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of an actor of a former idol RAW novel - chapter 70
뮤직비디오 촬영 사진이 유출되었다고 한다. 뭐, 나야, 소소하게 개인 정보 유출부터 뉴스카이 음원 유출까지 온갖 유출이란 유출은 다 겪어 봐서 별로 신경을 쓰진 않았다. 게다가 촬영장 사진 정도야 흔한 편이었고. 뉴스카이 멤버일 때는 사생활이라는 것 자체가 거의 없었으니까.
다만, 아무래도 인기 걸 그룹과 엮인 이야기가 되다 보니 회사에서는 엄청나게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연진아, 들어가서는 글이며 댓글 같은 거 보지 말고, 그냥 자. 오늘 진짜 고생했다. 네가 잘해 줘서 생각보다 오늘 일정은 일찍 끝났어.”
“네. 안 볼게요. 실장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PM이랑 대표님 지금 만나고 계신다고 하더라. 이야기 잘되면 바로 기사 나갈 거야.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날 보고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공 실장님의 목소리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조금 화를 내리게 해 드려야 하나.
“그렇게까지 안 해도 괜찮은데….”
“아니지, 회사가 그 정도 대처는 해야지. 촬영장 스태프 관리 제대로 못 한 건 PM 쪽이니까 거기서 뭔가 제스처를 취하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우리 쪽에서 대응할 거야. 걱정하지 마.”
엘오피 뮤직비디오 첫째 날 촬영을 마치고 들어가는 길, 나에겐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공 실장님이 엄청나게 걱정하는 듯이 보였다.
그동안 배우만 관리해 온 터라, 아이돌 관련해서는 이렇게 일이 터지는 걸 공 실장님은 잘 모르고 있었나 보다. 걸 그룹 뮤직비디오 출연이라 유출이 있을 것도, 내 출연에 대해서는 반응이 좋지 않을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팬들은 여자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에 남자가 출연한다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도 하니까. 남자 아이돌 그룹의 경우는 더 심했고. 그러니까 노래 가사의 콘셉트에 충실하게 콘티를 짠 PM 엔터의 의도는 어느 정도는 용감하다고도 생각하긴 했었다.
누가 걸 그룹 뮤직비디오 보면서 남자 얼굴을 보고 싶어 하나. 한 장면이라도 더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가 나오길 원하지. 댄스 버전이랑 두 개로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팬들은 아쉬울 테니까. 팬들의 마음도 이해는 했다.
사실 그래서 망설였던 면이 없잖아 있었다. 다만, 콘티를 읽을 때 캐릭터들의 설정을 재밌게 잘했었기에 출연을 결정했던 것이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 줄 수 있으니까. 오늘 촬영한 분량에서 연기했던 캐릭터들도 마음에 들었고.
과거의 나는 악성 댓글을 수도 없이 받았고, 예전에는 그걸 읽는 프로에 나가서 내가 받은 악성 댓글을 직접 읽기까지 했었다. 연기 못한다고 하면서 욕까지 박은 댓글에도 웃으며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는 말도 했었다.
그리고 제작진이 수위 조절 못 한 인신공격성 댓글도 가져왔어도 항의하지 않고 편안하게 읽었다. 내 팬들이 그걸 보면서 나 대신 제작진에 항의를 했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지.
나는 악성 댓글에는 어느 정도 단련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체 어느 정도기에 공 실장님이 그렇게 걱정했나 싶어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댓글을 읽었는데, 음, 과거에 비하면야 수위를 넘긴 듯한 댓글은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 정도쯤이야,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속에서 울컥울컥 무언가가 올라왔다. 이건 선 넘었네. 끼워팔기 당한 거 아니라니까. 그리고 회사가 뮤직비디오 출연 밀어붙인 거 아니고 그쪽에서 먼저 연락해 왔던 거라고.
와…. 이렇게 억울할 데가. 내가 뮤직비디오 출연 못 해서 한이 맺힌 사람도 아니고. 그쪽에서 강력하게 나를 원한 거라니까! 내가 속한 그룹 뮤직비디오도 아니고, 남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내가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해?
이 댓글들을 다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고소해야 하나? 고소한다고 해 봤자 솜방망이. 악성 댓글 쓰는 애들은 고소해서 경찰서에서 만나도 그다지 반성도 하지 않던데. 그때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욕했던 애도 있었지….
그렇게 한참을 씨근덕거리다가, 나는 순간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악성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여전히, 여전히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아, 그제야 나는, 내가 악성 댓글을 읽으면서 엄청나게 화를 내고 있는 나의 상태를 제대로 인식했다. 그동안 악성 댓글을 많이 봐 와서 괜찮다고,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러니까 회귀 전, 과거의 나는 그냥 감정이 마모되어 악성 댓글을 읽어도,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온다고 해도 무감하게 반응했던 것뿐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손을 들어 올려 심장 부근에 가져다 댔다. 두근두근, 흥분의 여파로 여전히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그때에도 이렇게 화가 났어야 하는 거였구나. 나를 향한 이유 없는 비난과 인신공격에 나는 그때 이렇게 화를 냈어야 했다. 그때의 내가 얼마나 망가져 있었는지 실감하게 되니 새삼 입맛이 썼다.
지금이 만족스럽고 좋았지만, 가끔은 나이 때문에 연기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해서 내가 30살이었으면 생각했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 자체가 안 날 것 같다.
그 시절에 대해서 조금도 아쉬워할 거리가 남지 않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으며 어쩌면 이 악성 댓글을 읽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조금 했다.
그래, 이번 댓글까지는 용서를 해 주마. 그러나 앞으로는 없다. 그리고 보여 줘야지. 내가 정말 끼워팔기로 배역을 따낸 것이 아니며, 연기에는 누구보다 진심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달았던 지금의 댓글이 조금은 부끄러워지도록.
내일 촬영을 대비해서 쉴까도 싶었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가 피곤함을 이겼다.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연습실로 향했다.
공 실장님에게서 받아 온 추가 촬영 대본을 펼쳤다. 혹시나 내가 권우진에게 몰입하게 되면, 내일 남은 촬영에 영향을 미칠까 싶어, 촬영 후에 읽으려고 했던 대본이지만, 욕심이 생겼으니 어쩔 수 없다.
권우진도, 그리고 아직 촬영이 남아 있는 엘오피의 두 명의 남자 캐릭터도, 이자한도 모두 잘하고 싶다.
정연진이 아니면 이 캐릭터들 모두 다른 배우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좋은 모습만 보여 주고 싶다.
그렇게 특별한 배우가 되고 싶다.
* * *
[연예 잡담 게시판] [기사][단독] 신예 정연진, 엘오피 신곡 뮤직비디오 출연, 다섯 가지 매력을 선보일 예정 [첨부파일] 정연진_프로필_사진.jpg신인 배우 정연진이 인기 걸 그룹 엘오피의 신곡 ‘Oh, My, Oh, Boy’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다.
정연진의 엘오피 뮤직비디오의 출연은 PM 엔터테인먼트의 총괄 프로듀서인 김준형의 추천으로 이뤄졌다고 PM 엔터 측이 밝혔다.
“정연진이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반했다, 10대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감정 표현을 보여 줬기에 엘오피의 신곡 뮤직비디오에서 다양한 모습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캐스팅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실제 촬영 현장에서 엄청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 주며 현장을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엘오피의 신곡 ‘Oh, My, Oh, Boy’의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은 당초 계획보다 빠른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정식 뮤직비디오는 엘오피의 새 앨범과 함께 공개된다.
한편, 엘오피의 새 앨범 ‘Something New’는 내년 1월 14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첫 공개 된다.
∟ 와 대박 진짜로 얘가 엘오피 뮤비에 나오는구나
∟∟ 다섯 가지가 뭐지? 엘오피 멤버들이랑 각자 붙는 건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리가 전에 얘 노래 추천글 올리지 않았었냐? 철벽방어네
∟∟ ㅇㅇ 나도 보자마자 그 생각함 ㅋㅋㅋㅋㅋ
∟∟∟ 근데 쟤 김준형 취향이기는 한 거 같음 ㅋㅋㅋㅋ 얼굴도 그렇지만 뭔가 김준형은 춤 잘추고 노래 잘하는 애들한테는 그냥 무한 호감? 같은 거 있는 거 같아서
∟∟∟∟ ㅇㅇ 김준형이 인재 수집을 좀 좋아하기는 하지 ㅋㅋㅋㅋ
∟ 유출 때문에 티저 공개 당기는 건가? 일찍 보는거야 반가운데 진짜 유출 못잡냐 대체 현장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매번 이렇게 촬영장 사진이 유출되냐고
∟∟ 아이돌 컨셉 유출이 하루 이틀일도 아니고 솔까 이게 유출인지 일부러 흘린건지 알게머야 ㅋㅋㅋ 노이즈 마케팅 아주 유구하죠
∟∟∟ 말하는 뽄새하고는 어디서 이런 걸 대놓고 흘리겠냐
∟ 와, 근데 얘 진짜 잘생겼다 ㄷㄷㄷ
∟∟ 222 그러게 눈코입 어디 하나 몬난 구석이 없고 되게 조화롭게 모여있어
∟∟∟ 333 근데 키도 큰가봐 비율이 쩌네 소두라 그런가 작은데 커보이는 거야 아님 키가 큰 거야
∟∟∟∟ 둘다 키도 전에 181이라고 했는데 더 컸댔음 그리고 얼굴 자체도 작음
* * *
엘오피의 뮤직비디오 촬영 둘째 날.
아직 촬영이 시작되기 전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는데, 선민 형이 기사를 보여 줬다. 공 실장님은 이런 글은 보지 말라고 했었는데, 혹여나 내가 신경 쓰고 있을까, 보여 준 듯싶었다.
나는 또 한 대표님의 협상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PM 엔터에서도 어느 정도는 준비하고 있었겠지만, 나에게 맞춰진 기사를 PM 엔터발로 해서 나가게 만들다니. PM 엔터의 이인자나 다름없는 김준형 PD의 코멘트가 실린 기사라니, 한 대표님 진짜 대단하네.
엘오피의 뮤직비디오 티저 공개를 조금 당긴다는 정보도 들어 있기는 했지만, 엘오피보다는 나를 신경 써서 내 준 기사라는 느낌이 강했다. 회사에서 돌린 것으로 보이는 홍보 기사도 함께 올라왔지만, 역시 메인은 단독으로 나간 PM의 기사였다.
한 대표님이나 회사가 나를 이 정도까지 보호하려고 노력한다면, 나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밖에 없지.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말이다.
“형, 우리 대표님 진짜 대단하다.”
“응? 아, 기사 빨리 나온 거?”
“아니, 그게 아니라….”
아직 선민 형은 기사가 어느 쪽의 보도 자료를 통해서 나왔는지, 기사를 낸 언론사가 어느 기획사랑 친한지 같은 건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가 보다.
과거에 내게 이런 걸 알려 준 사람은 선민 형이었는데 말이지. 나는 내가 설명을 해 줄까 하다가, 조금 장난을 쳐 볼까 싶어졌다.
요즘 흔하게 보는 의 하원영 선배 기사를 하나 열었다. 그리고 기사를 선민 형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형, 이 기사랑 지금 올라온 내 기사랑 계속 읽어 보고 차이점이 뭔지 생각해 봐.”
“뭐라고?”
내가 앞으로 계속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매니저가 아직 제대로 크지 못했다면, 내가 키우면 된다. 나는 선민 형이 얼마나 멋진 프로 매니저가 될지 알고 있다. 그 시간을 당기는 것도 할 수 있겠지. 작은 거지만 언론과 보도 자료의 관계를 읽는 시각부터.
선민 형이 금방 발전해서 나보다 업계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겠지만, 지금은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것도 있는 거니까.
선민 형은 뭐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이었지만, 내 표정이 진지해 보였는지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회사는 회사의 일을, 선민 형은 자신의 성장을, 그리고 나는 나의 일을 할 시간이다.
스포츠맨 타입의 남자 C와 나쁜 남자라고 이름 붙인 날라리 타입의 남자 E 촬영이 아직 남아 있었다. 스포츠맨 타입 C의 경우는 그저 함께 운동하는 장면이라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다. 다만 처음으로 손을 잡는 씬이 좀 걱정되긴 했다.
함께 운동을 하다 둘이 지쳐서 주저앉았을 때, 먼저 일어난 남자가 손을 내밀어 여자를 일으켜 주는 장면. 그리고 여자가 망설이면서 손을 맞잡고 일어난다. 자신들이 손을 잡고 있음에 화들짝 놀라 손을 놓고 남자가 먼저 앞서 걸어가려고 하자, 여자가 뒤에서 따라오면서 다시 손을 잡는 장면이다.
남자보다는 용감한 듯 보이는 여자의 감정이 더 중요한 씬이라, 당장 촬영할 장면이지만 이보다는 뒤에 촬영할 나쁜 남자가 좀 걱정이다.
계속 생각했지만, 이 캐릭터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말이지. 감독님이랑 좀 더 이야기를 해 봐야 하나?
“대체 나쁜 남자가 뭐지?”
“응?”
혼자 조용히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선민 형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그냥 물어보기로 했다.
“나쁜 남자 말이야. 대체 나쁜 남자가 어떻길래 여자들한테 인기가 있을까?”
잠깐 생각하던 선민 형이 답했다.
“나쁘게 보이지만, 실은 자기한테는 다정한 게 나쁜 남자 아니야? 차가운 도시 남자처럼.”
아, 그런 느낌인가? 겉으로 보기에는 양아치나 날라리처럼 보여도 좋아하는 여자한테는 다정한 남자? 이 캐릭터를 내내 생각하면서도 채우지 못한 마지막 퍼즐을 선민 형이 맞춰 준 느낌이네.
“고마워, 형.”
선민 형을 향해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쁜 남자, 나쁜 남자라. 그래. 어쩌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겉으로는 센 모습만을 보여 주고 싶어 하지만, 사실 내면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지?
사랑하는 상대한테는 한없이 다정한 남자의 모습이라…. 싸움, 그래 싸움의 이유를 생각해 보자. 여자에게 다정한 남자라면 어쩌면 자신의 오토바이에 여자를 태우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위험해도 오토바이를 타지만, 여자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을 테니까. 그래, 그런 걸로 생각을 해야 현장에서 싸움의 느낌을 잘 낼 수 있겠다. 그러나 결국은 여자를 태우는 건, 마음이 약해져서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도 같다.
캐릭터의 비어 있던 부분을 채우고 나서 눈을 떴다. 현장은 이제 거의 세팅이 다 되어 가는 듯싶었다.
오늘 나는 스포츠맨이 되기도 하고, 나쁜 남자가 되어 보기도 할 것이다.
다시 카메라 앞에 설 시간이다.
두근, 언제나처럼 기분 좋은 설렘으로 심장이 뛴다.
역시, 나는 이 일이 좋다.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
온통 회색으로 가득 찬 화면, 한 남자, 하원영의 얼굴이 화면 가득 비친다. 짜증으로 가득 찬 듯한 표정. 그러나 순간 남자의 얼굴이 묘하게 아련하게 변한다. 남자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노란색 손수건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회색빛 화면에 손수건의 색만이 선명하게 보였다.
남자는 뭐에 홀린 것처럼 그 노란 손수건을 따라 걷는다. 걸음은 점점 더 빨라진다. 그리고 순간 우뚝 남자의 걸음이 멈추었다. 한 소녀가 커다랗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한 거대한 나뭇가지에 노란색 손수건을 묶고 있었다.
소녀가 남자를 향해서 고개를 돌린 순간, 소녀 이소영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회색빛이던 화면이 총천연색으로 물든다. 그리고 하원영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찬 것을 비추던 화면이 다시 소녀를 비추었을 때, 소녀는 민우리로 변해 있었다.
민우리가 하원영에게 노란 손수건을 건네고 있었다. 하원영이 손수건을 건네받는 순간, 화면은 풀샷으로 전환되면서 둘이 함께 손을 잡는 듯한 모습으로 정지하면서 라 쓰인 타이틀과 자막이 함께 떠오른다.
* * *
자막의 위치까지 꼼꼼하게 확인한 조연출 권재한은 자신이 편집한 화면을 다시 돌려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미친 짓 같았는데, 진짜 기가 막히게 빠졌구만. 하여간 괴물 같은 양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