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of an actor of a former idol RAW novel - chapter 274
“이거, 아까부터 카메라 켜져 있었잖아요. 정연진 씨…. 그러니까 복근도 찍혔는데요?”
“뭐?”
“이거, 그대로 공개는 못 할 거 같아요.”
“왜?”
“음…. 선배가 직접 보세요.”
그리고 전수민은 자신이 촬영한 정연진의 영상을 재생시켰다. 촬영된 정연진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기자 전수민이 그냥 대충 찍은 영상이었다.
하지만 영상은 프로가 찍은 것 못지않게 잘 뽑혔다. 햇살이 따사로웠고, 그 아래의 정연진은 지나치게 눈이 부셨다. 청춘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음…. 그래, 이건 바다랑 조율을 해야겠네…. 공식적으로 촬영한 것도 아니고…. 엄청….”
“섹시하죠?”
그래, 이 아름다운 아침의 정연진은 지나치게 남성적이었다.
“네? 기자님, 뭐라고 하셨어요?”
정연진의 물음에, 장은혜는 정신을 차렸다.
새벽의 해변에서 만났던 것과 마치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정연진이 옆에 서 있었다. 이 차림을 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 내려온 정연진을 발견했을 때도 놀랐다.
단정한 셔츠에 슬랙스 차림을 하고 내려온 정연진은 평소의 정연진이었다. 1시간도 안 되는 사이, 너무나 많은 정연진의 모습을 봐 버린 것 같았다.
“아니, 아니. 혼잣말이었어요.”
“아, 네. 그럼 가시죠.”
함께 식사를 하는 와중에, 임정선 감독이 도착했고, 자연스럽게 함께했다. 임 감독은 즉흥적으로 함께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참으로 운이 좋은 아침이었다. 칸에서 내내 이렇게 좋은 일만이 일어나기를….
“이야, 선배. 진짜 대박이네요.”
“그러니까 말이야.”
“선배, 우리 칸이랑 궁합이 좋은 거 아닐까요? 계속 여기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런가?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
전수민의 말에 장은혜는 그냥 웃어 버렸다. 하지만 계속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한국에서 칸의 프레스 신청을 하는 과정은 그렇게도 복잡하고 힘들었는데…. 외려 현지에 와서는 모든 것이 쉽게 풀리기만 했다.
운이 좋게도 첫 상영의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이건 정말 대박이었다. 유명한 평론가들이며 해외 언론사의 기자들도 구하지 못했던 티켓이었는데….
그리고 지금, 뤼미에르 대극장 앞에 펼쳐진 레드 카펫의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는 듬직한 김근수의 등을 바라보고 있으니, 세상을 다 얻은 듯싶었다.
6시로 예정된 상영 전 레드 카펫을 촬영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기자가 모였지만, 김근수는 당당하게 계단의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 로또라도 사야 하는 거 아닐까요? 프랑스 로또 외국인도 받을 수 있나요?”
“글쎄…. 진짜 운이 너무 좋다…. 개끗발이 아니어야 하는데….”
“에이, 선배님. 그럴 리가요. 이번엔 예감이 좋아요. 그리고…. 솔직히 이게 우리 운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전수민은 심각한 얼굴이 되어서는 말했다. 장은혜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했다.
“그러니까…. 음…. 이거 정연진 운 아닐까요?”
헐…. 그랬나?
정연진의 대운이 정연진을 취재하기 위해서 온 우리한테까지 전해지는 건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 감독과 배우가 등장했다.
임정선 감독의 양쪽으로 석진현, 송정구 그리고 정연진이 레드 카펫 끝에 서 있었다. 임정선 감독이 먼저, 극장의 입구를 향해서 발을 내디뎠다. 레드 카펫을 밟는 순간에 수많은 셔터음과 플래시가 터졌다. 석진현과 송정구가 입장하고….
그리고 드디어 정연진이 레드 카펫을 밟았다.
몸에 잘 맞는 검정 슈트를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정연진은 1920년대의 배우 같은 클래식한 멋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빛의 사이를 걸었다.
장은혜는 생각했다.
그 걸음이 어쩐지 세계를 향해 내딛는 첫걸음 같다고.
그래, 전 세계가 알 때가 되었지….
저렇게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가진 배우가 있다는 것을….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포토] 칸 영화제 도착한 임정선, 정연진, 석진현, 송정구 [포토] ‘안의 시간’ 정연진, 칸 영화제 첫 입성 [포토] 정연진, 블랙 슈트 차림으로 칸 레드 카펫 밟아 [기사] ‘칸의 남자 임정선’… ‘안의 시간’ 월드 프리미어&레드 카펫 성황 (종합) [기사] 꼭 맞잡은 두 손… ‘안의 시간’의 특별했던 레드 카펫* * *
[엠연예뉴스 미튜브 채널] [칸 영상 선공개] 칸에서도 변함없는 달리기? 칸의 해변에서 만난 정연진.mp4인터뷰 약속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만날 거라고 기대했던 건 아니었는데 말이죠
이른 아침, 칸의 해변에서 만난 배우 정연진 씨
이 세상을 혼자 사는 듯한 자유로움을 공개합니다
칸 영화제의 실황과 인터뷰도 곧 공개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안의시간 #칸영화제 #정연진 #영화촬영아님 #감사합니다
∟ 와 진짜 대존잘이다,,,,,
∟∟ 홀리한 무언가를 본거같은데?
∟∟∟ ㅅㅂ 홀리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홀리하기는하다
∟ 398482번 쯤 돌려봣더니 이제 좀 질린다,,,,
∟∟ 나덬ㅋㅋㅋㅋ 올라올때부터 봤더니 좀질림
∟∟∟ 신기하게 나는 안질려,,,, 이게 왜 질려,,,
∟ 정연진 진짜 제 나이로 보인닼ㅋㅋㅋㅋ 드라마에서는 원래 나이가 잘보였는뎈ㅋㅋㅋㅋㅋ 청춘청춘하네
∟∟ 아니 뭐 그냥 달리기 하고 와서 이야기하는 영상인뎈ㅋㅋㅋㅋ영화같앜ㅋㅋㅋ
∟∟∟ 기잨ㅋㅋㅋㅋ감사합니다태긐ㅋㅋㅋ개웃ㅋㅋㅋ
∟ 훌렁훌렁 좋구만ㅋㅋㅋㅋㅋㅋㅋㅋ 땀흘리는거 미쳤,,,,
∟∟ 티셔츸ㅋㅋㅋㅋㅋ너덜너덜해보이는 것도 매력있엌ㅋㅋㅋㅋ티샤쓰 구멍나겠다
“와아, 선배님. 여기 진짜 장난 아니네요.”
이 상영되는 뤼미에르 대극장의 상영관 안으로 들어서면서 전수민은 끊임없이 말을 쏟아 냈다.
“이야, 여기가 사진으로만 보던 거기구나. 대박. 내가 여길 와 보다니. 전수민, 인생 잘살았다.”
“야, 촌스럽게 좀 두리번거리지 말아.”
장은혜는 전수민을 향해 소리를 낮춰 말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하는 것은 덤이었다.
“에이, 선배님. 누가 우리를 신경 쓴다고 그래요? 그리고 다들 이러고 있는데요, 뭐.”
장은혜는 전수민의 이런 면이 좋았다. 일도 꼼꼼하게 잘했고, 이런 분위기에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이 있었다. 하여튼 신기한 면이 많은 후배였다. 함께 일한 지 꽤 되었지만, 종종 발견하게 되는 이런 모습에는 매번 놀라게 되었다.
“그래도….”
“앗.”
그래도 너무 풀어져 있지 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전수민이 드레스 자락을 밟았다. 익숙지 않은 드레스 차림에 높은 구두를 신어서겠지. 다행히 장은혜가 순발력을 발휘하여 전수민이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수민아, 전수민아. 조심해야지.”
“어우, 선배님. 감사해요. 십년감수했네요. 그런데 여기서 넘어졌으면… 되게 웃겼겠어요.”
전수민은 방금 넘어질 뻔한 사람답지 않게, 웃으면서 농담을 던졌다.
“…너, 진짜…. 지금 할 말이, 그거뿐이야?”
“음, 뭐. 칸이 드레스를 입고 오라고 해서 빡친다? 평생 처음 입어 보는 드레스 때문에 넘어질 뻔했잖아요.”
“하….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장은혜는 그거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만 했다. 더 말해서 무엇할까,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만 할 것이 뻔했다.
“아니, 아니. 선배님. 이거 진짜 너무하지 않아요? 꼭 이렇게 옷을 차려입고 와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거…. 진짜 너무 꼰대 같아요.”
“그래, 좀 그렇기는 하지. 권위적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거잖아. 뭐, 보수적인 거라고 하자.”
칸 영화제의 드레스 코드 규정은 상당히 엄격한 편이었다. 베를린이나 베니스 영화제의 경우는 배우와 감독 등에게만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칸 영화제의 공식 상영작 시사회의 경우, 배우와 감독뿐만 아니라, 취재진이며 관객들도 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지켜야 했다.
남성은 흰색 셔츠에, 턱시도 그리고 나비넥타이를 필수로 해야 했다. 여성은 드레스에 힐을 신어야 하고, 커다란 가방을 소지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다. 드레스 코드를 지키지 않는다면, 입장 시 진행 요원에 의해서 입장을 제한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경쟁작 시사회 시간이 되면 제대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극장 주변을 가득 채웠다. 칸의 레드 카펫에서는 격식 있는 차림을 한 카메라 기자들이 촬영하는 모습도 매우 흔했다.
“아, 그래도 셀카는 좀 찍게 해 주지. 이렇게 차려입고 레드 카펫 밟고 극장 안으로 들어오는 거, 언제 또 해 보겠어요? 레드 카펫 위에서 사진 한 장 박으면 좋잖아요. 아까 진행 요원이 도끼눈을 하는데, 무섭더라고요.”
“야, 그건 아니지. 카메라 꺼내니까, 웃으면서 하지 말라고 했잖아.”
“에이, 그 웃음이 비웃는 거 같았으니 그렇죠. 흥.”
“근수가 찍어 줬을 거야.”
“그랬을까요? 그럼 좋은데….”
처음으로 칸 영화제 참석이라, 예전의 칸을 모르니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규정 자체를 상당히 빡빡하다 싶기는 했다. 레드 카펫 위에서 셀카를 찍는 것도 금지하는 건 너무 심하지 않나 싶기도 했고.
이러한 것들에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칸 영화제이다 보니, 약간만 규정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보이는 것들은 상당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뭐,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것이겠지. 보수적인 것을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통을 지켜서 권위를 가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니까.
전수민은 칸 영화제의 그런 면들이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장은혜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드레스와 힐이 불편하긴 했지만, 공식 경쟁작의 시사회를 볼 수 있는데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와. 선배님. 오전에 올린 동영상이요, 대박 났어요. 조회수 대박에 댓글도 엄청 달리네요?”
“아, 정연진 거?”
상영관 객석에 자리를 잡고 앉자, 전수민은 영상을 확인하더니 수선을 피웠다. 장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큰둥하게 답했다. 정연진, 칸, 해변, 상체 탈의…. 키워드 조합만 봐도 대박이 안 나면 이상한 일이었다.
“네. 그거요. 정연진이랑 바다에서 쉽게 오케이를 해 줘서 다행이네요. 복근도 보이고 해서, 걱정했는데….”
“뭐, 영상이 죽이잖아. 걔네들도 자랑하고 싶겠지.”
“하긴 이런 영상이 쉽게 건져지는 게 아니긴 하죠. 이걸 제가 찍었다는 거 아닙니까. 근수 선배도 아니고, 제가 말이죠.”
“그으래. 수민이 네가 아주 큰일 했다.”
“그렇죠? 후후.”
전수민은 아주 해맑은 표정을 하며 웃었다. 뭐, 자랑할 만한 영상이기는 했지. 공식적인 자리에서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의 경우는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 없이 올려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번 영상은 공식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개인적인 자리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사실 대박이다 싶으면 그냥 올려 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바다 엔터나 정연진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미리 조율하는 것이 좋았다. 바다 엔터 측은 영상을 확인하더니, 아주 좋아했다. 어떻게 이런 영상을 찍었냐고 말하던 조유진 팀장의 목소리도 상당히 즐거워하는 것처럼 들렸었다.
하긴, 그걸 보고 싫어하진 않았을 것 같긴 했지만…. 정연진의 매력이 그대로 보이는 영상이었으니까. 청춘. 어쩌면 그 한 단어로 그 모습을 정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부장님 입이 귀에 걸리겠네요.”
“…그렇겠지.”
한원보 부장이 미튜브 채널을 확인하며 웃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자,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