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7)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57화
그렇게 김춘용에게 매우 중요했던 휴가가 끝난 후, 연습생 통조림 시설로의 복귀 날.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도는 그곳에, 모든 창문을 완벽하게 썬팅한 한 세단이 인근 도로로 들어섰다.
“다 왔네요. 여기서 내리시면 됩니다.”
그 안에는 AG 엔터 신기호 이사의 손과 발로 일하고 있는 비서와.
“아아, 더 바깥에서 내려 주셔도 됐는데요. 지금 너무 빨리 와서, 아휴. 카메라도 설치 안 됐겠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뻔뻔하게 말하는 연습생, 김주안이 타고 있었다.
“바깥쪽에는 횡단보도가 따로 없어서, 길 건너기 위험할 거 같더라고요. 저희 소속 연습생 보호는 항상 1순위니까요. 일찍 들어가셔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시죠.”
“아… 네에엥. 안녕히 가세요!”
탁─
그렇게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김주안의 그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에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구 떠올랐다.
“와, 씨발. 지하철역까지만 데려다 달라니까, 진짜 여기까지 태워 주고 있잖아? 아, 소름 돋아!”
작은 설치류 같은 그의 머리통에서는 빠르게 어젯밤 자기 삼촌과 나눴던 대화가 스쳐 지나가는 중이었다.
“…주안이, 너를 보자고 했다고?”
“어. 이사님이랑 직접 보는 건 아니고, 비서분이랑? 삼촌이 더 잘 알 거라고 그랬는데, 그래도 나랑 얘기할 게 있다고 그러더라고.”
“이런….”
당시에 이마를 짚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삼촌은, 이내 김주안에게 짧고 강하게 말을 꺼냈다.
뭔지 알아도 모른다고 해라.
무슨 말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해라.
잘 모르면,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라!
“삼촌, 제발 알아듣게 좀 말하면 안 돼? 삼촌 아는 것만 말하지 말라고. 왜 변하질 않아. 그래서 삼촌이 만년 실장….”
“쉿, 쉿! 그러니까 주안아, 사내 정치에는 끼어드는 게 아니란 거야!”
“…응? 사내 정치?”
“요 며칠 우리 쪽에 그렇게 전화를 때려 박아 놓고도 너를 부르는 거면 뻔하지. 주안이 네가 춘용이랑 같이 연습했으니까 그런 거야.”
“아니, 갑자기 김춘용이 왜 나와!”
신 이사가 철저하게 계획했으나 완전히 뒤틀린 로건의 하차, 어른들의 알력 싸움, 그리고 그 중간에서 태풍의 눈으로 자리한 김춘용.
이 모든 걸 모르는 연습생인 김주안에게는 삼촌이 하는 말이 모두 황당무계할 뿐이었다.
‘뭔 소린지는 잘 몰라도, 일단 알겠다고는 했지만… 진짜로 김춘용 얘기일 줄이야.’
덕분에 김주안은 아직도 신 이사의 비서와 대면한 순간이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어떤 게 궁금하신 건데요?”
“네. 김춘용 연습생이 퀸스에 있을 때는 어떤 연습생들과 친했는지, 주로 선호하는 연습 스타일은 어땠는지. 혹은 가족 관계라든가요. 그 어떤 사소한 거라도 괜찮아요.”
“으음, 이런 거면 직접 물어보셔도 되는 거 아닌지….”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을 때 객관성이 생기는 정보도 있으니까요.”
“어….”
“게다가, 김주안 연습생은 그걸 잘 정리해 줄 거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비서에게서는 확신이 묻어났다.
마치, 김주안이 이미 김춘용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다 전달받은 것처럼 말이다.
‘그냥 김춘용 뒤 구린 거 있으면 좀 말해 보라는 거였으면서. 나는 그런 말 하는 얼굴만 봐도 원하는 게 뭔지 각이 보인단 말이야.’
비서와의 대화를 짧게 떠올린 김주안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침음했다.
“참나….”
갑자기 회사에서 김춘용을 건드리려는 까닭은 몰라도, 김주안의 입장에서는 김춘용을 완전히 보낼 수 있다면야 반갑기 그지없었다.
악연으로 똘똘 뭉친, 자기가 싫어하는 녀석을 손을 직접 더럽히지 않고 보낼 수 있다는데 그 누가 거절하겠는가.
그러나, 김주안의 머리에는 그의 삼촌이 단단히 주지시켜 놓은 말들이 있었다.
“으음,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둘이 연습을 거의 3년 가까이 같이했다고 들었는데요.”
“아 그게에… 별로 안 친했거든요! 걔 얼굴 좀 보세요. 너무 험악하지 않나요? 어우, 제가 생긴 것처럼 무서운 걸 좀 싫어하거든요.”
“…크흠. 그럼 혹시, 김춘용 연습생과 같이 연습한 다른 연습생도─.”
“저는 정말 아는 게 없어요. 같이 연습한 다른 연습생? 있기야 해요. 근데 다 관뒀어요. 아시잖아요. 그런 애들 널린 거.”
“…그렇죠.”
“그런 애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다 기억하겠어요? 데뷔한 애들이면 모를까.”
“전혀 아시는 게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지금.”
“네에, 그렇죠. 더 말씀드릴 것도 없네요. 이제 가 봐도 될까요? 여기서 바로 지하철 타고 복귀할 거라서.”
“…좀 더 대화를 나누면, 혹시 아는 게 떠오를지도 모르니까요. 제가 태워 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내내 존나 사람 찔러 보기는. 몸은 불편해도 지하철 타는 게 100배는 나았겠다.”
김주안은 혀를 쯧쯧 차며 캐리어를 질질 끌고 연습생 통조림 시설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김주안은 이기적이며 한 치 앞만 보다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배우지 않는 사람인 것도 아니었다.
‘…지금 당장 김춘용한테 난리 친다고 좋은 일이 생길 리 없어.’
김춘용의 경고를 무시하고 가볍게 입을 놀리다가 손재하라는 끈을 완전 놓쳐 버렸을 때, 그도 분명 느낀 바가 있었다.
‘개같이 굴려면, 그에 맞는 자리에 오른 다음에 굴어야 해. 지금 같은 연습생일 때가 아니라. 김춘용 X되게 하는 것도 그때 할 수 있다고.’
완전히 긍정적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말이다.
그렇게 김주안이 스스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겠다 다짐하며 연습생 통조림 시설 입구에 발을 걸친 그때,
“…어?”
김주안은 비상구 계단으로 천천히 향하는 상대의 뒤꽁무니를 발견하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넓은 어깨, 기다란 다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잠깐 보였던 날카로운 눈매까지.
“저 새끼… 왜 이렇게 빨리 왔지?”
김주안이 연습생 통조림 시설로 오는 30분 내내 대화의 주제였던 김춘용이, 어디론가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 * *
나는 여기 비상구 쪽을 한참 보다가 투덜거리며 숙소 방향의 계단을 올라가는 김주안의 뒷모습을 잠시간 바라봤다.
통조림 시설로 복귀한 후, 우연히 김주안이 돌아오는 모습을 발견해서 뒤를 밟아 본 결과.
예상 범위에 있었던 사실을 하나 더 확실히 할 수 있었다.
아까 김주안이 타고 내린 세단은 내가 지난 삶에서도 본 적이 있던 신 이사님의 세단이었다는 점.
그건 ‘AG에서 퀸스 측에다 내 이야기를 물어보고 있다’는 재하 형의 말에 신빙성을 얹어 주는 정보이기도 했다.
그래. 같이 연습을 한 연습생에게 물어보면 뭔가 나오지 않겠나 싶기도 하겠지.
그러나, 김주안이 신 이사님께 불려 간다고 해서 딱히 달라질 일은 없었다.
애초에 파낼 게 아무것도 없을 테니.
‘이 인상 때문에 오해 받은 게 너무 많아서 그렇지, 나는 학교, 연습실, 집만 반복한 성실한 연습생이었다고.’
김주안이 단지 나를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는 나를 하차시킬 정도의 이슈를 만들 수는 없었다.
대중들은 객관성이 뒷받침된 감정적 사건에 더 집중하니까.
“…씁.”
당시에 AG에서 절대 아니라고 기사를 내주긴 했지만, 지금 이렇게 의심하는 걸 보면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얼굴만 보고 뭐 있을 거라고 의심하는 게, 아주 안 좋은 태도라는 걸 좀 다들 알아야 할 텐데.
어? 알아야 한다고.
“그래서, 춘용? 왜 따로 보자고 한 거야? 나, 너 때문에 일찍 온 건데.”
“아, 미안. 기다렸지.”
나는 황급히 내 앞에 서서 나를 난감하게 바라보는 연습생을 향해 미소를 띠며 말을 골랐다.
당장 김주안과 세단은 세단이고, 휴가 내내 엑스와 함께 머리를 짜내서 떠올린 계획을 실행시키는 게 더 급했으니까.
일단,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서…
“휴가는 잘 보냈어, 리밍쉔? 류웨이랑 같이 보낸 거 같던데.”
안부 인사부터.
“휴가 말이지. 어….”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린 리밍쉔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뜻하는 바는 명백했다.
…좋은 휴가는 아니었다는 거.
“大家好(안녕하세요), 저는 리밍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류웨이, 가오옌과 같은 [타겟팅 스타>의 중화권 글로벌 연습생, 리밍쉔.
류웨이와 같이 AG 글로벌 오디션을 합격한 연습생이라고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둘은 조금 더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같은 지역의 같은 예술 고등학교, 더 나아가서는 같은 희극 학원까지.
그렇지만 그렇게 사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라.
‘역시. 전에도, 지금도. 류웨이가 아주 리밍쉔을 잡다 못해서 윽박지르고 있어. 리밍쉔은 탐탁지 않으면서도 뭐라고 말을 못하고 있고.’
내가 류웨이를 잡을 방법이 있긴 하지만 까다롭다, 라고 한 이유는 여럿 있었다.
이렇게, 나와 교점이 거의 없는 리밍쉔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쳐야하기 때문에 가급적 고려를 안 한 부분도 있고.
“…왜 보자고 한 거야? 난 우리가 친밀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해. 이런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내 미묘한 표정을 읽은 건지, 리밍쉔은 뾰족해진 눈가와 함께 내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나는 류웨이와 가오옌과는 달리, 유창하기 짝이 없는 리밍쉔의 어휘에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그래도 마음이 별로였으면, 미안.”
“…아냐. 나도 좀 날카로웠어. 미안, 춘용.”
쌍방으로 진정이 된 이후, 나는 약간 뜸을 들이며 꺼내기 좋은 말을 골라내려 애썼다.
“리밍쉔, 넌….”
한국에서 데뷔하고 싶어?
결국 튀어나온 건 직설적이기 짝이 없었지만, 어쨌든.
내 말이 어지간히도 황당했던 건지, 아연한 얼굴을 한 리밍쉔은 입을 몇 번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 내질렀다.
“…지금 묻고 싶은 게 그거야? 그게 아니면, 내가 대체 왜 [타겟팅 스타>에 나올 결정을─.”
“아니, 나오기 싫었는데, 류웨이 때문에 나오게 된 거잖아. 너는 분명, 중국에서 준비하는 중화권 팀을 원했었어.”
내 지적에 리밍쉔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며 나를 쳐다봤다. 두 눈동자에는 당혹감이 가득한 상태였다.
“…어, 어떻게 알았어?”
“류웨이가 날 별로 안 좋아하거든. 이 서바이벌에서 떨어뜨리려고 할 정도로.”
“…….”
“그거랑 관계 지어서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올걸.”
사실 돌아오기 전, 내가 항상 술 마시던 클럽에서 들은 말이었지만.
“렉스랑 전에 서바이벌 나왔던 중국인, 중국 가서 데뷔한 거 같던데.”
“…누구. 류웨이? 걔 얘긴 꺼내지도.”
“말고. 그 따까리. 리밍쉔이랬나? 키 작은 애.”
“야, 따까리가 뭐냐? 너는 말을 해도 진짜.”
“아니, 틀린 말 아니거든? 걔 원래 AG 중국 산하 에이전시에서 데뷔 확정이었는데, 류웨이 들러리해 주려고 서바이벌도 나간 거래. 그럼 따까리지, 뭐.”
“…걔도 고생이었네.”
내 말을 들은 리밍쉔은 잠시간 관자놀이를 붙잡고 끙끙거리더니, 이내 나를 약간 안쓰럽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동류를 보는 표정으로 말이다.
“…네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완전히 납득하진 못했어. 하지만, 네가 안다는 건 변함없지.”
그래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제 본론이다.
“그건….”
나는 빠르게 입술을 한 번 훔치고는 신중하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입에 올렸다.
내 말을 들은 리밍쉔의 표정은, 뭐.
“…되겠어, 그게?”
말할 것도 없었고.
* * *
리밍쉔이 자리를 뜨고, 나는 잠시 앞머리를 매만지며 그가 한 말을 곱씹었다.
“…내가 괴롭힘 당한 사실을 알리는 걸로 류웨이가 떨어지면, 내가 그 애의 뒤를 더 봐줄 필요 없이 바로 중국으로 갈 수 있단 거지? 동향을 읽은 투자자들 측에서 류웨이를 향한 전폭적인 지지를 철회할 테니까.”
“어. 비슷하긴 해.”
“…원래도 나는 그 애가 데뷔한 후에 내 차례가 올 거란 걸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오래 걸리잖아. 게다가, 네가 류웨이한테 받고 있는 취급은 부당하고. 이건 분명 나와 나 둘 다에게─.”
“아니, 안 돼. 너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내가 뭘 모르는데?”
“중국에는 관시(关系)라는 게 있어. 상호 이익 관계. 그건 나와 류웨이 둘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야. 우리 가족, 류웨이의 가족. 이건 더 위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엮인 관계란 거야.”
“…….”
“우리 집안은 그 덕을 명백하게 보고 있어. 그러니까, 아무리 류웨이가 나를 막대해도, 나는 걔한테 직접적으로 위해를 끼칠 수 없어.”
‘네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 만약 내게 협력을 요구하고 싶으면, 내가 드러나지 않는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할 거야.’
“복잡하네, 진짜. 한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으니까….”
나는 혀를 쯧 차며 손을 허공에 휘휘 내저었다.
어떤 일에 갈피가 잡히려다가 만 상황에, 허망함이 기분 나쁘게 몸을 감쌌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내가 직접 하는 방법을….”
“─너무 허술하다.”
뭐?
순간, 계단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어깨를 파득 떨며 몸을 돌렸다.
…아직 다른 연습생들이 제대로 복귀하지 않은 걸 보고 리밍쉔만 데리고 여기로 온 건데, 대체 누가?
“이런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누가 보는 게 당연하다. 맙소사,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큰일났을 게 분명해!”
맙소사는 내가 맙소사인데.
“어….”
나는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리다가 간신히 목을 쥐어짜 이름을 불렀다.
“…가오옌.”
네가 여기서 나올 필요는 없잖아, 인마!
나의 당황은 아무렴 상관없다는 듯,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온 가오옌은 논스톱으로 외쳤다.
“그래. 가오옌이다. 나는 형이 리밍쉔과 나누는 대화를 다 들었다! 그러나 걱정 마라, 춘용 형.”
곧 내 앞에 도착한 가오옌은 드라마 주인공마냥 팔짱을 척, 끼더니 두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그러곤.
“내가 형의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