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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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양지 (5)
웨스트 지부장이 겨울에게 기대했던 것은, 유사시 전투지원이 가능한 지휘본부 구성원의 역할이었다. 즉 상황 발생 시 지휘본부에서 통제를 담당하다가, 필요할 때 현장으로 출동할 수도 있는 고급 지휘관으로서 끌어들인 것이다.
기존의 지휘본부 및 성도회 거류구 경비대는 중앙정보국 특수작전그룹(SOG)에서 차출된 인력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이들은 여러 특수부대 출신으로서 온갖 환경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최고의 베테랑들이었으나, 변종을 상대하는 방역전쟁에 한해서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편이었다. 다만 성도회의 감염된 신도들이 완전한 변종은 아니었으므로, 이제까지는 사람을 상대하는 요령만으로도 통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말하자면 겨울은 만일을 대비한 안전장치였다. 명목상의 역할과 별개로, 실제로 주어지는 임무는 별 것 없었다는 뜻이다.
적어도 오늘에 이르기 전까지는.
“대체 무슨 일이죠?”
지휘통제실로 들어선 겨울의 질문에, 경비부장인 그레고리 그림이 캐비닛을 가리켰다.
“우선 현장투입준비부터 갖추시죠. 설명은 그 다음입니다.”
통제실 구성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겨울에게 경례했다. 그들은 안전지대임에도 불구하고 화생방 방호 태세를 갖춘 상태였다. 다만 정화와 여압(與壓)이 유지되는 밀폐공간이기에 방독면을 벗고 있을 뿐. 겨울은 자신 몫의 보호의를 신속하게 착용했다. 신소재를 활용하여 체형에 맞게 제작된 신형 화생방 전투복은, 기존의 제식품에 비해 훨씬 더 가볍고 기민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그만큼 방어력도 강화되었고.
그사이에도 통제실 전면의 분할화면들 속에서는 급박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었다. 여러 요원들이 나누어 감시하는 폐쇄회로 영상이었으므로, 겨울로서도 한 눈에 파악하긴 무리였다. 언뜻 괴물 같은 형상이 스쳐지나가고, 한쪽에선 총격전이 벌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공기오염이 확인되었나요? 신도들에게 무기를 탈취 당했어요?”
겨울의 연속적인 질문에 그림이 머리를 흔들었다.
“아직까지 공기오염은 없습니다. 단지 아직 타겟의 특성이 확실치 않아서 혹시나 하고 대비한 겁니다. 무기 탈취는……일단은 그렇다고 해야겠군요.”
“타겟의 특성? 일단은 그렇다는 건 무슨 말이죠?”
“죄송하지만 나머지는 여기 슈라이버에게 들으십시오. 샌도벌! 3구역 11번 화면을 가운데로! 5팀에게 길목을 틀어막으라고 해! 동선을 보면 타겟의 목표는 교회인 모양이니까! 1팀은 후방을 차단하고! 폐쇄된 공간에서의 교전은 피해! 적이 최후저지선에 도달하면, 그땐 인질의 생사를 무시한다! 잊지 마라! 최우선 보호대상은 어디까지나 사이비 교주야!”
인질이라니? 당혹스러워하는 겨울에게, 통제요원 한 사람이 다가섰다.
“당신이 슈라이버?”
“예. 상황을 전파 드리겠습니다. 이쪽의 화면을 봐주십시오.”
요원은 러기드 노트북을 조작하여 성도회 거류구의 전자지도를 보여주었다. 색으로 상황을 구분하는 식이라, 약 3할 가량이 노란 색과 붉은 색으로 물든 상태. 이 순간에도 깜박거리던 푸른 구획 하나가 노란 색으로 전환된다. 경보기가 작동된 지점은 파문형의 알림으로 표시되었다. 겨울은 이제야 사태의 규모를 감 잡을 수 있었다.
“최초 보안위험이 발생한 장소는 여기, 지도상 5구역에 위치한 예비 실험실입니다. 연구진의 보고로는 잠재적 위험이 낮은 곳이었기에 별도의 병력을 배치하진 않았고, 다만 무인 경비 시스템으로 보호되고 있었죠. 그런데 그곳에 등록되지 않은 표본……관리대상이 있었나 봅니다. 어디선가 튀어나온 그것이 해당 실험실의 보안체계를 무력화시켰습니다.”
“그걸 몰랐다고요?”
슈라이버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연구진이 작정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모르는 표본이 있을 수기 없는데 말입니다. 일단 타겟의 최초 식별영상부터 보시죠. 이게 약 17마이크(분) 전입니다.”
13인치 화면 속에 괴물이 등장했다. 본래 인간이었던 흔적은 있으되, 그 흔적으로 인해 더욱 소름끼치는 모습이었다. 원래의 팔 외에도 서로 다른 길이의 팔이 세 개나 더 있었고, 근육질 가득한 몸은 울룩불룩 불균형하게 꿈틀거렸으며, 헐벗은 몸뚱이에선 늘어진 가슴이 덜렁거렸다. 무게중심이 잘 안 맞는지, 움직임의 모든 축이 비틀려있다. 그래서 더 기괴했고. 화면엔 자꾸만 하얀 가로줄이 그어졌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으아아악!」
연구진 한 사람이 덜미를 붙들린 채 망가진 인형처럼 덜걱거렸다. 발끝만 간신히 땅에 닿아 질질 끌려 다닌다. 버둥거리며 반항하니, 머리카락 긴 괴물이 성질을 내며 두들겨 팼다. 몇 대 때리지 않았는데도 주먹질에 피가 묻어난다. 마스크 째로 뭉개진 인질의 얼굴은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괴물은 금속이 갈리는 듯 한 포효를 내질렀다.
「아파? 아파아? 이게 아프냐고오오!」
그리고 그것은 경련하는 연구원의 머리통을 쥐어 홍채 인식장치에 콱 들이댔다. 맑은 신호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이번엔 비상용 무기보관함을 붙잡는다. 자물쇠가 걸려있었으나 힘으로 잡아 뜯어버렸다. 겨울은 괴물이 무장하는 과정을 곤란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적어도 총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아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난민구역에선 이상할 것도 없지.’
마지막 순간, 기형이 된 신도의 주먹이 벽이 얇은 곳을 뚫고 숨겨진 배선을 헤집는다. 전선이 뜯어지면서 폐쇄회로도 암전되었다.
“잡힌 사람이 누구죠?”
슈라이버가 관자놀이를 누른다.
“캠벨, 엘리야 캠벨 박사입니다.”
“…….”
겨울은 불필요한 말을 꺼내는 대신 종료된 영상의 마지막 몇 초를 되감았다. 스페이스를 철컥거리며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보면, 괴물의 뒤통수, 기다란 머리카락이 중력을 거스르듯 올올이 솟구치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치 정전기를 잔뜩 머금은 것처럼.
‘특수변종?’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본디 사람이었을지라도, 지금은 인간의 지능과 언어능력을 보유한 특수변종이나 마찬가지였다.
“화면상의 노이즈도 그렇고, 벽 너머의 전선 위치를 찾아내는 능력도 그렇고, 사실상 트릭스터에 가까운 특성을 지녔다고 봐야겠는데요?”
슈라이버에게 이렇게 물었을 때, 경비부장 그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머저리들! 폐쇄된 공간에서는 접촉을 회피하라고 했잖아! 명령이 우습게 들리나!”
직후 날카롭고 불쾌한 소음이 통제실을 가득 메운다. 오퍼레이터가 얼른 볼륨을 줄였다. 그림이 노려보는 정면의 스크린엔 귀를 막고 괴로워하며, 빗발치는 사격을 피해 물러나는 전투요원들의 모습이 비쳐졌다. 다른 분할화면으로는 예의 그 괴물이 입을 쩍 벌린 채로 인질을 방패삼아 자동화기를 난사하는 광경이 보였다. 캠벨의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빠악!]
섬광폭음탄의 폭발. 전투요원 한 사람이 집어던진 것이었다. 괴물이 충격을 받고 움찔거렸으나, 정도가 미약했다. 이후의 움직임에선 시각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젠장. 저거 전파시야까지 갖춘 건가? 아까는 방해전파를 내뿜더니……. 트릭스터의 특징은 다 가지고 있군!”
씹어 삼키는 듯한 경비부장의 말에 통제요원 하나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저토록 시끄러운 소리를 질러대니, 어쩌면 반향정위(反響定位, Echolocation)일지도 모릅니다. 음파탐지 말입니다.”
반향정위는 반사된 음파로 주변의 구조와 사물을 파악하는 능력이었다.
“뭐가 됐든 일단 막아! 저 위치! 원격 포탑! 근처의 모든 차단벽을 내리고 제압사격을 퍼부어! 50구경으로 갈겨서 함정으로 밀어 넣으라고!”
“지뢰……캠벨 박사가 다치면 어떡합니까?”
“대전차지뢰와 도약지뢰를 비활성화시키면 되잖아! 산탄지뢰도 꺼버려! 오직 발목지뢰만 쓴다! 그 박사 나부랭이, 무릎이 날아가도 살아만 있으면 되겠지!”
비상사태에 어울리는 극단적인 지휘. 그림의 목소리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벌써 죽거나 다친 부하들이 있었기 때문. 그도 이 사태에 의혹을 품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듯 하다. 캠벨을 수상히 여기는 것이다.
통제요원은 바로 끄덕이고 콘솔을 조작했다. 타자를 두드려 해당 구역의 포탑에 접속하고는 컨트롤러를 수동으로 조작한다. 버튼을 꾹 누르자, 십자선 중심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쾅쾅쾅쾅! 그러나 괴물은 중기관총 세례 앞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아아아아아!」
마치 보라는 듯이, 박사를 전면에 내밀어 마구 흔들어댔다. 대놓고 쏘지 못한다는 걸 알고 한 행동인지, 아니면 무의식적인 반사행동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어쨌든 두려움은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겨울은 그 몸짓이 분노로 가득하다고 느꼈다. 눈이 뒤집힌 짐승의 돌격 같았다.
곧바로 지시를 정정하는 그레고리 그림.
“빈틈을 노려서 실사격을 꽂아!”
“영상에 약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상관없습니까?!”
“내가 책임진다! 쏴!”
이를 악문 요원이 조준점을 빠르게 수정했다. 돌연 그친 사격에 괴물이 전진하는 찰나, 캠벨의 몸이 기울어지는 여백을 단발사격이 관통했다.
「악!」
이 순간의 비명만큼은 사람을 닮았다. 사격을 가한 오퍼레이터가 흠칫 놀랄 정도로.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아-」
살점과 뼛조각이 섞인 피가 튀었다. 몸통이 주먹 하나만큼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내구성이었다. 방금 맞은 중기관총탄은 험비의 장갑판도 관통하는 까닭이다. 궤도가 꺾인 탄자는 바닥에 튕기고도 벽을 꿰뚫었다.
넘어지는 괴물을 본 그레고리 그림이 손끝으로 날카롭게 허공을 그었다.
“Fuck! 지뢰 다 꺼! 지뢰 다 꺼! 신호 자르라고!”
괴물이 아픔으로 꿈틀거리며 바닥을 기기 시작하면서, 캠벨도 몸 전체가 질질 끌리는 꼴이 되었다. 발목지뢰가 내장을 찢어발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뢰지대 A9 비활성화 완료! 2팀, 중보병대가 진입 허가를 요청합니다!”
“무슨 개소리야! 바깥에 대기하라고 해!”
“재확인 요청! 장갑복의 방어력을 믿고 인질을 구출하겠다는 팀장의 보고!”
“불허! 괜한 자극으로 인질을 죽이고 싶나? 이대로 가둬두는 게 최선이야!”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이었으되, 운이 좋지 않았다. 괴물이 배관 정비용 지하 통로로 이어지는 문을 발견하자, 그림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경비부장이라고 해서 내부의 모든 설계를 다 외우고 있는 건 아니었다.
“저 통로를 확인해! 격리수단이 뭐가 있지?”
“소이제 분사장치와 열압력탄입니다!”
“……Fuck! Fuck! Fuck! 제대로 되는 게 없군!”
통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충분한 대비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질극까지는 고려하지 못한 듯 하다. 소이제와 열압력탄은, 괴물과 박사를 함께 태우거나 내장파열로 죽일 작정이 아니라면 쓸 수 없을 안전장치들이었다.
그래도 감시수단은 철저하게 마련되어 있는지, 열 감지 센서가 괴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했다. 크기에 비해 몹시 비좁을 것인데도, 움직이는 속도는 기괴하도록 빨랐다.
“격벽은? 격벽은 없나?”
“배선과 배관이 통과하는 경로라……잠긴 철창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
그림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방호복의 두건이 함께 넘어간다. 총기보관함을 잡아 뜯던 괴력을 감안하면, 자물쇠로 잠긴 철창쯤은 시간벌이에 불과할 터였다.
“일단 내부를 비춰봐! 1번 스크린으로!”
지정된 화면에 핏줄기를 문 괴물이 잡혔다. 제한적인 조명 아래, 그것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휘돌리는 순간, 겨울은 갈라지는 머릿결 사이로 기억에 남아있는 얼굴의 일부를 보았다. 말 그대로 일부였다. 나머지는 근육이 보이도록 짓무르고 썩어있었으므로.
“그림 부장.”
겨울의 부름에 경비부장은 안 좋은 인상으로 돌아보았다.
“바쁩니다! 제가 요청하기 전에는 지휘에 관여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인 호의와 별개로, 그림은 겨울을 전술 조언가로 삼은 웨스트 지부장의 결정이 못내 싫은 사람이었다. 스스로의 능력에 자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이 고개를 저었다.
“지휘권에 간섭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혹시 저쪽으로 스피커를 연결할 수 있습니까?”
“……왜 그런 요청을?”
“아무래도 제가 아는 사람 같아서요.”
“아는 사람? 설마 저 괴물 말입니까?”
“네.”
그림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에도 침묵이 내린다.
“어차피 당장은 제압수단이 없잖습니까. 잘 되면 시간을 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겠죠. 대화를 시도해볼 가치는 있지 않을까요?”
정말 잘 되면 사태를 끝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겨울의 설득에, 오퍼레이터 하나가 손을 들었다.
“가능하긴 합니다.”
“가능하다고?”
경비부장이 돌아보자, 그 요원은 다시 한 번 긍정했다.
“무선이 잘 안 터지는 곳이라, 정비작업시나 기타 상황에서의 비상연락을 위한 유선망이 존재합니다. 거의 모든 경우에 대비한 구역이니까요.”
“오늘 같은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지.”
짜증스럽게 한숨을 쉰 그림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화면 속에서 철창을 붙잡고 힘을 쓰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저런 거랑 대화를 한다고? 라는 중얼거림. 그러나 결국은 승낙하고 만다.
“좋습니다, 중령. 한 번 해보시죠. 손해 볼 건 없으니.”
그가 요원에게 스피커 연결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