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741
EP.740
#2-92 모략과 음모, 마법소녀는 팔렸습니다 (6)
삐빅, 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게 귀를 막은 이 전자식 귀마개를 작동시키는 스위치가 꺼지는 소리임을, 굳이 누가 말로 해주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귀마개 너머로 웅얼거리는 듯한 주변의 소음이 들려온다.
…뭔가, 시끄럽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모양인데….
그렇게 스위치가 꺼진 귀마개를 벗겨지고, 입에 물려진 재갈이 풀어졌다.
다만 목에 건 팻말이나 목줄, 손을 구속하는 수갑은 그대로 둔 채로.
그렇게 마지막으로――안대가 벗겨졌다.
““…………어?””
그건 누구의 입에서 나온 소리일까.
아마,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두 마법소녀가 동시에 내고 만 소리겠지만.
주변이 지나칠 정도로 시끄러워서, 솔직히 말하자면 둘 중 누가 어떤 소리를 내고 어떤 말을 했는지 어차피 알아들을 사람이 없으리라.
『――――――――』
『―――――――』
『―――――――――――――』
주변의 소음이, 시끄럽다.
누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고, 목소리들은 서로서로들 겹치고 만다.
그 모든 소음의 중심에 두 마법소녀가 있다.
굵고 낮거나, 얇고 높거나, 제각각의 목소리들이 자아내는 천박한 농담과 요란스러운 환호성이.
그 모든 환성의 중심에 케이와 단애가 있었다.
“………어??”
“……이건….”
안대가 벗겨져, 간신히 시야를 인식할 수 있게 된 두 명이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본다.
상당히 넓은 홀과도 같은 공간. 어느 정도 동양풍의 느낌이 나는, 혹은 옛 사극의 궁궐과도 같은 느낌의 공간에.
무수한 괴인들이, 척 보기에도 흉악해 보이는 괴인들이 그러한 공간의 양 옆에 선 채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가… 경매…장…?’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리 다른별의 경매장이라지만, 경매장에 참가할 손님을 이런식으로 대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보다, 구조 자체가 경매장이라고 하기에는, 뭔가가….
“어딜 보고 있나.”
“윽…!”
철그럭…!
당황하며 온 몸을 긴장으로 굳히고 있는데, 문득 누군가가 목줄을 잡아끄는 바람에 억지로 의식이 되돌아왔다.
목줄을 잡아당기는 것은 늘씬하고 잔근육이 가득한 괴인들. 덧붙여 바위 같은 질감의 피부를 가지고 있어 외계인이라는 느낌이 확연히 드는 이형의 괴인들.
【교육도시】의 괴인들은 다들 육체를 개조받지 않은 학생들을 배려하듯 모든 교직원들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향락의 도시】의 괴인들도, 도시의 특성에 맞춘 듯 이형(異形)이긴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일반인에게서 막 동떨어졌다는 느낌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가득한 인물들, 특히나 지금 케이와 단애의 목줄을 끄는 그들은 상당히 신선할 정도로 평범함과 동떨어진 형태였다.
아니, 뭐.
그렇다고 해서 겁을 먹는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녀석들… 내 마법소녀 파워면 이놈이고 저놈이고 한방…일테니까…?’
어라… 맞나….
뭔가… 약간… 뭔가… 음…?
어딘지 모르게 걸리는 느낌이 든다. 마법소녀니까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 더해.
그러고 보면 과연 자신이 정말로 그들에게 맞설 수 있는가 하는… 그러한 의문이 동시에 겹쳐진다.
……뭘까. 도대체 뭐가 걸려서… 이런 걸까….
이런 녀석들… 내 마법소녀 파워라면… 분명 아무렇지 않게… 손쉽게… 어….
짝짝!
“자, 조용, 조용. 쉬이이이이이잇~♪”
마력의 요동과 함께 울려퍼지는 가벼운 박수소리. 그와 함께 이어진 여유로운 말투의 목소리에, 넓은 홀이 울릴만큼 왁자지껄 시끄럽던 공간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그 소리의 근원지는 정면에 있는 남자였다.
조금 전 괴인들이 목줄을 잡아끈 것도, 앞을… 그를 똑바로 쳐다보라는 의미로 잡아당긴거겠지.
정면에 선 채, 쓸데없이 호화스러워 보이는 왕좌(王座)에 앉아있는 남자는――
“루…판…?”
낯이 익은, 얼굴을 반절 정도 가리는 가면.
가면으로 가려지지 않은 입매는 익살스럽게 호를 그리고 있으며, 마치 마술사와 같은 연미복 차림에 쓸데없는 모노크롬 톤의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괴인.
그는 언젠가 케이를 몇 번이나 굴복시켰고.
그렇게 해서 몇 날 며칠 그녀를 괴롭힌 뒤 약올리듯이 훌쩍 떠나버리기를 반복하던… 원수와도 같은 괴인.
지금 그 괴인이, 왕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턱을 괸 채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복장도, 그 태도도 그에게는 너무나도 어울리지를 않는다.
적어도, 그 서양의 느낌이 물씬 나는 복장은 이런 동양풍의 궁궐에 어울리는 것이 아니고.
애초에,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 복장도 그렇고… 왕의 자리 같은 그곳에 어울릴만한 녀석이 아니라고.
그런데.
그런데 왜, 그가 이런 곳에….
“웰컴. 환영할게요, 마법소녀들. 케이 님도 단애 님도, 저를 기억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매우 기쁜 마음이 드네요.”
루판은 다리를 바꿔 꼬며, 무척이나 즐겁고 유쾌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두 사람을 환영해주었다.
* * *
빠드득…! 하고.
조금 전 루판의 말과 함께 정적에 잠김 홀 안에서, 세게 이를 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루…파안…!!”
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옆에 서있는 단애.
그녀는 당장에라도 루판에게 달려들기라도 할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고 증오와 분노를 가득 담아 그를 노려보았다.
단애는 일전 【메크라크】와 계약을 맺고 한때 그들의 힘을 빌렸던 적이 있지만.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배신 때문에 그녀 또한 처참한 꼴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배신의 주 요인이 바로 그였음을, 당시 알몸으로 구속되어 있던 그녀에게 루판은 스스로 밝혀 보이고, 그와 함께 그녀가 소지하고 있던 소중한 것――케이의 마력이 담긴 마석을 빼앗아가버렸다.
만약 그때 블루 사파이어와 케이의 도움이 없었다면, 단애는 다른 마법소녀들과 함께 오래 전에 이 별에 무력한 노예가 되어 팔리고 말았을 것이다.
“이야, 기억해주는 건 좋은데,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면 곤란한데요. 너무 무섭잖아요. 이러다 심장병걸리겠어. 그렇죠? 다들, 그렇죠?”
『아하하하하! 그렇댄다!』
『마법소녀님의 눈이 무섭긴 한가부지!』
『우리 대장님 심장병 걸리신댄다! 어떡하냐?!』
루판의 한마디에, 침묵을 유지하던 괴인들이 단숨에 껄껄 웃으면서 저마다 감상을 토한다.
그리고 다시 금방 조용해진다.
…무슨, 이미 대사와 행동이 모두 짜여진 연극을 보는 것만 같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일까.
아직도 케이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 교장의 소개를 받아서 경매장을 찾아왔을 텐데.
그런데 두 사람은 어째서 여기에 있으며.
이곳은 도대체 어디인지.
그리고 이 자리에 어째서 루판이 있는 것인지… 이것도 저것도 알 수가 없어 알쏭달쏭하다.
‘……게다가….’
느긋하게 왕좌에 앉은 루판의 손에는 목줄이 하나 쥐여져 있고.
그 왕좌의 아래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개처럼 엎드려 있었다.
성인과 소녀의 사이에 걸친 듯한 느낌의, 미숙한 분위기가 엿보이는 여성.
그녀의 엉덩이 부근에는 몇 개나 되는 북슬북슬한 꼬리같은 것이 의상 아래로 빠져나와 있었다.
저 여성은 도대체 누구인 걸까. 저 복장도, 이 자리에 있다는 것도 결코 평범한 여성은 아닐 것 같은데.
궁전. 왕좌. 아홉 가닥의 여우 꼬리.
반역. 여왕. 실종.
여러 가지 생각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고,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상이 머릿속에 떠올라 버렸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건 아닌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설마…’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마음에 파고든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아직까지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심장은 종이라도 된 것처럼 데엥데엥 두근두근 시끄럽게 뛰기를 계속하고 있고.
사방에서 전신을 찌르듯이 이쪽을 향하는 괴인들의 시선 때문에 몸은 어쩔 수 없이 긴장해버리고 만다.
땀이 흐른다. 어쩐지 갈증이 나는 것만 같다.
긴장 때문인지 바싹 마를 것만 같은 목을 꼴깍 울리며 침을 삼키고, 케이는 분노에 떠는 단애를 대신해 당장의 의문을 입에 담았다.
“……루판, 왜 네가… 여기 있어?”
“여긴 어디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단비는… 단비는, 어디있지?”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알지 못해 그 질문이 지리멸렬해지고 만 것은 어쩔 수 없다.
몇 번이고 혀를 깨물듯한 실수를 하고, 횡설수설하기를 반복하면서 지금의 의문을 입에 담자.
루판은 여전히 왕좌에 거만하게 앉은 채 그저 끈기있게, 어디까지나 실실 웃으면서 모두 듣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렇군요. 그렇군요. 질문이 좀 많아서 전부 대답해드리려니 정리가 좀 필요하겠네요.”
“차근차근 답해드리겠습니다. 하나하나 알려드리죠, 당신들이 놓인 상황을.”
“그러면 우선, 이 질문부터… 『단비 님은 어디있냐』였죠? 여러분들은 동료 마법소녀를 찾기 위해 이곳에 찾아왔을 테니.”
루판은 굳이 말로 답해주는 일 없이, 조금 전과 같이 가볍게 두어번 짝짝 손뼉을 마주쳐 보였다.
그러자 괴인들로 이루어진 양옆의 벽, 그 한쪽의 괴인들이 길을 터주며 그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케이와 단애의 목줄을 잡고 있는 괴인들과 비슷한 외형의 괴인.
그 손에는 케이와 단애의 것과 같은 종류의 목줄이 쥐여져 있었으며.
그 목줄에 이끌려 따라오는 것은….
“아… 크읏… 끌지…마…!”
두 사람이 이 자리에 찾아온 이유.
이번 경매에 출품된다고 했던 동료 마법소녀.
【물의 도시】에서 잠시 헤어지게 되었던 동료 마법소녀 단비가,
전라의 알몸 상태인 그녀가, 그 목줄에 끌려 엉거주춤하게 발을 내디디며 지금 막 두 사람의 앞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