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8)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58화
* * *
휴가 후 찾아온 첫 촬영을 위해 모두가 연습생 통조림 시설의 대강당으로 모인 가운데.
나는 다른 연습생들이 도란도란 근황 토크를 나누는 걸 비집고, 유찬 형와 대화 중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헤이, 로건.”
그 고생을 해서 잡았는데, 사후 체크는 또 필수지.
“What… Oh. 춘용 형!”
로건은 내 부름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가왔다.
‘원치 않게 하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근심을 덜어 낸 덕일까. 로건의 둥글고 섬세한 이목구비에서 평소와 같은 기분 좋고 맑은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Wow, 형. 잘 쉬고 왔나요? 뭔가, 표정이 신기하네요?”
“어어. 나야 뭐… 항상 똑같지. 그러니까 그건 내가 물을 말 같은데. 넌 어땠어?”
“What? 뭐가요?”
“이번 휴가에, 부모님이랑 식사한다고 그랬잖아. 그거 어땠냐고.”
“…Holy.”
이걸 물을 줄은 몰랐던 건지, 로건은 자기 뺨을 긁적이며 알 수 없는 얼굴을 했다.
씁. 별로 좋은 주제가 아닌가.
나는 슬그머니 속으로 미안함을 전하며 로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잠깐 침묵하던 로건의 입에서는 천천히 말이 흘러나왔다.
“Huh. 그냥 뭐, 평범했죠.”
“그래도 [타겟팅 스타>는 계속 출연하게 해 주신다고 했잖아. 그거 관련해서 몇 마디 더 붙여 보지 그랬어?”
“…그분들이 식사 후에 바로 출국하셔서, 그런 걸 물을 틈은 없었어요.”
글쎄.
‘식사’라는 단어를 꺼내면서 지은 표정을 보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거 같기는 한데.
이 대화 주제를 이어 가고 싶지 않았던 건지, 아차 싶은 얼굴을 한 로건은 내게 조금 더 가까이 붙으며 속닥거렸다.
“Actually,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춘용 형. 지금 시선이 안 느껴져요?”
“뭐? 무슨 시선?”
“God, bro. 아까부터 가오옌이 춘용 형을 엄청 보고 있다고요. See.”
“아아….”
로건의 말에, 이번에는 내가 입을 일자로 다물며 난감한 얼굴을 했다.
그래.
굳이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로건을 불러내며, 다른 누군가와의 대화를 피하려 했던 이유.
물론 이제 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프로그램을 완주할 로건을 조금 더 신경 쓰고자 하는 것도 있었지만….
저기 있는 가오옌이, 내게 쏟아 낸 황당무계한 제안 때문이기도 했다.
“…하하, 가오옌. 뭘 좀 잘못 들은 거 같은데. 나랑 리밍쉔이랑 나눈 대화는 그런 게─.”
“아니다. 가오옌은 모르는 게 없다, 춘용 형! 전에 류웨이가 내게 협작질하는 것도 춘용 형이 듣지 않았는가?”
“…너.”
“암, 그렇고말고. 그런 발걸음 소리는 춘용 형뿐이니까. 굳이 말하지 않은 건, 춘용 형이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춘용 형 역시 류웨이를 대처하고 싶어한다! 가오옌은 알 수 있다. 가오옌이니까.”
쩌렁쩌렁 울리게, 그러나 비상구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는 않게.
보컬 트레이닝 시간보다 더 완벽하게 완급 조절을 하며 목소리를 낸 가오옌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류웨이의 음흉한 짓거리를 자기가 폭로하겠다’라고.
“어휴….”
“Holy, 춘용 형. 표정이 끔찍한데요. 두통인가요? Need some Aspirin?”
“아, 아냐. 괜찮아. 잠을 좀 못 자서 그런 거 같아.”
그 순간을 생각하니, 지금 강당 앞 카메라가 테이크 직전인 게 보이는 데도 얼굴이 일그러질 지경이었다.
“안 돼, 인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되겠냐, 그게?”
“안 되는 건 세상에 없다! 내가 인터뷰를 하거나, 피디님, 혹은 언론사에 알리면 되는─.”
“너 데뷔하고 싶다며, 가오옌. 세계 최고로 유명해지고 싶은 거 아니었어?”
“…맞다.”
“네가 그러면, 지금 [타겟팅 스타>로 데뷔하는 건 물 건너가는 거나 마찬가지야. 아니, 이거뿐이겠어? 다른 경로도 막힐 거라고.”
“그럼 춘용 형은 왜 리밍쉔에게 그런 제안을 했다!”
“걔랑 나는 얻는 게 명확하니까.”
류웨이가 [타겟팅 스타>에서 떨어지게 되면, 리밍쉔은 바로 중국으로 돌아가 중국 내 데뷔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순위 상승과 함께, 애로우즈로 함께 데뷔하는 멤버가 탈퇴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렇지만, 가오옌은 얻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프로그램을 망치려는 개인 연습생이라는 오명을 쓰고 AG에서도, 뮤직데이즈 측에서도 눈총받으면 받지.
게다가, 나는 류웨이가 전에 가오옌의 가족을 들먹였던 것 역시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고.
이 일로 아무런 이득을 볼 수 없는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지 않은 이상,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
악성 멤버로 살면서 너무 많은 짓을 저지른 내가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 그거였다.
그러니까, 몇 개 있는 방법들 중에서도 리밍쉔과 접촉하는 방법을 택한 거지.
애초에 나조차도 이 일에 있어서 완전히 떳떳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누가 누굴 이용해.
“쟤는 참, 그것도 모르냐….”
“Opps, 가오옌이 뭘 모르는 건 항상 똑같아요. 리버풀에 축구팀이 여럿 있는 것도 모르더라고요. Jesus. 이래서 제가 콥(Kop: 리버풀 FC의 서포터즈)이 싫은 건데.”
“그래그래.”
하여튼.
내 계획이 어그러지든, 그걸 본 엑스가 [너는 진짜 되는 게 없다 ㅁㅊ놈아 ㅋㅋㅋㅋ]하며 신랄하게 비웃든. 시간은 흐르고, [타겟팅 스타>의 촬영 역시 계속 이어지니까.
…순간 순간에 집중해야겠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시 한번 가온입니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촬영 준비를 하셔야죠!”
내가 다시금 얼굴에 방송용 미소를 끼워 넣는 순간, 대강당의 문이 활짝 열리며 MC인 최가온이 등장했다.
“어어? 가온님, 머리 색 바꾸셨네요?”
“네! 어떻게 알아봤어요, 라고 하려고 했는데. 너무 밝아져서 못 알아보기도 어렵죠?”
“네에. 너무 잘 어울려요.”
자기의 민트색 머리를 근사하게 쓸어넘긴 최가온은, 나를 포함한 연습생들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서서 미소 지었다.
“여러분들도 곧 수없이 하게 될 테니까, 그다지 부러워할 건 없어요! 다들 두피 건강 챙기시고, 자자. 여러분, 저번 휴가 후에 무슨 촬영이 있었는지 기억하나요? 대답할 기회는 선착순 한 명!”
“저, 저! 제가 대답하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츠바사 연습생! 뭐였죠?”
“그때 저희… 미션 촬영, 했습니다! 저는 한강을 다녀왔어요. 자전거 타고 라멘을 먹었습니다.”
휘익-
최가온은 츠바사를 향해 휘파람을 한 번 불고는 생글생글 웃었다.
“맞아요. 그러니 역시, 이번에도 휴가가 끝났으니 미션이 찾아오는 게 자연스럽겠죠? 곧 다가올 중간 순위 발표에는 미션 점수도 중요하니까요!”
최가온과 AD가 눈짓을 주고받자, 대강당에 달린 거대한 스크린에 다시 한번 [MISSION TIME!>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이후에 이어질 4차 경연 주제 발표에 앞서서, 이번 [타겟팅 스타> 제작진분들이 준비하신 미션도 특별한데요! 여러분, 혹시 제 아웃그램에 방문해 보신 적 있나요?”
“네에!”
아웃그램은, 여타 커뮤니티나 SNS와 달리 사진과 짧은 동영상 위주로 이루어진 마이크로 블로그 형식의 네트워크 서비스였다.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사진과 동영상은 필수. 게다가, 요즘에는 시범용 라이브 방송 지원까지.
내가 돌아오기 전, 인플루언서 가오옌이 1,500만 팔로워를 달성한 그 SNS가 바로 아웃그램이다. 이 말씀.
그 사실을 떠올리며 내가 슬쩍 가오옌 쪽을 바라보자, 줄곧 나만 바라보고 있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도울 수! 있다!’
어휴, 진짜.
나는 그 소리 없는 아우성을 못 본 척하며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지금 제 아웃그램의 팔로워 수는… 어우, 감사하게도 그저께 막 300만을 돌파했는데요. 우리 기왕 이렇게 모인 거, 사진 한 번 같이 찍어 볼까요?”
어느새 최가온은 자기 휴대폰을 손에 들고 살랑거리며 웃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제 손에 들린 휴대폰과 저기 스크린을 연결한 상태라, 여러분도 함께 보실 수 있답니다.”
막내 작가가 든 스케치북에 ‘연습생분들 바짝 모여 주세요!’라는 글자가 뜨고 우리들이 모여들자, 최가온은 휴대폰을 셀카 모드로 켜 큰 소리로 외쳤다.
“자자, 찍을게요. 하나, 둘─.”
찰칵!
셀카에도 능한 면모를 화려하게 과시한 최가온은, 강당 스크린에 뜬 사진에 짧게 감탄하고는 숨을 골랐다.
“자, 저는 이제 이 사진을 제 아웃그램에 올릴 거예요. 다 잘 나왔으니까, 걱정은 마시고요!”
최가온의 휴대폰을 연결한 강당 스크린에는 곧 아웃그램의 UI가 떠올랐다.
그리고 최가온이 #타겟팅스타 #스타_슈터 같은 해시태그를 기입하고 글을 올리자….
…
“허억….”
순식간에 쏟아지는 알림에 여러 연습생이 헉하는 소리를 뱉어 냈다.
팔로워 300만 명을 자랑하는 솔로 아이돌의 알림창은 이런 거다, 하는 거랄까.
순간 강당 화면에 과부화가 걸릴 지경이 되자, 최가온은 휴대폰과 연결한 선을 뽑아내며 능숙하게 진행을 이어 갔다.
“하하, 제가 이렇게 제 아웃그램에 글 올리는 과정을 여러분께 보여드린 건, 제 팔로워를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랍니다. 다 미션과 관계가 있어서죠!”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연습생들의 휴대폰을 모아 놓는 장소에서 작은 알림 소리와 진동이 마구 울렸다.
또한, 어느새 강당 스크린 상단에 쓰여 있던 [MISSION TIME>이라는 글자들은 [CRIRP! SNS TIME>으로 바뀐 채였고.
“예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맞아요. 여러분의 이번 미션은 아웃그램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팔로워와 좋아요 모으기죠!”
연습생들의 놀란 얼굴이 각 카메라에 줌인되는 사이, 똑같이 놀란 로건은 내게 몸을 기울이며 빠르게 말했다.
“Jesus. 춘용 형. 그, 연습생이 SNS를 해도 되나요? I remember, 분명 첫 촬영 전에 작가님이….”
“맞아. 개인 SNS는 금물이라고 그랬지.”
연습생, 혹은 신인 아이돌이 SNS를 해서 좋을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온실 속 화초들의 제약을 풀었을 때 쏟아지는 실수들이 얼만 줄 알고 그런 짓을 함부로 하겠어.
계정 실수, 취중 라이브 방송, 은밀한 연애 피드 걸리기, 잘못 찍어 올린 사진까지. 문제가 되는 걸로 논문을 써도 될 정도였다.
[[그램뉴스> 주영♡빌리, 비밀 연애 피드 걸린 후 더 유명해졌다?] [가수 안재호 동생 안세민, 문제아 오빠 사과… ‘제가 흠씬 패 놓겠습니다.’ 팔로워 20만 명↑ 훌쩍]그뿐이겠는가? 이미 문제가 있는 사람은 SNS를 하는 것만으로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니까, 돌아오기 전의 나 같은 사람 말이다.
[애로우즈 렉스, 무대 이탈 사과는 피하고만 싶어? 무대응 아웃그램 프로필 삭제 논란… ] [??: 렉쓰레기 뜻을 진짜 몰라서 묻냐?;; 렉쓰레기 라이브 방송 댓글 사이다 모음 ㅋㅋㅋㅋ]그러나,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도 사실.
“여러분은 오늘부터 중간 순위 발표 전날까지! 자유롭게 팬분들과 소통하고, 팔로워와 좋아요를 모아 주시면 됩니다!”
“헉, 그럼 라방도….”
그래서 [타겟팅 스타>의 제작진들은, 아주 큰일이 터지지 않을 최소한의 제약을 걸고 연습생들이 SNS를 사용하게 한다.
“아, 그 부분을 말씀드려야겠군요? 제작진분들, 화면 띄워 주세요!”
원협 형의 놀란 목소리에 대응하기라도 하듯, 스크린에는 커다란 X 자 표시와 함께 붉은색 경고의 문장들이 떠올랐다.
[1. 라이브 방송은 연습 후, 위튜브에 올라갈 컨텐츠 촬영을 위해 개인캠을 전달받고 정해진 시간에만!(시간은 당일 공지)
2. 3명 이상의 연습생이 함께 얼굴을 보이는 라이브 방송 금지
(어길 시 아웃그램 하루 금지 패널티)
3. 4차 경연 관련 스포일러 금지
(어길 시 아웃그램 이틀 금지 패널티)
4. 제작진이 전달한 계정 이외 다른 계정 생성 금지
(어길 시 아웃그램 완전 금지 패널티)]
“아까 여러분의 휴대폰의 알림이 오시는 소리, 들으셨나요? 바로 제작진분들이 생성하신 계정을 전달한 메시지입니다! 금지 조항을 잘 읽어 보시고, 기왕이면 패널티를 받지 않고 무사히 미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최가온의 공지와 함께, 금지 조항을 읽는 연습생들의 표정이 다양하게 변했다.
누구는 바로 납득하고, 누구는 아리송해하고.
또, 나를 떨어뜨리고 싶어 하는 누구는…
“…….”
언제나와 같이 차가운 얼굴로 화면을 바라만 보고 있고.
아마도 류웨이가 주목하고 있는 건 금지 조항 자체가 아닐 게 분명했다. ‘4차 경연’, 그리고 ‘금지 패널티’ 부분이겠지.
…자기가 전달받은 내용에서 틀린 게 없는지 확인하려고.
‘크루셜 보이’ 미션 내용도 미리 알고 있었는데, 이런 미션 부분을 류웨이가 전달 못 받았을 리 없었다.
다행이라면, 나도 이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점일까.
내가 저 멀리 류웨이를 가늠하는 사이, 로건이 불편한 낯을 감추며 소곤거렸다.
“Huh… Bro, 생각보다 안 되는 게 많네요? 아무래도, Follower랑 Like를 많이 얻으려면 저런 부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왜? 여러 명이서 같이 얼굴을 비춰야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Yes. 마지막은 알겠는데, 두 번째랑 세 번째는 잘 이해가 안 돼요. 사람들은 모두 스포일러를 좋아하지 않나요?”
“그것도 그렇지. 근데 아마, 저걸 알아서 잘 활용하라는 뜻일 거야.”
“Huh, What? 가끔 춘용 형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진짜.”
“보면 알아, 인마. 이건 조금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
나는 걱정 가득한 로건의 등을 퍽퍽 두드려 주며 대강당을 죽 훑었다.
이제 이번 미션에 대해서 말을 해 줬으니….
“잠깐 끊었다가 가겠습니다! 직후에 중간 순위 발표 촬영 관련 공지가 있으니, 늦지 않게 다시 모여 주세요!”
본 게임에 대해서도 말을 들어야지.