자는 총 70만이다.
그중 20만이 죽었다.
그 20만의 희생으로 개방은 무림에서 다시 한번 위치를 재정립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개방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천마신교라는 그 미친놈들을 제외하고는 근 수십 년간 그 누구도 개방을 건드리지 않았다.
일정 경지에 있는 이들, 적어도 왕 정도 되는 이들은 귀찮아했고 그 밑에 있는 이들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두려워했다.
70만을 두려워한 게 아니다. 그 당시의 70만은 모든 개방 거지들의 숫자가 아니었으니까. 거리상의 문제 때문에 근처에 있는 이들만 동원되었고 그 숫자가 70만이었던 거지 당시에도 개방 거지의 수는 최소 200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직후 개방은 엄청난 속도로 세를 불렸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였다.
이제는 많아야 200만이 아니다. 최소 400만, 아니 그 이상이다.
동대륙은 넓다. 이 넓은 땅에 개방의 거지가 없는 곳이 없다. 400만도 적게 잡은 거다.
그리고 지금 마궁으로 동원되는 개방 거지의 숫자는 무려 200만이다.
근처 도시, 마을, 산, 그 모든 곳에 있던 거지들이 동원됐다.
개미처럼 까마득하게 보일 지경이다. 마궁을 둘러싸고 있는 거지들은 그 정도였다.
거지들은 다시 한번 손에 힘을 주었다. 타구봉이 힘껏 잡힌다.
걸음을 옮겼다. 산을 올랐다.
수백만이 산을 타고 마궁으로 향했다.
마궁의 분위기는 싸했다. 굉장히 조용했다.
현재 개방의 방주 이름은 변강재다.
변강재는 지금 개방의 정예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 적어도 몇 시간은 더 걸릴 것이기에 지금 이들을 지휘하는 것은 개방의 부방주이자 변강재의 동생인 변마재다.
변마재는 움직였다. 온몸에서 살기가 끓어올랐다.
금각권제가 개방에게 당한 것은 이미 수십 년도 더 된 과거의 일이다. 그때 그 당시의 시대를 변마재는 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흥분되었다.
서쪽의 황제.
마존 잭 밀로스. 그는 정천맹을 무너뜨린 괴물이다.
그를 죽이면 개방의 위명은 또다시 드높아질 거다. 또한 그를 죽인 현 시대의 개방의 교주와 부교주는 역사에 이름이 새겨진다.
욕심이 났다.
걷던 개방의 무인들이 이제는 뛰었다.
그렇게 마궁에 다다랐다. 정문이 있었고 담이 있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자리를 박찬다. 무공이 달리는 이들은 벽을 기어 올라갔다.
마궁 안으로 진입한 그들은 순간 멈춰 섰다.
그건 본능이 전해 온 경고나 그런 게 아니었다.
입이, 벌어진다.
눈앞에 말도 안 되는 게 존재했으니까.
시체들로 만들어진 탑이 있었다.
핏물로 흥건한 그 높은 탑의 꼭대기에는 말뚝이 있었는데 그 말뚝에 한 남자의 목이 박혀 있었다.
머리의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저게 누구인지 모든 개방 거지들은 알고 있었다.
정보를 다루는 단체이기에 모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전대 고수이자 개방의 교주직을 역임했었던 남자.
무림에서 천하제일인을 다투던 고수 중 한 명.
광존 원재.
그의 목이 시체의 탑에 말뚝 박힌 채로 박혀 있었다.
“이…… 이 천인공노할…….”
“허어…… 광존께서…….”
모두가 수군거린다. 방금 전까지 끓어올랐던 그것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상념을 뚫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짐이 약속을 했다.”
모두의 고개가 돌아간다.
시체의 탑 아래에 한 남자가 있었다.
평범한 의자 하나를 가져와 놓고 그곳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저 남자가 바로 마존이다.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개방 거지의 시체로 탑을 쌓고 그 위에 광존의 목을 말뚝 박아 장식하겠다…… 그리 약속했는데 어떻게, 마음에 드느냐?”
“……이 패악무도한 놈-!”
으르렁대는 변마재를 향해 마존의 시선이 옮겨진다.
“그게 감상인 것이냐? 네놈들의 시체로 이 탑은 더 높아질 터인데. 정말 그거 말고는 할 말이 없는 것이냐?”
변마재는 이후 딱 한 가지 행동을 했다.
손을 들어 올린 거다.
개방의 거지들이 기운을 끌어올렸다. 타구봉을 들어 올렸다.
고개를 끄덕인 마존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변마재가 외쳤다.
“패악무도한 저놈을 때려죽여라-!!”
“충-!!”
그 순간 하늘이 열렸다.
달려들던 개방의 거지들이 멈칫했다.
하늘에서…… 불타는 거대한 거검이 쏟아져 내렸으니까.
“아…… 아아…….”
콰아아아아아앙-!!
* * *
“……그러니까, 이곳 동대륙이라는 곳이 세상의 시작이었다…… 그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검존이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문맥상 보면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
“왜? 믿기지 않는가?”
“……방금 말씀하신 그것들은 그 누구든 간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듯 혁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그나로크…… 그럼 그 존재를 기다리는 겁니까?”
“그렇지. 사실 ‘예언’이 있었다네.”
“예언…… 말씀이십니까.”
검존이 작게 웃는다. 근거 없이 천외천이라는 조직을 이끌었을 리 없다.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끈 거다.
“9대 천자였던 ‘달마’가 작성한 책이 있다네. 묵시록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적혀 있었지.”
베커만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대체.
“무엇이 적혀 있었습니까?”
“세세한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니 중요한 것만 말하겠네. 정확한 구절은 이렇다네. ‘무림의 시간으로 1580년 후 약속의 땅에서 두 남자가 방문할 것이다, 그 이후 라그나로크의 부활이 앞당겨질 것이다.’”
듣고 있던 베커만과 로만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왜냐면 더 있을 것 같았거든.
그 느낌대로였다. 혁진강이 천천히, 말을 잇는다.
“‘혹은 방문하지 않고 라그나로크가 부활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일어날 수 있지만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일어난다.’”
동굴이 침묵에 잠겼다. 사실 서로 간의 이야기는 다 끝난 상황이었다.
서대륙에서 잭 밀로스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남자였는지 그 모든 것을 베커만과 로만은 말했고 혁진강은 동대륙에 대한 것들을 말해 주었다.
그 이후 심심했는지 천외천에 대한 이야기를 검존이 시작했고 여기까지 온 거다.
베커만은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를 듯 말 듯한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다. 저 묵시록.
“그 묵시록이라는 것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엄밀히 말하면 관련이 없지만 베커만은 궁금했다. 그리고 혁진강은 그런 베커만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다.
“100%.”
라고.
오히려 베커만이 의아해했다.
“100%요?”
세상에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을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른 검존이 모를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생각이 노골적으로 표정에 드러난다.
검존이 웃었다.
“이 묵시록의 신뢰도를 묻지 않았는가.”
“…….”
“이 묵시록은 100%가 맞네. 왜냐면 지금껏 벌어진 무림에서의 ‘큰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이 묵시록에 적혀 있었으니까.”
“…….”
“천외천이 개입한 적도 있긴 있었네. 하지만 우리는 주로 방관을 했어. 왜 은거를 하겠나. 왜 무림이라는 곳에서 자취를 감추겠나. 무려 수백 년 이상 동안 이 묵시록에 대한 검증은 계속 이루어져 왔지. 그리고 천자의 자리에 앉은 이들은, 나에게 천자의 자리를 물려준 ‘하소소’는 물론이고 그녀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던 ‘유마’까지. 그 모두가 묵시록에 대해 의심하지 않아. 이건 진짜니까.”
혁진강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접었다. 그리고 그 다리에 팔을 올리고는 턱을 짚었다.
“묵시록의 내용들은 대부분 무림력 몇 년 몇 월에 이런 일이 생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네. 하지만 이 ‘약속의 땅’과 ‘방문자’라는 그 부분만큼은 나눠져 있더군.”
“방금 말씀해 주신 라그나로크라는 자의 부활, 그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두 가지 모두 벌어질 수 있지만 한 가지만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이 두 가지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는 없다…… 역대 천자들 모두 이 문장만큼은 의아해했었어.”
“방금 묵시록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혁진강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의심하지는 않아. 그저 신기했을 뿐이지.”
“신기하다?”
“미래의 모든 것을 맞힌 그 묵시록조차 확신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내용의 ‘주체’가 이 묵시록을 작성했던 달마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뜻이 돼.”
아리송하지만 감은 잡힐 듯했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그 말씀은…….”
“뭐 더 숨길 게 있겠는가. 달마는 그 마지막 구절을 적고 생을 마감했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거나 그런 게 아니야. 이 마지막 내용을 작성하기 위해 모든 수명을 쥐어짠 거지.”
베커만과 로만이 서로를 바라본다. 조금 복잡해 보였으니까.
혁진강이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그 마지막 내용의 대가가 바로 달마의 목숨이었다는 뜻이네.”
“아…….”
“이제 이해가 좀 가시는가?”
“……예, 갑니다.”
“약속의 땅에서 두 명의 남자가 방문했지. 그게 자네들인지 혹은 그 황제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자네 둘은 아니야. 그 황제와 함께 온 그 홍포신군이라는 남자. 그 둘은 묵시록에 나오는 남자가 분명해. 즉.”
“……라그나로크라는 절대자가 곧 깨어난다는 뜻이겠군요.”
혁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황제가 역천을 했다…… 그 소문은 아마 사실일 것이네.”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 그게 아니고서야 그의 힘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나이가…… 너무 어리니까.”
달마가 쓴 묵시록의 마지막이 두 개로 갈라진 이유.
그 답이 바로 이것이다.
황제는 역천을 했다. 그의 기준에서 시간이 두 개라는 뜻이다. 그의 전생에서 라그나로크는 부활했고 현생에서도 부활할 거다. 그는 열쇠다. 그가, 현 세상의 중심이다.
그가 모든 것을 쥐고 있다.
모든 의문이 풀렸다. 혁진강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마지막 천자구나.
천외천은 이 세대에서 끝나는구나. 라그나로크는 조만간 무조건, 부활하겠구나.
웃음이 나왔다. 환희, 그건 분명 환희였다.
그리 웃는 혁진강이 그대로 고개를 돌린다. 그의 눈이 베커만에게 묻고 있었다. 왜 지금껏 이런 대화를 했는지 이해했냐는 그런 눈빛.
베커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만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더 눈빛으로 물을 수 있었지만 혁진강은 그러지 않았다.
그냥 말로 하고 싶었다.
“천외천으로 들어오시겠는가.”
“……하나만 약속해 주면 들어가겠습니다.”
“모든 비밀을 들어 놓고 약속이라? 허허.”
혁진강은 베커만과 로만이 정말 마음에 들었나 보다. 웃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 한번 해 보시게. 그 약속이 대체 뭔가?”
“저는 서쪽의 황제를 죽일 겁니다. 제 주군의 마지막 명령이니까.”
“음…… 내 잘 몰라서 묻는 건데 굳이 황제를 죽일 필요가 있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혁진강이 턱을 쓸어내린다.
“그의 주변 인물을 죽이면 될 일 아닌가. 그가 가장 슬퍼하게 만드는 것, 그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 그거면 충분할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