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61
EP.461
#2-41 위기, 위기, 위기, 위기, 위기! (4)
“블루, GPS 신호는 어때?”
“모르겠어. 이거 지하까지 볼 수 있긴 한가?”
블루 사파이어는 인터페이스를 이것저것 눌러보며 조작해봤지만, 바라는 대로의 기능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마 있어도 단순히 찾지 못하는 것뿐이다.
이런 거엔 익숙하지 않다.
평소에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늘 보이는 기능만 간신히 쓰는 정도인데, 스마트폰의 몇 배는 될 법한 버튼이며 기능들이 달린 인터페이스를 파악하자니 영 머리가 아프다.
애초에 GPS의 위치도 굉장히 대략적인 느낌이고, 여기까지 왔으면 그냥 발로 뛰면서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더 편할 것 같다.
“일단 어디로든 가볼까? 알파 언니가 여기 있는 건 확실――”
“(블루!)”
“응?”
생각 없이 주변을 둘러보려던 블루의 목덜미를, 에르가 다급하게 잡아끌며 근처의 벽 뒤에 숨었다.
옆으로 힐끔 내민 시야 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구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건….’
척 보기에도 어떤 기계장치처럼 보이는 물건.
사람 하나가 몸을 둥글게 말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법한 새카만 구체는, 무슨 원리인지 지면에서 떠오른 채 아무런 소리도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에르의 스킬인 과 가 없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으리라.
부유하는 구체의 몸체 정면에는 렌즈가 달려있어서, 그 렌즈로 주변 상황을 시야에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칫 잘못하면 이쪽도 들여다보일 것 같았기에, 에르는 혹여나 들킬새라 서둘러 고개를 뒤로 뺐다.
“감시 장비 같은 게 있는데… 어쩌지?”
“음, 이거라도 써볼까?”
그렇게 말하며 블루 사파이어가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에르도 일전 【단애의 성】에서 사용해본 적이 있는 였다.
몸에 걸치면 육안에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 같은 장비에도 비추지 않게 되는 마도구다.
명안이네.
에르도 블루 사파이어와 마찬가지로 에서 투명망토를 구입해, 바로 몸에 걸쳤다.
* * *
“(정말 안 걸리는 거 맞겠지?)”
“(그렇겠지. 저번에 그 성에서 써봤을 때만 해도 문제 없었으니까.)”
두 사람은 몸을 숨기고 있던 고철더미 같은 물건들 사이로 나왔다. 를 몸에 걸쳐 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니 많지는 않았지만, 몇 개 정도 되는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구체가 이곳저곳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맨몸으로 조사하려 들었다간 분명 들키고 말았으리라.
커다란 대로 같은 길을 타박타박 걸어 나아가는데, 문득 둥근 구체의 감시 유닛 중 하나가 이쪽을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구체 유닛의 길의 진로를 가로막지 않기 위해 길가로 떨어져서 서 선 채, 걸음을 멈추고 숨을 죽였다.
스스스스….
가까이 다가오는 구체는, 멀리서 봐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훨씬 큰 느낌이었다.
굳이 몸을 둥글게 말지 않아도 에르나 블루의 작은 체구라면(둘 다 케이나 단애보다 키가 조금 작다) 충분히 쏙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저 정도 크기로 렌즈는 정면에 있는 커다란 것 하나 밖에 없다는 뜻은, 그 안쪽에는 단순한 감시 장비 이상의 어떤 부품이 들어가 있다는 뜻이려나.
무력화 시키기 위한 무자비한 무기라거나….
꿀꺽….
거기까지 상상이 미치자, 블루 사파이어가 무심코 묵직하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그리고 그 소리가 새어나가기라도 한 건지.
별안간 두 사람 사이를 지나치려던 구체가 우뚝 멈춰섰다.
구체의 몸 일부가 벨트처럼 빙글 돌아가며, 정면을 향하던 렌즈가 옆으로 후욱 돌아왔다.
‘히, 히이이이이익?!’
거대한 눈알과 눈동자 같은 렌즈의 끝이 자신을 향하자, 블루 사파이어는 긴장 속에서 바르르르! 몸을 떨었다.
“(블루…!)”
시야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리와 기척은 죽일 수가 없어서, 서로 를 쓴 상태로도 두 사람은 대강 상대방이 어디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기계마저도 그런 걸까.
소리와 기척을 파악하는 걸까.
‘들켰나…!’
에르와 블루는 긴장하면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적어도 경보가 울리기 전에 처치해버려야만 한다. 물론, 기체가 망가지는 것으로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 수도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 침입자가 이 두 사람이라는 정보가 알려지는 것보다는 낫다.
[―――――]기이이이잉….
그러나 마력을 끌어올리며 대비한 것도 잠시.
구체는 금방 흥미를 잃기라도 한 것처럼 다시 렌즈를 정면으로 돌리고 스스스스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두 사람을 알아챈 것 같지는 않았다.
떠나가는 감시 유닛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두 사람은,
“(…블루, 갈까?)”
“(그래… 빨리 가자. 심장에 위험해.)”
“(저기까지만 가면 될 것 같아. 감시 유닛도 안 보이고.)”
“(조심해서….)”
보이지 않을 텐데도 서로 끄덕이며 동의하고는 발걸음을 재촉해 대로를 나아갔다.
다행히 저 앞까지는 감시 유닛이 오지 않는 것 같다. 의 효과도 확실하니, 분명 들키지 않고 침입할 수 있으리라.
다만.
두 마법소녀가 이 인공섬에 날아서 도달했을 때, 특수한 대공감시장비가 이미 두 사람을 포착하고 상세한 신상까지도 조사해 관계자들에게 알렸다는 사실은 두 사람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 * *
섬의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자, 둥둥 떠다니던 감시 유닛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외부의 침입자들만을 경계하는 장비인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더 이상 를 쓸 이유는 없을 것 같아 일단 벗어버렸다.
물론 또 어떤 감시장비가 숨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어쩔 수 없었다.
는 일회용이라 충전된 마력을 다 쓰면 다시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가능한 아껴 쓸 생각이기도 했고, 단순히 쓰고 있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와… 대단해….”
“나 비슷한 거 방송사에서 본 것 같아. 그것보다 더 생생한 규모지만….”
대로는 여러갈래로 나뉘어져 있었고, 각각의 길은 기이한 지형과 구조물로 향하고 있었다.
전부 새파란 강철이나 광물들로 이루어진 섬인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삭막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심겨진 커다란 나무 때문일지도 모르고, 중간중간 보이던 마치 거리의 일부를 재현해낸 듯한 스튜디오 같은 장소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붙잡은 마법소녀들의 활동 시뮬레이션 실험장 중 하나일 뿐이지만, 실상을 모르는 두 사람은 촬영장 같다며 신기한 눈으로 둘러봤다.
그 외에도 SF에서나 볼 법한 요새나 탑 같은 건물들이 간간히 보였다.
다 어디에 사용하는 걸까?
“음… GPS 반응으론 이 건물 같아. 진짜 방향만 간신히 알겠는 정도지만.”
그렇게 무수한 볼거리와 건물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자, 인공섬의 가장 안쪽, 가장 커다란 돔 같은 건물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아무튼 거대한 시설이다.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지?”
“창문 같은 게 있을까?”
“숨어서 들어가도 괜찮을지는 모르겠네… 무슨 함정이 있는지도 모르고.”
두 사람이 직면한 문제.
바로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오기 전에 생각했어야 할 문제였지만, GPS 좌표가 동해 바다 한복판에 찍혀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실상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 뭔가 계획을 짤 수 있을리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돌아갈 수도 없는데….
“에르, 네 으로 뭔가 안 돼?”
“해볼만 하긴 한데.”
에르는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도 도 레벨이 낮거든. 간신히 가끔 쓸모 있는 정도긴 한데….”
“지금 의지할 다른 게 없어.”
“알았어. 그러면 그런 방침으로 가볼까.”
결정 되었다.
에르는 얼굴을 찡그린 채 관자놀이를 꾸욱꾸욱 누르더니.
삐걱거리듯 고개를 옆으로 돌려 어딘가를 바라봤다.
“저기, 저쪽…으로 가면 뭔가 나올지도?”
“가보자!”
“블루, 방송 켜도 될까? 이거 꽤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올지도?”
“그러지 마아….”
블루가 애원하자 에르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 * *
에르가 머리를 꾹꾹 누르면서 앞서서 걸어가고.
블루 사파이어는 마력을 끌어올린 채 언제 어떤 적이 나타나든 요격할 수 있도록 긴장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그렇게 요새 같은 거대한 시설물을 빙 돌 듯이 걸어가다 보니, 기이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같은데?”
에르가 앞서 나아가던 장소에서 집어올린 것은, 묘하게 생긴 작은 상자였다.
상자라고 하기 보다는 큐브일까?
“이게 뭐지?”
“아, 나 이거 알아.”
블루 사파이어가 에르에게서 상자를 받아 손 안에서 굴렸다. 딱 손안에 들어오는 크기다.
희미한 마력이 느껴지는 큐브 같은 상자는, 안쪽에 희미한 입자가 맺힌 채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에서 구입 할 수 있는 마도구야. 비디오레터 같은 거거든. 예전에 한 번 궁금해서 써본 적 있었어.”
“그 말은.”
“마법소녀가 남긴 거야. 알파 언니일지도 몰라!”
블루 사파이어가 흥분해서 외쳤다.
그러나 곧바로 다음 순간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에르의 손에 넘겨주었다.
“혹시, 스킬로 뭔가 잡혀? 열면 위험한 걸지도 모르겠는데.”
“으, 음… 미묘한데. 위험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는 거야?”
“스킬 레벨이 낮아서 그래. 근데… 이 정도로 애매한 반응이라면 열었는데 폭발하거나 하지는 않다는 건데.”
“위험율은 낮다는 뜻…?”
“대충은 그런 느낌. 어때? 열까? 열자.”
에르는 신기한 상자를 손안에서 굴리며 말했다. 그 얼굴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체질상 여러모로 불운을 끌어당기는 운명의 블루 사파이어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래도, 만에 하나를 생각하면….”
“열자! 어떻게 열면 돼?”
“아니, 정말… 에휴. 그러니까 거기 그 버튼을 약하게 마력을 담아서 문지르면――”
마지 못해 대답한 블루 사파이어의 말대로, 에르가 손 안에 든 작은 상자를 조작했다.
딸깍, 하는 소리가 나고 상자가 위에서부터 까지듯이 열렸다.
그리고 개봉된 상자 위, 긴장하며 지켜보는 두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듯 어떤 영상이 재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