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74)
제 75화
17일 16시.
처음 이 소문을 접했던 이들은 생각했다.
왕국의 두 공작가가 대립각을 세웠구나.
‘왜?’라는 질문은 필요하지 않았다.
저 소문이 처음 퍼지기 시작했던 곳은 ‘어센블’ 영지였으니까.
하지만 이 폭로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이 소문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바로 왕국에서 가장 공신력이 높은 신문인 ‘테슬란 타임지’.
이 테슬란 타임지는 대립 구도를 다르게 바라보았다.
프리드리히 어센블 공작 vs 바스티안 말론 공작이 아닌, 알라베스 길드 vs 바스티안 말론 공작으로.
타임지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러했다.
[소문의 시작은 분명 어센블 영지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하지만 어센블 영지에서 시작되었다고 이것을 어센블 공작가의 단독 행위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다…….] [소문의 근원지를 천천히 되짚어 올라가 보면, 소문은 어센블 공작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어센블 영지의 모험가 길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뿌드득-!
한 남자의 입이 강하게 맞물린다.
“빌어먹을!!”
그가 손에 든 신문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현 테슬란 왕국의 명실상부한 권력자 중의 권력자.
바스티안 말론.
그는 이 순간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대체 어떤 새끼가!’
분노 그 이상이라고 해야 할까.
50대의 나이지만 말론 공작은 굉장히 우람한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정력이었다.
소문상으로는 40초가 끝이라고는 하지만, 소문은 소문에 불과했다.
그래도, 1분은 버틸 수 있다.
젠장.
생각하니 더 치욕적이다.
그것보다.
‘너무 세세하다. 그리고 지나치게 구체적이다.’
3월 19일.
지금으로부터 무려 5개월 전의 일이긴 하지만 말론 공작은 기억하고 있다.
그때, 데리트 후작은 분명 공작가에 방문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공작 부인은 데리트 후작과 놀아났다.
그 사실을 말론은 그다음 날 알아챘고, 곧바로 공작 부인을 가택 연금시켰다.
그때 그 일을 자신에게 보고했던 게 바로 톨리소.
순간 말론 공작의 미간이 강하게 찌푸려진다.
데리트 후작이 자살하듯 자기 입으로 일을 떠벌릴 일은 없으니, 결국 한 명 말고는 없다.
또한 이 소문의 근원지도 알라베스 어센블 지부.
그 지부에 심어 넣은 톨리소.
“이 빌어먹을 개새끼가…… 감히 길러 주던 주인을 물어?”
말론 공작은 그 즉시 암부의 단장을 비롯해, 최정예라 할 수 있는 단원 10명을 호출했다.
“지금 당장 어센블로 가서 톨리소를 잡아 와라. 주둥이만 열 수 있으면 된다. 팔다리를 자르든 뭘 하든 간에 상관 안 할 테니. 당장 가서 잡아 와.”
“충!”
그렇게 암부가 출동했다.
말론 공작가에서 어센블 영지까지의 거리는 길어야 1일.
말에게 포션을 먹이고 멈추지 않고 달린다면, 10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다.
말론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 온다.
‘이 빌어먹을 년, 그리고 데리트 후작. 이 빌어먹을 새끼.’
그때는 ‘툴칸 제국’과 국왕이 뜯어말렸기에 참았다.
명예가 흠집 났지만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참았다.
하지만, 이제는 참을 필요가 없다.
곧 왕국에 내전이 벌어질 테니까.
아니, 벌일 거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당장은 제동이 걸린다.
현재 말론 공작가에는 공작가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슈샤이어 기사단’의 절반이 토벌단에 포함되어 있는 상태였다.
특히, 슈샤이어 기사단의 단장 슈샤이어 말론.
몰락 귀족 출신이자, 말론 공작의 양아들이며, 왕국에 단둘만 있는 마스터 중 한 명이자, 토벌단의 총사령관을 맡은 남자.
그의 부재는 말론 공작에게 뼈아프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 이 전체적인 상황이 말론 공작은 의아했다.
‘모험가 길드에서 이 소문이 시작되었다? 그럼, 설마 툴칸 제국이 나를 쳐 내려고?’
분명 지나친 비약이다.
굳이 이제 와서 쳐 낼 필요가 있을까?
위원회에서도 서열이 무려 4위에 해당하는데, 이제 와서?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일단, 톨리소부터 잡아 와 놓고 자초지종을 들어야 할 것 같다.
강하게 쥐여 있던 말론 공작의 주먹이 천천히 풀린다.
‘일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조금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톨리소를 잡아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건, 분명 별개의 문제였다.
* * *
17일 21시.
“시키신 대로 소문을 내긴 했습니다만…… 이거, 생각보다 일이 커질 것 같은데요?”
“커지라고 한 일인데, 당연히 커져야지.”
“첩보가 들어오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아마 높은 확률로 말론 공작가의 암부가 이곳으로 출동했을지 모릅니다.”
“그렇겠지? 가능하면 꽤 쓸 만한 애들로 왔으면 좋겠네.”
아베이루는 바보가 아니다.
내 말을 충분히 이해한 녀석이 조금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두더지 잡기라는 게 그런 거였군요.”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늘어트렸다.
“돈을 가지려면 우선 돈을 찾아야지. 그런데 그걸 왜 내가, 왜 우리가 발에 땀 나도록 뛰어다니면서 찾아야 하냐?”
오른손 검지로 목 보호대를 하고 있는 톨리소를 가리켰다.
“쟤 죽이러 오는 놈들 역으로 죄다 죽이고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서 왕궁 창고도 뒤져 보고, 말론 공작 영지도 한번 뒤져 보고, 그냥 뒤질 만한 곳 있으면 죄다 뒤져 보는 게 속 편하지. 이게 가장 베스트잖아. 안 그래?”
아베이루는 상식이 파괴되는 느낌을 받았는지, 조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잠시였지만.
“그게 가능만 하다면 베스트 중에 베스튼데…… 솔직히, 그거랑은 조금 별개로 테슬란 타임지가 직접 끼어들 줄은 몰랐습니다.”
다리를 꼬며 피식 웃었다.
“그건 나도 의왼데, 아무래도 이거, 그거겠지?”
“예. 그거 맞습니다.”
아베이루와 내 생각이 일치했다.
테슬란 타임지는 왕국에서 가장 공신력이 높은 신문이다.
자, 보자.
과연 이 왕국에서 공신력이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깔끔하게 정의 내릴 수 있다.
왕국에서 공신력이라는 건, ‘국왕의 의지’를 뜻한다.
또한 국왕은 강경파의 끄나풀.
즉.
“강경파가 이 폭로전에 끼어든 것 같습니다.”
“이유는 뻔하지. 지금부터 내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
아베이루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녀석의 표정은 어두웠다.
마치 미심쩍은 무언가가 있다는 듯.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그래?”
“그게, 조금 이상해서 그렇습니다.”
“이상하다? 뭐가?”
“강경파의 움직임이 너무 급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이상하게 서두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베이루의 말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놈은 무조건 참모로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왜 서두를까?”
“내전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해도, 지금 말론 공작과 데리트 후작은 위원회에 속해 있을 텐데 왜 그들이…….”
녀석이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공자님은 알고 계시는군요. 왜 강경파가 이렇게 서두르는 건지.”
모를 수가 없지.
강경파는 지금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주 간단하다.
나랑 스승님이 그렇게 만들었거든.
힐끗 고개를 돌리자, 아베이루가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힌트 줄까?”
“……예. 조금만 주십시오.”
음…….
“왜 강경파일까?”
“……예?”
“말 그대로야. 대륙 통일을 원하는 강경파는 지나치게 호전적인 집단이지. 그에 반대되는 온건파는?”
“온순한 집단이죠. 전쟁을 원하지 않는.”
아베이루의 말대로 온건파는 정말 온순한 집단이다.
그들은 강경파와 정반대되는 이념을 가지고 있고, 결정적으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강경파가 만든 위원회라는 조직에 말론 공작과 국왕이라는 존재가 협력하는 걸까?”
“……글쎄요.”
“툴칸 제국은 드래곤을 가지고 실험을 했어. 이종결합이라는 실험인데, 이 실험의 본질이 뭔지 알아?”
고개를 젓는 아베이루에게, 나는 그냥 답을 알려 주었다.
“불로불사.”
“……예?”
슬며시 다리를 꼬았다.
이 정도만 말해 줘도 아베이루는 눈치챌 수 있을 거다.
아니나 다를까.
“설마…….”
아베이루를 바라보자, 녀석이 눈을 크게 뜨고,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위원회라는 건 혹시 불로불사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겁니까?”
정답에 가깝긴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조금 더 긴 대답이다.
굳이 점수를 내리자면.
“70점짜리 답이네.”
황급히 고개를 털어 낸 아베이루가 마저 말을 잇는다.
“국왕이나 공작 정도면 부족할 게 없는 이들이죠. 그런 이들이 대륙 통일을 원하는 강경파에게 협력한다는 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보다 더 큰 것을 약속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불로불사. 예. 그 정도면 충분하죠. 하지만 드래곤 실험…….”
아베이루의 눈이 크게 떠진다.
“설마, 아까 공자님 옆에 있던 그 셀이라는 꼬마…… 혹시…… 맞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밤이 늦어져서 아까, 셀을 별장에 데려다주고 왔다.
아베이루가 묻는다.
“……툴칸 제국에서 데려온?”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데려오시지는 않았을 것 같고…… 설마 그 ‘실험실’, 전부 터트려 버리신 겁니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덧붙이면.
“아주 싸그리 불태워 버렸지.”
“……맙소사. 이제 이해가 갑니다. 강경파로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겠군요.”
강경파에 협력하는 고위급 귀족들은 테슬란 왕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100% 확신하건대, 옆 나라인 이스마엘 왕국에도 있을 거고 그 옆 나라, 그 옆 나라의 옆 나라에도 있을 거다.
즉, 말론 공작이 서열 4위니, 국왕이 1위니 2위니 하는 건 테슬란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테슬란 위원회가 있고, 이스마엘 위원회가 있는 거지.
생각해 보자.
그런 고위급 귀족들이 뭐가 아쉬워서 대륙을 통일하겠다는 강경파에게 협력할까.
모든 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강경파의 세력이 강하긴 하나, 온건파도 만만치 않다.
대륙을 통일하겠다는 건 툴칸을 제외한 모든 국가를 지워 버리겠다는 건데,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전쟁에서 벌어지는 여파를 예상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타 왕국의 귀족들은 무조건 온건파에 협력하는 게 이치에 맞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 대체 무엇을 약속받았고 대체 무엇을 보고, 대체 무엇을 확신했기에 그런 선택을 내렸을까.
하나밖에 없다.
불로불사.
즉, 드래곤을 실험체로 하는 불사의 연구.
위원회에 속한 놈들은 그 불로불사의 연구를 지원했던 놈들이다.
물론 그 연구의 끝은 수명이 줄어드는 반쪽짜리 괴물이 되는 거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어차피 연구는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고 어떤 정보를 푸는지는 강경파의 입맛에 따라 정해질 텐데.
즉, 하프 블러드는 결국 불로불사의 실험에서 파생된 결과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