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51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50화
장인.
한 챔피언을 극한까지 파고든 유저를 칭하는 말.
몇몇 부정적인 이들은 원챔충이라 비꼬아 말하기도 하지만.
리그 오브 게임즈에는 200이 넘는 챔피언에 아이템 조합까지 합쳐져서 정말 다양한 상성과 구도가 존재한다.
한 챔피언으로 천상계에 도달한 이들은 장인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실력과 센스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챔피언 리스트(프로스트)] [1. 천둥신의 사역마, 썬더스트] [2. 제국의 선봉장, 다리야바쉬] [3. 신장(神匠)의 아들, 헤파이슨]프로 시절, 솔직히 말해 프로스트는 B급 선수였다.
다재다능한 천재였던 미카엘과 달리, 그는 부족한 재능을 연습으로 메꾸는 노력파였으니까.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 적어도 록에서는 말이다.
이유? 간단하다.
록이란 게임에서 프로 선수로 활약하려면 챔피언 폭이 넓어야 한다.
모든 챔피언을 수준급 이상으로 다룰 수 있어야 적팀의 전략에 대응할 수 있으니까.
‘난…… 그럴 수 없었지.’
그래서 소수의 챔피언에 파고들었다.
자신의 플레이 성향과 특징에 잘 맞는 챔피언을 선별해서 분석하고 연구했다.
어떤 분야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하던가.
100개의 챔피언을 100판씩 할 시간에 5개의 챔피언을 2천 판씩 연습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성을 높인 상태에서 노력이 더해지자.
프로스트는 시그니처 픽들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스트는 프로 리그에서 B급 이상의 취급을 받을 수 없었다.
프로스트의 시그니처 픽은 총 세 개.
반면 프로 경기에서 밴 카드는 판당 6장, 5판 매치의 경우 최대 30장까지 사용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경기에서 프로스트라는 탑 라이너의 역할은.
시그니처 픽으로 밴 카드를 한두 장 빼주고 조합에 맞는 탱커를 픽해서 라인전을 버티며 한타에 일조하는 것 정도였다.
S급 선수가 되기 위해선 게임을 캐리하는 슈퍼스타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프로스트는, 그럴 수 없는 선수였다.
결국 그는 프로 생활 동안 우승컵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은퇴를 맞이했다.
‘후회는 없어. 난 최선을 다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대장전 4강 1경기] [밴 카드를 사용해 주세요.]‘대장전은 프로 리그와 달라.’
대장전.
밴 카드도, 팀 조합도 걱정할 필요 없이.
오롯이 챔피언 컨트롤 능력과 선수 본인의 피지컬을 겨루는 대회.
프로스트에겐 프로 때 결국 손에 쥐어보지 못한 우승컵을 잡아볼 기회였다.
“그러려면, 우선 디지부터 해치운다.”
미카엘. 넌 내가 방심하면 디지에게 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애초에 난 록을 하면서 한 번도 방심해 본 적이 없어.”
디지를 이긴다.
그리하여 우승에서 미카엘을 만나고.
프로 시절엔 클라스가 다른 선수였던 미카엘마저 이겨서!
‘반드시 손에 쥔다. 우승컵을.’
* * *
“두 선수의 밴 카드 선택이 완료되었군요.”
“디지 선수는 썬더스트를, 프로스트 선수는 무라마사를 밴했군요?”
김현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라마사 밴이야 8강에서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줬으니 당연한 거지만, 썬더스트를 밴한 이유를 모르겠군요.”
“동의합니다. 라인전 우위, 유지력을 생각하면 당연히 다리야바쉬를 밴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지금껏 생각지도 못했던 면모를 많이 보여준 선수이니 저희가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거겠죠?”
해설자들의 말과 달리, 디지의 썬더스트 밴 선택 이유는 간단했다.
‘명색이 신의 사도인데 신의 사역마랑 싸우는 것 좀 그렇잖아.’
동종업계 종사자에 대한 예우랄까?
“무기를 든 챔피언이랑 싸워야 진검승부 느낌이 나기도 하고 말이지.”
처음으로 프로였던 사람과 겨뤄보는 것이니 치고받고 하며 재밌게 싸워보고 싶었다.
[플레이 챔피언이 결정되었습니다.] [DG: 총검술의 달인, 덱스] [프로스트: 제국의 선봉장, 다리야바쉬]-덱스 VS 다리 매치업이면 완전 박터지겠는데?ㅋㅋㅋㅋㅋ
-상성 상으론 다리가 유리하지?
-ㅇㅇㅇ 패시브가 방어력 증가라 덱스가 좀 불리하지. 초반엔 콘 형이 주도권 꽉 쥘 듯?
참고로 콘 형은 프로스트의 별명이었다.
뜬금없이 콘이라 불리는 이유?
닉네임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본선 들어서 덱스 나온 건 처음이네.
-드디어 디지의 떽스를 볼 수 있는 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무친놈아 된소리로 쓰지 말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ㄴ 이상하게 들리잖아ㅋㅋㅋㅋ
시끌벅적한 채팅창은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 사라졌다.
[대전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시작 템은…… 무난하게 레드 소드에 포션 하나로.’
미드 라인에 도착한 디지는 프로스트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 재밌는 게임 해봐요.”
피식 웃은 프로스트가 손을 까딱거렸다.
“그럼 미리 재미 좀 볼까요? 서로 손맛이나 맛보죠.”
“오, 좋아요.”
원거리 주제에 손맛을 보자고 기만질 하던 민구와 달리, 프로스트의 다리야바쉬는 거대한 도끼창을 장비한 거구의 전사였다.
제대로 손맛을 느낄 수 있단 뜻.
채챙, 챙! 챙!
총검과 도끼창이 몇 차례 격돌한 뒤, 둘은 다시 거리를 벌렸다.
[HP(덱스): 87%] [HP(다리야바쉬): 88%]“하하, 어이가 없네요. 진짜 잘 싸우시네.”
87%와 88%. 감소한 HP만 두고 보면 동수라고 볼 수 있겠지만.
[불굴의 선봉장(P): 반경 내 존재하는 적 챔피언의 숫자에 비례해서 일시적으로 물리/마법 방어력이 상승합니다.]다리야바쉬의 패시브 스킬은 증가폭이 큰 탓에 록에서도 손꼽히는 사기 스킬이다.
게임 초반부에는 특히 더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내기에, 다리야바쉬에게 탑 패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
“디지 님이랑 평타 싸움은 웬만하면 피해야겠네요. 인정합니다. 무술 실력은 저보다 훨씬 위세요.”
“칭찬 감사합니다.”
디지가 기분 좋게 웃었다.
역시 프로답게 매너가 있구만?
민구인지 맹구인지랑은 급이 다르네.
[미니언이 소환됩니다.]이윽고 라인에 도착한 미니언 웨이브.
총 12마리의 미니언들이 서로의 HP를 깎아내기 시작한다.
디지가 미니언 처치를 위해 총검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일반 스킬: 풍차 돌리기] [다리야바쉬가 5초간 360도로 회전하며 도끼창을 휘둘러 범위 내의 모든 적에게 피해를 가합니다.] [회전 속도는 공격 속도에 비례하며 적중당한 적 챔피언의 숫자와 시간에 비례해서 HP를 회복합니다.]거대한 도끼날이 휘둘러지는 걸 보는 즉시 스킬을 사용했다.
[일반 스킬: 방탄 검막] [덱스가 물리 공격을 막는 검막을 형성해서 시전 시간 동안 모든 물리 피해를 방어합니다.] [스킬 사용이 종료되는 순간 검막 내부에 있는 적이 피해를 입고 상태 이상 ‘기절’에 빠집니다.]한 번의 스킬 교환.
디지가 휘파람을 불었다.
‘확실히 프로는 다르구나. 예리해.’
시스템적으로 대미지를 무시하는 방탄 검막은 분명 풍차 돌리기의 대미지를 씹었다.
하지만, 동시에 디지는 시스템적인 HP 회복이 적용되는 풍차 돌리기 범위 내에 있기도 했다.
‘내가 반응을 못 하면 딜 교환 우위를 가져가는 거고 반응하더라도 본인 HP를 회복시킬 수 있단 계산으로 움직인 거였어.’
“혹시 방금 계산하신 건가요?”
프로스트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기본이죠.”
기본. 기본이라.
디지가 씨익 웃었다.
기사배와 1대1 승부를 벌일 때와 같은 짜릿한 승부욕이 타올랐다.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지 재밌지.’
한 방 먹었으니, 두 방으로 돌려줘 보자.
[레벨 업!]주어진 포인트로 새로운 스킬을 찍은 그는 곧바로 몸을 날렸다.
[일반 스킬: 특수군 로프 기동] [덱스가 챔피언, 미니언, 와드, 구조물에 로프를 걸고 빠르게 이동합니다.]촤르르륵!
프로스트를 향해 날아가며, 빠르게 생각했다.
‘다리야바쉬의 남은 스킬은 진형 파괴랑 마약성 도핑. 어느 쪽을 선택했을까.’
정답은 곧장 알 수 있었다.
풍차 날개처럼 몸을 회전시키는 다리야바쉬의 눈이 붉어져 있었으니까.
[일반 스킬: 마약성 도핑] [다리야바쉬가 HP 10%를 대가로 5초간 가하는 피해량을 30% 증가시킵니다.]이동기 겸 CC기인 진형 파괴 대신 조건부 버프 스킬인 마약성 도핑을 선택한 프로스트.
싸움을 피할 생각이 없단 걸 보여주는 선택이었다.
‘자신이 있다는 거군?’
“이럼 나야 고맙지 뭐.”
후웅! 후웅!
프로스트가 한 바퀴 돌 때마다 거대한 도끼날이 주변의 모든 것을 타격한다.
하지만.
그 대상 중 디지는 없었다.
로프에 의해 풍차 돌리기의 범위 안으로 날아가는 형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읏차!”
허리를 수직으로 꺾어서 도끼날을 피한다.
미니언의 머리를 잡고 몸을 띄워서 높이뛰기 하듯이 창대를 뛰어넘는다.
“이런.”
풍차 돌리기의 HP 회복은 막을 수 없지만.
프로스트의 HP는 이미 100%인 상태.
그리고 풍차 돌리기와마약성 도핑의 지속 시간은 똑같이 5초다.
5초간 모든 공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프로스트가 스킬을 낭비하게 만들 수 있는 것.
그 사실을 깨달은 프로스트가 회전을 멈추고 도끼창을 휘둘렀다.
“마약성 도핑이 총 5초니까, 이제 한 3초쯤 남았죠?”
그런데 이걸 어쩌나.
방탄 검막의 지속 시간이 우연히도 3초네?
프로스트가 입술을 깨물었다.
방탄 검막 스킬은 시전 시간이 끝날 때 반경 내의 적을 기절시킨다.
원래 계획은 바로 방탄 검막을 사용하게 해서 기절로 인한 턴 손해를 풍차 돌리기로 메꿀 생각이었지만.
디지의 곡예에 가까운 회피가 프로스트의 머릿속 구도를 망가뜨려 버렸다.
“당연히 이기는 구도였는데, 이게 내 손해가 되네. 디지 씨, 대단하긴 해요.”
“칭찬 감사합니다. 더 싸우실래요?”
범위형 지속 스킬인 풍차 돌리기로 인해 디지 측 미니언이 모두 죽어서 프로스트 측 미니언이 포탑에 박히고 있는 상황.
하지만 프로스트는 스킬이 없는 상태에서 디지와 싸워서 딜 교환 우위를 점할 자신이 없었다.
때문에 교전으로 인한 HP 손실이 디지가 미니언을 놓치는 손실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프로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다음 전투는 3렙으로 하죠.”
디지가 씨익 웃었다.
“좋아요. 스킬이 전부 있는 쪽이 더 재밌긴 하겠네.”
잠시 후.
[레벨 업!]동시에 3레벨이 되고, 불현듯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들어올 생각은 없는 것 같네.’
본래 두 챔피언의 상성은 다리야바쉬가 먼저 싸움을 걸든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든 유리하지만.
프로스트는 2렙 싸움 때 보여준 곡예를 경계하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프로스트는 먼저 풍차 돌리기를 사용할 수 없어.’
그가 회피 동작을 취할 수 없을 때.
즉 방탄 검막을 썼을 때 받아치는 식으로만 쓸 거다.
그렇다면.
“한 턴 양보해 줄게요!”
[일반 스킬: 특수군 로프 기동]로프가 묶인 대상은 프로스트.
빠르게 도약하는 디지를 보며 프로스트가 눈을 빛냈다.
[일반 스킬: 적진 돌파] [다리야바쉬가 짧은 거리를 돌진합니다.] [충돌한 적에게 물리 피해를 가하고 뒤로 밀쳐냅니다.]정확한 타이밍에 시전된 스킬. 어깨 갑옷 위에 형성된 붉은 홀로그램 방패를 내민 다리야바쉬가 돌진을 시작했다.
이대로면 다리야바쉬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디지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지.’
리얼 모드에서의 특수군 로프 기동은 이동 중에 자세를 바꾸거나 다른 동작을 취할 수 있다.
디지는 총검을 앞으로 내밀고 다리야바쉬를 향해 다이빙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곤.
[일반 스킬: 강화 총검] [덱스의 총검이 강화되어 사거리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 [덱스의 일반 공격이 3회 적중할 때마다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디지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어느 쪽 계산이 맞았을지 한번 비교해 보자고!”
붉은 홀로그램 방패가 생성된 어깨를 내민 다리야바쉬와.
길이가 두 배로 늘어난 총검을 내찌르는 덱스.
격돌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