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22화
한참을 여러 연습생들과 약간의 농담 따먹기를 하며 방송 분량을 채운 최가온은 곧 흠흠, 하고 목을 풀고는 진행을 시작했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가 방금 여러분께 이번 2차 경연의 주제는 5대5와 4대4 커버 미션이다라고 알려 드렸는데요. 지금 머리에 딱! 그런 생각이 떠오르시죠?”
그러자 최가온과 이제 꽤 안면을 튼 지화성이 발랄한 목소리로 외쳤다.
“팀은 어떻게 짜요?”
“바로 그거예요!”
제작진에게서 오케이 사인을 받은 최가온은 곧 자기 주머니 안에서 동그란 캡슐을 세 개 꺼내 들었다.
“자, 방유찬 연습생, 그리고 가오옌 연습생. 그리고 성원협 연습생까지 세 분! 앞으로 나와주시겠어요?”
일말의 설명 없이 앞으로 나가게 된 세 명의 연습생들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 눈에 선명하게 적힌 ‘우리가 왜?’를 읽은 최가온이 푸흐흐 웃으며 그들에게로 캡슐을 내밀었다.
“그렇게 의심스러운 눈으로 볼 것 없어요. 여러분들에게만 지급되는 좋은 거니까요. 제 손에 있는 캡슐을 하나씩 골라 주세요.”
‘좋은 거’라는 말에 가오옌이 두 눈을 빛냈다.
“좋은 거면 가오옌이 먼저 가져가겠다.”
“어, 어? 그럼 나도 빨리!”
“하하, 천천히들 가져가세요! 저 어디 도망 안 가요!”
세 명이 서로 미묘하게 어깨 싸움하며 캡슐을 쟁취한 후에야 최가온은 그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세 분이 지금 13위, 14위, 그리고 15위를 달리고 계시죠? 그래서 공정한 진행을 위해 추첨을 해야 했습니다. 캡슐을 열어 봐 주시겠어요?”
뽀각―
“안에 들어 있는 쪽지 안에 뭐라고 쓰여 있나요?”
“…‘단백질 팡팡 황제 에너지 초코바 10개’? 이게 뭐다?”
“음, 저는 ‘내 마음을 채우는 하트 만땅 사랑의 로맨스 서적 10권’이요.”
“이야, 두 분은 저희 협찬사에서 보내 주신 선물에 당첨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다들 두 사람을 향해 열렬한 박수!”
‘꽝이라는 소리잖아!’
짝, 짝, 짝….
졸지에 PPL의 일부분이 된 가오옌과 방유찬은 상품을 팔에 한가득 안으며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다른 연습생들의 방송용 박수를 받았다.
“어어, 그러니까 저는….”
그리고 그 옆에서 얼떨떨한 얼굴로 서 있던 성원협은 제작진의 지시에 따라 손에 들고 있는 쪽지를 카메라 방향으로 들어 보였다.
[경찰 당첨!]최가온은 씨익 웃으며 외쳤다.
“이미 성원협 연습생 손에 들려 있는 쪽지로 눈치챈 분들도 계시겠네요. 맞아요. 이번에 저희가 팀을 정하기 위해 할 게임은 바로― 경찰과 도둑입니다!”
경찰과 도둑.
“우와아….”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유년을 보낸 연습생들은 순식간에 추억에 잠긴 얼굴이 되었다.
‘진짜 죽어라 뛰어다녔지….’
운동장에서, 교실에서. 놀이터에서, 더 나아가서는 동네에서 즐기던 어린 시절의 피 튀기는 추격전.
“Wut? cops and thieves?”
“경찰과 도둑이 뭐다? 가오옌은 그런 거 모른다.”
그러나 이게 정확히 어떤 게임인지 이해하지 못한 타문화권의 연습생들을 위해, 최가온이 설명을 이어 갔다.
“경찰과 도둑은 일종의 술래잡기라고 보면 돼요. 대신 도둑이 어느 한 공간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잡히기 전까지는 계속 움직이면서 경찰을 피할 수 있죠!”
최가온은 이번에 자기 주머니에서 네 가지 색깔의 수갑 스티커를 꺼내 들었다. 겉으로 작아 보이는 주머니인데, 생각보다 뭐가 많이 들어가는 듯했다.
“이전에는 상위 등수의 세 분이 팀원을 뽑는 베네핏을 얻어 갔잖아요? 이번에는 거꾸로 등수가 낮은 분들께 그 기회가 돌아갑니다!”
“―!”
순간 연습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러니까, 저 말은….
“아차, 좀 더 차이가 있겠네요. 뽑는 게 아니라, 자기 팀원을 잡는다… 라고 봐야겠죠?”
그러니까, 다른 낮은 등수 세 명과 지금 당첨된 성원협이 팀장이 되어서 하이에나처럼 자신들의 팀원을 구한다는 뜻이었다.
게임 결과에 따라서는 한 팀에 1위, 2위, 3위가 전부 들어갈 수도 있었다.
‘낮은 등수’라는 단어 때문에 위축되어 있던 연습생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거라면….
한참 뒤처진 자신들도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가 있다!
“아, 이게 또 다른 도둑분들에게는 도망칠 의욕이 적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 마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팀별로 가장 마지막에 잡히신 분들께 또 다른 베네핏이 주어집니다. 게임에 전력으로 임해야겠네요!”
곧 최가온의 옆으로 성원협을 포함한 4명의 최하위 연습생들이 일렬로 서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앉아 있는 연습생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그런 열기를 바로 옆에서 마주한 최가온은 입으로 휘파람을 휘익, 불어 댔다.
“그럼 시작하기 전에, 우리 경찰분들께 어울리는 소품을 지급함과 동시에 경찰로서의 각오를 한마디씩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료타 연습생?”
제작진에게서 경찰 모자를 전달받은 료타는 그걸 머리에 꽉 눌러쓰며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케이도로(ケイドロ: 일본어로 경찰과 도둑)의 신이었어요. 클래스를 보여 줍니다.”
“신이었답니다! 그럼, 다음으로 한상우 연습생?”
“…전에는 선택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제 손으로 쟁취하겠습니다.”
“역시 각오가 달라도 달라요! 성원협 연습생과 이채혁 연습생도 말씀해 주시겠어요?”
“모든 높은 등수들이 제 팀에 오게 될 겁니다.”
“저 100m 달리기 10초대입니다.”
“아니, 100m 10초대의 육상 인재가 아이돌을 지망하다뇨?”
자기가 말해 놓고도 이건 좀 그런가, 한 얼굴이었던 이채혁이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흠, 그럴 수 있죠. 육상 아이돌. 나중에 운동 예능에 나가면 발군이겠는걸요? 기대할게요, 이채혁 연습생.”
“네, 네!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그리고 그걸 신난 얼굴로 바라보던 최가온이 제작진들의 싸인에 고개를 끄덕이며 전광판을 향해 팔을 펼쳤다.
그러자, 대강당의 전광판에 빨간색 글씨로 ‘30초’가 쓰인 초시계가 등장했다.
“저 타이머가 작동되고부터 30초! 30초 동안 도둑분들은 먼저 도망가시면 되겠습니다. 도둑 여러분, 잊지 마세요. 도망칠 장소는 1층으로 제한되고, 팀별로 가장 마지막에 잡히시는 4분께는 또 다른 베네핏이 주어집니다. 그럼―.”
시작!
최가온의 우렁찬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모든 도둑 연습생들이 전속력으로 강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 * *
대강당 밖으로 튀어나온 나는 빠르게 ‘Aiming’을 연습했던 연습실 안 행거 뒤로 몸을 숨겼다.
“허어어억….”
벌써 두 번째로 겪는 2차 경연 게임이었지만,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긴장감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경찰과 도둑이라니.
어릴 적 즐겼던 게임을 사용함으로 추억도 불러일으키고, 경찰이 된 낮은 등수의 연습생들과 도둑이 된 연습생들에게도 목적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선택.
제작진이 쓸데없이 머리를 잘 썼지.
“거기 서어어어어!”
“왜! 왜! 왜 나만 쫓아와요! 싫어어어!”
아니, 방송 분량이 뽑힐 테니 쓸데없는 건 아니려나.
저 밖의 복도에서 지화성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대강당의 고정문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더니, 결국 저렇게 됐군.
왜 너만 쫓아오냐니. 몰라서 묻냐?
일단 경찰들은 우선적으로 높은 등수의, 그러니까 1위에서 3위까지의 연습생들을 노릴 게 뻔했다. 그쪽을 노려야 자신들에게 이득일 테니까.
지금 5위인 나는 그 차순위이니 일단은 지켜봐야겠지만….
콰앙!
“흡.”
나는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온 인영에 숨을 콱 참으며 몸을 움츠렸다.
…경찰? 아니면 또 다른 도둑?
그 정체불명의 사람은 곧 내가 숨어 있는 행거 옆으로 몸을 옮기며 쑥 들어왔다.
그 상대가 누군지 두 눈으로 확인한 나는 입을 떡 벌리며 덜떨어진 소리를 냈다.
“아?”
“어, 어? 그러니까….”
– 어디 있어! 2위! 3위! 다 어디 갔냐고오오오오! 당장 튀어나와!
‘쉿, 쉿, 조용히!’
바깥을 지나가는 경찰, 원협이 형의 고함에 나는 상대방의 입을 틀어막으며 황급히 입모양으로 말했다. 그러자 상대도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이며 입을 꾹 다물었다.
– 반드시 잡는다… 다 내 감옥에 넣을 거야… 나만의 드림팀… 나의 순위 상승!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아까 지급해 준 경찰 모자와 수갑이 그려진 스티커가 애들을 아주 진짜 경찰로 만들어 놨다.
어슬렁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나는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 내며 고개를 꾸벅거렸다.
“그, 죄송해요. 밖에서 소리가 너무 커서….”
“아, 아니에요. 그럴 수 있죠.”
“…….”
작은 목소리의 대화가 끊기고, 정적이 찾아왔다.
뒷목을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가 숨어 있는 곳으로 불쑥 찾아온 사람.
그건 다름 아닌―
나의 리더 형, 재하 형이었다.
…젠장.
살랑거리는 검은 머리를 보니 마음이 더 안 좋았다. 뭐, 이전의 악성 멤버 시절의 과오 때문도 있지만, 뭣보다도….
“손재하 연습생의 기본 등수는 현재 3위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모든 걸 알고 있는 내가 돌아오는 걸로 저 형 무대랑 순위가 좀 꼬이게 되어서.
MVP를 자기가 받은 걸로 불만을 갖고있는 지화성에게 굳이 재하 형을 언급하며 가 보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뭐, 나는 MVP고 뭐고가 당장 중요한 게 아니었고, 아무 관계도 없는 내가 재하 형에게 가서 위로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돌아온 뒤로 그나마 말을 걸 수 있었던 지화성이나 유찬 형과는 다르게, 재하 형은 어려웠다.
잘생겼고, 착하고, 생각 많고, 책임감 있는 형이지만. 뭐랄까.
7년 가까이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게….
“…….”
재하 형이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마주치게 될 줄 알았으면 뭐라고 할 말이라고 정해 둘 걸 그랬는데, 이걸 어쩐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냥 이렇게 있으면 안 되는데. 행거 바로 옆에 카메라가 있는데!
근데, 나 때문에 괜히 순위가 밀려나게 된 (구) 리더 형에게는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하지?
미치겠다, 난 이런 건 상상 안 해 봤다고.
계속해서 내가 입만 뻐끔거리고 있자, 작게 미소 지은 재하 형이 부드러운 어투로 작게 말을 걸어왔다.
“고마워.”
“…예?”
“네가 화성이한테 말해서 나 위로해 주라고 했다 들었거든.”
의외의 말이었다.
지화성 같으면 그냥 가서 ‘형이 뭐하러 이렇게 주눅 들어 있어요! 길 바깥에 널브러져 앉아 있어도 데뷔할 사람이!’ 같은 말이나 할 줄 알았는데.
내 이름을 언급하다니, 생각 이상으로 내가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냥,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싶었어. 나랑 아직 얘기도 안 해 봤으면서, 챙겨 줄 생각도 하고. 신기하다.”
“그건….”
이전에는 얘기를 많이 했으니까요.
혼나기도 혼나고, 외면도 당해 보고.
“…….”
그러나 나는 나만 아는 얘기를 꺼내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드니, 그냥 입을 꾹 다무는 걸 선택했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여기 있지요?”
아니, 이걸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잡으러 온 경찰이 연습실 문을 열고 처들어왔다.
“순순히 나오도록 해요. 그냥 같이 팀이 되는 것일 뿐이에요. 나의 팀이 되도록 하세요!”
서서히 가까워지는 발걸음에, 나는 재하 형과 눈을 마주치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제가 왼쪽으로 갈게요. 오른쪽으로 가요.’
재하 형도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과 도둑이 뭐라고. 팀 정하기 게임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냐마는….
“나와라, 도둑!”
저렇게까지 하는데, 우리도 진심으로 집중해야지.
그리고 최종 4인 베네핏도 꽤 좋은 거라고.
나는 재하 형과 손가락으로 셋을 헤아렸다.
하나.
둘.
“―셋!”
“거기인가요! 아니, 둘이라니!?”
우리 둘 다 재빠르게 행거를 퍽 쓰러트리며 양쪽으로 밀고 나갔다.
한 명인 줄 알고 팔을 쫙 벌리고 기다리던 경찰은 갑자기 튀어나온 두 장신의 남자에 당황하는가 싶더니, 발이 꼬여 뒤늦게 문으로 향한 나를 공략했다.
“어딜!”
내 등짝에 철썩, 하면서 스티커가 붙는 게 느껴졌다.
아니, 붙이는 게 아니라 그냥 팼다!
“푸흑!”
나도 모르게 추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자, 인정사정없이 나를 후려친 상대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말했다.
“춘용 아니키. 잘도 이런 곳에 숨어 있었군요. 경찰에게는 자비가 없어요.”
나는 얼얼한 등을 문지르려 애쓰며, 만족스러운 박수를 짝, 짝 치고 있는 상대에게 소리를 뻑 내질렀다.
“…료타, 너 경찰 아니고 아이돌 연습생이야! 정신 차려!”
“아뇨. 지금의 나는 경찰이에요. 도둑을 잡아야 하는 소명이 있어요. 나만의 감옥을 꾸려야 하거든요!”
“지금 나 하나 잡았다고 좋아할 때야? 다른 팀원은!”
“하하, 춘용 아니키. 제가 말했잖아요. 저는 케이도로의 신이라고요! 벌써 둘을 잡았어요. 이제 한 명만 더 잡으면―.”
료타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날리는 순간, 연습실에 달려 있던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 “경찰분들이 모든 도둑을 잡았습니다! 연습생들은 다시 대강당으로 모여 주세요.”
방송이 나오자 료타는 눈에 띄게 당황한 눈치였다. 료타의 손에 들린 마지막 스티커가 팔랑거렸다.
“아, 아니? 스티커가 네 개였는데요? 그럼 당연히 네 명을 잡는 게 아닌가요?”
나는 혀를 쯧쯧 차며 료타에게 외쳤다.
“바보야. 네 명은 최대 인원인 거고, 먼저 누가 먼저 네 명을 잡으면 너는 셋만 잡게 되는 거지!”
“바보라니, 너무해요! 춘용 아니키,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어휴… 일단 강당으로 가자. 료타, 너 대체 누구누구를 잡은 거야?”
내 단호한 질문에 료타는 그제야 아이돌 연습생의 자아를 되찾은 건지, 다시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그게, 그게요오.”
웅얼거리듯 말하는 료타의 멤버 나열에 나는 머리가 아파지는 걸 느꼈다.
…어째 쉽게 쉽게 가진 못할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