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73)
제 74화
Chapter 1
조금 놀랐다.
“아카데미?”
“예.”
아베이루가 말한 1순위와 2순위.
왕성 창고와 말론 공작의 영지.
조금 포괄적이지만, 저 두 개는 현재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에 근거했다.
그런데 아카데미?
워낙 관심이 없었던 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막상 아카데미라는 이름이 나오니까 조금 신기하다.
물론, 다른 건 다 건너뛰고 가능성.
그거 하나만 보자면 확실히 터무니없는 추측은 아니다.
“방학 기간 중에는 외부의 인물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지만 방학이 아닌 학기 중에는 관계자가 아닌 이상 절대로 들어올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하는 아카데미만의 특성, 확실히 무언가를 숨기기엔 딱 좋은 장소지. 어쩌면 왕성 창고보다 더, 그런데 3순위라…….”
흥미롭다.
재미도 있고.
“계속해 봐.”
“어센블 가문은 이곳 영지에서만큼은 거의 왕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 상황상 표면적으로 말론 공작보다는 권위가 높고, 국왕보다는 낮은.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총 두 명입니다. 어센블 공작과 롬멜 총장.”
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진작에 깨달았다.
현재 왕국의 중추를 책임지는 가문은 총 세 개다.
왕가家, 말론가家, 그리고 어센블가家.
그러니까.
“왕국의 모든 중추 세력이 전부 강경파에 발을 걸쳤다?”
“예. 그게 아니고서야 테슬란 왕국이 이 정도로 망가지는 일은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결론은 그거네.
“무늬만 테슬란 왕국이지, 실상은 툴칸 제국의 식민지나 다름이 없다는 건데…… 근거는 있는 거야?”
아베이루가 진지한 표정으로 또렷하게 대답한다.
“있긴 하지만, 미약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분명, 이건 제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속으로는 확신하고 있다 이거잖아?”
녀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나는 아베이루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이 녀석.
나랑 잘 맞는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분명 롬멜 총장, 혹은 어센블 공작. 이 중 최소 한 명은 분명 강경파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 우리 아베이루는 그 한 명을.
“롬멜 총장이라고 보고 있는 거네?”
녀석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카데미를 3순위에 올려놨을 때 살짝 느낌이 오긴 했다.
“……두 분이 꽤 각별한 관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각별은 무슨, 그냥 상부상조하는 거지.”
어깨를 으쓱하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자, 그럼 들어 보자. 왜 롬멜 총장을 의심하는지.”
아베이루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진다.
그리고 어조도 심각해졌다.
“롬멜 총장이 이 왕국에 끼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공작의 자리에서 물러난 지 무려 6년, 아니 7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현 왕국의 귀족들 중 절반 이상이 롬멜 총장을 따를 정도입니다.”
솔직히, 나는 왕국의 상황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래서 지금 듣는 이야기가 조금은 새로웠다.
“지금 어센블 공작이 그 영향력을 그대로 가져오면? 그럼 롬멜 총장은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게 되는 거잖아. 그럼 실질적인 주인은 어센블 공작이 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문제입니다.”
고개를 갸웃하자, 아베이루가 말을 잇는다.
“현 어센블 공작, 프리드리히 어센블은 롬멜 총장의 영향력을 흡수하지도 못했고, 그대로 가져오지도 못했습니다. 정확히는 힘들다고 해야겠죠.”
“힘들다?”
“프리드리히 어센블이 무능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귀족 중에서도 꽤 능력이 출중한 편에 속하죠. 하지만 그런 남자도 롬멜 총장의 영향력을 흡수하거나 뺏을 수 없었습니다. 롬멜 총장의 영향력이 그 정도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적이 없을 정도죠. 거기다 최근에는 마탑주가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마탑주?”
“예.”
깜빡 잊고 있었다.
마탑주.
그런 사람이 있긴 했었지.
나를 마법학부로 옮기고 제자 삼겠다고 별 웃기는 소리를 하던 그 양반이 요즘 들어 이상하게 안 보인다 했는데, 폐관 수련이라…….
감을 잡아도 단단히 잡았나 보다.
진짜 마스터가 되려나.
“들리는 소문으로는 마스터가 될 수도 있다는데, 이것도 확실히 일리가 있는 소문입니다. 만약 롬멜 총장이 툴칸 제국의 사람이라면 현 왕국의 세 번째 마스터, 그것도 마탑주라는 존재를 수하로 두고 있는 무시 못 할 세력이라는 거죠.”
“거기다 총장의 둘째 아들도 왕실 근위 기사단장이지. 마스터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즉, 롬멜 총장은 휘하에 검으로 정점에 선 마스터와 마법으로 정점에 선 마스터를 양손에 쥐고 있는, 적어도 롬멜 총장은 왕국 내에서만큼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예. 솔직히 말씀드리면, 롬멜 총장이 위원회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문제입니다. 위원회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도 왕국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른다? 말이 되지 않습니다. 롬멜 총장은 분명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것은?”
“롬멜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겁니다.”
이야기가 조금 심각해지려 하는 것 같다.
“다른 생각?”
“……예.”
슬쩍 웃었다.
“그게 뭔데?”
말을 멈춘 아베이루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반란입니다.”
응?
“반란?”
“예.”
“……굳이? 대륙의 상황이나 왕국의 상황이 이런데도?”
“상황보다는 욕망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란이라.
그거, 내가 아는 미래랑은 많이 다른 거 같은데.
그런 내게 아베이루가 말을 덧붙인다.
“마탑주 벨라미는 롬멜 총장을 무려 30년이나 따랐습니다. 다른 국가로의 귀화 걱정이 없다는 거죠. 거기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데, 아무리 정치적으로 대립이 있다 해도 현 어센블 공작이나 기사단장이나, 그들 모두 결국 ‘어센블’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습니다. 그중 수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롬멜 총장이고요. 만약 롬멜 총장이 국가를 뒤집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왕국은 확실하게 뒤집힙니다. 개인적으로 이 왕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일리도 있고 근거도 있다.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롬멜 총장이 이 왕국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장담하는데 제로에 수렴할 거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롬멜 총장은 툴칸 제국과 연관되어 있다는 뜻이다.
“재미있네.”
“…….”
“첫 번째는 반란이고, 그럼 두 번째는?”
아베이루가 이번에는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는다.
자기도 확신을 못 하겠다는 듯.
“롬멜이 이중 첩자일 가능성입니다.”
“이중 첩자?”
“예.”
아베이루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솔직히.
아베이루가 말한 두 가지 가능성은 현 상황으로 보면 확실히 둘 다 가능성이 있다.
내가 아는 미래.
롬멜 총장은 툴칸 제국에 맞서 왕국을 지켰다.
그게 내가 아는 결과다.
지킬 수밖에 없었는지, 지키고 싶어서 지킨 건지.
자세히는 모른다.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영감님이 왕국을 지키기 전.
그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니까.
손으로 턱을 짚었다.
선입견이 없는 아베이루는 롬멜 총장을 위험한 인물로 판단했다.
반란을 꿈꿀 수도 있고, 반대로 위원회에 발을 걸친 채로 이중 첩자를 하며 왕국을 지킬 수도 있는.
과연 저 판단은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할까.
이것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듯.
“음…….”
내 입에서 새어 나오는 작은 침음.
아베이루는 침묵을 지켰고, 내 어깨에 앉아 계신 스승님도 침묵을 지켰다.
셀도 마찬가지였고.
툴칸 제국, 위원회, 첩자.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하나.
지금 이 순간 나한테 분기점이 다가온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었나.’
전쟁을 일으켜 대륙을 통일하려는 강경파.
그 강경파에 협력하는 테슬란 왕국의 주요 인물들.
그리고 그런 강경파에 협력하는 타 왕국의 주요 인물들까지.
지금 흘러가는 상황만 보면 강경파는 통일을 위한 밑작업을 이미 예전부터 끝내 놨다는 이야기다.
이건 내가 몰랐던 사실이다.
워낙 과거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이 정도로 대륙의 상황이 한쪽으로 끌려가 있을 줄은 몰랐다.
‘확실히 안일하긴 했네.’
나는 끌려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드는 걸 좋아하지.
턱을 짚은 손을, 천천히 치웠다.
“시간이 필요해.”
“……예?”
“나한테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아.”
그대로 등을 뒤로 젖히며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귀찮긴 한데, 어쩔 수 없지.
판을 한번 짜 봐야겠다.
“아베이루야.”
아베이루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예. 공자님. 말씀하십시오.”
음.
“일단 그 돈, 우리가 먹자.”
“묘안이라도 있으십니까?”
새삼스럽지만, 나는 생각보다 더 나쁜 놈인 것 같다.
“혹시 두더지 잡기라고 알아?”
“두더지…… 잡기요?”
슬쩍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일단 두더지를 좀 불러와 보자고.”
* * *
17일 10시.
어센블 영지에서부터 묘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말론 공작 부인과 데리트 후작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데리트 후작의 성적 취향은…….’
‘말론 공작 부인은 말론 공작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말론 공작가는 400년 전통의 공작가, 하지만 현 말론 공작의 정력은 40초…….’
‘말론 공작과 데리트 후작가가 영지전을 벌일 수도…….’
순식간이었다.
고작해야 2시간, 아니 길어야 3시간.
그 3시간 만에 어센블 영지의 모든 사람들은 이 소문을 접했다.
당연히 말론 공작가에 발을 걸친 이들도 이 소문을 들었고, 상인들도 마찬가지였으며, 왕궁도 이 소문을 들었다.
모두는 생각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테슬란 왕국의 두 기둥 중 하나인 말론 공작가를 대체 누가 저격하는 걸까.
전례가 없던 일이었고, 이 소문을 마주한 이들은 왕국에서 내전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며 불안에 떨기도 했다.
말론 공작가에 발을 걸치고 있던 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최대한 소문을 반박했고 근원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소문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말론 공작 부인은 3월 19일 22시, 말론 공작이 잠든 틈을 타 귀빈으로 방문했던 데리트 후작과 귀빈실에서 사랑을 속삭였고…….’
‘데리트 후작은 현 말론 공작을 짧고 가는 남자라고 표현했고 공작 부인은 그 말에 흥분하는…….’
그 외, 공작 부인의 성감대와 데리트 후작의 성감대까지.
아주 적나라하고도 지나치게 사실적인 내용이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