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77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76화
티어.
게임 승리 시 얻는 랭킹 점수를 기준으로 백분율로 끊어서 분류하는 실력 지표.
록은 티어에 따라 신분이 정해지는 게임이다.
게임 내용으로 말싸움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티어 인증으로 논쟁 결과가 결정되곤 하니까.
브론즈부터 다이아까지의 하계와 마스터부터 챌린저까지의 천상계.
록에서 천상계의 커트라인인 마스터는 여러모로 가지는 의미가 큰 티어였다.
“다이아 2부터 다이아 1까지 헬 구간인 건 알지?”
“알죠.”
마스터 승급에 실패하고 멘탈이 나간 유저들이 많은 구간.
조금만 수틀리면 게임을 던지는 걸로 악명이 높다.
“나 정도면 괜찮은 정글러인 거 알지? 상체, 탑 위주로 운영하면서 게임 끌고 가면 승률이 괜찮게 나올 것 같은데.”
딱빵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딱지 듀오로 컨텐츠 각도 잡고 말이야. 어때?”
솔직히 말해 디지에게는 나쁠 게 없지만, 딱히 좋을 것도 없는 제안이었다.
어차피 그는 혼자서도 엄청난 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컨텐츠적으로도 대장전 우승 이후로 합방 제의가 쏟아지고 있고.’
당장은 응하지 않고 있지만, 합방으로 게임 하면서 대회 썰풀이만 해도 컨텐츠 각이 달달하게 나온다.
비유하자면 한여름 성수기를 맞이한 해수욕장이랄까.
하지만 디지는 곧바로 대답했다.
“그럴까요?”
다딱빵의 간절한 눈빛 때문이었다.
‘저렇게 마스터에 가고 싶어하는 데, 은혜도 입힐 겸 도와주는 것 정도야 뭐.’
마스터 승급까지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스타일이 비슷하니 방송적으로 배우는 게 많은 시간이 될 것이다.
딱빵이 게임 쪽에서는 손꼽히는 대형 스트리머라 시청자 유입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
“승급한 김에 기세 이어서 가는 느낌으로다 바로 돌려볼까요?”
“좋지! 딱지 듀오, 재출발!”
* * *
확실히 다딱빵은 나쁘지 않은 정글러였다.
‘나이가 있어서 피지컬은 좀 떨어진 느낌이지만…… 확실히 뇌지컬이 엄청나군.’
전 세계에서 정점을 찍어본 사람다운 짬밥이 느껴진달까.
[게임 승리!]“또 이겼네. 저희 벌써 7연승 중이죠?”
“응. 승급전 두 판까지 합치면 무려 9연승!”
다이아부터는 승리 시 획득 점수가 파격적으로 줄어들어서 아직도 다1 승급전까진 많이 남았지만.
좋은 성과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으하하하하 봤지, 시청자 놈들아! 이게 나다!”
다딱빵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나라는 정글러를 데리고 진 놈들, 다 너네 탓이야! 라이너 하나만 정상이어도 게임이 이렇게 쉬운데!”
-딱빵 씨의 연승? 이거 너무 낯설어…….
-ㄹㅇ ㅋㅋㅋㅋㅋㅋㅋ
-팩트: 디지는 빵형 없이도 연승 중이었다.
“닥쳐어엇!”
디지는 빵 터지는 소리를 뿜어내는 다딱빵을 보며 웃기기보다는 살짝 감탄을 느꼈다.
일부러 시청자들이 물어뜯을 만한 발언을 하고 시그니처 밈인 빵소리로 이어가다니.
‘확실히 배울 게 많아.’
“디지야, 바로 가자. 잘하면 오늘 안에 승급전까지 찍겠는데?”
-근데, 빵 형. 앞으론 좀 조심해야 할 듯.
-형도 알지? 지금부터는…… ㄹㅇ 지옥인 거.
-게다가 형 연승했다는 소식 듣고 저격러들이 몰려오고 있어.
다딱빵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래, 그러겠지. 하지만! 디지만 있으면! 악질 저격러든 멘탈 나간 트롤러든 하나쯤이야 문제없다! 간다, 마스터!”
그런 다딱빵을 디지는 떨떠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저거 너무 패배 플래그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지 맞지! 우리 킹왕짱 디지만 있으면 트롤 하나쯤이야 아무 문제 없지!
-하나쯤은 말이야!!
[서폿 도구련 때문에 못 하겠네. 어차피 질 거 같으니까 걍 즐겜한다.] [핑계 노노. 원래 서폿은 이렇게 하는 거임.] [미드 개힘든데 우리 정글 뭐 함? 나 안 함.]결국 다딱빵이 폭발했다.
“갱 값을 해야 가지, 갱 값을! 갱 가서 따줘도 바로 솔킬 따이는 XX가 어딜 정글 탓을 해애애애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트롤, 2 트롤도 아니고 무려3 트롤ㅋㅋㅋㅋㅋㅋ.
-5인용 게임에서 과반수 이상이 트롤이면 져야지ㅋㅋㅋㅋㅋㅋ
디지가 다딱빵을 달랬다.
“형. 우리라도 멘탈 잡고 해보죠.”
“디지야. 이번 게임은 진짜 놔줘야 할 것 같다.”
“아뇨. 빵형,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에요. 우리가 이길 각을 보여주면 다른 팀원들도 멘탈을 잡을 거예요. 일단은 해보죠.”
그동안은 5대2로 어떻게든 버텨봐야겠지만.
5대2? 할 만하다.
‘와 비타에서는 수십 대 일의 수적 열세도 겪어봤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가 최후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시련도, 견디고 버티면 마침내 빛을 발하는 법!
[항복 투표를 시작합니다.] [찬성 4표, 반대 1표.]“아?”
[게임 패배]“아…….”
디지는 눈앞의 메시지를 멍하니 쳐다봤다.
록의 항복 투표는 5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부결된다.
듀오 중이니까 다딱빵과 자신만 찬성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게임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다는 계산이었는데…….
“빵형.”
“디지야, 이번 판은 진짜 안 돼…….”
그가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자 다딱빵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다가.
빵소리를 터뜨렸다.
“왜 얘들을 이겨줘야 하냐!!! 난 싫어! 스트레스받으면서까지 비위 맞춰주고 으쌰으쌰 하기 싫다고!! 끄아아아악!!!”
디지는 우선 채팅창을 살폈다.
-딱빵 씨 말이 맞지ㅋㅋㅋㅋㅋㅋ
-불리해도 다 같이 이기려고 고군분투한 게 당연한 건데 포기하는 놈 있으면 할 맘 안 생기지…….
-게임 포기하는 게 권력이라도 되는 것마냥 구는 애들 맞춰주는 거 개 ㅈ같긴 함ㅋㅋㅋㅋ
미카엘과의 일대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승을 이어가던 그다.
전승가도가 깨졌음에도, 그의 채팅창 반응은 생각보다 긍정적이었다.
-지긴 했는데, 3 트롤? 이거 이기면 그게 버그임ㅋㅋㅋㅋ
-그래도 디지는 포탑 철거는 먼저 했으니까…….
-“게임은 져도 탑은 이겼다.” 시전 가능.
-ㅇㅈ. 원래 탑은 포탑 먼저 깨는 사람이 이긴 거임ㅋㅋㅋㅋ
‘믿었던 듀오에게 배신당해서 강제 항복을 맞이한 피해자, 라는 프레임이 씌워져서 그런 거구나.’
사실, 둘이서 으쌰으쌰 고군분투해봤자 승률은 결코 높지 않았을 것이다.
트롤러들의 비위를 맞춰주다가 결국 패배까지 해버렸다면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땠을까.
고구마를 잔뜩 처먹고 뿔난 민심을 달래느라 애를 써야 했을 터.
‘이거까지 계산하고 항복을 찬성한 건가.’
역시 배울 게 많아. 듀오하길 잘했네.
“빵형.”
“응, 디지야. 상의 없이 항복해서 미안하다.”
“괜찮아요. 멘탈 잡고 다음 판 열심히 하면 되죠.”
대신.
강제 항복을 당했으니 뒤끝 정도는 좀 부려도 괜찮겠지?
“다음 판부턴 처음부터 진심 모드로 가야겠네요. 불리하면 형이 항복할 수도 있으니까.”
“어?”
디지는 일부러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포기가 빠른 사람이랑 듀오라니…… 신경 쓸 게 늘었지만. 뭐, 제 선택이니 감수해야죠.”
듀오는 혼자일 때보다 게임 매칭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
그 시간을 수다를 떨며 보내다 보니 딱빵과도 많이 친해진 상태.
그러니 이 정도 놀림 정도는 방송적 재미로 넘어가 주겠지?
아니나 다를까 디지의 의도를 눈치챈 다딱빵이 머리를 박았다.
“미안하다! 이제 항복 안 누를게!”
“아니에요. 전대 레전드의 선택이었는데 무조건 항복하는 게 맞았죠.”
디지가 고개를 슬쩍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근데 정점에 오른 사람이 이렇게 포기가 빠를 줄은 몰랐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기가 빠른 남자, 딱빵!
-터지는 게 빨라서 그런가, 포기도 빨랐네 우리 형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러고 보니 전 랭크 게임에선 첫 패배였네요. 이야, 첫 패배가 강제 항복이라니!”
“미안해! 포기가 빠른 사람이라 미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그러고 보니 디지 말이 맞네.
-디청자입니다만, 우리는 막 쉽게 패배하고 그런 방 아닙니다. 강제 항복이라니 너무하군요.
-빵청자인데요, 우리는 그런 방 안입니다. 그러니 강제 항복도 달게 받아들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담 개웃기넼ㅋㅋㅋㅋㅋ
“괜찮습니다, 형. 게임 하다 보면 지기도 하는 거죠. 저도 빠르게 포기할 걸 그랬어요!”
“디지야…… 아니, 디지 형님! 제가 죄송합니다! 제발 그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디지 결국 형 소리 들었넼ㅋㅋㅋㅋㅋㅋ
-디지랑 딱빵 씨 띠동갑 아니냐?
-12살 연상한테 조곤조곤하게 굴면서도 할 말 다 하는 거 왤케 웃김?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저건 무례하게 정중한 거냐 정중하게 무례한 거냐ㅋㅋㅋㅋㅋ
디지와 다딱빵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이 정도면 진 거 가지고 고구마라고 뭐라 안 하겠죠?’
‘어. 내심 답답했던 사람도 웃겨서 풀렸을 거야. 근데 너 진짜 화난 거 아니지?’
일부러 가타부타 표현을 안 하고, 다음 게임을 시작했다.
“어? 형, 적군 미드 닉네임 좀 보세요.”
“왜…… 와. 쟤 전판 그 자식이네.”
제일 악질이었던 트롤러를 적으로 만났다.
마침 적을 순삭하기 딱 좋은 챔피언인 렝가르를 픽했던 디지가 사납게 입꼬리를 올렸다.
“형, 이번 판 승리는 포기할게요. 운영이고 뭐고 전 저놈만 죽입니다.”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라인에 미안하네. 터지건 말건 나도 미드 갱만 갈 거라.”
[0/3/0]“아이씨, 미쳤나! 왜 미드만 찌르는데! 니네 바텀 터지고 있잖아!”
[0/9/0]“아니, 한타하러 가라고, 탑 새끼야! 니가 왜 이리로 오는데!”
[0/15/0]“형님. 저 미니언 먹는 연습만 하다 끝내겠습니다. 제발 그만 죽이시면 안 될까요?”
“나는 빡빡이다 외치며 만세삼창 해 봐. 그럼 살려줄게.”
“나는 대머리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탈모다!”
“응, 구라였어.”
“야이, X발 새ㄲ……!!”
콰직!
[0/19/0]“아쉽네요. 한 번 더 죽여서 20데스 찍어야 했는데.”
“그러게. 그래도 승패 포기한 게임을 이겼으니까 그걸로 만족하자.”
[게임 승리!]승리를 도외시하고 분풀이만 했는데 한 라인이 파멸적으로 터지자 자연스럽게 적의 본진까지 터져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9데슼ㅋㅋㅋ
-트롤러 참교육 존나 속 시원하다 진짜!
-ㄹㅇㄹㅇㄹㅇ 사이다 100컵 원샷한 거 같아 트림이 존나 나옴. 꺼어어어억!
-요새 스트리머들 지는 거 싫어서 저런 애들 달래고 어르고 가는 거 좀 속상하고 고구마였는데 적으로 만나서 참교육하니까 개좋다ㅠㅠㅠㅠ
-이게 정의다!!! 이게 정의야!!!
그날 방송은 트롤러 참교육 사이다와 함께 끝났다.
다음 날도 디지는 딱빵과 함께 천상계 등반에 몰두했다.
“형, 이번 판은 없죠?”
“연패 중인 애 한 명 있네. 멘탈 케어 잘해줘야겠다.”
[게임 승리!]일주일이 넘는 합방 끝에 어느새 다이아1에 도달했다. 그때부터는 정말 고난의 등반길이 이어졌다.
“디지야, 미안. 내 방송 때문에 저격러들이 너무 많네.”
“방송 보면서 정글 위치를 다 파악하니까 이기기가 진짜 힘드네요.”
[게임 패배]“그래도 열심히 해보죠. 오히려 재밌고 좋네요. 뭐든 너무 쉬우면 시시하잖아요.”
“역시 넌 마인드가 좋다니까. 듀오 그만한다고 해도 할 말 없었는데.”
“형, 마스터는 제가 책임집니다.”
“키야, 버스 기사 너무 든든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더 지났다.
* * *
딱빵과 디지는 어깨동무를 한 채 이어질 순간을 기다렸다.
“오오오, 뜬다. 뜬다!”
잔뜩 흥분한 딱빵의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떠오르는 홀로그램.
[협곡의 영웅이여, 그대는 자격을 증명했다!] [전장의 달인, 수없이 많은 전투의 승리자!]지잉! 지잉! 지잉! 지잉!
웅장한 효과음과 함께 마스터 티어를 의미하는 문양이 조립된다.
[축하합니다! 마스터 티어를 달성했습니다!]“끄아아아아아악!”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오는 빵소리. 다만 이번만큼은 분노가 아닌 기쁨이 담겨 있었다.
“드디어! 돌아왔다! 나는, 마딱빵이다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보며.
【권능, 귀환자의 이정표】
디지는 내면에서부터 솟구치는 부유감에 몸을 맡겼다.
【세상에서 가장 유저 수가 많은 게임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새로이 쌓은 업을 통해 소실한 업을 복구합니다.】
시야가 뒤바뀐다.
오래된 필름 영화처럼 낡고 변색된 풍경.
그러나, 너무나도 그립고 보고 싶었던 광경.
잃어버렸던 기억의 재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