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4)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54화
* * *
내가 안태이의 옆구리를 들쑤셔서 모종의 정보를 알아낸 후에도, ‘캐치미 캐치유’의 촬영은 절찬리에 진행되었다.
“허억, 지금 몇 층이죠? 2층?”
“네. 1층으로 가려면 반대편 계단으로 또 뛰어가야겠네요. 하하… 이렇게 넓은 로케이션은 또 오랜만이네.”
“우와, 저는 여기 몇 번 와 봤어요. 원래, 공포 영화 촬영장으로 자주 쓰는 곳이거든요! 이 문만 열면 중앙 계단도 쓸 수 있어요. 이리로 가면 더 빨리 내려갈 수 있을걸요? …앗, 카메라 안녕.”
“…태이야, 그걸 왜 지금 말해!”
“어어? 당연히 양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편이 더 재밌으니까….”
“흠, 이 길을 아는 사람은 몇 없는 것 같으니까… 중앙 계단 문 뒤에 숨어있다가 덮칠 수 있겠어요. 이걸 반영해서, 동선을 좀 조정하죠.”
달리고, 잠깐 숨 고르고. 새롭게 길을 찾고, 그에 맞게 작전을 수정하고.
“God, 춘용 형! 저희 완장을 뺏어갈 순 없어요! 그건 제 자존심이라고요!”
“그럼 제가 뺏어가는 건 어떨까요? 선배한테 뺏기면 자존심 정도야 그러려니 할 텐데. 아니면… 태이 씨라든가?”
“Hey, 태이 형. No. 잠깐. 다가오지 말라. 우리는 거래할 수 있다. 나와 로건은 메달의 비밀을 알아냈어. 그게 뭐냐면….”
“하하! 제이든. 미안한데, 별로 안 궁금해! 난 그걸 가지고 입씨름하는 게 더 싫거든!”
다른 팀 사람을 붙잡고 완장을 뜯고, 메달을 털고.
“음? 이거, 그냥 여기 끼우면 되는 건가? 뭐 다른 거 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것 같네요. 그냥 끼우세요, 태이 씨. 빨리 처리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죠.”
“아아. 네, 선배님! 하하, 이거 되게 재밌네요! 물론, 남의 완장 뺏는 게 더 재밌지만!”
지정된 장소에 도착해서 메달을 바꿔 끼우고, 동시에 들려오는 제작진의 알림 방송을 듣고.
– “2팀이 1팀의 메달을 교체했습니다! 남은 교체 메달은 6개입니다.”
– “1팀이 2팀의 메달을 교체했습니다! 남은 교체 메달은 5개입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두 번 반복한 우리는, 잠시 우리 1팀에게 지정된 장소에 주저앉아 짧은 대화를 나눴다.
“…저희가 지금 교체한 게 두 개니까, 다른 조원들이 하나씩 교체했나 보네요.”
“흠, 그러게 말이에요. 생각보다 팀워크가 좋은 편인가 본데.”
나 때문에 상대방이 껄끄럽니, 혹은 눈치가 보이니 해도 촬영에 최대한 충실한 걸 보니 역시 우리 멤버들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아니면,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고 퇴근할 생각뿐이든가요, 하하….”
나는 연우 형이 은근슬쩍 ‘설마 네 생각만큼 순수한 이유겠냐’는 식으로 돌려 말한 걸 가볍게 무시하며, 단정한 표정의 안태이에게 말을 걸었다.
“…태이야. 안 힘들어? 너 오늘 되게 많이 뛰던데.”
“아, 춘용아. 응, 별로 안 힘들어. 메달 바꾸고, 완장 뺏고. 간단하고 좋은데? 이런 촬영이라면 일주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진짜 일주일 내내 하면 녹초가 되겠지만, 뭐. 그래. 네가 체력이 좋다는 건 알겠다, 야.”
“…하하! 뭘. 너야말로 운동 좀 더 해야겠다, 춘용아. 네가 춤을 워낙 잘 추길래, 나는 네가 체력도 엄청 좋을 줄 알았어. 근데, 체력은 내가 좀 더 나은 거 같아!”
“…씁.”
녀석의 신이 난 목소리에 나는 가볍게 혀를 내두르고,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고.
자기가 생각한 걸 딱히 필터를 걸쳐 말하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껍데기만 보면, 쓴소리 한 번 듣지 않은 탓에 버릇없이 자란 귀한 집 외동아들 그 자체.
이게 대중들이 바라보는 안태이였다.
[안태이 확실히 곱게 크긴 한 듯? 구김살이 없잖아 애가 ㅋㅋㅋㅋ 독기가 좋네 뭐네 하는데 그래도 저렇게 순수한 애 보면 마음이 좀 좋아짐… 내가 너무 스트레스받고 살아서 그런가?] [⎿애 대가리 꽃밭이라는 걸 뭐 이렇게 포장해서 말하냐 걍 얼굴 보고 좋다고 그래] [⎿근데 뭔 말인지 알 거 같음 요즘 애들이 커리어에 목매는 거 보다 보면 피곤하니까… 걍 좋은 게 좋은 거구나 하면서 사는 애가 차라리 보기 편하다는 거지] [일단 엄마 아빠 좋은 점만 쏙쏙 빼서 태어난 연예인 2세라 개잘생김 그리고 보컬도 춤도 그럭저럭 ㄱㅊ음난 딱 이정도인 애를 원했어 그동안 괜히 혼자 커리어 때문에 ㅈㄴ 고뇌하느라고 피곤해 보이는 아이돌 말고…] [⎿ㅋㅋㅋㅋ 다른 애들은 그거 무대 한 번 서 보겠다고 몇 년을 갖다바치는데 쉽게쉽게 부모님빨로 올라가 놓고 힘드네 뭐네 하는 것도 웃긴 거 아님??
아이돌이 더 멋진 무대를 하려고 고뇌하는 게 멍청한 짓이라고 얘기하고 있네 진심 위즈 팬 수준] [⎿아 가세요 진짜 내가 언제 멍청한 짓이라고 그랫음? 걍 피곤해 보인다고 ㅡㅡ 그리고 내가 태이 좋아하라고 강요했나 난 걍 좋다고 내가 걍 좋다잖아 ㄲㅈ ㄲㅈ]
뭐, 사실 나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티오제로서 안태이를 다시 마주했을 때도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곁에 두고 적당히 매운 말로 때려 주면 애가 적당히 안 덤비겠거니 싶었다.
연우 형한테 팀 멤버로 뽑을 때 부모님 얘기 한 번 슬쩍 꺼내 달라고 한 건, 혹시 시우와 비슷한 케이스인 건 아닐까 싶어서였고.
그러나, 안태이가 극적인 반응을 보인 건 저를 가릴지도 모르는 부모님의 후광을 언급했을 때가 아니었다.
저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싸운다’는 단어를 내가 눈치챘을 때지.
그리고 그 모든 걸 조합하자….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안명욱? 배우 안명욱? 그 사람이 클럽을 왜 와. 부인도 있는 사람이.”
“너 몰랐어? 요즘 안명욱이랑 백영현 부부 사이 별로라는 말이 있던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야, 그 부부 아들이 지금 잘만 활동하고 있는데 무슨 사이가 별로야? 애 앞길 때문에라도 잘 지내는 척하려고 할걸.”
“뭐, 어쨌든 술 돌리고 스트레스 풀러 왔다고 그러니까. 얼굴이나 한 번 보러 가게. 나 진짜 팬이라고.”
“여자 배우도 아니고 무슨 남자 배우를… 니도 참 이상해.”
“니들 전부 무슨 말을 하는, 아… 물은 됐고, 봉투 좀… 웩.”
“…아아악! 렉스야! 이거 나 바지 400만 원짜리라고!”
술에 취했던 탓에. 흐릿하게 기억하는 짧은 대화와 함께….
[배우 안명욱의 밤나들이 상대는 대체 누구? …세기의 사랑과 그 이면] [“협찬 반지 끼기 위해서 잠깐 뺀 거야” 백영현의 해명, 그러나 반지는 이전부터 빼고 있었다? 안명욱♡백영헌 불화설 파헤치기]날 향한 부정적 기사들이 잠깐 자취를 감췄을 때 떠오른, 철 지난 세기의 사랑이 깨지고 있다던 기사들.
“태이 씨? 지금 부모님께서 별거 중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혹시 그에 대해서 말씀하실 건….”
“하하, 별거라니요. 저희 부모님은 여전히 집에서 잘 지내시는걸요. 요즘 억측 기사가 너무 많이 나와서 정말 곤란해요. 저희 부모님의 애정 행각이 더 깊어진다고요.”
“…그렇지만, 안명욱 씨께서 밤에 드라이브를 가셨다는 파파라치가!”
“앗, 그거 저도 봤는데요. 아니, 정말 놀랐지 뭐예요. 거기 뒤에 저 타고 있었어요! 하하, 아빠랑 아들이 밤에 잠깐 놀러 나간 게, 그런 식으로 기사가 뜰 줄이야. 사진 보여드릴까요?”
“…어머, 진짜네?”
…그리고, 그 기사가 나오자 빠르게 해명을 남기던 안태이의 인터뷰까지.
“…….”
작정하고 떠올리려고 하면 이런 것들이 다 떠오른다는 신기함과 더불어, 미묘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버릇없이 자란 귀한 집 외동아들이, 자기 부모님 관련 루머를 인터뷰 한 번으로 빠르게 일축시킨다고?
그런 인터뷰 스킬은 그냥 눈으로 본다고 익혀지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가 기민하게 동향을 살피고, 대처할 방법을 찾고, 연습해야만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음, 이번에는 렉스 씨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이번 미니앨범 안무 관련해서, 혹시 렉스 씨가….”
“…질문 넘기겠습니다.”
“에? 이건 그냥 정말 앨범이 궁금해서 묻는…!”
“다음 분이요.”
늘상 술에 취해서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을 구분도 못 하던 렉쓰레기는 전혀 못 했던 일이라고.
심지어, 나는 오늘 이 촬영을 오기 전에 위즈의 ‘모노크롬’ 쇼케이스 무대를 봤다.
거기서 안태이가 나와 다솔형의 코레오를 어설프게나마 따라 춰서 장내를 웃게 만든 게 아니었다면, 오히려 마가 껴서 쇼케이스장 분위기가 더 끔찍해졌을 게 분명했다.
이 모든 걸 종합했을 때 나오는 하나의 결론.
“그럼 이제 출발할까요! 힘쓰는 거라면 저한테 맡겨 주세요!”
저렇게 신이 나서 말하고 있는 안태이는 바보가 아니며, 생각보다 더 공을 들여서 조져야 할 대상이라는 것.
녀석이 집착하는 ‘싸우면 안 된다’는 맥락이 어디까지 닿아있고, 어떻게 해야 해소되는지 알아내야 한다는 점.
거참….
단순한 척하면서 복잡하기 짝이 없네, 저거!
“어휴….”
나는 연속된 달리기로 인해서 뻐근한 허벅지 근육을 주무르며,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냥, 어?
무슨 일이 있었든 대충 모르는 척하고, 어?
각자 팀에 집중하면 되는 거 아니야?
뭐하러 일을 이렇게까지 귀찮게 만드냐고, 진짜.
…나는 내 티오제가 이번에 신인상을 받게 만들고, 속죄를 이어나갈 생각뿐인데!
“하하… 춘용 씨.”
“…아.”
나는 순간, 내 귀를 파고드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며 두 눈을 끔뻑였다.
내 얼굴 가까이, 자기 얼굴을 들이댄 연우 형이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옷에 달린 자기 마이크를 손으로 한 번 꾹 쥔 연우 형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눈동자 너무 굴리면 티난다니까요, 그러게.”
“…….”
“마이크 잡고 말하는 거, 너무 많이 하지 마요. 오디오 비면 제작진이 의심하니까. 그리고 뭘 고민하든… 곧 해결될 거예요.”
아까 로건과의 대거리로 인해서 흐트러진 내 특수 부대 의상의 어깨 부근을 툭툭 털어 준 연우 형은, 살짝 눈웃음치며 말을 마무리했다.
“…아직 촬영 중이니까.”
그리고, 동시에.
“―당신들은 포위됐다!”
익숙한 목소리가 던진 허접한 악당 대사가, 우리 팀이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지정 장소를 울렸다.
“어? 아니, 우리 팀이잖아?”
“…유찬 형.”
“어어, 춘용아! 뭐야. 여기 2팀 진영이 아니었나? 이런… 나는 우리가 완전 뒤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형… 여기 불빛이 파란색인데, 어떻게 2팀 진영이겠어요.”
나는 유찬 형을 향해 허탈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내 앞에 선 연우 형을 바라봤다.
잘 벼려낸 금속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인 형은, 내게 입을 벙긋거렸다.
‘제게 주겠다던 더 좋은 게 뭔지 기대할게요’라고.
그리곤….
“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까. 이제부터는 다시 같이 다닐까요? 교체해야 할 메달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분량 뽑기에 집중하죠.”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끌었다.
“아, 그럴까요? 그럼 이제 다른 조도 만나면 합류하죠!”
“하하, 좋아요, 유찬 씨. 돌아다니면서 메달 많이 바꾸신 것 같던데. 고생하셨어요.”
“어후, 선배님께서 더 고생하셨죠!”
“…….”
유찬 형과 연우 형이 만담 같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 뒤에 서 있던 사람의 두 눈이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연우 형이 지정하는 것으로 인해서 유찬 형과 내내 미션을 함께 한, 위즈 내에서 가장 오래된 연습생 연차를 자랑하는….
“너희가 본 거잖아. 그게 아니면 어떻게 안무가 이렇게까지 비슷한데?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지랄하지 마! 내가 그럼 일주일 동안 잠도 못 자고 코레오 짠 게, 고작해야 네 거를 베끼려고 그런 거라고? 김춘용, 미쳤냐?”
“말 조심해. 미친 건 너겠지.”
“이게 진짜!”
퀸스에서 나와 정면으로 싸웠던, 한단우 말이다.
뒤에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하는 시한폭탄 안태이와, 앞에는 가급적이면 마주치지 말고 각자 삶을 살길 바랐던 예전 연습생 친구라.
“…에라이.”
연우 형이 마이크 가리고 말하는 걸 적당히 하라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자꾸만 생겨나는 극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욕을 참냐고.
그리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머리통을 굴리든 눈동자를 굴리든.
“…이제 다시 출발합시다. 미션, 이겨야죠? ‘캐치미 캐치유’ 우승 상품은 또 꽤 좋은 거거든요. 신인들한테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이 극적인 상황 속에서 자신이 얻을 즐거움만을 기대 중인 사람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