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0화
* * *
김춘용의 충격적인 무대와 평가 이후로도 경연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편법을 쓴 연습생에게 아예 점수를 주지 않겠다’라고 외친 민시영의 엄포 때문인지 약간은 위축된 분위기였지만, 그중에서도 자기 기량을 뽐낸 연습생은 분명 있었다.
“얼굴만 딱 보고도, 아. 얘는 데뷔하겠다. 이런 생각 들었어요. 여기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까요? 난 없을 거라고 생각해. 아이돌한테 아름다운 건 무기야, 무기.”
‘그’ 문윤하에게서 이런 엄청난 심사평을 받은 명실상부 될 놈.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는 손재하가 되겠습니다!”
AG의 에이스, 손재하라든가.
“랩 가사 전부 자기가 쓴 거죠? 비트도 자기가 짰고? … 이거 물건이네.”
“헤헤, 감사합니다!”
거기에 몇 명을 더 얘기하자면, 들릴 듯 안 들릴 듯한 비트 위에서 싱잉랩으로 나지혁의 이목을 끈 지화성.
“17살? 내 막냇동생이랑 동갑인데. 걔는 지금 집에서 게임 하고 있단 말이죠. 근데 여기 17살은 무대 구성을 연출하네. 역시 그 형에 그 동생이랄까.”
“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아…”
어린 나이에 꽤 괜찮은 무대 구성으로 어필한 장시우.
“춤이, 기본기… 에 충실하네요. 누구, 만큼은 아니지만.”
“谢谢(감사합니다).”
김춘용 이후 처음으로 진다솔의 반응을 이끌어 낸 AG의 중국인 연습생, 류웨이.
그리고….
“응? 영국인이에요?”
인적 사항을 뒤척이다 놀란 나지혁의 반응에, 무대 한가운데에서 기타를 멘 연습생이 소극적으로 제스처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Oh, Yes. I’m, 어. 리버풀에서 왔어요.”
영국 리버풀에서 왔다는 로건 리.
한국 이름 이로건.
둥근 듯 섬세한 이목구비. 그에 반해 어물어물 선량한 미소를 짓는 로건에게서 착한 대형견의 이미지를 받은 나지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가 아는 정보로 로건과 스몰 토크를 시도했다.
“우와. 축구팀 리버풀 있는 그 도시 맞죠? 이로건 연습생도 리버풀 팬? 저 거기 응원가 알거든요.”
순간 로건의 얼굴이 묘하게 굳었다.
“God, No. 저, 저는 그 옆에 있는 애버튼 FC 서포터즌데….”
다른 팀도 아니고 라이벌 팀 팬이냐고 묻다니.
해외 축구를 꽤 열심히 봐 온 나지혁은 그게 영국 훌리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았기 때문에 다급하게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미안, 미안합니다.”
“Um, Wow! 어쨌든, 노래 들려 드릴게요. 제가 만든 노래고, 타이틀은… 아직 없어요. 나중에 여러분이 붙여 주세요.”
나지혁을 살짝 민망하게 만든 후, 유쾌하게 자작곡을 부른 로건은―
“…이게 자작곡이라고요.”
그 깐깐하던 민시영의 칭찬마저 이끌어 낸 다크 호스였다.
펜 끄트머리를 한 번 깨물고 마이크를 손에 쥔 민시영은 다른 때보다 더 밝은 표정이었다.
“믿기지가 않네요. 어디서 누구 명곡을 훔쳐 온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 칭찬이니까 그렇게 슬픈 얼굴 하지 마요.”
“Holy! 아니, 아. 감사합니다.”
“물론, 한국말은 좀 더 연습해야 할 거 같지만… 그래도 정말 잘 봤습니다. 다음에는 춤도 보면 더 좋을 거 같고요. 제 심사평은 여기까지예요.”
“아, 저는 다음에 리버풀 응원가를 듣고 싶….”
“No! Never! 결코요! 장난이 너무해요!”
“…거참, 귀엽네요.”
이후에도 다양한 출연자들이 나왔다.
다른 대형 소속사에서 꽤 오래 연습생 생활을 해 온 성원협, 또 다른 AG 순혈 출신인 안진우, 일본에서 라이브 아이돌로 활동하다가 왔다는 츠바사까지.
그렇게 모든 출연자들의 무대가 끝나고.
드디어 등수 발표의 시간이 왔다.
모든 연습생들이 무대 가운데로 모이고, 그 앞에 선 최가온이 오히려 참가자보다 더 긴장한 얼굴로 큐시트를 읽기 시작했다.
“이제 곧, 여러분의 뒤에 있는 스크린에 등수가 나오게 됩니다. 그 전에, 공정하게 평가를 해 주신 멘토분들의 말씀을 먼저 들어 볼까요?”
한참 이어진 촬영으로 한껏 피곤한 얼굴이 된 민시영은 마이크를 잡고 연습생 하나하나를 눈에 담기 시작했다.
“모두가 준비한 무대 잘 봤습니다. 앞서서 얘기했던 것처럼….”
그리고 김춘용을 보자 그녀의 눈이 세모꼴이 됐다.
“‘공정’하게 평가했고요. 이 점을 명백하게 밝혀 두고 싶네요.”
“하, 하하! 네, 맞습니다. 지금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이신 최고의 멘토분들이신데요. 공정하지 않을 리가요!”
민시영의 말을 빠르게 수습한 최가온이 프롬프터를 보고 주억였다.
“그럼 간단히 이 모든 걸 지켜 보고 계실 스타 슈터분 여러분들과 연습생분들께 [타겟팅 스타>의 ‘점수제’에 대해서 한 번 더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최가온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오늘 각 멘토들이 준 점수를 토대로 다음 경연 구성을 위한 기본 순위가 정해진다.
후에는 방청객 점수와 온라인 투표, 그리고 모종의 ‘미션 점수’의 합이 가장 높은 1위부터 6위까지가 데뷔하게 된다.
“네, 간단한 것 같지만 많은 부분을 고민해야 하는 점수제로군요! 특히, ‘미션 점수’라는 부분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헉헉거리며 설명을 마친 최가온은 자기 이마를 근사하게 한 번 문지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대망의 기본 등수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등수표, 보여 주세요!”
“…흡.”
그 순간, 화면을 본 모든 연습생들의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 * *
첫 스튜디오 촬영이 끝난 직후, 메인 작가 이현정은 연습생들 한 명 한 명 개인 인터뷰실로 불러냈다.
그녀가 꺼낸 첫 질문은.
“이번 등수표를 받아 본 기분이 어떤가요?”
멘토 평가를 받은 후 소감에 대해서였다.
거기에 연습생들의 반응은 18명 모두 달랐다.
“제 기량을 다 못 보여드려서 11위를 받게 된 거 같아요. 제가 원래 이런 식으로 무대 하지 않는데… 더 발전하는 김주안 되겠습니다. 응원해 주세요!”
“음, 13위라는 등수가 사실 그렇게 달갑지는 않지만… 아직은 기본 등수니까요. 더 열심히 해서 올라가고 싶어요.”
정석적인 대답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우, 제가 대학교 다닐 때 별명이 ‘바닥 깔아 주는 형’이었거든요. 그래서 12위 주신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죠. 제일 아래가 아니니까, 재수강은 안 해도 되잖아요. 재수강은 싫어요. 여기서도, 대학에서도요.”
비슷한 등수에도 유쾌하게 대답하는 이가 있고.
“그러니까 음. 7위 좋아요. 딱 센터. 다음에는 더 잘 받을 거 같아요! Dance Practice. 열심히 할 거니까, 지켜봐 주세요.”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먼저 드러내는 답변도 있었다.
“인정할 수 없다.”
“…에?”
“류웨이는 2위이고 나는 18위라니. 근본적으로 나와 류웨이 사이에 차이점은 없다.”
“아, 아아. 그, 그렇게 생각했구나.”
“맞아요. 류웨이, 기다려. 다음의 나는 1위입니다.”
이번에 반주를 아예 준비하지 않은 무대로 최하위를 받게 된 개인 연습생, 가오옌.
‘실력은 없어도 얼굴이 꽤 잘생긴데다가, 특기에 관심 받는 건 전문이라고 적혀 있어서, 어그로용으로 쓰려고 합격시켰더니… 상상 이상이잖아?’
물 건너 홍콩에서 온 가오옌의 패기를 눈앞에서 마주한 현정은, 땀을 뻘뻘 흘리다가 말을 돌렸다.
“…가오옌 연습생의 포부는 잘 들었어요. 그럼 이제 질문을 바꿔볼까 하는데. 대답할 준비 됐나요?”
“나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다.”
“…반주는 준비 안 했, 하여튼. 가오옌 연습생.”
여러 인물이 있었지만.
“이번 첫 무대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습생은 누구였나요?”
“오. 가오옌에게 인상적인 건 역시 가오옌이 제일이지만, 다른 연습생이라면….”
현정의 질문에, 대답은 오래 걸리지 않아 돌아왔다. 그건 가오옌뿐만 아니라 다른 연습생들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재하 형이요.”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인 지화성이 눈살을 팍 찌푸리며 답했다.
너무 대단한 걸 보면 지화성이 짓는 표정이었다.
“형은 원래도 잘하는데, 오늘은 더 잘했어요. 원래 긴장하면 자기 기량을 잘 못 뽐내잖아요? 형은 두 배로 끌어내더라고요. 5년이나 봤는데… 오늘 진짜 깜짝 놀랐어요.”
“역시 AG의 에이스는 달라도 다르다, 인가요?”
“두 번 말할 것도 없죠. 다른 사람들도 다 재하 형 얘기했을 거 같은데. 1위니까… 당연하잖아요?”
화성의 질문에 현정은 편집 각을 느끼고 씨익 웃으며 답했다.
“물론 손재하 연습생도 많이들 얘기했지만….”
“…했지만?”
“더 많이 나온 이름이 있어요. 지화성 연습생도 대충 예상할 것 같은데. 손재하 연습생도 이 이름을 언급했거든요.”
“재하 형이 다른 연습생 이름을요?”
살짝 당황한 지화성은 자기 턱을 잡고 잠깐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형 말고 다른 사람? 다른 사람이 있다고?
대체 누가….
아.
“저는 김춘용… 연습생이 제일 인상 깊었어요.”
손재하는 사르르 녹는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답했다.
“다들 무대 위에서는 긴장을 하잖아요? 저도 엄청 긴장했거든요. 근데 김춘용 연습생은 긴장을 하나도 안 한 것 같더라구요. 저 같으면 마이크 스탠드에 꽂다가 한 번은 넘어졌을 텐데.”
김춘용의 무대에 대해 말하는 손재하의 말에는 주저가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김춘용 연습생이 6위를 받게 되어서 아쉬웠어요.”
“오, 굉장히 과감한 대답인데요. 아쉽다는 뜻은 손재하 연습생과 같이 높은 순위를 받았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어어, 그렇게 얘기하면 제가 멘토님들을 탓하는 것처럼 들리게 되는데요…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그냥, 그 무대가 저한테는 정말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거든요.”
난감한 표정을 한 손재하의 시선이 붉은 불을 깜빡이는 카메라로 향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어쨌든, 다음 무대도 지켜보고 싶어요.”
* * *
“…그리고 이 다음번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무대를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봄날의 용, 춘용! 기억해 주세요.”
“컷! 잘 들었어요. 그, 김춘용 연습생. 그럼 이따가 짐은….”
뿅!
과하게 깜찍한 알림음이 울리고, 메인 작가의 말이 멈췄다. 나는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얼른 작가에게 외쳤다.
“이따가. 작가님. 이따가! 들어도 될까요? 죄송합니다.”
“어, 어? 뭐, 중요한 얘기는 아니었어요. 가 봐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카메라가 꺼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황급히 개인 인터뷰실에서 벗어나 비어 있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곤 칸 안으로 들어가서 쉬지 않고 뿅뿅거리며 울리던 휴대폰에 대고 급하게 메시지를 갈겼다.
엑스와의 대화창이었다.
– 김춘용: 너는 상황과 때를 가릴 줄도 모르냐?
– 김춘용: 인터뷰하는 내내 메시지를 보내면 어떡하는데;;
오매불망 나의 답장만 기다리고 있었는지, 엑스에게서는 3초 만에 답이 돌아왔다.
– X: 보상을 주면 머리 박고 아이고 감사합니다~ 해야지 너 진짜 배은망덕하다 ㅡㅡ
– X: 뭐 어쨌든… 니가 진짜로 계획이 다 있었다는 건 알겠어 ㅎㅎ
– X: 넌 진짜 희한한 계약자야 ;; 좋다는 뜻
– X: 쨋든 알림 확인해 봐 ㅋㅋㅋ 좋은 거 많이 들어왔을걸? ㅋㅋㅋㅋ
“알림을 무음으로 해 둬도 소리로 메시지를 보내니까 내가 이러지….”
나는 엑스의 횡포에 질색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알림창 상단에 뜬 선물 상자와 스크롤 아이콘을 터치했다. 그러자 몇 개의 알림창이 연속해서 휴대폰 화면 가득 떠올랐다.
[도감: 한 분야 대가의 인정초짜 아이돌 연습생이 이름을 날리기 위해 필요한 것. 그건 바로 다른 실력자의 인정입니다. 그 실력자는 당신을 스카웃 하기 위해 이제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서 줄을 끝내주게 타서 훌륭한 아이돌이 되어 봅시다!
수집 보상: [스킬> 댄스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해 (C)] [돌발 미션 성공! [첫 무대의 기억> 도감 오픈!] [도감: 첫 무대의 기억
혹독한 아이돌 서바이벌 첫 무대에서 6위를 받은 당신. 높은 순위를 받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세상 일이란 그리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다음에는 더 노력해서 1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합시다!
수집 보상: [스킬> 6위의 의지 (F)]
“상대방의 기선을, 6위의… 뭐 이런 게 다 있어.”
나는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대강 쑤셔 박았다. 스킬이라는 건 나중에 확인해도 됐으니까.
그리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직 실감도 잘 안 났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 6위 김춘용 >이전 멘토 평가에서 간신히 10위에서 턱걸이했던 내가, 6위가 됐다는 사실이었다.
6위. 6위가 어떤 등수인가? 데뷔권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누군가는 죽도록 원했던 그 등수가 아니겠냔 말이다.
“…후우.”
나는 매스꺼운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입을 틀어막고 여러 번 심호흡해야 했다. 긴장 때문에 과부하가 걸렸던 신체가 나 죽겠다고 소리를 질러 댔다.
거참, 뭐 잘했다고 벌써 긴장이 풀리는지.
아직 끝난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말이다.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고작해야 첫 무대가 끝났을 뿐. 게다가 멘토 평가도 최상위에는 들지도 못하지 않았는가.
“더 잘해야 돼. 더.”
나는 내 스스로를 세뇌하며 다시 방송국 복도로 발을 옮겼다.
앞으로 넘어갈 산이 수십 개는 더 됐다.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